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8화 〉 659.잊은 것인가? 본녀는 황족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요랑, 안색이 좋지 않다."
능소화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뾰루퉁한 요랑의 모습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선우가....혼냈어."
요랑은 서운하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선우가 별안간 그대를 왜 혼내었는가?"
능소화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싫어서 그런거야!"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실상은 그게 아니었지만
감정이 고조된 그녀는 느끼는 그대로를 내뱉었다.
선우가 자신이 싫어서 타박을 하였다고 말이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요랑. 그대의 착각이다."
능소화는 그녀에게 타이르듯이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그럴 리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내가 싫은 게 분명해! 내 편도 안들어주고! 성질만 부렸다고!"
요랑은 선우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을 이었다.
선우가 공감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앙심이 남아있는 듯 하였다.
"요랑."
능소화는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차분히 어조로 그녀를 불렀다.
"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정인을 핍박하는 무도한 남자가 아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오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능소화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러니 말해다오. 어째서 선우가 그대를 혼내었는지 말이다."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사실은......"
능소화의 거듭되는 질문에 요랑은 천천히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일을 하기 싫었던 일.
수입 과자로 인해 월봉을 매달 탕진하는 일.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선우에게 조언을 구했던 일.
선우에게 사치라며 혼났던 일 등
선우에게 혼나기 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전부 설명해주었다.
"흐으음."
능소화는 그런 요랑의 말을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경청하였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렇게....된거야."
이내 요랑은 모든 말을 끝마쳤다.
사정 설명을 완료한 것이다.
슬쩍
요랑은 슬며시 시선을 돌려 능소화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내뱉을 지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본녀가 생각하기엔....."
그때 능소화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요랑은 그녀의 입술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대가 서운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능소화의 말을 들은 요랑은 반색하며 되물었다.
그녀가 편을 들어줄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사치도 않는 그대에게 과자란 무척이나 소중한 가치가 아니겠는가? 그런 것을 이해하지 않은 채 사치라고 몰아세웠다면 이는 선우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후에에에엥......소화야아아아아!"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능소화에게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말이다.
포옥
이내 요랑은 능소화의 품안에 그대로 안겨들었다.
그다음 능소화의 풍만한 가슴에 그대로 얼굴을 파묻었다.
쓰담 쓰담
"그래......그래....네가 서운하였구나...요랑."
능소화는 요랑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부비 부비
요랑은 그런 능소화의 쓰다듬을 느끼며 얼굴을 더욱더 깊게 파묻었다.
"나....완전.....서운했어어어.."
이내 요랑은 능소화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서운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선우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응?"
순간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무릅 돈이란 노동을 통해 얻는 법. 그런데 돈을 아무런 댓가없이 얻으려고 하는 것 자체는 무척이나 위험한 사상이니라."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화는 내 편이 아니었어?"
요랑은 황망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한 편이라고 여겼던 능소화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듯하였다.
"당연하지 않은 가, 본녀는 요랑의 편이다. 요랑이 서운한 것 또한 이해하고 있느니라."
"근데 왜 위험한 사상이라고하는거야? 일 안하고 돈이 들어오면 좋잖아?"
요랑은 모르겠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일을 하지 않고 돈이 들어온다면 물론 좋을 것이다. 일에 몰두할 시간에 다른 즐거운 일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이론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어째서?"
요랑은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돈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고 약속한 재화이다. 그리고 그 재화는 수많은 것들을 대체할 수 있다. 닭고기를 대체할 수도 있었고 생선을 대체할 수도 있으며 귀금속이나 장신구 또는 의복은 물론 심지어 노동력조차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
능소화는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하였다.
돈이란 모두가 가치있다고 판단한 재화이다.
그렇게 중요한 재화를 어떤 누가 그대에게 쉽사리 내어주겠는가?
생선을 제공해 주는 것도
고기를 제공해 주는 것도
귀금속을 제공해주는 것도
장신구를 제공해주는 것도
의복을 제공해주는 것도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만약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하지 않는 자들에게 돈을 마구 쥐여준다면 돈의 가치는 급락할 것이고 누구도 일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쥐게 될텐데 뭣하러 열심히 일한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게 나쁜거야?"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물론 나쁘다."
"왜에에에?"
"생각을 해보거라. 요랑. 집을 지어주는 목수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 집을 대충 짓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만약 부실공사로 인해 집이 폭삭 가라앉아 무너지게 된다면? 우리는 목숨마저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
능소화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요리를 만드는 숙수가 만약 요리를 대충 만든다면 먹는 것조차 역겨울 정도로 대충 만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우우우...그건 싫어어어.."
요랑은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상상만해도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의원이 진료를 대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희생자가 생기게 될 것이다. 아니 애초에 누가 의원을 하고 싶어하겠는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돈이 쥐여쥐는데 하루종일 피고름과 종기를 짜고 다른 이의 죽음을 셀 수도 없이 바라만 봐야하는 의원을 뭣하러 하겠는가?"
능소화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랑은 이내 수긍을 하였다.
자신같아도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돈이 그냥 쥐여쥐는데 뭣하러 힘든 일을 찾아서 한다는 말인가
부질 없기 짝이 없는 일을 말이다.
"무기를 생산하는 야장들이 무기를 대충 만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무기의 품질은 현저히 저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국방력 또한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국방력이 낮아진다면 나라는 외세의 침략을 받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수많은 백성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
"돈은 귀하기에 돈인 것이다. 그런 돈을 아무런 노력없이 아무런 노동도 없이 얻으려는 생각자체는 무척이나 위험한 사상인 것이다."
능소화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돈은 정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에 걸맞는 노력과 노동이 수반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대의 사상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 돈을 쉽게보는 이는 돈을 쉽게 잃는 법이리라"
능소화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건 그대의 자유이고 모두가 바라는 이상이기에 본녀는 타박하지 않는다. 그대가 월봉의 대부분을 과자 수입에 쓰는 것 또한 개의치 않는다. 그 또한 그대의 자유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며 어리광을 피우는 건 단호히 말리고 싶구나. 어떤 일이든 실천이 없다면 그저 꿈만 꾸는 몽상가에 지나지 않을테니 말이다."
능소화는 단호한 눈빛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노력.."
"그렇다, 노력. 그대가 과자를 수입하는 액수를 반절로 줄인다면 그 돈으로 상단에 투자를 하던가. 아니면 꾸준히 저축을 하여 훗날 작은 점포를 개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그대도 경제적 자유를 이룩할 수 있게될 것이다."
능소화는 불꽃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
능소화의 일장연설을 들은 요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구구절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득되었고 납득하였으며 이해가 되었다.
요랑은 깨달았다.
자신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저 징징대기만 했다는 것을 말이다.
"선우의 생각 또한 본녀와 같을 것이다. 감정이 고조되어 그대를 타박하긴 하였지만 그 또한 제대로 된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는 영리한 남자이니 말이다."
능소화는 그런 요랑을 내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진짜...그런 걸까?"
"당연하지 않은가? 선우는 영리한 남자다. 본녀가 아는 걸 그가 모를 리 만무하지 않은가? 거칠긴 하지만 말의 핵심을 짚어보면 언제나 맞는 말만하는 남자가 바로 선우이다. 그대는 선우를 의심치 말라."
능소화는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놔줘어."
그러더니 이내 천천히 능소화의 품 안에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천천히 몸을 돌려 선우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선우야아아.......미안해에에......내가....억지를 부렸어어어."
요랑은 선우를 바라보며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나도 말이......심했어.."
선우 또한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능소화의 말을 들으며 그 또한 반성을 하였다.
식도락食道樂은 요랑이 추구하는 인간사에서 유일하게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일이었다.
그런 소중한 것을 쓸데없다며 무시한 건 명백한 잘못이었다.
그렇기에 사과를 하였다.
말을 함부로 하여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것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후에에엥...선우야아아."
선우의 사과를 들은 요랑은 다시금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선우에게 걸어가 그대로 그에게 안겼다.
"후에에에엥.....선우야아....억지..부려서....미안해...."
요랑은 선우의 품안에 눈물을 잔뜩 묻히며 울고 또 울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던 설움이 한순간에 해소가 된 까닭이었다.
쓰담 쓰담 쓰담
선우는 그런 요랑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요랑은 선우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그저 울고 또 울었다.
과잉된 감정이 모두 해소가 될 때까지 말이다.
능소화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선우와 좋아하는 요랑이 화해를 한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이내 방안에는 훈훈한 훈풍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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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이내 요랑이 선우의 가슴팍에서 천천히 얼굴을 떼어내었다.
울만큼 울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다 울었어?"
"......응."
요랑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렸다.
울만큼 울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안울어도 돼?"
"안울어도 돼."
요랑은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치며 입을 떼었다.
"더 울어도 되는데?"
"......이제 안울어..나..일할거야."
요랑은 별빛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일?"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소화...말대로..열심히 일해서...투자를 하던가...아니면....작은 점포를 내서....경제적 자유를 이룩할거야!"
요랑은 결연한 의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선언하듯 말하였다.
씨익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흐뭇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너무나 기특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살짝 도와줘야겠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저 기특한 요랑을 위한 상으로 그녀가 경제적 자유를 이룩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고
물론 티나지 않게 살짝 도와줘야겠지만 말이다.
"흐음......요랑."
그때 뒤편에 있던 능소화가 요랑을 불렀다.
"왜에?"
능소화의 부름에 요랑은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경제적 자유를 이룩하는 일.....본녀가 살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렇다. 결국 경제적 자유를 이룩하기 위해선 돈을 아껴야하는 것이 아니던가? 또한 그 절약한 돈을 불려야하는 것이 아니던가?'
"맞아! 맞아!"
요랑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 끄덕하며 맞장구를 쳤다.
"본녀의 배경을 이용하면 모두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도다."
"소화의 배경!?"
"잊은 것인가? 본녀는 황족이다."
"황족!"
능소화의 말을 들은 요랑은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잊었던 사실을 깨달은 사람처럼 말이다.
"어떻게 도와줄건데!?!?!"
요랑은 기대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에 대한 기대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