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1화 〉 642. 이혼술移魂術
"끌끌끌...멍청한 놈."
죄수번호 4885, 살혼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입을 떼었다.
멍청하기 그지없는 당소의 행동에 웃음이 절로 나온 까닭이었다.
멍청하였다.
멍청해도 너무나 멍청하였다.
대체 뭘 믿고 감옥에 갇힌 죄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는 말인가
당가의 무사라는 놈이 순진하기 그지 없었다.
살혼은 바뀐 몸뚱이를 내려다보았다.
다부진 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한직이지만 그래도 나름 당가의 무인답게 단련된 듯 싶었다.
우우우우웅
그다음은 내부를 관조해보았다.
하급 무사답게 빈약한 내력이 그대로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끌끌끌.....나쁘지 않군.'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무공의 개성이 강한 고수보단 어느정도 기틀만 마련해 놓은 하급 무사쪽이 오히려 몸을 갈아타기엔 수월하였다.
자신의 암살공을 그대로 덮어써버릴 수 있을테니가 말이다.
'어디보자.'
살혼은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뒤적 뒤적
그다음 무언가 찾는듯 뒤져보기 시작하였다.
쓰윽
그리고 이내 열쇠꾸러미 하나를 품안에서 꺼내었다.
'흐흐흐흐.....여기있었군.'
살혼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철컥 철컥
그다음 열쇠로 원래 몸이 갇혀있던 철문의 열쇠구멍을 쑤시기 시작하였다.
철컥 철컥
맞는 열쇠를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철컥
끼이이이익
이내 이음새가 맞물리더니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됐군.'
이윽고 철문이 완전히 열리고 실내 전경이 살혼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끔찍한 몰골로 구속되어있는 원래의 몸뚱이를 말이다.
눈은 두터운 흑건으로 가려져있었고
입에는 커다란 재갈이 물려있었으며
양 팔과 양 다리가 굵디 굵은 족쇄로 묶여있었다.
처참하다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쯧"
그 모습을 본 살혼은 혀를 찼다.
아무래도 저 몸은 놔줘야할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살혼은 천천히 원래 몸뚱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다음 눈을 가리고 있는 흑건과 입을 막고 있는 재갈을
그대로 빼버렸다.
"푸웁,..쿨럭 쿨럭 쿨럭 쿨럭"
그러자 원래 몸뚱이에서 기침 소리가 튀어나왔다.
갑작스럽게 공급된 과량의 산소에 폐가 놀란듯 싶었다.
살혼은 그 모습을 무덤덤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기침이 멈출 때까지 말이다.
"쿨럭...쿨럭....."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기침소리가 서서히 잦아지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멈춰버렸다.
흡입된 과량의 산소가 익숙해진듯 하였다.
기침을 멎은 원래 몸뚱이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이내 경악을 하였다.
"저..저건..나?"
당소는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자신이 마치 동경에 비친 것처럼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끌끌끌, 눈깔이 삐지는 않았구나."
당소의 몸을 탈취한 살혼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이게..대체...무슨.."
몸이 뒤바뀐 당소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흐렸다.
기괴막측하기 그지없는 현상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거짓말은 차분히 해야한다고 말이다."
살혼은 그런 그를 한껏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꽤나 유쾌해보이는 웃음이었다.
"이..이..이..개자식! 속였구나!"
이내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당소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속은 놈이 병신이라는 말 안들어봤더냐?"
"뭐...뭐라고!?"
"생각을 해보거라. 특출난 재능도 없고 그렇다고 열심히 살지도 않는 네놈 따위에게 어떤 병신같은 새끼가 절세무공을 전수해주겠느냐? 시중에 나오는 영웅전기같은 걸 너무 많이 본 것이 아니더냐? "
살혼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를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능력도 안되는 놈이 욕심이 과하면 네놈 처럼 속게 되는 것이다. 잘 기억하도록 하거라."
"이이이익!"
당소는 분한듯 이를 갈았다.
하지만 딱히 반박할 만한 말이 없었다.
그의 말 중 틀린 게 하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끌끌끌, 반박할 말조차 찾지 못하는게 가련하기 그지없구나."
살혼은 그런 당소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초라하고 볼품없기 그지없는 당소의 모습에 즐거움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당장 이거 풀어!"
당소는 웃음 짓고 있는 살혼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당장 이걸 풀라고 말이다.
"내가 왜 그래야하지?"
살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을 하였다.
정말 모르겠다는듯이 말이다.
"그건 내 몸이다!"
"틀렸다. 이 몸은 이제 내 몸이다."
살혼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녀석 몸은 거기 잘 있지 않느냐?"
살혼은 묶여있는 당소에게 턱짓하며 입을 떼었다.
"이딴 건 내 몸이 아니야!"
"끌끌 부정한다해도 소용없느니라. 이미 네 영혼은 그 몸뚱이에 완벽히 동화가 되었을테니까."
살혼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잘 살아보도록 하거라. 뭐, 평생 갇혀살겠지만."
"....평생?!"
"크크큭......네놈의 몸뚱이는 말이다. 요주 인물로 낙인 찍혀있는 몸뚱이다. 아마 말을 할 수도 글을 쓸수도 없게 평생토록 구속되어있을 것이다."
"싫...싫어!"
당소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평생토록 모든 구속된 채 살아야한다니
어찌 그런 삶을 수 있겠는가
"싫어도 어쩌겠느냐? 일이 그렇게 되었는 걸. 이왕 그렇게 된거 행복하게 살도록 하거라. 아니면 간절히 빌기라도 해보던가? 혹시 아느냐? 우주의 기운이 네가 원하는대로 이뤄질 수 있게 도와줄지?"
살혼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짓고있는 당소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다음 천천히 손을 뻗었다.
두터운 흑건으로 양 눈을 가렸다.
"잠...잠깐!"
그 다음 입을 강제로 벌려 커다란 재갈을 물렸다.
"우....우우웁!"
뚝
이내 당소의 입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입이 쩍 벌어져 어떠한 소리도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조용하군."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살혼은 독문무공인 흑암잔혈마공黑暗殘血魔功을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구속되어있는 당소의 주위에 불길하기 그지없는 흑색 기류가 빠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빠져나온 흑색 기류들은 살혼의 몸에 그대로 흡수되기 시작하였다.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젠장, 부족하군."
살혼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원래 몸뚱이에서 마기를 최대한 빼낸다고 빼냈건만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흑암잔혈마기를 빼앗는 과정에서 손실이 너무 많이난듯 하였다.
'이정도 가지곤 이혼대법을 쓸 수 없다.'
살혼의 눈살이 더욱더 찌푸려지기 시작하였다.
몸만 바뀌면 곧바로 미리 준비되어있는 몸뚱이로 돌아가려고 했건만
아무래도 지금 상태에선 무리인듯 싶었다.
'어쩔 수 없군, 이 몸뚱아리를 쓰는 수 밖에......"'
휘익
이내 결심을 마친 살혼은 미련없이 몸을 돌려버렸다.
내력을 빨아먹을 만큼 다 빨아먹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끌끌끌, 평생동안 묶인 채로 잘 살도록 하거라."
묶여있는 당소에게 비웃음을 날린 채 말이다.
저벅 저벅
얼마 지나지 않아 당소의 신형이 고문실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내 고문실 안에는 몸이 뒤바뀐 당소만이 애처롭게 묶여있을 뿐이었다.
**********
저벅 저벅
고문실 밖으로 나온 살혼은 문 앞에서 가만히 대기를 하였다.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듯이 무척이나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저벅 저벅 저벅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살혼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소의 교대 근무자인 당평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는가!"
살혼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입을 떼었다.
"미안하군. 내가 조금 늦었네."
당편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좀? 지금 조금이라고 했는가? 자네에게 일각이 조금인가?"
"갑자기 속이 좋지 않아, 급히 용무를 보고 왔다네....."
"그건 내 알바가 아니지! 미리미리 속을 비워뒀어야하는 게 아닌가! "
"미안하네...."
"되었네, 네 다음에는 이각정도 늦을터이니 그리 알게!"
"아니, 말이 어찌 그렇게 되나? 난 고작 일각만 늦었을 뿐인데 왜 자네는 이각이나 늦는다는 말인가?"
당평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저번에도 일각 가까이 늦지 않았는가? 합산일세."
살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런 법이 어디있는가!?"
그 말을 들은 당평은 황당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떼었다.
"어디있긴 여기 있네!"
살혼은 고함을 내지르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그동안 자잘하게 늦은 걸 생각하면 이각도 적은 시간일세!"
살혼은 당당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당평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후우"
그 말을 들은 당평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당소가 단단히 마음을 먹은듯 하였기 때문이었다.
".......알았네...알았어..다음에는 이각 더 늦어도 용인하도록 하겠네."
당평은 이내 체념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뭘 선심쓰듯이 말하는가? 당연한 것을!"
그리고 살혼은 당연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알았네..알았어.. 원참..오늘따라 더 예민하구만."
당평은 푸념하듯 말을 이었다.
원래 까탈스러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그정도가 더해보였다.
"나를 탓하기 전에 자네 그 지각 습관을 먼저 탓하시게."
그 말을 들은 살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며 입을 떼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는 그대로 바깥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얘기를 더 나눌 가치가 없다는듯이 말이다.
당평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
저벅 저벅 저벅
히죽
당평의 시야에서 벗아난 살혼은 히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를 완벽히 속여넘겼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당가에는 멍청한 놈들 투성이군.'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유쾌하였기 때문이었다.
사천제일가라는 곳에 누구하나 제대로 된 인간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아둔하고 어리석었다.
자신의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가니 말이다.
'어서 당가를 벗어나자.'
저벅 저벅 저벅
살혼은 더욱더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당가에서 벗어날 심산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이내 살혼의 눈앞에 커다란 철문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저기다!'
살혼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곳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살혼의 걸음걸이가 더욱더 빨라지더니 이윽고 문의 코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살혼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대로 밀어낼 심산이었다.
철컥
그때 반대편에서 문고리를 잡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뭐..뭐지?!'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살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누구란 말인가
현재 지하 고문실은 교대 근무자 외에는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는 말인가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끼이이익
그때 문이 천천히 살혼이 있는 방향으로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살혼은 긴장어린 표정으로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누가 튀어나올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끼이이익
쿵
이내 문이 열리고 문을 연 당사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살혼은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너무나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아니 익숙하다 못해 죽이고 싶은 원수같은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살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왜 하필 지금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다는 말인가
"교대신가봅니다."
그때 원수같은 남자, 장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그렇습니다."
선우의 물음에 살혼은 정중히 답을 하였다.
"고생많으시군요."
"..하하하...고생이랄 것도 없습니다...당연한 일이지요."
살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일이라고는 하나 햇빛 한줌 안들어오는 이곳에서 낮인지 밤인지 모른 체 근무만 서고 있지 않습니까? 충분히 고생하고 계신겁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하하하.....말씀이라도 그리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살혼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떼었다.
"............."
"............."
그리고 그의 웃음이 끝나자 일순간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할 말 없으면 꺼지지 왜 안비키는 거야?'
살혼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말이 끊겼으면 나올 줄도 알아야하건만
어찌 저렇게 떡하니 출구를 막아서고 있다는 말인가
"비켜드릴까요?"
이내 참지못한 살혼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선우는 살짝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살혼은 천천히 몸을 벽쪽으로 바싹 붙였다.
장선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저벅 저벅
그러자 이내 장선우가 그의 앞을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살혼은 긴장 어린 시선으로 얌전히 기다렸다.
그가 완전히 지나가기를 말이다.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내 장선우가 그를 완전히 스쳐지나갔다.
'후우'
살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위기를 넘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뚝
그때 갑자기 걸어가던 선우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몸을 벽에 붙이고 있는 살혼을 바라보았다.
"간수님."
"......말씀하십시오."
"가는 길이 외로워서 그런데 말벗이나 하며 같이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선우는 해맑게 웃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살혼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