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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57화 (658/1,419)

〈 657화 〉 658. 경제적 자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일을 하지 않고 어찌 돈을 번다는 말인가

그것도 은자 이백냥이라는 거금을 말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은자 이백냥은 대충 원화로 따지면 이천만원이나 다름없는 액수였다.

그런 거액을 불로소득으로 얻고 싶다니

이건 대체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왜 말이 안돼?"

요랑은 모르겠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아무 일도 안했는데 그런 큰돈이 꾸준히 생길 리 만무하잖아. 돈이라는 건 노동의 대가야. 노동이 없다면 돈도 없는 거라고."

선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는 일도 안하고 맨날 교미만 하는데 당가에서 제일 부자잖아?"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요랑에게 평소 자신이 어떻게 비춰졌을 지 생각하니

괜스레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저년!'

그리고 이내 부아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말이 딱히 틀리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미리 벌어둔게 있으니까 그런거고."

선우는 나름의 변명을 하였다.

선우는 과거 용봉들로부터 뜯어낸 돈과 금철방으로부터 뜯어낸 돈

그리고 능소화에게 받은 묘안석 등

현재 선우는 어마어마한 거액을 손에 쥐고 있는 상태였다.

당가에 굳이 의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다.

어찌보면 요랑이 꿈에 마지 않는 황금백수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너처럼 미리 벌어두고 싶어. 그리고 너처럼 일안하고 놀고 먹으며서 마음대로 살래!"

요랑은 별처럼 반짝거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선우의 돈많은 한량 같은 삶에 대한 동경심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이거..참..'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요랑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때문이었다.

'경제적 자유라니....'

그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바로 경제적 자유였으니 말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음에도 풍족하게 누릴 수 있는 돈이 갖춰진다니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우 또한 직장 생활을 하며 언제나 경제적인 자유를 꿈꿨었다.

달에 200도 안되는 돈을 받으면서 열심히 청약도 들고 적금도 들고 주식으로 재테크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제적 자유는 요원하기만 하였다.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재테크로 불려보아도

푼돈정도 밖에 모이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런 선우였기에 함부로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무림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절세무공을 익혔다는 배경이 아니었다면

자신 또한 돈에 쪼들린 채 경제적 자유라는 몽상만 꿈꿨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중원에는 주식있겠는가 아니면 은행 이자가 있겠는가

투자라는 개념이 있긴 하였지만 문외한인 자신이 직접적으로 조언을 해줄만한 말따위는 전혀 없었다.

이런 분야는 오히려 금적화쪽이 더욱더 상세히 알고 있으리라

"요랑, 무릅 사람이란 먹고 자고 일하고를 반복하며 살아있음을 체감하는 거야. 노동에서 해방된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거지."

선우는 개소리를 내뱉었다.

세상에 노동에서 해방되는게 싫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좋아하는 일만하며 살 수 있다면 고통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게 들리기에 요랑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괜찮아. 노동 같은 건 필요없어."

그때 요랑이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말문이 막혔다.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맞받아칠 줄을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생각해보니 영물도 포함되는 말이야."

"선우야아아아."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해맑게 웃으며 입을 떼었다.

"말같지 않은 소리는 왜 하는거야?"

그녀는 모르겠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

"그리고 노동을 함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낀다니...그건 그냥 부려먹기 편하려고 적당히 지어낸 말이잖아? "

'......생각보다..똑똑하다.'

선우는 몸을 흠칫 떨었다.

요랑이 상상이상으로 똑똑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감언이설은 됐으니까.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요랑은 볼을 잔뜩 부풀리며 입을 떼었다.

"나도 몰라."

선우는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괜스레 쪽팔린다고 어설프게 알려줬다간 대형사고를 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왜 몰라!? 그렇게 부잔데!?"

요랑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어찌보면...대다수가..운이 좋았던 거라..."

선우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지금껏 떼돈을 벌었던 것은 운적인 요소가 강하였다.

우연히 용봉들과 마주치게 되었으며 그들에게 돈을 뜯어낼 수 있게 되었다.

우연히 황보세가를 족치러가는 김에 그곳에 있는 금철방을 조질 수 있었고 위약금을 물어올 수 있었다.

우연히 북해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능소화와 북궁연을 만나 묘안석으로 얻을 기회를 잡게 되었다.

전부 의도치 않은 것들 투성인 것이다.

그런 자신이 무슨 조언을 해주겠는가

"......뭐야.."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축 늘어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기대했던 대답이 나오지 않자 실망을 한 탓이었다.

선우는 그런 요랑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딱히 잘못한 건 없었지만 기운이 빠진 그녀의 모습을 보니 내심 신경이 쓰인 까닭이었다.

"너무 실망하지마. 그래도 너한텐 직장이 있잖아. 여유를 가지고 모으다보면 분명 경제적 자유를 이룩할 수 있을거야."

선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듯 위로를 하기 시작하였다.

울적해진 그녀의 기분을 달래줄 심산이었다.

".....무리인걸."

요랑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으며 입을 떼었다.

"무리라고?"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난 돈을 모을 수 없어."

"왜?"

"전부....써버리거든."

요랑은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 많은 걸.....다?"

"....응."

"전부?"

"...응"

"한푼도 남기 없이?"

"....응."

"아니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쓰는데!?"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은자 200냥이나 되는 돈을 어디에 쓰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월병과 당과를 몇 달치를 한꺼번에 사도 다 못쓸 돈이 바로 은자 이백냥이었다.

그런데 대체 그런 거액을 어디에 사용한다는 말인가

"......여자는 이런저런 곳에 쓸 때가 많단 말이야!"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나름의 항변이었다.

"거짓말!"

선우는 그녀의 항변을 곧바로 부정하였다.

여자가 돈이 들어가는 곳이 많은 것은 맞지만

요랑은 해당사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신이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것처럼 아름다운 요랑이었다.

그런 그녀가 화장을 할 리 만무하였다.

또한 거적데기만 입어도 빛이나는 몸태를 가지고 있는 요랑이었다.

그런 그녀가 옷을 살 리 만무하였다.

특유의 살내음이 달콤하다 못해 중독적이기까지 한 요랑이었다.

그런 그녀가 향낭을 구입할 리 만무하였다.

귀금속이나 보석 같은 거 따윈 돌덩이나 다름없게 여기는 요랑이었다.

그런 그녀가 사치품을 살 리 만무하였다.

요랑은 여느 여자들과 달리 어디에도 돈을 쓸 구석이 없었다.

꾸미기 위해 노력하는 여자들과 달리 타고난 미모로 모든 걸 씹어먹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생태 교란종처럼 말이다.

그런데 무슨 말같지 않은 핑계를 댄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바른대로 말해. 대체 어디다 돈을 쓰는거야?"

선우는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리고 선우의 물음에 요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내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오랜 침묵이 지속되었을까

".......과자."

이내 요랑이 개미가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과자?"

선우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응.....과자 사먹었어."

요랑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돈을 써버리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말도 안돼!"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은자 이백냥은 원화로 환산하면 이천만원이 넘는 거금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큰돈을 전부 과자를 사먹는데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요랑이 대식가라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진짠데.."

요랑은 우물거리며 입을 떼었다.

"아니 대체 당과랑 월병을 얼마나 먹었길래 그 많은 돈을 다 쓴거야!?"

".......당과랑 월병 때문에 그런 건 아니야...."

"그럼 다른 과자라도 먹었다는 거야?"

"응.."

"무슨 과자?"

"사실....이국으로 떠나는 연맹 상단에 부탁해서 과자를 수입해달라고 했거든...."

"과자를 수입해달라고 했다고!?""

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당과랑 월병만 먹으니까.....질리기도 하고.....다른 나라는 무슨 과자를 먹을까....궁금하기도해서....헤헤헤...."

요랑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니, 기껏해야 과자 수입해오는 건데 뭔 돈이 그렇게 많이들어!?"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과자 수입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데!"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이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완전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완벽한 밀폐가 필요하단 말이야! 그리고 온도 유지도 필수고! 그게 전부 다 돈이라고 돈! 게다가 소량 매입은 밀봉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무조건 대량으로 매입해야한단 말이야! 그렇게 되면 자연히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고 짐마차가 하나 더 필요해! 종국에는 마차값까지 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요랑은 선우를 바라보며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수입 과자의 매입에 대한 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아니 그냥 당과랑 월병만 먹으면 되잖아!?"

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반문하였다.

"안돼! 나는 이제 수입 과자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고!"

요랑은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수입 과자의 존재를 몰랐을 땐

그저 당과와 월병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느꼈던 그녀였다.

하지만 수입 과자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부터는

도저히 당과와 월병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럼 조금만 처먹던가!"

"대량 매입이 아니면 제대로 밀봉해주지 않는단 말이야!"

"그럼 먹지마!"

"싫어!"

"있는 거 먹으면 되지! 무슨 낭비를 그렇게 하는거야!"

"식도락食道樂이란 말도 몰라? 두루 맛봐야 비로소 즐거운 거라고!"

"그거야 형편되는 사람만 그렇게 하는거지!"

"나도 형편 되거든!?"

"그럼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고 징징대지 말던가!"

"일은 하기 싫단 말이야"

"이런 이기적인 요물을 봤나!"

선우는 과소비에 중독된 주제에 일을 때려치고 불로소득을 원하는 요랑이 마땅치 않았다.

어찌 요행만 바라며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이기적이라니! 세상에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딨어!"

요랑은 일을 하기 싫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선우가 야속하였다.

억지를 부리든

떼를 쓰든

일단 이해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야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 이렇게 격하게 언성을 높인단 말인가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싸움이 지속되었을까

"너랑 말안해!"

요랑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선우와는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말안해!"

선우 또한 그녀에 맞춰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이내 두 사람 사이에는 온도가 급격히 차가워지기 시작하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서로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냉전을 유지했을까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처소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지?'

그 소리를 들은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안간 누가 방문했는지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십니까?"

선우는 무척이나 점잖게 입을 떼었다.

"본녀다."

그러자 문 밖에서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화!?"

바로 능소화의 목소리였다.

"그렇다, 들어가도 되겠는가?"

"어, 괜찮아, 들어와."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곧바로 수락을 하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절할 이유가 따윈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끼이이이익

선우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리더니

마치 고대 여신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현 황제의 손녀이자 군주의 자리에 앉아있는 여인

경화군주, 능소화였다.

"오오.....요랑도 이곳에 있던 것인가"

방안으로 들어온 능소화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요랑을 아는 체 하였다.

유난히 요랑에게 호의적인 그녀였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안녕."

하지만 그녀의 반가운 인사에 불구하고 요랑은 불퉁하게 답을 하였다.

선우와의 냉전으로 뿔이 잔뜩 났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 있는 것인가? 요랑. 안색이 좋지 않도다."

능소화는 그런 요랑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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