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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65화 (666/1,419)

〈 665화 〉 666. 본디 여인은 사랑을 먹으며 살아가는 생물이랍니다.

선우는 운가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음 속에 응어리져있는 감정들이 모두 해소될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운가려는 그런 선우를 부드럽게 감싸주며 달래주었다.

마치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는 자애로운 어미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고마워."

이내 눈물을 그친 선우가 고조된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하였다.

"진정이 되셨나요?"

그러자 운가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응."

"놓아드릴까요?"

운가려는 선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니....조금만...더....안아줘어."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곧바로 거절을 하였다.

마음은 진정되었지만 몸을 떼어놓긴 싫었다.

아직은 운가려의 따스한 온기가 필요하였기 때문이었다.

"후훗...그럼 알겠어요... 불편하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그런 선우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운가려는 따스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선우는 그녀의 따스한 목소리를 들으며 따스한 품 안에서 마음을 다독였다.

만족스러움이 들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마음을 다독였을까

"가려."

이내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씀하세요. 상공."

"되돌릴 수 있을까?"

선우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되돌릴 수는 없어요."

선우의 물음에 운가려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 북궁연 소저는 크나큰 상심을 하셨을 거랍니다. 본디 출산이란 고통스럽게 괴로운 일이에요. 그 곁을 누군가 지켜주지 않는다면 서글퍼지고 우울해질 정도로 말이에요. 북궁연 소저는 그런 아픔을 홀로 견뎌냈을거예요. 그런 아픔을 말 몇마디로 되돌릴 수는 없어요."

운가려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아이를 낳은 유부녀였기에 북궁연의 심정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외로웠을 것이다.

출산이라는 숭고하면서도 끔찍한 이율배반적인 일을 홀로 견뎌내어야한다는 상황에 말이다.

그런 그녀의 심정은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극심한 상처를 받았으니 말이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축 처진 표정을 지었다.

운가려의 말을 들으니 괜스레 죄책감이 더욱더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되돌릴 순 없어도 더 나아질 수는 있어요."

운가려는 축 쳐져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더 나아져?"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운가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떼었다.

"어떻게?"

"더 큰 사랑으로 보담아주면 된답니다."

"더...큰 사랑?"

"네에, 북궁연 소저를 더 큰 사랑으로 보듬아 준다면.......출산의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우울함을 뒤덮어버릴 정도로 크나큰 사랑으로 보듬아준다면.....분명....더 나아질 수 있을 거예요."

운가려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정말 그럴까?"

선우는 축 처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물론이죠. 본디 여인은 사랑을 먹으며 살아가는 생물이랍니다. 사랑이 부족하지 않다면 깊게 파여진 감정의 골 또한 금방 메워질거예요."

운가려는 맑은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선우는 자신없다는듯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공이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모르겠어.....더 큰 사랑이...뭔지.....구체적으로 어떤 걸..말하는지.."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더욱더 큰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수 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어렵지 않아요."

운가려는 태연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한 번 더 눈을 마주쳐주고 한 번 더 웃어주고 한 번 더 생각해주고 한 번 더 입맞추고 한 번 더 안아주면 된답니다."

"...........그게 다야?"

선우는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더 큰 사랑이라고 하기에 무언가 거창한 것일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녀가 말한 더 큰 사랑은 생각보다 소박하였다.

믿기지 않을 만큼 말이다.

"네에, 그정도면 충분해요."

선우의 물음에 운가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애정은 곧 관심이랍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일거수일투족에 하나하나 관심을 가져다준다면 아마 북궁연 소저도 그 마음에 응해줄거예요."

"...........관심..."

"네에, 그러니 북궁연 소저와 재회하게된다면 좀더 유념해주세요. 소외된 만큼 더 큰 사랑과 관심으로 말이에요."

"...........응."

선우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긍정하였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려."

선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운가려를 불렀다.

"말씀하세요. 상공."

"....고마워."

선우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위로는 물론 나아갈 방향성까지 제시해주었으니 말이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죄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움을 토해냈으리라

"개의치 마세요. 그저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랍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운가려는 자애로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는 선우를 위로하는 일이 말이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낭군이 괴로워하는데 어찌 정인이 된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고마워.....그냥....고마워."

선우는 다시금 그녀의 품안에 안겨들었다.

오늘따라 운가려의 커다란 가슴에 파묻혀 어리광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였기 때문이었다.

쓰담 쓰담

운가려는 그런 선우를 말없이 안아주며 애정 어린 손길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손길을 즐기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시만 따스한 그녀의 품을 기댈 심산이었다.

잠이 올 것 같은 운가려의 따스한 품에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그녀의 품에 기대었을까

이내 선우가 천천히 몸을 떼어내었다.

"서신을 보내야겠어."

그다음 책상 위에 있는 화선지를 바라보며 입을 뗴었다.

"뭐라고 쓰실지 결정하셨나요?"

그 말을 들은 운가려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일단 사랑한다고 할거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다음 사과를 할거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과 혼자 방치해둔 것 모두 말이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시 약조할거야. 이미 받은 상처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재회하게 된다면 그 상처를 뒤덮을 정도로 크나큰 사랑으로 갚아주겠다고.."

선우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사랑한다고 할 생각이다.

그리고 고맙다고 할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줘서

그다음 사과를 할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과 무관심하게 방치해둔 것 모두 말이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약조를 할 것이다.

상처를 뒤덮을 정도로 큰 사랑으로 갚아주겠다고 말이다.

그녀가 자신을 용서해줄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보일 수 있는 최선의 성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쓱 쓱 쓱

선우는 붓을 놀리기 시작하였다.

거침없이 빠르게 말이다.

그리고 운가려는 그런 선우의 모습을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았다.

다시금 기운을 차린 사랑스러운 낭군을 말이다.

쓱 쓱 쓱

이내 집무실에는 붓을 놀리는 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

휘이이이잉

북풍한설이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젠장할.."

사해상단 대행수인 담석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보라가 더욱더 거세졌기 때문이었다.

'대체 빙궁은 어디 있는거야!'

그는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렸다.

짜증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날씨는 점점 추워지건만 목적지인 빙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망할.'

그는 다시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사실 상단의 이동경로에는 빙궁이 없었다.

본래라면 계획대로라면 북해 외곽에 위치한 마을을 들러 물품거래를 마치고 중원에 돌아가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사해상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높으신 분께서 북해로 떠나는 사해상단에 의뢰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빙궁주에게 서신 한 통을 전달해달라고 말이다.

일반적으로 북해는 날씨가 워낙 추워 전서구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전서구가 중간에 얼어죽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서신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북해에서는 서신을 보낼 때 인편으로 보내는 게 보통이었다.

그편이 더욱더 안전하고 확실할테니 말이다.

그리고 사해상단의 대행수인 마석은 팔자에도 없는 전령신세가 되었다.

상단주가 직접 의뢰를 맡아 그에게 명을 내린 까닭이었다.

'떠그럴.'

욕이 안나올 수밖에 없었다.

북해빙궁은 위치상 북해 정중앙에 있는 곳이다.

그곳에 닿기 위해선 외곽만 돌던 사해상단이 북해 중앙까지 들어가야하는 것이다.

시간 낭비

물자 낭비

동선 낭비

낭비 투성이가 아닐 수가 없었다.

상단의 미덕은 자고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일이었다.

그런 미덕을 신념처럼 생각해온 마석의 입장에서는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떠그랄 돈이라도 받던가....사람만 좋아가지고...'

돈이라도 많이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불만을 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단주는 의뢰인에게 돈을 일절 받지 않았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무상으로 냉큼 수락한 것이다.

담석은 시간이 갈수록 짜증이 더욱더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북해의 날씨가 험악해질 수록

북풍한설이 더욱더 거세질 수록

그 짜증은 배가 되었다.

북해 중앙까지 경로가 짜였다면 무릇 돈을 더 주는 게 예의였고 도리였다.

하지만 소금쟁이 같은 상단주는 외곽을 돌 때와 같은 액수로 퉁 쳐버렸다.

고생은 있는대로 하는데 돈은 똑같이 받아야하는 개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시발새끼가....왜 우리 줄돈으로 생색내냐고!'

담석은 진지하게 이직을 생각하였다.

이런 악덕 상단주 밑에선 더이상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직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행수님! 앞을 보십시오!"

갑자기 옆에 있던 수행원이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그 말을 들은 담석은 시선을 올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압도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거대한 성문을 말이다.

그 모습을 본 담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성문의 압도적인 크기에 넋을 잃은 까닭이었다.

담석은 알 수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북해빙궁에 도착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부웅 부웅

이내 담석은 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든 까닭이었다.

담석은 재빨리 시선을 돌려 성문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성문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를 찾을 심산이었다.

그리고 이내 담석은 찾을 수 있었다.

성문 위쪽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남자를 말이다.

담석은 눈을 빛내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중원에서 온 사해상단의 대행수를 맡고 있는 담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내력을 담아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게 만들었다.

성문 위에 있는 저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는 북해빙궁의 성문을 지키는 수문위사들이다. 용건이 무엇이냐!"

그러자 성문 위에 있는 수문위사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성문까지 닿은듯 싶었다.

"저희가 북해빙궁을 방문한 이유는 북해빙궁주께 용건이 있어서 입니다! "

담석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돌아가거라!"

담석의 말을 들은 수문위사는 그에게 그대로 축객령을 내렸다.

'아니 저게 뭔 말도 안되는 개소리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담석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빙궁주에게 용건이 있다는데 축객령을 내리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꼭 북해빙궁주를 만나야합니다!"

담석은 간절한 목소리로 다시금 애원하였다.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이역만리를 건너온 그였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불가하다."

하지만 수문위사는 그런 담석의 간절함 따위는 관심없다는듯 단호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시발 새끼들이.'

그들의 단호한 대답을 들은 담석은 짜증이 있는대로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개고생하며 이곳까지 왔는데 문전박대까지 당하니 짜증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빙궁주를 꼭 만나뵈어야합니다! 상단의 신용이 걸린 문제란 말입니다! 부디 출입을 허가해주십시오!"

"불가하다."

"아니, 대체 왜 안된다는 겁니까!"

담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속에 쌓인 울분이 터진 것이다.

"현재 궁주께서는 출타중이시다."

수문 위사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출타를 하신거면 돌아오실 때까지 빙궁에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불가하다."

"어쨰서 안된다는 말입니까!"

"궁주께서 언제 돌아오실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외인인 그대들을 빙궁에 들인다는 말인가?"

"아니, 대체 어디를 갔길래, 언제 돌아오실 수 없다는 것입니까!?"

담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북해가 넓다고는 하지만 갈만한 장소는 한정적이었고 거리 또한 멀다고 할수는 없는 거리였다.

그런데 대체 어찌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말을 한다는 말인가

"궁주께서는 중원으로 가셨다. 언제 돌아올지는 우리 또한 알 수 없다."

수문위사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에에!?"

그의 말을 들은 담석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개같은 소리란 말인가

빙궁주가 중원에 없다니!?'

이내 담석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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