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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39화 (640/1,419)

〈 639화 〉 640. 내가 왜 그 새끼를 생각 못했지!?

"..............."

선우는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살의에 잠식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건만 결과적으로 옥령을 죽일 뻔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살검殺劍이 얼마나 위험한지 느끼셨죠?"

옥령은 그런 선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끄덕 끄덕

선우는 살며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살검殺劍은 강대하였다.

선옹에게 이어받은 무형검마저 해소시켜버릴 만큼 말이다.

살검殺劍은 매혹적이었다.

단순히 살의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강대한 힘을 손쉽게 얻게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살검殺劍은 위험하였다.

강대하기 짝이 없는 힘을 주었지만 그 힘이 비례하여 인간성마저 앗아갔으니

살검殺劍은 끔찍하였다.

한 번 발동이 걸리게되면 사랑하는 여인마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살기에 잠식되어버리니 말이다.

인정할 수 밖 없었다.

자신이 추구하던 지키는 검과 살검殺劍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옥령."

선우는 결심에 찬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살검殺劍을 버리겠어."

"괜찮으시겠어요?"

옥령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살기가 짙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검이었지만

살검殺劍은 엄연히 선우가 고생 끝에 얻은 마음의 검이었다.

그러한 검을 버린다는 것은 선우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할 수 없었다.

본디 갖지 못한 것보다 손에 쥐었던 것을 빼앗겼을 때의 박탈감이 더욱 심한 법이었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선우가 정신적으로 괜찮을 지에 대해서 말이다.

"필요하지 않아."

선우는 살기가 사라진 청명한 눈빛으로 옥령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필요치 않았다.

천하제일인인 이재원조차 벌벌 떨게 만들 정도로 강대한 검이라고 하더라도

살기라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무한에 가까운 힘을 주는 손쉬운 검이라고 하더라도

소중한 사람조차 못 알아보게 만드는 괴물 같은 검이라면

소중한 사람을 죽여버릴 뻔한 개같은 검이라면

필요치 않았다.

"......선우."

옥령은 떨리는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제 걱정마........살검殺劍을 내보이는 일은 없을테니까."

선우는 단호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걱정 안해요.....저는 선우를 믿으니까요."

옥령은 그런 선우를 부드럽게 안아주며 말을 이었다.

옥령은 알 수 있었다.

선우가 지금 얼마나 힘든 결정을 했는지 말이다.

이룩한 것을 내버리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그것도 살검殺劍처럼 매혹적이면서 강대한 힘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선우는 그런 살검殺劍을 곧바로 내버렸다.

자신을 다치게 할 뻔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옥령은 힘든 결정을 한 선우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자신의 말을 따라준 선우가 말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그에 대한 사랑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주체가 되지 않을 만큼 말이다.

옥령은 사랑하는 낭군을 꼬옥 껴안았다.

자신의 차오르는 사랑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선우도 그런 옥령을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사도邪道로 빠질 뻔한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자 연인을 말이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서로를 품에 안았다.

**********

"정말 괜찮아요?"

옥령은 맑은 눈빛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괜찮아, 어차피 내게 어울리는 힘도 아니었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가 힘겹게 이룩한 힘이잖아요?"

"한 번 이룩한 힘이니까 새롭게 이룩하는 것도 어렵진 않을거야."

심검을 이룩한 선우였다.

이미 한 번 밟아온 길인 것이다.

똑같은 길을 다시 밟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걱정되는 건......이재원인데.."

선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앞으로 한달 뒤면 이재원이 당가를 방문한다.

만약 그 때 그가 날뛰기라도 한다면

살검殺劍없이는 전처럼 쉽사리 제압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걱정마세요."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당가에는 선우만 있는게 아니니까요."

옥령은 별빛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그렇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 말대로 당가에는 자신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경에 다다른 고수가 자신외에도 두 명이나 있었고

현경에 반쯤 다리를 걸친 이 또한 두 명이나 있었다.

이정도 전력이라면 최악의 경우가 온다하더라도 쉽사리 위험해질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선우는 이제 독왕이 되실 거잖아요? 무엇이 걱정인가요?"

".........혹시라도 그 자식이 무슨 문제라도 일으킬까봐..."

선우는 이재원의 추악한 성정이 걱정되었다.

제 놈 집이 아니라지만 충분히 망나니짓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거예요."

옥령은 확신에 찬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재원은 현재 당가의 조력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밉보일만한 짓을 함부로 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면 좋겠지만..."

옥령의 확신에도 선우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이재원은 자신을 견제할 수 있는 독왕의 도움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장선우라는 새로운 강자에게 무력적으로 밀리는 것은 물론 팔마저 잘린 비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독왕에 눈밖에 날만한 일을 쉽사리 저지를 리 만무하였다.

"그리고 만약 그가 날뛴다해도 걱정하지마세요."

옥령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방비할 새도 없이 목을 잘라버릴테니까요."

옥령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광검光劍은 선우조차 기감을 퍼트리고 나서야 겨우 반응할 정도로 초월적인 속도를 자랑하였다.

무방비한 상대라면 그 목을 베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리라

그 대상이 이빨 빠진 호랑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고마워."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머릿결을 쓰다듬어주었다.

자신을 안심시켜주려는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전해진 까닭이었다.

"....뭘요."

선우의 칭찬을 들은 옥령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린 낭군의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

부웅

부웅

선우는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살기가 묻어나오며 검 주위를 감쌌다.

그렇게 얼마나 검을 휘둘렀을까

챙그랑

이내 선우는 검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살기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이 살기를 조절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선우는 고심에 빠져들었다.

살검殺劍을 버리겠다고 옥령과 약속을 한 선우였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몇 번이고 검을 휘두르며 짙게 배어있는 살기들을 빼내려고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살기는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흘러나오는 것이다.

"하아."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스승님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선우는 스승의 부재를 한탄하였다.

음양마라면 지금같은 상황에서 최선의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백 년간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빼앗아온 음양마라면 분명 살기를 조절하는 법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배울 만한 사람이 없을까?'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에 빠져들었다.

조언을 받을만한 이가 있을까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당가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무인들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적합한 인물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당가에 있는 무인들 대다수가 정종심법을 익힌 정파인이거나 질척거리는 살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옥령이나 강하윤, 당서윤의 경우

정종심법을 기반으로 둔 정파인이기에 살기에 관한 조언을 들을 수는 없었다.

마공을 익힌 능소화의 경우

끈적하고 질척거리는 살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황녀님이었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요랑의 경우에는 애초에 논외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타고난 포식자로서 살기 따위를 숨기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아."

선우의 한숨이 더욱더 짙어졌다.

마땅히 조언을 구할 만한 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살인을 밥먹듯이 한 인간이 없으려나?'

선우는 헛된 생각을 하였다.

어디 살인만 전문적으로 한 인간이 없을까하고 말이다.

피식

하지만 이내 그는 실소를 터트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개같은 살인마가 있다면 진즉에 목을 잘라버렸을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의 주위에 살인을 밥먹듯이한 살인마가 존재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나도 피곤한가보네.'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피로하여 헛된 생각이 든듯 하였다.

번뜩

그렇게 스스로 실소를 터트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머리에서 무언가 번뜩이며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아!"

그리고 이내 선우의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현재 당가에 감금되어 있는 추악한 살귀.

셀수도 없는 많은 세월동안 살인을 밥먹듯이 하며 살아왔던 최악의 인간.

사십 여년 전 난다긴다하는 무림명사들을 떼로 죽여버린 살인마.

항거할 수 없는 죽음을 선사한다하여 신적인 존재로까지 받아들여졌던 존재.

타살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어 혼을 죽였다고 일컬어지는 암살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최악의 암살 집단, 혈해血解의 해주

혼을 죽이는 살수

살혼殺魂을 말이다.

'내가 왜 그 새끼를 생각 못했지!?'

선우는 이마를 한 대 탁 쳤다.

눈앞에 해결책을 두고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살혼은 과거 자신을 암살하려다 되려 잡혀들어온 암살자였다.

몸을 갈아타는 기괴막측한 능력을 가진터라

현재 당가 지하에 있는 은밀한 고문실에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감금해놓은 상태였다.

그런 그를 완전히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 자식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 거야.'

살혼殺魂을 생각해낸 선우는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본디 살수는 살기를 감추는 방법부터 배우는 법이었다.

무림 고수의 경우

살기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살수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희망이 보였다.

최악의 암살 집단인 혈해의 해주인 그라면

셀수도 없는 세월동안 수많은 이들을 암살을 해왔던 그라면

혼마저 죽여 살혼殺魂이라고 불리우는 그라면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살기를 조절하는 법을

몸에 배인 살기를 전부 빼낼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선우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연무장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살혼을 한시라도 빠르게 보기 위해서 말이다.

이내 선우의 신형이 연무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

지하 감옥

"후아아아암"

지하감옥을 지키고 있는 당가의 무사, 당소는 길게 하품을 하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시간이 가지 않는 지루한 근무

또래에 비해 나쁘지 않은 월봉

이 모든 것들이 그를 지루하고 심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아.....뭔 일이라도 안터지려나?"

심심하다 못해 괴롭기까지한 당소는 간절히 바라였다.

뭔가 재밌는 일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하는 일이라곤 때가 되면 온몸이 결속된 죄인의 입 안에 죽을 넣어주고 감옥 앞을 가만히 지키고 서있는 게 다인 그였다.

심심하지 않을 리 만무하였다.

죄인을 여럿본다면 사람 보는 맛에 지루하지라도 않았겠건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은 단 한 명의 죄인만을 맡게 되었다.

그렇기에 지루함은 배가 되었고 심심함은 폭발할 지경이 되었다.

'아무래도 전근을 신청해야겠어.'

당소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전근을 신청해야겠다고 말이다.

월봉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근무 또한 쾌적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이곳은 발전이 없는 곳이었다.

자신처럼 불타는 열정을 가진 이가 죽치고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곳이었다.

'차라리 돈 덜받고 힘들어도 재밌는데를 가고 말지.'

그는 생각하였다.

간수로 있는 것 보단 차라리 하급 무사로 있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이랑 부대끼다보면 적어도 심심함이라도 덜 할테니까 말이다.

'내일 당장 신청하자.'

그렇게 당소가 전근에 대한 마음을 굳히고 있을 때였다.

[이봐]

갑자기 그의 머리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누구냐!"

화들짝 놀란 당소는 재빨리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주위에는 사람의 인영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환..환청인가?"

당소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환청인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환청이 아니다]

그때 다시금 당소의 머릿속에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당소의 얼굴이 당혹스럽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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