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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48화 (649/1,419)

〈 648화 〉 649.살인마 새끼가 인간의 도리를 찾으니까 웃기잖아.

솨아아아아아아

칠흑과도 같은 묵빛의 검에서 살기가 걷히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묵빛의 검이 점점 옅어지더니

점점 색이 바래지기 시작하였다.

칠흑보다 검은 묵빛에서 잿더미 같은 회색 빛으로

잿더미같은 회색 빛에서 눈처럼 새하얀 빛으로

그리고 새하얀 빛의 검날은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마치 태양을 품은 것처럼 말이다.

"............"

살혼은 그 모습을 입을 턱하니 벌린 채 바라보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살기가

수백년 간 살기를 축적해온 자신조차 두려움을 느꼈던

거대한 살기가

그대로 해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살기들이 거둬지고 찬란한 빛의 검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검이었다.

살혼은 의문이 들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식에 벗어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살혼."

그때 그의 귓가에 선우의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말..말씀하십시오."

살혼은 어물거리며 입을 떼었다.

"고맙다."

"네에?"

"덕분에 살 수 있었다."

선우는 살혼에게 정중한 태도로 감사를 표하였다.

그의 외침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그대로 살의에 잡아먹혔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마웠다.

자신을 정신 차릴 수 있게 도와주어서 말이다.

"뭐......별 것 아닙니다."

그리고 그의 감사인사를 들은 살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정중히 사과를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뭐 잘못 처먹었나?'

그가 아는 장선우는 뻔뻔한 새끼였다.

이런 식의 사과를 건네오는 새끼가 아닌 것이다.

"살기를 완전히 통제하게 된 겁니까?"

살혼은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척이나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어떤 것 같아?"

살혼의 물음에 선우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모르겠습니다."

그의 물음에 살혼은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모르겠다.

전혀 알 수 가 없었다.

그에게서 어떠한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끔찍한 살기를 품고 있었던 사실이 허상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알 수 없었다.

살기를 완전히 통제하에 둔 것인지

아니면 살기를 완전히 소멸시켜버린 것인지 말이다.

"알려줄까?"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가르쳐주십시오."

"싫어."

선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살혼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선우가 자신을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상 안펴냐?"

그때 선우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말이다.

움찔

그의 협박 어린 음성에 살혼은 다급히 찌푸렸던 얼굴을 펴버렸다.

짜증은 났지만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마음에 드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제서야 마음에 든다는듯이 말이다.

"살기를 완전히 통제하에 두게 되었냐고 물었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맞아."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살기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어."

"감축드립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살혼은 고개를 숙이며 그를 축하였다.

그가 더욱더 강대해졌다는 사실이 아니꼽긴 하였지만

여기선 비위를 맞추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가르쳐준 살법殺法 덕분이지."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봐."

"그럼 지금은 그 거대한 살기를 억누르고 계신 상태인 겁니까?"

"억누르는 것과는 조금 달라."

"억누르는 것과 다르다?"

살혼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억지로 누르고 있는 게 아니야. 그저 내 의지에 살기가 따른 것 뿐이지."

"의지에....살기가?"

살혼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무슨 개같은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살기를 내뿜고 싶지 않아. 그런 내 의지에 살기가 반응하고 그대로 자취를 감춘 것 뿐이야."

선우는 담담한게 느낀 그대로를 설명해주었다.

현재 선우의 살기는 수족처럼 변해있는 상황이었다.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발을 구르는 것처럼

그저 원하는대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살..살기를......지배하게 되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말도 안됩니다!"

이내 살혼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도저히 말도 안되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제가 가르쳐준 살법은 살기를 억누른 채 강제로 잡아끄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살기를 굴복시키다니요!? 말도 안됩니다!"

살기는 굴복시키는 존재가 아니다.

강압적으로 이끌고 억누르며 통제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살기를 굴복시켜 하수인처럼 부린다는 말인가

"되던데?"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냥 되더라고."

"그렇다면 살기를 다시 내뿜을 수 있는 것입니까?"

살혼의 말을 들은 선우는 용미연검을 치켜들었다.

쇄애애애애애애액

그러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휘몰아치더니 이내 검신이 묵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살기가 검에 집약되고 있는 것이다.

"어때?"

선우는 칠흑보다 검은 묵빛으로 물들어있는 검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괜..괜찮으십니까?"

"보다시피 멀쩡해."

선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어...어찌....."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거대한 살기를 집약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의에 물들어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무척이나 여유로운 상태인 것이다.

"이젠 살기에 잡아먹힐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네."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살혼은 그런 선우를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자신의 상식을 벗어난 선우의 행태가 넋이 나간 까닭이었다.

************

'미친..'

살혼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수백년 간 살법을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굴복시키지 못한 것이 바로 살기였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런 살기를 완전히 굴복시켜 수족처럼 부리고 있었다.

강압적으로 잡아끄는 자신과는 달리 말이다.

욕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자신조차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눈앞에 남자가 이뤘으니 말이다.

"그럼 고생해라."

그때 살혼의 귓가에 선우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화들짝 놀란 살혼은 상념에서 깨어나 선우를 바라보았다.

선우는 어느새 몸을 돌려 바깥으로 향하고 있었다.

"잠..잠깐!"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왜?"

그의 외침에 선우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시험해보다니요!?"

"깨달음이 있었거든"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뭔가 잊으신 거 없으십니까?"

살혼은 슬며시 선우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어찌 보면 자신은 선우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목숨보다 소중한 살법을 내어주어 살기를 다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하였고 그가 살기에 먹히지 않도록 도와주기까지 하였다.

사람새끼라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내어줘야 정상인 것이다.

"잊은거라......."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심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이내 탄성을 내질렀다.

무언가 떠올랐다는듯이 말이다.

'그래, 네가 사람새끼면 그냥 갈 리 없지.'

그 모습을 본 살혼은 히죽거리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좆같은 구속구를 벗어던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이 절로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덥석

그때 갑자기 선우가 허리를 숙이더니 이내 바닥에 떨어져있는 흑건과 재갈을 주워들었다.

"어?"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살혼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딴 걸 별안간 왜 주워든다는 말인가

저벅 저벅

이내 선우는 구속되어있는 살혼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질끈

그리고 흑건으로 그의 양눈을 가린 후 그대로 질끈 묶어버렸다.

"잠...잠깐!"

두 눈이 가려지자 살혼은 다급히 소리를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왜?"

선우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눈가리고 있는데?"

선우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왜 제 눈을 가린다는 말입니까!"

살혼은 답답하다는듯이 언성을 높였다.

"이대로 냅둘순 없잖아?"

"냅둬도 됩니다! 아니 냅둬주십시오!"

"에이, 어떻게 그래, 사람이 같은 장소만 뚫어지게 바라보면 정신병 걸린다더라. 내 작은 배려야."

"같은 장소라뇨!? 지금 절 풀어주지 않겠다는 겁니까!?"

"내가 널 왜 풀어줘!?"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제가 살법을 가르쳐드리지 않았습니까?!"

살혼은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가르쳐줬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게다가 살기에 먹히기 직전에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이런 절 다시 구속한다고요!?"

"응"

선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긍정을 하였다.

"야이 시발놈아! 그건 아니잖아!"

살혼은 언성을 높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저놈의 새끼가 사람새끼라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어찌 생명의 은인을 다시금 구속할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이건 인륜에 어긋나는 짓이었다.

"뭐가 문젠데?"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이 말이다.

"짐승도 은혜를 아는 세상이다! 그런 네놈은 그런 짐승만도 못하다는 것이냐! 내가 아니였으면 네놈은 살기에 잡아먹혀 최악의 살귀로 거듭났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은혜를 입어놓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말이더냐! 이건 인간으로서 도리에 어긋나는 짓이다!"

살혼은 잔뜩 성질을 부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생각하면 할 수록 괘씸하다는 생각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때 선우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무척이나 유쾌하다는듯이 말이다.

"뭐가 그리 웃긴 것이냐!"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살혼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고함을 내질렀다.

웃음을 터트리는 선우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살인마 새끼가 인간의 도리를 찾으니까 웃기잖아."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뭐라!?"

"넌 수백년 동안 셀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 그런 네가 인간의 도리를 입에 담는게 맞다고 생각해?"

선우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살혼은 입을 꾹 다물었다.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발새끼가......정론을....'

완벽한 정론이었다.

애초에 돈때문에 사람이나 죽이는 인간 말종이 인간의 도리를 찾을 자격따윈 존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

"처음부터......이럴 작정이었더냐!"

"맞아."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애초에 풀어주겠다고 한 적이 없었잖아? 왜 혼자 기대하고 혼자 상처받고 혼자 서운해하냐?"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애시당초 약속한 바는 목숨을 살려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풀어주기를 기대하는 걸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이이이이이익!"

살혼은 분한듯 비명를 내질렀다.

터업

선우는 그런 살혼의 비명을 가뿐히 무시한 후

그대로 그의 입을 벌렸다.

재갈을 물려 입을 막을 심산이었다.

"잠깐! 잠깐만! 입은! 입만큼은 풀어다오!"

살혼은 간절하게 애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입만큼은 풀어달라며 말이다.

"지랄하지마.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고."

선우는 그의 입 안에 재갈을 물려 강제로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우우우우웁!"

"반성 잘해라."

선우는 눈과 입이 전부 막혀버린 살혼을 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미련없이 그대로 몸을 돌려버렸다.

저벅 저벅

그다음 고문실 바깥으로 천천히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말이다.

"우우우우우웁!!!!!!!"

그리고 그 발소리를 들은 살혼은 절규하였다.

선우가 고문실 바깥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우우우웁!!!!!"

살혼은 간절함을 달아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 간절함은 재갈에 막혀 선우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우우우우우웁!!!!!!"

그저 틀어막힌 소리만이 고문실 방안을 울릴 뿐이었다.

끼이이이익

그때 그의 귓가에 고문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돼에에에에에!!!!!!!!'

살혼은 절규를 하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절망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두터운 철문이 굉음을 내며 그대로 닫혀버렸다.

밖으로 완전히 나가버린 까닭이었다.

이내 고문실 안쪽에는 절망에 빠진 살혼만이 외로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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