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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50화 (651/1,419)

〈 650화 〉 651. 위협을 베는 검, 호검護劍

"이게...대체..어떻게.."

옥령은 베인 곳 하나 없는 몸뚱이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분명 베어졌다.

선우가 휘두른 검에 의해서 말이다.

그런데 베인 자국하나 없었다.

어찌 이런 기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베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호검護劍이 베는 건 위협이지. 지켜야할 대상이 아니야."

"........검이 벨 대상을 가린다는 건가요?"

"맞아."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호검護劍은 배고 싶은 걸 벨 뿐 그외에는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아."

".......믿기지가 않아요."

옥령은 황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좀처럼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에는 눈이 없다.

검이라고 불리우는 흉기의 위험성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검은 날카롭다.

그리고 사용법 또한 너무나 간단하다.

그저 휘두르면 되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조심해야한다.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면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마저 상처입힐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선우의 호검護劍은 그런 개념을 완전히 깨버렸다.

베었음에도 베지 않는 검이라니

어찌 이런 개념의 검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개념이었다.

"나도 기분이 이상해."

선우는 손에 쥐고 있는 호검護劍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스스로 세운 마음의 검이었지만 도저히 믿기지않는 효용이었다.

베었지만 베지 않는 검이라니

순리를 거스른 불합리에 가까운 힘이 아니던가

살검에게서 느꼈던 불합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리 싫은 느낌은 아니야."

싱숭생숭하긴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확신이 들었다.

호검護劍이라면

위협을 베어버리는 이 검이라면

그 어떠한 불합리라해도 베어버릴 수 있다는 확신이 말이다.

"저도 기뻐요. 선우."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맑게 웃으며 입을 떼었다.

그녀는 걱정을 했었다.

살검殺劍의 마력이 선우를 그대로 집어삼키게 될까봐 말이다.

거악방을 멸문시킨 전적이 있는 옥령은

과거 수많은 사마외도와 마주친 경험이 있었다.

그들의 대다수는 마공에 의해 타락한 이들이었지만

개중에는 살의에 잡아먹혀버린 타락한 협사출신의 무인들도 존재를 하였다.

살의에 중독되어 살인으로 밖에 쾌감을 얻지 못하는 쾌락살인마들.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린 가여운 존재들.

그런 이들을 마주친 옥령이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선우가 살의에 잡아먹히게 될까봐.

마음이 꺾이게 될까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될까봐.

살인으로 밖에 쾌락을 얻지못하는 쾌락 살인마로 전락해버릴까봐 말이다.

그런데 선우는 살의를 완전히 지배하에 두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살검이 아닌 또다른 검마저 손에 넣게 되었다.

베지 않는 검, 호검護劍을 말이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챙그랑

옥령은 베어져버린 검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와락

"저는...선우가....해낼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그다음 양팔을 크게 벌린 뒤 선우를 껴안았다.

"고마워....믿고 기다려줘서."

꼬오옥

선우는 그런 옥령을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입을 떼었다.

자신이 대한 걱정으로 잠 못이뤘을 그녀에 대한 연민과

끝까지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그녀에 대한 사랑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에요."

부비 부비

옥령은 선우의 넓다란 가슴팍에 머리를 부비며 말을 이었다.

"네겐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겐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이 되었어."

선우는 그런 옥령은 더욱더 강하게 껴안은 채 입을 떼었다.

"사랑해."

선우는 애틋한 눈빛으로 옥령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저도요...선우."

옥령 또한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이내 두 연인은 더욱더 애틋하게 서로를 껴안았다.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선우가 천천히 몸을 떼어내었다.

"옥령."

그리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옥령을 불렀다.

".....말씀하세요."

"슬슬 들어갈까?"

".......지금이요?"

"응, 씻기도 해야할 것 같고.....오늘따라..더 예뻐보여서 말이야."

"......네에."

옥령은 능금처럼 얼굴을 붉히며 답을 하였다.

선우의 의도를 깨달은 까닭이었다.

스르륵

선우는 그녀의 가녀린 섬섬옥수를 부드럽게 쥐었다.

그다음 그녀를 이끌기 시작하였다.

처소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옥령은 선우가 이끄는대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이내 두 연인의 신형이 연무장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

"끝났어어어어!!!!"

요랑은 마지막 서류에 결재도장을 찍은 후 함성을 내질렀다.

이번 달에 처리해야할 월말정산을 모두 끝마친 까닭이었다.

"흐으윽...드디어.."

".....끝..끝이다.."

".....잘거야....잔다음...동파육...먹을거야...그리고..다시 잘거야.."

요랑의 함성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여오기 시작하였다.

월말정산에 혼이 빠져버린 재경각원들이었다.

며칠동안이나 밤새워가면 일한 반동이 찾아온듯 하였다.

"모두.......수고....하셨어요.."

그때 한쪽 구석퉁이에서 궹한 눈빛을 한 채 앉아있던 금적화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그들을 축하해주었다.

월말 정산을 마무리한 것에 대한 축하였다.

"부각주...님도..고생하였습니다.."

"고생하셨어요...부각주님.."

그러자 다른 재경각원들 또한 금적화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기 시작하였다.

"내가 제일 고생했잖아!!!!!!"

그때 중앙에 위치한 책상에 앉아있던 요랑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미친듯이 고생한 자신이 아닌 부각주인 금적화에게 수고인사를 건네니

배알이 꼴린 까닭이었다.

"각..각주님..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각주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요랑의 고함을 들은 재경각원들은 재빨리 그녀에게 수고인사를 건네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됐어! 이제와서 입발린 소리해봤자 하나도 안기뻐!"

요랑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질렀다.

엎드려서 절을 받아봤자 하나도 기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두...업보예요. 요랑님."

금적화는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업보라니!"

요랑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월말정산 내내 도망다녔잖아!"

금적화는 울분에 찬듯한 시선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도망다니던 요랑을 잡으러다녔던 기억이 머릿속에 새록새록 피어났기 때문이었다.

요랑은 월말정산 내내 빠르게 도주를 택하였다.

선우와 놀고 싶다는 그녀의 의지였다.

그리고 재경각원들은 그런 그녀를 잡기 위해 팔자에도 없던 술래잡기를 강제로 하게 되었다.

언제나 어떻게 도망갈지 몰라 항상 예의주시하면

도망을 쳤을 경우 최적의 경로로 그녀를 잡기위해 흩어졌던 것이다.

요랑은 사실상 사흘이면 끝났을 월말정산을 열흘로 늘려버린 주범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축하한다는 말이 곱게 나올 리 만무하였다.

"그래도 열심히 일했잖아!"

"세시진 전에도 도망가려고 각 재고 있던 거 모를 것 같나요?"

금적화는 도끼눈을 뜨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언제!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요랑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측간에 간다면서 재경각 밖으로 나가는 건 왜 그런건데요! "

"재경각 쪽 측간은 더럽단 말이야!"

"그런 거 따지는 분 아니잖아요!"

"네가 날 알아? 날 아냐고?"

"제가 요랑님이랑 일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어요! 그런 제가 요랑님의 마음도 모를까봐요?"

금적화는 지지않겠다는듯이 언성을 높였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단 말도 몰라?"

"요랑님은 해당사항이 없어요!"

"이이이이이익!"

요랑과 금적화는 언성을 오가며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월말 정산으로 쌓였던 울분을 여기서 털어내는듯하였다.

척 척 척

재경각원들은 그런 그들의 싸움을 무시한 채 각자의 짐을 싸며 퇴근할 준비를 하였다.

월말정산이 끝나면 연례행사처럼 싸우던 두 사람이었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광경인 것이다.

이내 그들은 인사도 없이 빠르게 퇴근하였다.

괜히 곁에 있다 불똥이 튀는 것은 사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재경각 안에는 두 여인만이 남게 되었다.

"관둘거야! 재경각주 관둘거라고! 난 황금백수가 될거야!"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재경각주를 그만두면 곤란하실텐데요?"

"곤란할게 뭐 있겠어?"

"요즘 씀씀이가 커지시지 않으셨나요? 그거 전부 감당하려면 힘들텐데요?"

버는 족족 간식을 사먹는 요랑이었다.

기존에는 월봉의 반의 반정도만 써도 배가터질 정도로 간식을 먹을 수 있었던 그녀였지만

요즘은 그 씀씀이가 비교도 안될 커진터라 만약 일을 관둔다면 감당이 안될 것이다.

"...........아닌데."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시치미를 떼며 말을 이었다.

"거짓말 하지마세요. 요즘 물건너온 과자를 전부 손대고 있다면서요? 그거 전부 감당하시려면 재경각주의 월봉으로도 부족할텐데요?"

금적화는 날카롭게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요랑은 요즘 전세계에 있는 모든 과자를 먹겠다고 다짐한 것인지

월봉의 대부분을 과자 무역에 소모하고 있었다.

중원과 거래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과자들을 사먹기 시작한 것이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월봉으로 전병이나 당과를 배터지게 먹는 게 주요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월봉이 쌓이고 또 쌓이다보니 뭔가 색다른걸 하고 싶어졌다.

열심히 일하는 스스로에 대한 보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선택한 것이 이국의 과자였다.

다소 비싸긴 했지만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처음 이국의 과자를 맛본 요랑은 혁신적인 맛에 혀를 내둘렀다.

중원의 과자들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낀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요랑은 이국의 모든 과자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월봉의 대부분을 이국의 과자를 수입하는데 쓰고 있었다.

강을 건너온 과자도 먹었고

사막에서 건너온 과자도 먹었으며

바다를 건너온 과자도 먹었다.

그리고 행복을 느꼈다.

세상은 넓고 먹은 건 많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요랑은 금적화의 말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취미가 되어버린 과자무역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였고

자신이 돈이 나올 구멍은 재경각주의 월봉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보니 저번달치 월봉도 가불하지 않았던가요?

"..........."

"돈을 받고 일은 안한다라.......선우님이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네요."

금적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선우한테는 말하지마!"

요랑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다급히 말을 내뱉었다.

선우에게는 알려져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상 어떤 여자가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여주고 싶겠는가

게다가 선우의 꼬장꼬장한 성격상 자신을 크게 혼낼게 분명하였다.

들켜선 안되었다.

절대로 말이다.

"그럼 월말정산 때 도망좀 가지마세요! 한달내내 놀다가 월말정산때만 고생하면서 왜 그렇게 비협조적인건데요!"

"하지만 선우가 왔잖아!"

요랑은 억울하다는듯 항변을 하였다.

"관계 없어요! 선우님이 오든 말든 일은 끝마치라구요!"

"너 나빠!"

"요랑님이 더 나빠요!"

이내 재경각에는 두 여인의 고함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

"금적화 나빠."

요랑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결국 금적화의 말싸움에서 패배해버렸다.

맞는 말만하는 그녀를 도저히 이길 수 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진짜 돈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관두었다."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짜증을 내었다.

전부 돈이 문제였다.

돈이라는 재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뒤부터

요랑은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돈이 얼마나 편리하고

돈이 얼마나 유용하고

돈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충분히 인지하였기 때문이었다.

돈이라는 인질이 있기에 일이 더러워도 관둘 수가 없었다.

"어디 눈먼 돈이라도 없을까?"

요랑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에 빠져들었다.

모든 인간들의 꿈인 불로소득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당진설처럼 횡령을 할까?'

그녀는 꽤나 질이 나쁜 방법까지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나쁜 생각을 지웠다.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간 선우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 같았다.

게다가 자신의 횡령으로 인해 당가의 다른 이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원치않았다.

피해를 입히기엔 당가의 모든 이들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아...어디 돈나올 구멍 없을까......"

요랑은 한숨이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불로소득으로 먹고 사는 황금백수가 되기 위해선

일확천금이 필요하였다.

아무리 써도 모자르지 않을만큼 거대한 재화가 말이다.

하지만 그런 재화를 얻을 방도가 있을 리 만무하였다.

자신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이 아니던가

'선우한테 물어봐야겠다.'

그녀는 선우를 찾아가기로 결심하였다.

아무래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단 선우에게 물어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총 총 총

요랑은 선우의 처소로 총총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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