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9화 〉 660.요랑만을 위한 상단
"본녀가 뒤를 봐주겠다. 사업을 하나 하는 게 어떻겠는가?"
능소화는 불꽃같은 진홍색의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사업?"
요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작스러운 능소화의 제안에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업이라니
별안간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대는 이국의 과자를 매입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능소화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짓고있는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응, 맞아."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면 그 매입의 절차는 어떻게 되는가? 또한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우웅.........연맹 상단주에게 부탁해서 매입 절차를 밟고 있고...매입 규모는 짐마차 한 수레 정도....."
요랑은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매입 절차는 간단하였다.
이국으로 무역 일정이 잡혀있는 연맹의 상단주에게 웃돈을 주고 과자의 매입을 하는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규모가 너무 작다. 또한 연맹의 경우 과자 매입이 주력 상품이 아니기에 거간비를 기존의 상품들 보다 배는 비싸게 받을 것이다."
요랑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거야?"
요랑은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수레를 추가한다면 수레를 끌 말을 한 필 추가해야하고 말을 몰 마부를 추가해야한다. 또한 마부에게 먹일 식비 또한 늘어날 것이고 말을 유지하는 비용 또한 청구 될 것이다."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또한 연맹 상단의 주력상품은 과자 매입이 아니기에 동선 낭비 또한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에 요랑 네게 청구되는 금액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구나."
능소화의 말을 들은 요랑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거간비가 비싸다고 여기며 의문을 품었던 요랑이었다.
뭘 그렇게 많이 받아처먹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그 비싼 가격이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사업을 제안하는 것이다."
"사업을?"
요랑은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오직 너만을 위한 상단을 창립하는 것이다."
"상...단..?"
"그렇다. 오직 과자만을 매입하는 상단을 말이다."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과자에 수요가 있을 리가..."
요랑은 고민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값싼 당과나 월병과는 달리 이국에서 과자는 무척이나 귀한 사치품이었다.
특성상 당과나 월병보다 더욱더 손이 많이가는 작업이었고 제과업자의 실력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치품의 수요가 많을 리 만무하였다.
"어째서 수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인가?"
능소화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수요가 없다고 여기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국에서 과자는 되게 고급스러운 사치품이거든....그래서 중원의 당과나 월병 보다 훨씬 비싸....그런 과자들을 수입해서 되판다면 배는 주고 팔아야할텐데.....그럴 경우 살사람이 많지 않을거야........중원에는 훨씬 싼 대체제가 있으니까."
요랑은 나름의 분석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과자가 맛있다한들 그 가격이 하루 두끼를 먹을 금액에 버금간다면 쉽사리 사먹을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건 잘못 된 생각이다. 요랑."
능소화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잘못된 생각?"
"그렇다. 수요는 충분할 것이다."
그녀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고작 한조각만으로 서민들의 하루 두끼에 식사에 맞먹는 가격을 가지고 있는 이국의 과자였다.
그런데 어찌 수요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요랑 그대는 초점을 서민 위주로만 맞추고 있다. 서민들에게 팔게된다면 분명 이국의 과자는 팔리지 않을 것이다. 하루 한끼 먹는 것도 버거운 그들에게 과자는 사치품에 불과할터이니 말이다."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초점을 부호 계층에 맞춘다면 이는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그들은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혹은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부호들이다. 그들에게 과자를 팔게된다면 그대는 모든 고정적인 수요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류층들?"
"그렇다. 고관대작이나 지역 유지 혹은 거상과 같은 부호계층이라면 그대의 사업에 큰 보탬이 될것이다."
능소화는 확신에 찬듯한 눈빛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난 고관대작이나 지역 유지같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걸?"
요랑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가에만 처막혀있는 그녀가 인맥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러니 본녀가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는가?"
능소화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본녀가 다리를 놔주겠느니라. 수입한 과자를 여기저기 부호들에게 선물로 보내도록 하거라."
"파는게 아니고 선물로 주라고!? 그 비싼걸!?"
능소화의 말을 들은 요랑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은자 이백냥이라는 거금을 써야 겨우 한수레 정도 채울 수 있는 과자였다.
그런 과자를 꽁으로 선물하라니
경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물을 줘야한다."
"어째서?"
요랑은 이해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현재 이국 과자가 맛있다는 걸 아는건 요랑 그대 뿐이지 않은가? 그런 사실을 모르는데 누가 그대가 수입해온 과자를 쉽사리 사주겠는가?"
능소화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그렇지."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을 하였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러니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 이국의 과자가 가지고 있는 맛과 풍미를 알릴 수 있도록 말이다."
"......홍보."
"물론 무료로 과자를 선물해야하기에 어느정도 손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본다면 이는 투자이지 손실이 절대 아니다. 과자를 선물함으로서 잠재적인 고객을 끌어들일 수도 있고 홍보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말이다."
능소화는 당당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거구나."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이내 수긍하였다.
구구절절 틀린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치품으로서 성공적으로 정착만 된다면 그대는 상단을 통해 넘칠 만큼의 과자를 매입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과자를 팔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가?"
능소화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사치품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요랑은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말대로만 된다면 무척 행복하겠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잔혹한 법이었다.
본전을 건지긴 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걱정말거라. 분명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위한 홍보가 아니겠는가?
"홍보가 잘될까?"
"본디 인간이란 다른 누군가를 동경하는 법이다. 고관대작이나 거부들이 너도나도 과자에 빠져든다면 그들을 동경하는 다른 이들도 그들을 모방하며 과자를 구매하게 될 것이다."
능소화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과자는 보석이나 장식품이랑 달리....유통기한이 있어서....장기 보관은 무리라...잘될지 모르겠어"
"유통기한이 있기에 귀한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본디 인간은 아쉬울 때 욕망이 배가 되는 법. 유통기한이 얼마 안남았다는 걸 안다면 오히려 돈을 싸들고 사게 될 것이다. 다시금 이국의 과자를 맛보기 위해선 몇 달은 기다려야할테니까 말이다."
능소화는 불꽃처럼 아름다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뗴었다.
"와아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랑은 쉴새없이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말이 마치 꿈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넘칠 만큼 과자를 매입하고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니
어찌 꿈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할래! 할래! 할래!"
요랑은 방방 뛰며 소리를 내질렀다.
상상만해도 기분이 날아갈듯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랑."
"응응, 말해."
"모아둔 돈은 얼마나 있는가?"
능소화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순간 방방 뛰던 요랑이 그대로 멈춰섰다.
".............."
그리고 오래도록 침묵을 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이건 그냥 자본력의 수준을 알기위해 물어보는 것이다. 부담없이 답하여도 된다. 모자른 것은 어느 정도 융통하면되니 가감없이 말하도록 하라. 그대가 돈이 많지 않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느니라"
요랑이 말이 없자 능소화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쓰윽
능소화의 말을 들은 요랑은 천천히 조막만한 손가락을 다섯 개 폈다.
"흐음.....오백냥인 것인가? 초기 자본금으로는 부족하지만 걱정말거라........본녀가 힘을 쓰면......"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도리 도리
그때 갑자기 요랑이 고개를 좌우로 크게 내젓기 시작하였다.
"아, 그럼 오십 냥인 것인가....이런......생각보다 더욱 부족하구나......하지만 걱정말거라...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도리 도리
그때 요랑이 다시금 고개를 크게 내젓기 시작하였다.
"..........설마....다섯냥?"
끄덕 끄덕
요랑은 살포시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하였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상상이상으로 적은 투자금에 할 말을 잃은 까닭이었다.
"히잉.....나..상단 못차리는거야?"
능소화가 말이 없자 요랑은 울상이 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상단 창립이 물건너간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
그녀의 울먹임에 능소화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치만.....나는....돈이 없는걸...."
요랑은 슬픔이 가득한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괜찮다. 다 방법이 있느니라."
"무슨 방법?"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투자자를 유치하면 된다."
"투자자?"
"그렇다. 돈이 없으면 투자를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능소화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누가...나한테 투자하려고 할까?"
요랑은 걱정스럽다는듯이 능소화에게 되물었다.
투자 받는 일이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경각주로서 일을 할 때도 투자 계획서 같은게 몇 번이고 날아온 적이 있었다.
정말 좋은 기회라면서 투자만 한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요랑은 그런 투자 계획서를 그대로 꾸깃꾸깃 뭉쳐버린 뒤 그대로 던져버렸다.
바빠죽겠는데 별 시덥지 않은 게 다 날아온다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말이다
그런 요랑이기에 누구보다 잘알 수 있었다.
투자를 받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걱정말거라. 본녀의 권한이면 그대가 창립할 상단에 여러가지 혜택을 줄 수 있느니라. 그 혜택이라면 수많은 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렇다. 관세율 정도만 조정해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투자자가 몰릴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거라."
능소화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와아아아."
능소화의 말을 들은 요랑은 희망에 가득 찬 눈빛을 반짝이며 감탄하였다
다시금 희망이 샘솟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투자자들에게 일정 지분을 양보하고 돈을 끌어모아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성공적인 무역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능소화는 확신에 찬듯 말을 이었다.
"성..공..적인..무역.."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랑은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성공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성공적인 무역."
능소화 또한 그런 그녀를 반짝이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두 사람 모두 성공을 꿈꾸고 있는듯 하였다.
"잠깐."
그때 잠자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우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난 반대야."
그리고 그녀의 의견에 반대를 하였다.
"................"
그러자 고조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마치 북해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분위기가 냉각되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어째서인가?"
이내 요랑과 능소화가 즉각적으로 반발을 하였다.
선우의 반대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확실치도 않은 사업이잖아? 섣불리 규모를 키우는 건 위험한 일이야."
선우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들의 의욕은 좋았다.
계획 또한 실현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투자자를 유치하여 규모를 늘리는 것은 반대였다.
투자금이 커진다면 위험 부담 또한 배로 커지기 때문이다.
"아직 모르는 일이 아니던가?"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신중하라는 거야. 네 입으로 말했잖아. 처음에는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이국의 과자에 익숙치 않을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무작정 사업 규모만 키우면 어떻게 해?"
선우는 타박하듯 말하였다.
".................."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두 여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