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9화 〉 650. 새로운 검을 세우다.
연무장
"어쩐 일로 부르신건가요?"
새하얀 백의를 입고 있는 절세미녀, 옥령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른 선우의 저의가 궁금한 까닭이었다.
"보여줄게 있어서."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보여줄 거요?"
옥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보여줄 게 무엇인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휘리리릭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는 허리에 감싸고 있는 용미연검을 풀어헤쳤다.
그다음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여 내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낭창하게 뻗어있던 용미연검이 직선으로 뻣뻣하게 뻗어지기 시작하였다.
"살..살기가!?"
그 모습을 본 옥령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본디 선우는 살검殺劍의 영향으로 검을 든 채 내력을 운용하면 살기를 흩뿌렸다.
그런데 그런 살기가 완전히 해소되어있었다.
당혹스럽지 않을 리 만무한 것이다.
".......살검殺劍을 버리신건가요?"
옥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살기들을 전부 해소 시킨 게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바로 살검을 버린 것이었다.
"조금 다른 방향성을 갖게 되었어."
"다른 방향성이요?"
옥령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이 말이다.
"잘봐."
말을 마친 선우는 천천히 용미연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살법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러자 어마어마한 크기의 살기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으으으윽!"
그 살기에 노출된 옥령은 옅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농밀하기 그지없는 살기에 어마어마한 압박을 느낀 까닭이었다.
이내 선우는 다시금 살법을 운용하였다.
그러자 몸 주위에서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던 살기들이
선우가 치켜든 용미연검으로 빠르게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하얀 검신을 자랑하던 용미연검이 칠흑과 같은 묵빛으로 물들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묵빛의 검은 흉포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풍기며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살검殺劍."
옥령은 긴장 어린 시선으로 묵빛의 검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스르릉
그리고는 곧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선우가 또다시 살의에 휩싸일 때를 대비할 심산이었다.
"긴장할 것 없어. 옥령."
선우는 그런 옥령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하였다.
"어......어떻게!?"
그 모습을 본 옥령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흉악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살기를 맹렬하게 뿜어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여유롭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전처럼 살의에 잠식된 모습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대체 어찌 저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살기를 지배할 수 있게 됐거든"
그녀의 물음에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살기를......지배한다구요!?"
옥령은 여전히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응, 사실은 말이야......"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옥령을 바라보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살기에 잠식되지 않을 방법을 찾기 위해
포로로 잡고 있었던 살혼을 찾아 간 일.
살혼에게 협박하여 그의 살법을 뜯어낸 일.
살법을 이용하여 살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 일 등
모든 사정을 남김없이 그녀에게 공유해주었다.
"그...그런.."
그리고 선우의 모든 사정을 들은 옥령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가 그런 농밀하기 그지없는 살기의 덩어리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살기는 정신을 좀 먹고 무인을 타락시키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그런 위험한 기운들을 완전히 굴종시켜버릴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면........위험 부담없이...살검殺劍을 쓸 수 있게 된 건가요?"
옥령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아마 그럴거야. 아직까지는 살기가 잠식되는 느낌 같은게 전혀 없으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살검殺劍을 발현했음에도
살기에 잠식되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살법에 의해 살기가 굴복시킨 게 큰 요인인듯 싶었다.
"믿기지가 않아요."
옥령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분명 위태로운 느낌이 가득했던 선우였다.
언제고 무너질지 모를 모래성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견고하기 짝이 없는 성벽과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안정적이고 견고하여 되려 믿음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믿기지가 않았다.
며칠새 달라진 그의 모습이 말이다.
살기를 되려 지배해버리다니 말이다.
"더 이상 살기에 잡아먹힐 일은 없을거야."
선우는 그런 옥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선우."
"미안해....걱정 많이 하게 만들었지?"
선우는 옥령에게 사과를 하였다.
자신 때문에 마음을 졸였을 그녀에게 말이다.
"아니에요......저는.....선우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답니다."
옥령은 신뢰가 가득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한점의 의심도 보이지 않았다
"............"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가슴 깊은 곳에서 충만함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눈빛에서 전폭적인 신뢰가 느껴진 까닭이었다.
남자란 본디 인정의 동물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인정하고 신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족감과 충만함을 느끼며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동물 말이다.
선우는 지금 행복하였다.
옥령이라는 사랑스러운 여자가 자신을 인정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었다.
사랑스러웠다.
자신을 인정해준 이 여자가
사랑스러웠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을 신뢰하는 이 여자가 말이다.
이 여자를 지키고 싶었다.
그 어떤 풍파가 몰아친다해도 이 여자만큼은 지키고 싶은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런 선우의 마음에 반응을 한 것일까
이내 검게 물들어있던 살검殺劍이 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색이 점점 바래지기 시작하였다.
칠흑보다 검었던 묵빛에서
잿가루같은 회색 빛으로
잿가루 같았던 회색 빛에서
눈처럼 새하얀 빛으로
그리고 새하얀 빛으로 변한 검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마치 세상에 모든 빛을 간직하고 있는 태양처럼 말이다.
"선...선우....그게....대체.."
그 모습을 본 옥령은 놀란듯 토끼눈을 떴다.
선우의 검이 모습을 변모하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검에 집약되어있던 거대한 살기에서 살의가 일순간 사라져버렸다.
대신 충만한 생명의 기운만이 검안에 그대로 남게되었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태양처럼 빛나는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빛나고 있는 이 검이 지키고자하는 마음이 유형화된 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이 추구하겠다고 하던 지키는 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키는 검, 호검護劍"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살검殺劍말고 또 다른 검이 생긴 것 같네."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옥령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
"또다른 검이요!?"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살검殺劍과는 느낌이 전혀 달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죽인다는 느낌이 전혀 없어."
선우는 찬란하게 빛나는 검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오직 죽이겠다는 일념이 집약되어있는
살검과는 달랐다.
힘의 크기는 비슷했지만
그 궤를 전혀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돼요."
옥령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심검心劍은 무인이 평생을 추구해야 이룩할 수 있는 최종적인 무의 발현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심검을 두 가지나 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선례가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나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녀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심검이라는 건 무인이 추구해야할 최종적인 무의 발현이었다.
그런 것을 두 가지나 갖게 된 것이다.
이는 주인공보정으로 떡칠했던 이재원조차 이룩하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었다.
"정말....선우는 말도 안되는 사람이군요."
"사실 나도 떨떠름해.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심검心劍을 얻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으니까."
"...........호검護劍은 어떤 검인가요?"
옥령은 궁금하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궁금하였다.
선우가 살기를 거둬내고 새롭게 이룩한 심검에 대해서 말이다.
"지키는 검."
선우는 머릿속에서 생각나는대로 그대로 내뱉었다.
"지키는 검이요?"
"응."
"그게 끝인가요?"
옥령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마땅히 생각 나는 게 그것밖에 없네."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무슨 공능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조차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저 지키기 위한 검이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비무 한 번 해보실래요?"
옥령은 그런 선우에게 비무를 제안하였다.
"비무를?"
"네에, 힘을 시험해보는 편이 낫지 않겠어?"
"위험하지 않을까?"
선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어떠한 공능을 갖추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검이었다.
그렇기에 혹여 그녀가 다칠까 걱정이 되었다.
"괜찮을거예요."
선우의 걱정에 옥령은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가 방금 말하셨잖아요. 지키는 검이라고요."
".........그렇긴하지."
"지키고자하는 의지가 유형화된 검이라면 절 다치게하지 않을 거예요."
옥령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의심 따위는 전혀없는 올곧은 눈빛이었다.
"그리고 알고 계시잖아요. 쉽사리 다칠만큼 연약하지 않다는 걸요."
옥령은 전신에서 투기를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너는 연약한 여자가 아니지."
이내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는 연약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또다시 걱정이 앞선듯 싶었다.
"그럼 부탁할게."
"저야말로 잘부탁해요. 선우."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이내 선우와 옥령이 검을 쥔 채 서로를 마주보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나름의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다.
"탐색전은 필요없겠죠?"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미 한 차레 비무를 통해 선우에 대한 탐색을 마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탐색전을 이어가는 것은 시간낭비나 다름이 없었다.
"전력으로 와."
선우는 찬란한 용미연검을 치켜세우며 말을 이었다.
"얼마든지 받아줄테니까."
선우는 올곧은 시선으로 옥령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저는 자신 넘치는 선우가 정말 좋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옥령은 맑게 웃은 뒤 천천히 검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내력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
그러자 그녀의 몸에 찬란한 빛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찬란한 빛이 검에 전이되어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이룩한 심검.
광검光劍
"선우, 조심하세요. "
타탓
말을 마친 그녀는 발을 한 번 굴렸다.
그러자 그녀의 신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재빨리 기감을 퍼트렸다.
시야에서 사라진 옥령의 위치를 파악할 심산이었다.
'왼쪽'
그리고 곧바로 왼쪽으로 몸을 돌려 검을 휘둘렀다.
옥령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콰쾅
이내 선우의 호검護劍과 옥령의 광검光劍이 맞부딪히며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서로 대치하기 시작하였다.
'단단해.'
선우의 호검護劍과 맞이한 옥령은 첫 인상은 단단함이었다.
호검護劍은 단단하였다.
거력을 가지고 있는 광검光劍이 감히 밀어내지 못 할 만큼 말이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밀릴 정도였다.
'빠져야겠어.'
옥령은 재빨리 뒤로 빠질 준비를 하였다.
이대로 대치를 이어갔다간 그대로 밀릴 게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옥령이 치고빠질 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파스스스스
선우의 호검護劍이 옥령의 광검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니!?'
그 모습을 본 옥령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의지로 발현된 검이 그대로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파스스스스
이내 광검이 완전히 꺾여버렸다.
그리고 선우의 호검護劍이 그대로 옥령의 몸을 베어버렸다.
옥령은 눈을 찔끔 감았다.
곧이어 끔찍한 고통이 온몸에서 엄습해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옥령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다음 베여진 부위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아무런 베인 자국조차 없는 몸뚱이를 말이다.
"아..아니!?"
그 모습을 본 옥령은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일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황망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어때?"
선우의 입가에는만족스러운듯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