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7화 〉 638. 그녀와 검을 나누다.
"뭐..뭐라고?"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서 검을 드세요."
옥령은 휘황찬란한 백색의 검을 치켜든 채 말을 이었다.
"저는 약하지 않아요. 그걸 증명하겠어요."
옥령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그녀의 눈빛에 담겨있는 감정은 투쟁심이었다.
"아니..옥령....진정하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가 너무 흥분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 저는 지금 충분히 진정되어있는 상태예요."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전 옥령이 아닌 혈검향血劍香으로써 선우가 아닌 검신劍神에게 비무를 청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부디 저를 무시치 마시고 검을 들어주세요."
그녀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
선우는 그런 그녀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였다.
그러자 한점의 망설임이 없는 올곧은 눈동자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하아"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옥령, 네가 다치는 걸 원치 않아."
선우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다칠 생각 없어요."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고개를 살며시 내저었다.
아무래도 말로는 그녀의 고집을 도저히 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진짜....검을 들어야하나?'
선우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검을 들어야할지 말아야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약하지 않았다.
충분히 강한 여자였다.
여중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주소양에게도 밀리지 않을 만큼말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마음의 검까지 세운 자신에 비하면 손색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현경과 화경은 그 경지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검에 의해 그녀가 다치게 될까봐 말이다.
'어떻게..하지?'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선우는 말 없이 천천히 용미연검을 치켜세웠다.
검을 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최대한 힘조절을 하자.'
우우우우우웅
선우는 음양조화기를 용미연검에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용미연검에서 흉악하기 그지없는 기운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살검殺劍의 영향으로 탁해진 검기였다.
타탁
선우는 빠르게 발을 굴렀다.
그다음 그녀를 향해 신형을 쏘아보냈다.
쇄애애애액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선우의 신형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부웅
그리고 그녀의 코앞까지 도달한 순간
선우는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그녀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힘 조절을 한 채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막거나 피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아니!?'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찌 검이 날아드는데 대처를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내 검날의 끝이 그녀의 쇄골에 맞닿기 시작하였다.
'안돼!!!!!'
선우는 다급히 힘을 주어 칼을 거두려고 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그녀의 코앞까지 휘둘러진 검이 그녀를 베어가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부웅
이내 선우의 검이 그녀의 왼쪽 쇄골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그대로 갈라버렸다.
선우의 얼굴에 절망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옥령을 죽이고 말았다는 사실에 절망감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검에 베인 그녀의 신형이 흐릿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흩어져버리고 만 것이다.
'뭐야!?'
그 모습을 본 선우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서늘
그때 목 어림에서 부근에서 무언가 싸늘한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선우."
뒤이어 귓가에는 차갑기 그지없는 옥령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가 들은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옥령의 모습을 말이다.
"봐주지마요. 진짜 화낼거예요."
선우와 눈이 마주치자 옥령은 차가운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익힌 거야?"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요령이 생겼거든요."
옥령은 선우의 목에서 천천히 칼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
타타탁
그다음 선우와 살짝 거리를 벌리며 입을 떼었다.
"힘 조절 같은 걸 할 생각은 말아요. 그러다간 되려 다칠 수 있으니까."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을 하였다.
그리고 반성하였다.
옥령을 얕볼대로 얕본 자신의 오만함을 말이다.
'멍청한 새끼.'
선우는 스스로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옥령한테 얼마나 큰 실례를 저질렀는지 깨달은 까닭이었다.
그녀는 강해져있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말이다.
자신조차 이형환위를 쓰기 위해선 각종 꼼수를 동원해야했다.
최고의 경신술 중 하나라고 불리우는 풍진보를 극성으로 발휘해야했고
혈류를 가속화 시켜 신체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상반신을 활처럼 뒤로 젖힌 뒤 그대로 튕기는 궁신탄영으로 가속도를 얻어야
비슷하게나마 흉내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옥령은 그런 극상위 경신술을 아무런 예비동작도 없이 숨쉬듯 자연스럽게 해낸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녀가 또다른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년동안 성장한 것은 자신 뿐이 아니었다.
그녀 또한 성장한 것이다.
인간의 한계점이라고 불리우는 화경 상경을 넘어
인간을 초월했다고 불리우는 현경의 경지로 말이다.
자신은 그런 그녀를 한껏 무시하냐
말같지도 않은 배려를 한 것이다.
'내가 얼마나 꼴같잖아 보였을까?'
선우는 창피함에 얼굴이 잔뜩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도저히 그녀를 마주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옥령"
선우는 천천히 그녀를 불렀다.
"말씀하세요."
"미안해."
선우는 사과를 하였다.
그녀를 무시한 것이 대한 사과였다.
"개의치 마세요. 선우가 제가 싫어서 일부러 그런게 아니잖아요."
옥령은 고개를 살짝 내어저으며 말을 이었다.
울컥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옥령의 착하고 자애로운 마음이 심금을 울린 까닭이었다.
선우는 감동에 젖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검을 치켜들기 시작하였다.
저 자애롭고 착한 여인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사과가 무엇인지 깨달은 까닭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음양조화기가 용미연검을 소용돌이 치듯 휘감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살기 또한 음양조화기를 따라 같이 휘감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휘감아진 두 기운이 하나가 되면서 묵빛의 강기 덩어리를 만들어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묵빛의 강기를 말이다.
타타탓
그다음 선우는 풍진보를 극성으로 밟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선우의 신형이 순식간에 그녀의 코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부웅
옥령의 코앞까지 도달한 선우는 곧바로 검을 내리그엇다.
그녀의 머리를 부술 기세로 말이다.
이내 옥령은 정수리부터 가랑이까지 일도양난이 되었다.
무척이나 끔찍한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선우는 그런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감을 더욱더 예민하게 유지한 채 기감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선우의 주위에 커다란 반원이 생겨나더니 점점 범위를 넓히며 뻗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범위를 넓혔을까
'뒤통수!'
선우는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꺾었다.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든 옥령의 검을 감지한 까닭이었다.
선우는 그대로 왼발을 뒤편으로 빼내었다.
그다음 왼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돌린 후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뒤통수를 노리고 검을 날린 옥령을 견제할 심산이었다.
부웅
이내 선우의 검이 다시금 옥령의 신형을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이번에는 허리였다.
허리를 기준으로 몸뚱이를 반절 잘라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 몸뚱이마저 흐릿하게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또다시 잔상을 베어버린 것이다.
'귀신같아.'
선우는 생각하였다.
실로 신출귀몰한 경신법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신형이 특출나다는 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빠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상시 기감을 퍼트려놓지 않으면 어쩌지 못할 정도로 빠르지 않던가
이정도면 속도전에서는 완전히 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강해졌을 줄이야.'
선우는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현경에 오르고 마음의 검까지 세운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옥령에게 승기조차 제대로 못 잡고 있었다.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나도 최선을 다해야해.'
선우는 빠르게 음양조화기를 일주천 시키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혈류의 이동 속도를 가속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온몸에 혈류가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르게 퍼져가기 시작하였다.
"후...하...후..하."
더불어 숨소리 또한 거칠어지기 시작하였다.
혈류가 가속화되자 그만큼 산소를 필요로하는 듯 싶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쉴새없이 방망이질하기 시작하였다.
부릅
이내 선우의 눈에 핏발이 서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다음 선우는 기감을 최대 범위까지 펼쳤다.
그러자 이내 뒤편에서 옥령의 기척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휙
선우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다음 상체를 활처럼 뒤로 확 젖혔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튕겼다.
쾅
그러자 이내 선우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그대로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쇄애애애애액
선우의 신형이 바람을 가르며 그대로 옥령의 코앞까지 도달았다.
선우는 곧바로 검을 내질렀다.
콰쾅
그러자 이내 굉음이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옥령이 검을 들어 선우의 검을 막아낸 탓이엇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피해내지 못한 듯 싶었다.
'기회다!'
선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며 그녀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리치고
찌르고
휘둘렀다.
거대한 거력을 담아서 말이다.
그럴 때마다 옥령의 신형이 뒤편으로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정면 승부로 선우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인듯 싶었다.
'거리를 벌려야한다.'
옥령은 재빨리 발을 굴렸다.
그다음 뒤편으로 몸을 내빼기 시작하였다.
"어딜!"
선우는 그런 그녀를 집요하게 쫓기 시작하였다.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이내 거리를 벌리려는 옥령과 어떻게든 따라잡으려는 선우 간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누구하나 양보하는 이 없이 치열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검합이 오갔을까
콰쾅
이내 폭음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나오더니
옥령의 신형이 뒤편으로 사정없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검환劍環으로 그녀의 검을 후려쳐버린 탓이었다.
주르르륵
"크윽"
뒤편으로 사정없이 밀려난 옥령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얕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검환의 강대한 힘에 내부가 살짝 진탕된 까닭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은데?"
선우는 고통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옥령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자신의 우위에 서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이에요."
옥령은 투기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무리하지마......지금 내부가 진탕되서 숨쉬는 것도 힘들잖아?"
"하루....종일도 할....수..있어요."
옥령은 백설처럼 새하얀 검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고집불통."
선우는 꿋꿋히 검을 들어올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포기할 생각이 없는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기절시켜야겠어.'
선우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단번에 기절을 시킬 심산이었다.
"선우."
그때 앞편에서 옥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복하게?"
그녀의 부름에 선우는 반색하며 되물었다.
혹여 그녀가 항복을 하는 건 아닐까라는 기대가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요."
옥령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해줄 말이 있어서요."
"해줄 말?"
"네에."
옥령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인데?"
선우가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옥령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번엔 이형환위보다 더 빠를테니까요."
그녀는 올곧은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거짓말."
선우는 그녀의 말을 부정하였다.
경신술의 경지 중 최고의 경지라고 불리우는 것이 이형환위였다.
그런데 대체 어찌 그런 이형환위보다 빠를 수 있다는 말인가
분명 심리전으로 자신을 농락할 속셈이리라
"선우는 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네요."
그의 말을 들은 옥령은 입가에 청아한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 천천히 검을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몸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믿음 직접 채워 드릴게요."
옥령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