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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46화 (647/1,419)

〈 646화 〉 647. 내 착각이었네.

"살법殺法이란 죽이는 기술. 그 자체 입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을 지 얼마나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죽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과 철학이 담겨있지요."

살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랄하네. 살인마새끼가 철학은 개뿔."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곧바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말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지껄이는 살혼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살법은 기본적으로 살기를 이용한 기술들이 대다수입니다."

선우의 신랄한 비난을 들은 살혼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살기를 이용한 기술?"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그렇습니다. 살법을 이용한다면 살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고 그 살기를 이용하여 암살에 용이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요."

살혼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암살에 용이한 기술?"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예를 들어 살기를 덧씌운 검을 그 예리함이 더욱 증폭시키기도 하고 살기를 이용하여 신체능력이 한층 더 상승시키기도 합니다"

"내력과 별다를 바가 없는데?"

"맞습니다. 어찌 보면 살수들은 또다른 내력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살혼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살수들에게 있어서 살기는 내력이나 다름없는 개념이었다.

살법이 있는 한 무공처럼 용이하게 이용해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질문이 있다."

선우는 손을 살짝 들고 그에게 물었다.

"말씀하시지요."

"네 말이 맞다면 살수들은 내력과 살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맞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살수 중엔 강자가 나오지 않는거지?"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살혼의 말이 사실이라면

살법을 익힌 살수라면 내공과 살기를 동시에 운용하여 더욱더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우는 지금껏 살수들 중 강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궁금증이 들었다.

어째서 살수 중에 강자가 존재치 않는 것인지 말이다.

"그건 살수들이 익히는 특수한 내공심법때문입니다."

"특수한 내공심법?"

"예에, 살수들이 익히는 내공심법은 오로지 살기를 축적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있다보니 그 급이 일반적인 내공심법에 비하면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효율만 따지고 본다면 이류심법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류심법이라"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생각에 잠겼다.

이류심법이라면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삼류심법보단 그 급이 높긴 하지만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는 등급의 심법이었다.

"이상하군. 네녀석은 화경 상경에 다다른 고수잖아? 고작 이류보다 조금 나은 심법으로는 도달하지 못했을텐데?"

그리고 이내 의문스럽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겪은 살혼은 화경 상경에 도달해있는 고수였다.

그런 그가 익힌 심법이 이류심법에 불과하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저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있는 살수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조금 다르다?"

"예에, 수백년 간 몸을 갈아타며 살수공을 개량하고 또 개량하였습니다. 그 결과 무인들에게도 지지않을 정도로 강대한 무공을 쌓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반적인 살수들과는 동일선상에 놓을수 없습니다."

살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자신의 무공 성취는 수백년간 살수공을 개량하고 개량하여 얻어낸 결과였다.

고작 백년도 못사는 인간과는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뭐, 이해했어. 결국 네놈을 제외하면 살수공으로는 경지에 도달한 이는 없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살수공은 죽이기위한 무공이지. 강해지기 위한 무공이 아니니까요."

"다른 건가?"

"살수에겐 무공은 그저 보조에 불과합니다. 정말 주가 되는 건 살법殺法입니다. 살법을 이용한다면 삼류에 불과한 이도 외공 고수를 목을 자를 수도 있고 .일류에 불과한 이가 초절정 고수에 다다른 이를 잡을 수도 있지요."

살혼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 번 직접 보고 싶군. 그 살법殺法이라는 게 무엇인지 말이야."

"제가 보여드리도록 하시지요. 그러니 풀어주십시오."

살혼은 자신의 팔다리를 구속하고 있는 족쇄를 눈짓하며 입을 떼었다.

"그건 싫다."

선우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어째서입니까!?"

"안전장치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놈이 살법을 가르치는데 개수작을 부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잖아?"

"........믿음이 부족하시군요."

"네놈을 어떻게 믿어?"

선우는 코웃음을 치며 입을 떼었다.

무공이랑 궤를 달리하기는 하지만

살법 또한 엄연히 기세를 다루는 일이었다.

혹여 살혼이 수작을 부린다면 꽤나 번거로워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선우는 살혼을 여전히 구속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적어도 묶여있는 이상

도망은 못칠테니 말이다.

"쯧"

선우의 말을 들은 살혼은 혀를 찼다.

선우의 철두철미함에 짜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살법을 다루기 위해선 특수한 구결이 필요하였다.

마치 내공심법처럼 말이다.

그리고 살혼은 이 특수한 구결을 이용하여 수작을 부릴 심산이었다.

잘못된 구결을 불러줘 선우의 기혈을 꼬이게 만들 심산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계획은 물건너간듯 싶었다.

그가 기혈이 꼬여 쓰러진다해도 자신이 구속되어있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위험할수도 있었다.

도망조차 못치는 상황에서 그를 자극만 잔뜩한 꼴이니 말이다.

"너 방금 혀 찼냐?"

그때 선우가 꼬투리를 잡으며 입을 떼었다.

"아닙니다."

살혼은 모른 처 시치미를 떼었다.

저 눈치 빠른 새끼가 자신의 속내를 알아챈다면

작열독을 다시금 지져버릴지 몰랐기 때문이다.

"너, 조심해. 내가 주시하고 있어."

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알겠습니다."

그의 경고에 살혼은 창백한 안색을 한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 성질 더러운 놈을 자극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래,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살법을 배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지?"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살법을 익히기 위해선 특수한 구결이 필요합니다."

"특수한 구결?"

"네에, 살기를 제어할 수 있는 특수한 구결이지요."

"그럼 읊어봐."

살혼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곧바로 명령하듯 말을 내뱉었다.

'어린 놈의 새끼가 명령질을.....'

그리고 선우의 말을 들은 살혼은 속으로 그를 씹어대기 시작하였다.

말끝마다 명령조로 나오는 그에 대한 반발심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속내와 달리 입은 그저 비굴하게 나불댈 수 밖에 없었다.

장선우가 짜증나긴 했지만 그가 가진 작열독은 여전히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살혼은 천천히 살법의 구결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살혼의 말을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듯 경청하며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되었습니다."

이내 살혼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제 살기를 의식하며 구결을 외우다보면 저절로 살기가 따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곧바로 눈을 감았다.

구결을 외워볼 심산이었다.

번쩍

그러다 갑자기 번쩍하고 눈을 뜬 후 살혼을 바라보았다.

"야."

"말..씀하시지요.

"만약 구결에 장난질 쳤으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장..장난이라뇨..천부당 만부당한 말입니다."

살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좋아."

그의 대답에 만족을 한 것일까

이내 선우는 다시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구결을 읊기 시작하였다.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기는 전혀 미동을 하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구결을 전부 읊었음에도 불구하고 살기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한가?'

의아함을 느낀 선우는 몇 번이고 구결을 읊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구결을 읊어도 살기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야, 살혼."

이내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살혼을 노려보았다.

살혼이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왜 그러십니까!?"

살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뒈질래? 내가 장난질치지 말랬지?"

선우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시선으로 살혼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아..아닙니다. 저는 맹세코 그런 적이...."

"지랄하네. 그럼 왜 살기가 안움직이는데?"

"그...그건..저도..잘.."

"이새끼 안되겠네."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빠르게 내력을 운용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손바닥에 작열독기를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푸스스스스

그러자 선우의 손바닥에 불타는듯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잠...잠깐..나는 정말.."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더욱더 필사적으로 그를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선우는 그런 살혼의 만류를 가뿐히 무시하고 작열독이 가득 차 있는 독장毒掌을 그의 가슴팍에 후려쳐버렸다.

"젠장할 새끼야! 진짜 아니라고!"

독장을 적중당한 살혼은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살혼은 억울하였다.

작열독이 무서워 바른대로 구결을 불렀건만

어찌 속였다하며 다시금 작열독을 쑤셔박는단 말인가

"이런 개같은 새끼가아아아아아아악!!!!!"

살혼은 욕지거리를 내뱉는 중간에 비명성을 내질렀다.

미친듯한 고통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야아아아아!!!!!!!아니라고오오오오오!!!!!"

살혼은 눈물, 콧물은 물론 침까지 좔좔 흘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억울한 마음이 작열통까지 견디며 그를 말하게 만든 것이다.

선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살혼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시이이바아아알!!!!!!!!"

살혼의 욕지거리가 고문실 안에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

"하아...하아...시발...진짜."

"빨리 제대로 된 구결을 내놔."

선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살혼을 바라보며 그를 재촉하였다.

"진짜..라고...개새끼야.."

살혼은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진짠데 왜 살기가 반응을 안해?"

"그걸...내가..어떻게..알아?"

살혼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딴 걸 자신이 알 리 만무하지 않은가

"흐음.."

살혼의 격한 반응과 억울한 표정을 본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작열독을 그렇게 당했음에도 결백을 주장하는 걸 보면

그의 말이 사실일 수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왜...살기가 움직이지 않는거지?'

하지만 그럼 살기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았다

구결이 멀쩡한대 어째서 살기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런 경우가 흔한가?"

"보통은 없다.....살기를 축적하지 않은 무인이라면 모를까....."

살혼은 말끝을 흐리며 입을 떼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애초에 살법이라는 것 자체가 살기가 그득한 이들만 익히는 게 아니던가

살기가 모자라지 않는 이상

반응을 하지 않을 리 만무한 것이다.

"살기를 축적하지 않은 무인만이라...."

살혼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심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허리에 매어져있는 용미연검을 붙잡았다.

휘리리리릭

그리고는 곧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낭창한 용미연검이 그 모습을 다시금 드러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그 상태로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뻣 뻣

그러자 낭창한 모습을 간직하던 용미연검이 뻣뻣하게 뻗어졌다.

더불어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살혼조차 겁을 집어먹었던 그 살기들이 말이다.

이내 고문실 안은 선우가 뿜어낸 살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좋아.'

선우는 고문실 안을 가득 채운 살기를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준비가 어느정도 끝난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선우는 그 상태에서 살법의 구결을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살혼이 가르쳐준 그대로였다.

그러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고문실 가득 차 있던 살기들이 쉴새없이 휘몰아치더니

이내 선우에게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자성에 끌리는 자석처럼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의 주위에는 압축된 살기들이 가득 에워싸지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용미연검을 다시금 허리에 매기 시작하였다.

푸스스스스

그러자 농밀하게 선우를 에워싸던 살기들이 일순간 흩어져버렸다.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말이다.

"허어."

이내 선우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살기가 반응하지 않았던 까닭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미안하다."

그리고 구속되어있는 살혼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내 착각이었네."

선우는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가 말했잖아아아아!!!!!개새끼야아아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살혼은 억울하다는듯 고함을 내질렀다.

가슴 속에 차올라있던 억울함과 분노가 한 번에 폭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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