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7화 〉 648. 살법殺法을 운용하다.
"미안해."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생사람을 잡았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살혼은 화가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살혼은 분노하였다.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던가
그런데 그런 자신을 말을 개무시하고
개같은 작열독을 주입시켜 고문을 하였다.
어찌 화가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안하다니까. 난 또 수작 부리는 줄 알았지."
선우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살법에 따라 살기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나도 당황했다고."
"그럼 개새끼야! 어떻게 된건지 방법을 찾아야지! 다짜고짜 독을 주입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거 미안하다니까."
"내가 네놈에게 살법을 넘겨줄 때 어떤 심정인지 아느냐? 수백년 간 쌓아온 노력의 결실을 네놈에게 넘길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아느냐 이 말이다!"
살혼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말을 할 수록 억울함이 중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저 개같은 새끼한테 살법殺法을 넘겨줄 때 살혼은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
작열독이 무서워 평생의 결실을 넘겼다.
무림의 공포이자 죽음의 신으로 불렸던 자신이었다.
죽음도 아니고 한낱 독이 두려워 굴복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사실 확인도 안한 채 죽음보다 두려운 작열독을 다시금 주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인 것이다.
"네놈은 마귀다! 마귀 중에서도 이제 막 지옥에서 기어나온 싱싱한 마귀 말이다."
살혼은 따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알았어.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미안하다는 말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포졸은 왜있고 판관은 왜 있겠는가!"
살혼은 끊임없이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슬슬 짜증나네.'
그리고 그런 살혼의 억울한 항명을 받아주던 선우는 슬슬 짜증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어쩌라고? 포졸이나 판관 부를까?"
"적어도 본좌가 만족할 만한 성의있는 사죄를 하거라!"
"네가 만족할 만한 사과가 뭔데?"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거라! 또한 내 구속구를 전부 풀어줘야한다."
살혼은 당당하게 소리쳤다.
자신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은 채 사과를 하라고?"
"그렇다!"
" 구속구도 전부 풀어주고?"
"그렇다."
"선 넘네."
선우는 인상을 와락을 찌푸렸다.
처음엔 미안해서 받아주긴 했는데 슬슬 주제를 넘는 것 같았다.
우우우우우웅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였다.
그다음 몸안에 있는 독기들로 다시금 작열독을 조합하였다.
그리고 조합된 작열독을 손바닥으로 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손이 다시금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뭐...뭐하는 짓이냐!"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어떤 처지인지 잊은 것 같아서 말이야."
선우는 그런 살혼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기억나게 해주려고."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묶여있는 살혼의 심장을 향해서 말이다.
"잠...잠깐! 내가 건방졌다! 용서해다오! 내가 너무 억울해서 그랬다!"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다급히 언성을 높이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작열독에 당한다는 생각에 어마어마한 공포감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늦었어. 임마. 살인마 새끼가 살려주는 것도 감사히 여겨야지."
팍
선우는 그대로 살혼의 심장을 가격하였다.
"잘못했다! 아니 잘못했습니다! 주제 넘지 않겠습니다! 부디 부디 독을 빼내주십시오! 선우님!"
살혼은 애원하고 또 애원하였다.
부디 독이 퍼지기 전에 독을 빼내달라고 말이다.
"좆까."
선우는 그런 살혼의 애원을 매몰차게 거절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문실에는 살혼의 비명성이 다시금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살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살기가 품은 상태여야합니다. 아무래도 선우님은 검을 뽑은 채 내력을 운용해야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듯 합니다."
살혼은 전과 달리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로 선우에게 말하였다.
"과연, 그래서 살법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던거군."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사료 됩니다."
"이거 미안하게 됐네. 괜히 내가 오해해서."
"아닙니다. 어찌 사람이 완벽할 수 있겠습니까? 실수도하고 잘못도 하는 것이지요. 하하하하"
살혼은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이야, 살혼 너는 무림의 공포라고 불렸던 살수답지 않게 아량이 넓군."
"그럼 말 종종 듣습니다."
살혼은 살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개같은 새끼.'
물론 속으로는 선우를 미친듯이 씹어대고 있었지만 말이다.
"살혼"
그렇게 살혼이 속으로 그를 씹어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선우가 살혼을 불렀다.
"말씀하시지요."
살혼은 공손한 태도로 답을 하였다.
입가에는 미소마저 지어져있었다.
"네 녀석의 살법이면 내 모든 살기들을 제어할 수 있을까?"
"제 살법은 중원제일 아니 천하제일입니다. 제 살법으로 제어할 수 없는 살기 따윈 존재치 않습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마음껏 살기를 내뿜으셔도 됩니다."
살혼은 자신감있게 호언장담하였다.
수백년간 갈고 닦았던 무공에 대한 자부신이 흘러넘친 것이다.
휘리리릭
살혼의 말을 들은 선우는 허리에 휘감고 있던 용미연검을 빼들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다음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였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자연기들이 몸속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몸속으로 들어온 자연기들은 이내 단전을 가득 채워버렸다.
선우는 그 상태에서 음양조화신공의 구결에 따라 자연기들로 일주천을 하기 시작하였다.
한 바퀴........두 바퀴........세 바퀴
일주천을 할 때마다 자연기들은 음양조화기로 변환되어 다시금 단전에 쌓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선우의 단전은 변환된 음양조화기로 가득 채워졌다.
'됐어.'
쇄애애애애애애애애액
그러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곧바로 살법의 구결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규칙없이 그저 뿜어져나오던 살기들이 선우의 몸 주위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마치 그를 보호하듯이 말이다.
"신기하네."
몸을 감싼 살의를 바라본 선우는 신기함을 느꼈다.
그저 상대를 압박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던 살기들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듯 에워싸기 시작하였다.
어찌 신기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정도면.....조금....더..살기를 뿜어도 되겠어.'
선우는 이내 눈을 감았다.
그 다음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처음 살검殺劍을 세웠을 때의 기억을 말이다.
죽이고 싶었다.
그저 죽이고 싶었다.
자신을 죽이려는 이재원을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던 이재원을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전부 앗아가려고 하는 이재원을 말이다.
하지만 그를 죽이기엔 힘이 부족하였다.
그렇기에 필요하였다.
그를 죽일 수 있는 힘이 말이다.
힘을 상상하였다.
앞을 가로막는 것이라면
소중하는 이들을 앗아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죽일 수 있는 검을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애액
그러자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선우의 몸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농밀한 살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크으윽!"
선우는 신음성를 내뱉었다.
농밀한 살기가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의 마음마저 살의로 뒤덮이기 시작하였다.
'죽이고 싶다.....죽이고 싶어....죽이고 싶어!!'
쇄애애애애애애액
이내 선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의 농도가 더욱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시발, 위험한데.'
그 모습을 본 살혼은 생각하였다.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살기가 차고넘치건만 살법의 구결을 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농밀하기 그지없는 살기를 내뿜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였다.
저렇게 가다간 살의에 정신이 오염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무림에는 유래가 없는 대살성이 탄생할 수도 있었다.
막아야한다.
"살법의 구결을 읊으십시오!!"
살혼은 다급히 고함을 내질렀다.
살혼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막아야할 일이었다.
그가 대살성이 된다면 살인의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 희생자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자는 높은 확률로 자신이 될 것이 뻔하였다.
온몸이 묶인 상태로 무저항으로 있는 자신이었다.
이보다 죽이기 쉬운 대상이 어디있겠는가
그렇기에 어떻게든 말려야했다.
살기 위해서 말이다.
"후욱..후욱...후욱..."
하지만 그런 살혼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였다.
전력으로 내뿜은 살기가 도저히 제어하지 못한 듯하였다.
'망할 망할 망할 망할 망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살혼은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좆까! 내가 죽을 것 같아!?'
하지만 이내 살혼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존본능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죽을 수 없었다.
죽기 싫었다.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겨우겨우 이어붙인 목숨이 아니던가
기워붙이고 기워붙여 누더기가 된다해도
죽고 싶지 않았다.
"정신차려라! 장선우! 분명 내게 말하지 않았더냐! 살기를 제어하고 싶다고! 지금 여기서 먹혀버린다면 네녀석은 영영 살기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살혼은 진심을 담아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니 정신차려라! 정신차려! 천하제일인이라는 놈이 고작 살의 따위에게 지지말라는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액
꽈아아악
선우는 용미연검을 있는 힘껏 붙잡았다.
주르르륵
그러자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검을 너무 꽉 쥐어 손바닥 살갗이 까진 탓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선우는 괴성을 내질렀다.
마음을 오염시키는 살의에 의해 참을 수 없는 욕구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리고 이내 농밀하기 그지없는 살기들이 검에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새하얀 용미연검의 검신이 서서히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칠흑보다 더욱 검은 묵빛으로 말이다.
살검殺劍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좆됐다.'
그 모습을 본 살혼은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살기의 덩어리에 완전히 압도당한 까닭이었다.
'죽을거야..'
그리고 생각하였다.
자신의 죽음이 확정이라고 말이다.
그가 선보인 묵빛의 검에서는 수십 수백 아니 수천의 살의를 집약해놓은 것 같은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나오고 있었다.
분명 살기에 비례하여 살인 욕구 또한 미친듯이 치솟은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손쉬운 먹잇감인 자신이 그 희생량이 될 것 이 뻔하였다.
"야 미친 새끼야! 살법을 읊으라고 시발놈아! 진짜 죽고 싶어? 너 새끼 그대로 먹히면 다시는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고!"
죽기 싫은 살혼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네놈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영영 못 알아보게 될 것이다! 살인에 미친 괴물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만족하는 것이냐! 정녕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이냐!"
살혼은 되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리고 그 되는대로 지껄인 소리는 선우의 몸을 움찔 떨게 만들었다.
'통한다!'
살혼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어떤 단어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 포착한 것이다.
'이새끼 감성팔이에 약하구나!'
살혼의 눈동자에 희망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네놈이 살의에 먹혀버린다면 너는 소중한 이들을 전부 죽일 것이다! 살인 욕구를 전부 충족하기 위해서 말이다! 네가 사랑하는 이들과 소중히 생각하는 이들을 전부를 네놈 손으로 부숴버린다는 말이다! 그게 정녕 좋다는 말이더냐! "
"으아아아아아아악!!!!!!"
살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가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살혼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장선우가 살의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장선우! 살법을 읊어라! 살법을 읊고 그 살기를 네놈의 것으로 만들어라!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네 녀석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거대한 힘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살혼은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어서! 살법을 읊어! 개새끼야!! 이대로 먹히면 네 새끼는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패배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
"아아아아아아악!!!!!!!"
선우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짜아아아악
그리고는 왼손을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왼쪽 뺨을 후려갈겨버렸다.
짜아아악
짜아아악
한 번으로 부족했던 것인지
선우는 쉴새없이 왼쪽 뺨을 후려치기 시작하였다.
"좆까!!!!!!!! 안져!!!!!!"
그리고는 다시금 괴성을 내질렀다.
그다음 필사적으로 살법의 구결을 읊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애액!
그러자 미친듯이 휘몰아치던 살기들이 잠시 주춤하는 기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더욱더 필사적으로 살법을 읊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살법의 구결에 따라 살기를 제어했을까
이내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살기로 인해 묵빛으로 물들어있던 검이
서서히 바래지기 시작하였다.
칠흑 같던 검은
회색 빛으로 빛나기 시작하였고
회색 빛의 검은
점점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새하얀 검은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