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0화 〉 661.내가 투자할게. 그 상단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건 충분한 상업성을 입증한 후에도 늦지 않아."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초보 사업가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수익이 실현의 입증도 없이 일단 무조건 크고 넓게 그리고 거창하게 사업을 키우려고 하는 것 말이다.
사업이 큰 만큼 벌리는 돈도 많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실질적인 이익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커져가는 사업체를 보며 훗날 들어올 돈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무척이나 위험한 생각이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어긋남으로도 대차게 말아먹을 수 있는 게 바로 사업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다는 이들이 무슨 자신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규모를 키운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규모가..작으면 푼돈 밖에 들어오지 않잖아..."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뗴었다.
"......본녀도...공감한다. 규모가 작으면 들어오는 돈도 작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릅 사업이란 기세가 중요한 법. "
능소화 또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생각을 해보거라. 그대는 규모가 큰 상단과 작은 상단 중 어느 쪽이 좀더 신뢰가 가겠는가? 규모가 큰 쪽에 신뢰가 가지 않겠는가? 그게 바로 기세이니리라. 더구나 본녀가 말하지 않았더냐? 황실에서 관세마저 조정해주겠다고 말이다. 투자자가 미친듯이 몰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거부하고 소자본으로 사업을 하라니....어불성설이다."
능소화는 나름의 논리를 네세우며 사업 규모를 키워야할 당위성을 설토하기 시작하였다.
그녀 또한 요랑과 마찬가지로 소규모 사업은 원치 않은듯 하였다.
'하아'
선우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그녀들에 대한 답답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요랑이야 세상 물정을 모르니 그렇다쳐도 설마하니 똑똑한 능소화마저 이렇게 사업을 가벼이 여길 줄이야.
"지금 두 사람 모두 손실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어."
선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벌릴 돈만 생각하니 사업 규모를 키울 생각을 하는 거라고."
"잘될 생각을 해야지!"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고사를 지내도 모자랄 판국에 재를 뿌리는듯한 선우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맞다, 선우, 성공부터 생각해야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것인가?"
능소화 또한 요랑의 말에 동의를 하며 말을 이었다.
"잘되길 바란다고 현실적인 부분까지 대충 넘겨선 안돼."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체 뭐가 문제란 것인가? 주요 고객이 될 이들까지 확보한 상황이 아니던가?"
능소화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확보한 게 아니잖아. 그럴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 뿐이지."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분명 네 제안은 꽤나 설득력 있어. 황실의 인맥을 통한 홍보 효과라면 부호 계층에게도 유행처럼 번질 수 있을거야. 운이 좋다면 사치품으로 자리 매김을 해서 꾸준히 수익을 볼 수도 있을 거야."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란 것인가?"
능소화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뭐든 게 완벽하지 않은가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라고 이렇게 반대를 한다는 말인가
"전부 가정이잖아."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녀의 제안은 설득력이 있었다.
인맥을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된다면
이국의 과자는 부호들사이에서 유행을 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말대로 모방심리가 발동 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
실현된 게 아니었다.
입증된 게 아닌 것이다.
"나라를 오고가는 무역업은 변수가 많아. 상품이 훼손 될 수도 있고 거래처를 제대로 뚫어 놓지 않으면 물건을 구하지 못해 빈손으로 오는 경우도 자주 있어. 이런 상황에서 규모를 확장한다는 건 너무 무모한 일이야."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뗴었다.
나라와 나라를 오고가는 무역업은 변수가 많은 사업이었다.
현지의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날씨로 인해 상품이 훼손될 수도 있었고
뜻하지 않게 현지인들과 마찰을 일으켜 거래를 못할 수도 있었다.
또한 장거리로 이동하는 만큼 산적이나 마적의 습격 또한 변수로 넣어야하였다.
특히 처음 거래를 뚫으러가는 초행이라면 이런 다사다난한 현지 상황에 휘둘릴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사업의 규모를 대폭 늘릴 수 있겠는가
아직 정확한 수요에 대한 지표조차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선 정확한 분석 , 신뢰할만한 지표 그리고 입증할 만한 실적이 있어야해. 그런데 지금은 무엇하나 가진게 없잖아?"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유치해서 사업을 키우자고? 제정신이야?"
"..........."
"분명 투자는 쉽게 받을 수 있을거야. 관세율 낮추었고 군주인 네가 연관되어있으니까. 분명 사업 제안서가 어설퍼도 큰 의심하지 않고 투자를 할거야. 황실이라는 이름값이 있으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입 과자 사업이 망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선우는 능소화와 요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투자자들이 돈을 잃게 될 것이다."
".....다같이 망하게 될거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두 여인은 기운빠진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맞아, 다같이 망할거야. 그리고 돈도 잃게 되겠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황실과 경화 군주의 이름값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이 전부 폭삭 망하게 되는거야."
"그 투자금에는 수많은 돈이 얽혀있을거야. 농부가 매일 조금씩 모아뒀던 쌈짓 돈일 수도 있을거고 수십년 머슴살이를 하다 받은 돈일 수도 있을거야. 장가를 들고 싶은 청년의 결혼자금일 수도 있을거고 은퇴를 희망하는 노부부의 은퇴자금일 수도 있을거야.'
"............"
"만약 사업에 실패한다면 투자금은 원금조차 환수받을 수 없어. 그리고 부담은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떠안게 되겠지. 그렇게 되길 바라는거야? "
선우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다."
능소화는 축 처진 표정을 지은 채 부정을 하였다.
바라지 않았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멋도 모르고 투자한 이들이 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저 사람들이 비참한 삶을 보내길 바라는거야? "
선우는 시선을 돌려 요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요랑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그녀는 경제적 자유를 원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다른 이들이 불행해지는 걸 원하진 않았다.
요선妖仙이 되기 위해선 선업을 쌓아야하였다.
욕심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크나큰 피해를 주어선 안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자신때문에 다른 이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이 쿡 쿡 찔려오기까지 하였다.
그런 상황이기에 함부로 억지를 부릴 수가 없었다.
"투자 유치라는 건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하는거야. 위명을 빌려 확실치도 않은 사업에 투자를 유치하는 건 사기야."
선우는 꾸짖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두여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이 없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할 말이 없었다.
철없이 남의 인생을 파탄 낼 뻔했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미안해에에에.."
이내 요랑이 서글프게 사과를 하였다.
"......본녀도....미안하다...생각이 짧았느니라."
그리고 능소화 또한 그녀를 따라 사과를 하였다.
얼마나 큰 사고를 칠 뻔했을 지 인지한 까닭이었다.
"몰라서 그런거잖아. 괜찮아."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들에게 악의가 없다는 걸 잘아는 선우였다.
그녀들이 얼마나 착한 여인들인지 누구보다 잘알기 때문이었다.
요랑은 비록 인면지주에서 사람으로 탈피한 영물이었지만 인간보다 인간다운 여인이었다.
그런 요랑이 누군가를 속여 이득을 취할 리 만무하였다.
능소화는 중원에서 가장 고귀한 피를 이어받은 황족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만하지도 군림하지도 않았다.
그저 베풀줄알고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여인이었다.
그런 능소화가 남을 속이려고 할 리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그저 몰랐을 뿐이었다.
사업의 위험성에 대해서 말이다.
"..........나...돈 모아서.....소규모로.....시작할게..선우야아아."
요랑은 주눅든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본녀가 투자하겠느니라. 망해도 본녀만 망하면 되지 않는가?"
능소화는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딴에는 위로하고자 내뱉은 말인듯 하였다.
"왜 망한다는 걸 전제로 두는 거야!?"
요랑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망한다는 걸 전제로 말하는 게 심히 불편하였기 때문이었다.
"말이 그렇다는 소리지. 망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거짓말! 너도 망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게...무슨 소리인가......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요랑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실 선우의 말을 듣고 안될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마음을 품게된 그녀였다.
그런 상황에서 요랑이 정곡을 찔러버리니 당황스럽지 않을 리 만무한 것이다.
"말 더듬는데?"
요랑은 눈을 날카롭게 뜨며 그녀에게 물었다.
"........착각이니라."
능소화는 뻘쭘한듯 얼굴을 붉히며 발뺌을 하였다.
"됐어! 내가 돈 모아서 할거야! 소화 도움은 필요없어!"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괜한 자존심이 발동한 까닭이었다.
".화를 풀거라....요랑.....본의 아니었다....그저 선우 말을 듣다보니....살짝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생각을 한 것 뿐이다."
"사업을 제안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성을 내었다.
온갖 바람은 다 넣은 당사자가 사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니
괜스레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그건.......면목이 없느니라."
요랑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면목없다는듯 고개를 슬쩍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 대한 미안함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됐어! 과자 수입도! 상단 창립도 월봉 아껴서 할거야!"
요랑은 선언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그렇게하면....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가? 본녀가 돈을 빌려주겠느니라..."
"됐어! 소화랑 말 안해."
말을 마친 요랑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이런.'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삐져도 단단한 삐진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소화 대신 나는 어때?"
그때 잠자코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선우가 입을 떼었다.
""응?!""
그러자 두 여인은 화들짝 놀라며 선우를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내가 투자할게. 그 상단"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게 정말이야!?"
"정말이더냐!?"
두 여인은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저 말이 사실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응."
선우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긍정을 하였다.
"어...어쨰서?"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사업의 위험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선우였다.
그런 선우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투자를 한다고 하니 의아함이 들었다.
"투자하고 싶으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까는 분명.....위험한 사업이라고....."
요랑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업 중에 위험하지 않은 게 어디있겠어? 돈 들어가는 일은 다 위험하지."
선우는 대수롭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무역업은 변수가 많다며...."
"변수가 많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크니까."
"..............진짜...투자할거야?"
요랑은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혹여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거짓말하는 거 본 적 있어?"
선우는 그런 요랑을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응."
요랑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긍정을 하였다.
"내가 언제.....임마"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양심이 없는거야? 아니면 기억 안나는 척 하는거야?"
요랑은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뻔뻔한 그의 태도에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개소리 짖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그렇게 뻔뻔해?"
".............."
요랑의 촌철살인과도 같은 말에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에 그대로 내리꽂아졌기 때문이었다.
"거짓말 한 거 하나 하나 읊어줄까?"
요랑은 눈을 반짝이며 선우에게 물었다.
"......아니."
선우는 고개를 도리질쳤다.
기억력이 어마어마한 요랑이라면 자신의 모든 거짓말을 전부 내뱉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투자한다는 말도 거짓말 아니야?"
요랑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에 대한 신뢰가 한층 더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확 투자 안해버린다."
선우는 험악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말하였다.
오랜만에 착한 일 좀 하려고 했는데
요 말썽꾸러기가 도와주질 않았다.
"이이잉.....그건 안돼~!"
선우의 말 한마디에 요랑은 의심의 눈초리를 풀고 안겨오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애교를 부린 것이다.
포옥
이내 요랑이 선우의 품안에 그대로 안겼다.
"이 요물아."
선우는 품안에 있는 요랑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평소에는 어린 애처럼 행동하는 주제에 이럴 땐 참으로 약삭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헤헤헤......맞아....나 요물이야...어떻게 알았지?"
요랑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피식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피식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 싫지 않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