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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43화 (644/1,419)

〈 643화 〉 644.존나 재밌더라. 병신아.

"4885.........너지?"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혼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그...그게 무슨 소리인지.."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살혼은 시치미를 떼며 말을 이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듯이 말이다.

"연기는 그만해도 돼,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 선우님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새끼, 끝까지 오리발이네?"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선우님이 아니십니까?"

"내 별호는?"

"천룡天龍이 아니십니까?"

"틀렸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 별호는 검신劍神이다. 천무맹주의 왼팔을 잘라버리고 별호를 얻었지."

"아! 제가 착각을 했습니다. 검신劍神이 맞습니다!"

살혼은 다급히 말을 내뱉었다.

"이거 웃긴 새끼일세."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렸다.

뻔한 수작을 부리는 살혼의 행동이 너무나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선우님께서 검신임을 잊은게 아닙니다. 천룡이라는 별호가 가장 먼저 떠올랐을 뿐입니다."

살혼은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정말 네가 당가의 혈족이 맞다는거야?"

"정말이고 말고요! 제 목을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가의 무사라는 작자가 어째서 마기를 품고 있는 거지?"

선우는 날카롭게 눈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네에?"

그 말을 들은 살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놈에게는 마기가 느껴져. 그것도 고약하기 그지없는 지독한 마기가 말이다."

"............"

"그리고 아까 분명 도반삼양귀원공導反三陽歸元功을 오성까지 익히고 있다고 했었지?"

선우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입을 떼었다.

"미안한데 도반삼양귀원공導反三陽歸元功은 직계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이다. 방계인 네놈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니라는 말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 난 네놈이 누군지 몰라. 이름도 무슨 성격인지도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 알지 못하지. 그런데 대충 던져보니까 혼자 주저리주저리 잘 지껄이더군."

선우는 우습다는 시선으로 살혼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살혼은 그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개같은 자식."

이내 살혼은 선우를 노려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미친듯이 분노가 치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있는 새끼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웃으며 자신을 농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알고도 놀려먹으니 재밌더냐?"

"존나 재밌더라. 병신아."

선우는 입가에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조롱하듯 말하였다.

"정파의 동량이라는 작자가 인성이 덜됐군."

"병신같은 살인마 새끼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진 않는데?"

"...........으드득"

선우의 조롱을 들은 살혼은 이를 갈았다.

한마디 한마디가 조롱이 가득하니 화가 더욱더 치솟은 까닭이었다.

"나를 어떻게 할 셈이지?"

살혼은 죽일듯이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할 것 같은데?"

".......죽일건가?"

"글쎄.....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살려다오."

선우의 물음에 살혼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땅에 처박아버렸다.

간절하기 그지없는 자세였다.

"너무 비굴하지 않냐?"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죽일듯이 노려볼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이렇게 머리를 박고 목숨을 구걸한다는 말인가

"난 무인이 아닌 살수다. 목숨만 보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다."

살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는 살수였다.

명예에 죽고 명예에 사는 무인이 아닌 것이다.

그에게 있어 무공이라는 살인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다.

명예를 드높이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그에게 비굴함따위는 하등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목숨을 보존할 수 있다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더한 짓이라.."

살혼의 말을 들은 선우는 말끝을 흐리며 그의 말을 되뇌였다.

안그래도 볼일이 있던 차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살기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살혼을 찾아온 선우였다.

온갖 협박과 고문을 각오하고 왔건만 살혼의 태도가 생각보다 협조적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타협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았다.

"그 말 사실이야?"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이다. 살려만 준다면 더 한 짓도 할 수 있다. 발바닥을 핥으라면 핥을 것이고 가랑이 사이에 기어가라면 언제든 기어갈 것이다. 그러니 살려다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살혼은 생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애초에 죽기 싫어 이혼술을 익힌 살혼이었다.

수많은 몸뚱이들로 갈아타며 수백년의 삶을 살아온 그였지만

아직도 죽고 싶지 않았다.

영생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탁을 하였다.

제발 살려달라고

부디 죽이지 말아달라고

그 어떤 것이든 원하는대로 들어주겠다고 말이다.

"좋아, 살려주지."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살려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고맙다 고마워!"

선우의 말을 들은 살혼은 연신 머리를 땅에 박기 시작하였다.

"대신 조건이 있다."

선우는 그런 살혼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무엇이든지 말하거라. 내 전부 들어주겠다."

"일단 네 몸뚱이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라."

"..........원래..주인?"

"그래."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설마 죽인 건 아니겠지?"

선우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살혼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죽이다니! 어불성설이다! 그저 몸을 바꿨을 뿐 그자를 죽이진 않았다."

선우의 살기 어린 눈빛을 마주한 살혼은 다급히 언성을 높이며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선우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잘됐네, 그럼 다시 몸을 바꿔."

".....다시...말인가?"

"그럼 멀쩡한 남의 몸에 평생 살려고 했어?"

선우는 타박하듯 날카롭게 말을 내뱉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살혼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어렵사리 얻은 몸을 이대로 돌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목숨을 구걸할 땐 간에 쓸개까지 다 내놓을 것처럼 말하더니

막상 곤란한 요구를 하니 곧바로 딴청을 피운다.

어찌 이리도 이중적이란 말인가

"만약 몸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주겠다."

선우는 으르렁 거리며 그를 협박하기 시작하였다.

제대로 겁을 주지 않으면 말을 들어처먹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알았다."

선우의 협박이 통한 것일까

살혼은 다급히 답을 하였다.

그를 거스른다면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새삼 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럼 가자고. 네 새끼가 싼 똥을 치우러 말이야."

저벅 저벅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와락

그리고 살혼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그런 그의 뒤를 따랐다.

이내 두사람은 다시금 통로 안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

"오셨습니까! 선우님!"

철문 앞을 지키고 있던 당평은 선우의 등장에 과할 정도로 예의를 차렸다.

선우라는 존재가 당가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알고 있는 탓이었다.

그는 엄연히 독왕의 제자로서 직계의 무공을 전부 이어받은 귀한 몸이었다.

비록 당서윤과 파혼 후 줄을 갈아타 독왕으로부터 파문당하여 취급이 애매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자신같은 하급자 나부랭이가 그를 막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고생하네."

선우는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말을 이었다.

"그 보다 어쩐 일이십니까?"

"죄인한테 볼 일이 있어서 말일세."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장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아니, 문은 이 자에게 열게하도록하지."

선우는 고개를 살짝 뒤쪽으로 돌려 턱짓을 하였다.

저벅 저벅

그러자 선우 뒤편에 있던 살혼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당..당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당평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불렀다.

교대 근무가 끝나고 집에 가있어야할 인간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니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이..이게 대체 무슨.."

"근무는 당소가 다시 설거야. 너는 이만 들어가도록해."

선우는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당평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네에?! 하지만 당소는 이미 세 시진이나 근무를......"

당평은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이미 당소는 하루 할달량을 전부 채운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다시금 근무를 서게 만들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가 내게 잘못을 해서 말이야. 벌로 추가 근무를 시킬 심산이야."

선우는 당평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잘..잘못이요?"

"그래, 그러니 부디 오늘 하루는 푹쉬도록 하게나. 근무는 한 걸로 쳐줄터이니."

선우는 선심쓰듯 말을 이었다.

"정..정말입니까!?"

"정말이고 말고."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걱정말고 가보게나."

"알..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당소에게 하게나."

선우는 별거 아니라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소, 고맙다."

그 말을 들은 당평은 선우의 옆에 있는 살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래."

그의 감사 인사를 들은 살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받았다.

"그럼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살혼의 떨떠름한 답을 들은 당평은 선우를 바라보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다음 몸을 돌려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내 철문 앞에 선우와 살혼만이 남게 되었다.

당평의 기척이 사라지자 선우는 주먹을 휘둘러 살혼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으윽!"

그리고 뒤통수를 맞은 살혼은 고통스러운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왜 때리는 것이냐!"

살혼은 뒤통수를 부여잡고 고함을 내질렀다.

"문열어, 새꺄. 누가 멍 떄리래?"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로 하면 되지 않더냐!"

"그냥 때리고 싶어서."

".............으드득"

살혼은 다시금 이를 갈았다.

안하무인이나 다름없는 선우에 대한 원한이 더욱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알았다."

하지만 이내 그는 선우의 말에 수긍하였다.

내력이 회복되어 이혼술을 마음껏 펼치기 전 까진

그의 명령을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두고보자......장선우.'

으드득

살혼은 핏발 선 눈을 반짝였다.

"뭘 봐?"

순간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그리고 그의 지적을 받은 살혼은 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혼은 곧바로 품에서 열쇠를 꺼내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그리고 열쇠구멍에 쉴새없이 쑤셔박기 시작하였다.

구멍에 맞는 열쇠를 찾을 때까지 말이다.

철컥

끼이이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쇠가 맞물리더니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문이 열리자 실내 전경이 두 사람의 시야에 들어왔다.

시야에는 단 한사람만이 잡혔다.

바로 처참한 몰골로 구속되어있는 살혼의 이전 몸뚱아리였다.

저벅 저벅 저벅

그 모습을 보던 선우는 앞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다.

그다음 구속되어있는 이의 흑건을 천천히 벗겨주었다.

그러자 구속되어있던 당소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선우를 마주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가 흑건을 벗겨준 까닭이었다.

덥석

그리고 이내 선우는 입에 물고 있는 재갈을 붙잡았다.

그다음 서서히 빼내기 시작하였다.

"쿨럭...쿨럭..쿨럭.."

그러자 기침소리가 연신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과량의 산소가 갑작스럽게 들어가 호흡기관에 무리가 온듯 싶었다.

"콜록.....콜록.....콜록..."

선우는 기침소리가 멎을 때까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쿨럭.....선..우님..쿨럭....저는...살혼이..아닙니다...간수인..당소입니다."

그때 기침 섞인 목소리가 선우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억울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모든 걸 바로 잡기 위해 내가 온 것이다."

선우는 올곧은 시선으로 당소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러니 아무 걱정말거라."

선우는 확신에 찬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님."

그리고 그런 선우를 마주한 당소는 감동적인 표정을 지었다.

꼼짝없이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던 그였다.

혼이 바뀌어버렸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천하제일인 장선우가

직계혈족이나 마찬가지로 고귀한 취급을 받고 있는 장선우가

자신을 구해주었다.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좀만 참거라."

선우는 죽상을 짓고 있는 당소를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편에 있는 살혼을 바라보았다.

"야,"

선우는 살혼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말씀하시오."

"바꿔."

선우는 고압적인 명령을 하였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나빠질 수 있을 정도로 고압적인 명령을 말이다.

"........알겠소."

'하지만 살혼은 개의치 않았다.

그가 자신의 목숨줄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저벅 저벅

살혼은 걸음을 옮겨 당소의 코앞까지 도달하였다.

"아까 외웠던 구결들을 다시금 내뱉도록 해라."

그리고 요구하였다.

다시금 이혼술의 구결들을 입밖에 내뱉으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소는 불신에 찬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또 무슨 사기를 치는 게 아닐까 걱정된 까닭이었다.

"평생 그 몸뚱아리로 살 것이냐?"

"싫다!"

"그럼 닥치고 구결이나 읊어 개같은 새끼야!"

살혼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귀를 한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당소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무 바구 눈 수르 버부 혼 바구 눈 수르 버브.........."

이내 당소가 구결을 읊기 시작하였다.

무 바구 눈 수르 버부 혼 바구 눈 수르 버브..........

그리고 살혼 또한 구결을 읊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칠흑보다 검은 불길한 기류들이 두사람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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