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4화 〉 645.살법殺法
흑색 기류가 살혼과 당소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이내 두 사람의 몸을 완전히 에워싸버렸다.
선우는 그 모습을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그저 관망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프스스스
두 사람의 에워쌌던 흑색 기류들이 차츰차츰 흩어졌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해소가 되어 자취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다.
선우는 슬쩍 시선을 돌려 두사람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잠에 빠진 것처럼 눈을 꾹 감은 채 어떠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번쩍
번쩍
이내 두 사람의 눈이 동시 번쩍하고 뜨여졌다.
그리고 곧바로 시선을 돌려 몸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내..몸...내..몸..내 몸!!!!!!!"
곧이어 당소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개같은"
더불어 구속되어있는 살혼의 입에서는 욕지거리가 내뱉어졌다.
아무래도 몸이 성공적으로 뒤바뀐듯 싶었다.
덥석
"선우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소는 양손으로 선우의 손을 덥석 붙잡고는 연신 고마움을 표하였다.
선우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하감옥에 구속된 채 평생을 살아갈 뻔 했던 당소였다.
그에 대한 고마움은 한없이 드높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근무를 열심히 서겠습니다!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고 살겠습니다! 지루한게 아니라 평화롭다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당소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고 또 반성하였다.
살혼과 몸이 뒤바뀌고 느꼈다.
자신의 반복되는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지루하기 그지없는 일상이 얼마나 평화로운 것인지 말이다.
이제는 전과 달리 간수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 네에, 평범한게 좋죠."
당소의 격렬한 자기반성을 들은 선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눈물을 흘리며 격하게 반성 중인 당소에게 의아함이 들긴 했지만 대충 맞춰주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흐윽...정말...정말..감사합니다..선우님은..제..은인입니다...이..은혜..각골난망하고 결초보은하도록 하겠습니다... "
당소는 감정이 북받친 것인지
더욱더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눈물을 흘리니 선우는 당혹스러움이 들었다.
사실 선우는 당소가 반성을 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뭘 생각하는지 알지도 못하였고 말이다.
그런데 계속 하소연만 하니 슬슬 지루하고 귀찮아졌다.
'이제 그만 적당히 달래고 내보내야겠다.'
선우는 그를 내보낼 궁리를 하며 입을 떼려고 하였다.
"그만 질질짜라."
그때 그의 귓가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구속되어있는 살혼이었다.
"뭐...뭐라고!?"
그의 날카로운 말을 들은 당소는 화들짝 놀라며 입을 떼었다.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울어재끼고 지랄인 것이냐?"
살혼은 짜증이 가득 서려있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었다.
몇 달동안 기회를 엿보며 탈출 계획을 짰던 그였다.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상황을 상정하고 수정하고 다시금 상정하기를 반복하여 최적의 탈출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그 탈출 계획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몇 달간 코빼기도 안비치다가 뜬금없이 방문을 한 장선우에 의해서 말이다.
어찌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약 하루만 더 빨리 계획을 실행했더라면
아니 반 시진만 더 빨리 계획을 실행했더라면
자신은 무사히 탈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자신이 탈출하는 시간에 맞춰 등장을 한 것이다.
어찌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뭐...뭐라고! 이 개같은 마두가!"
살혼의 날카롭기 그지없는 말을 들은 당소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다처울었으면 꺼져라. 나는 장선우와 따로 할 말이 있으니."
차앙
"네놈을 죽이겠다!"
당소는 옆구리에 매여있는 검을 뽑아들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눈빛에는 살의가 가득 차 있었다.
"죽여보거라. 병신같은 애새끼야. 네놈같은 병신이 검을 휘두를 힘이라도 남아있을지 궁금증이 도는구나."
"이이익!"
분통이 터진 당소는 검을 틀어쥔 손에 더욱더 힘을 주었다.
그대로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덥석
"멈추시죠."
선우는 그런 당소를 빠르게 제지하였다.
"너무 흥분한 것 같습니다.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는 게 어떻습니까?"
"이자는 흉악하기 그지없는 살인귀입니다!"
"하지만 살려둘 이유가 있는 살인귀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만약 손을 쓰겠다면 저는 당신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 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당소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닐테지요?"
선우는 차분히 가라앉혀있는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죄..죄송합니다....제가 주제를 넘었습니다."
그 눈동자를 마주한 당소는 재빨리 그에게 사과를 하였다.
자신이 주제를 넘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화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소가 사과를 하자 선우는 손사래치며 입을 떼었다.
".....이해해주셔서...감사합니다."
당소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다. 통크게 한달정도 푹 쉬다 복귀하시지요."
"한..한달이나요!?"
"큰일을 당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한달정도 요양하시다 돌아오시지요."
"정..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재경각에 따로 말해놓겠습니다. 휴가비까지 넉넉히 챙겨서 가시지요."
"감...감사합니다."
꾸벅
당소는 허리를 크게 숙이며 입을 떼었다.
"감사하긴요. 당연한 보상을 해드린 것 뿐입니다."
선우는 별거아니라는듯 말을 이었다.
그렁 그렁
선우의 말을 들은 당소는 눈물을 그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넉넉한 성품에 감동을 먹은 탓이었다.
'검신劍神께서는 무공 뿐 아니라 성품마저 위대하기 그지 없구나.'
어느새 당소의 눈빛에서는 존경심이 철철 흘러넘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존경 어린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그만 질질짜고 빨리 꺼져, 새끼야."
다시금 귓가에 살혼의 거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저새끼가!'
그의 말을 들은 당소는 다시금 눈에 불이 붙기 시작하였다.
화가 물밀듯이 올라온 까닭이었다.
"이만 가보는게 좋겠네."
선우는 그런 당소를 만류하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냅뒀다간 쓸데없이 다툼만 길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당소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말대로 자리를 벗어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당소는 다시금 선우에게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 대한 예우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워보였다.
선우는 당소가 나간 문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그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선우는 몸을 뒤쪽으로 천천히 돌렸다.
그러자 묶여있는 살혼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입이 거칠더군."
"쓸데없는 새끼 때문에 세월아 네월아 할 생각은 없다."
살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어서 용건을 말하거라. 내게 원하는게 뭐지?"
살혼은 눈을 반짝이며 선우에게 물었다.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다."
그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살기"
"살기?"
"그래, 내게 살기를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다오."
선우는 차가운 눈동자를 번뜩이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살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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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를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달라니.....그게 무슨 소리냐?"
살혼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선우는 천무맹주의 팔을 자르고 검신劍神이라는 별호를 얻은 천하제일의 고수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가 살기를 조절하는 법을 원한다는 말인가
"필요해서다."
그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러니까 그딴게 왜 필요한 것이냐? 살기의 조절정도는 네놈 수준에선 손쉬운 것이 아니더냐?"
살혼은 모르겠다는듯 다시금 물었다.
살기를 조절하는 법은 무척이나 간단하였다.
살의를 없애면 되었다.
죽이겠다는 의지를 없애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그런 간단한 것을 뭣하러 자신에게 배운다는 말인가
"내가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야."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뭐라?"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간단한 게 아니야."
선우는 올곧은 시선으로 살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정녕 원하는 건 살기를 마음대로 통제하는 방법이다."
"마음대로 통제한다?"
"살기를 미친듯이 흩뿌려도 살의에 잡아먹혀 내 자신을 잃지 않고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런 것이다."
"무리다."
살혼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살기라는 것은 살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하나의 기세였다.
그리고 살의란 죽이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이었다.
살기가 짙어질 수록 살의 또한 깊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살의가 깊어져 통제에서 벗어난 순간 그대로 잡아먹혀 살귀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통제하고 싶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아니, 가능하다."
"뭐라!?"
"네놈들도 그런 방식으로 암살을 하고 있지 않느냐?"
선우는 비웃듯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 입을 떼었다.
오리발을 내미는 그의 행태에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살혼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암살자들은 기본적으로 살기를 감추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무공 고수일 수록 살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기에
은밀한 암살을 위해선 살기를 감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치미 떼지말고 제대로 협조하는 게 어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리다."
이내 살혼은 다시금 말을 이었다.
"뭐라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뭐든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아무래도 내가 널 너무 인간적으로 대해준 것 같군."
우우우우웅
이내 선우는 만류귀원신공을 흉내내기 시작하였다.
이제와서 오리발을 내미는 살혼에게 어느 정도 쓴맛을 맛보게할 심산이었다.
이내 선우의 몸에서 녹빛의 강대한 기류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잠..잠깐!"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저대로 냅뒀다간 험악한 꼴을 당할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선우는 시뻘개진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가르쳐줄 수 없다는 게 아니다!"
살혼은 변명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럼 뭐가 문제인데?"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물었다.
가르쳐줄 수 없다는게 아닌데 어째서 무리라는 말부터 나온다는 말인가
"살기를 네놈이 말한 수준으로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해선 특수한 내공심법을 익혀야한다."
살혼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특수한 내공심법?"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렇다. 살기를 자유롭게 조절하기 위해선 살법殺法이라고 불리우는 기술을 익혀야하는데 살법殺法은 일반적인 내공을 가진 무인이 함부로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지?"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살법을 펼치기 위해선 일정이상의 살기를 항상 몸에 품고 있어야한다. 살기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기술이니 말이다."
"그게 특수한 내공심법이랑 관계가 있다는 거야?"
"그렇다. 살수들의 내공심법은 내력과 더불어 살기를 축적시키는 종류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일정 수준이 되면 살법殺法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건데?"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내 말을 듣지 않은 것이냐? 살법을 배우기 위해선 일정 이상의 살기를 몸에 지니고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살의에 의해 발현된 살기가 아닌 인위적으로 쌓여진 살기가 말이다!
살혼은 답답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말귀를 한 번에 못알아처먹으니 답답함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위대한 경지에 다다랐다지만 특수한 내공심법없이는 살기를 쌓지는 못했을터! 살법은 배우는 건 무리라는 말이다!"
그는 단정짓듯 말하였다.
그가 살법殺法을 배울 수 없다고 말이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선 내력이 필요하듯
살법을 익히기 위해선 살기가 필요하였다.
이건 경지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순전히 정해져있는 순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찌 사람이 순리를 저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휘리리릭
그때 갑자기 선우가 허리에 메고 있는 용미연검을 뽑아들었다.
"뭐...뭐하는 짓이냐!?"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선우의 행동에 깜짝 놀란탓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선우는 말없이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내력을 말이다.
"잠..잠깐...이건..내 잘못이......"
살혼은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다급히 그를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살법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에 수틀린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발새끼, 진짜.'
살혼은 억울하였다.
최대한 협조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안하무인 그자체가 아닌가
살혼은 하늘에 대고 빌었다.
저 개같은 자식이 벼락을 맞아 죽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살혼이 하늘에 빌고 있을 때였다.
오싹
덜 덜 덜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더니 온몸이 끊임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가 된 것마냥 말이다.
'..이...이건..'
그리고 살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거대하기 그지없는 살기가 그대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어..어떻게!?'
살혼의 눈이 황망해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