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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36화 (637/1,419)

〈 636화 〉 637.부부싸움

"검이 가진 마력魔力?"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검이 가진 마력을 믿지 못하겠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검은 마력魔力을 가지고 있어요. 쥐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베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거든요."

옥령은 별빛처럼 아름다운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검을 쥐고 있는 이의 경지가 깊어질 수록 검의 마력魔力 또한 더욱더 증대가 되어 유혹을 하기 시작하죠. 어서 검을 휘두르라고 어서 검으로 상처를 입히라고 말이에요."

"........하지만......나는 단 한 번도 그런....일을 겪은 적이.."

"의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에요. 무의식 속에 가만히 내재되어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충동을 하니까요. 주인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말이에요."

옥령은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해할 수 없어.....검에 생명이라도 있다는 거야?"

선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신을 지켜주는 동반자처럼 여기고 있지만

검은 한낱 도구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어찌 한낱 도구따위가 주인을 충동질하는 마력魔力을 가진단 말인가

"생명이라......그렇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거예요. 검사는 검에게 생명을 부여해주니까요."

"생명을 부여해준다고?"

"네에, 오랜 시간 동안 주인의 내력이 스며든 검은 생명을 가지고 주인만을 위한 검으로 모습을 바꾸어버리죠."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주인만을 위한 검?"

"최적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거예요. 좀더 효율적으로 내력을 수용할 수 있도록 좀더 빠르게 공명할 수 있도록 그리고 좀더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최적화.."

"문제는 그 최적화되는 과정에서 검이라는 도구가 가진 마력魔力 또한 강해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주인을 원하는대로 휘두르려고 하죠. 검의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에요."

옥령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 다음 의문스러운듯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자신의 쥐고 있는 용미연검을 말이다.

다시봐도 여전히 아름답고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믿음직하고 든든하기까지 하였다.

자신의 괴랄하기 짝이 없는 내력을 전부 받쳐주는 최고의 동반자였으니 말이다.

이런 검이 자신을 충돌질한다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용미연검의 마력魔力이......나를 잡아먹어 버릴 거라는 말이야?"

이내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다음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옥령을 쳐다보며 물었다.

"앞으로 계속 검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검을 휘두른다면요."

선우의 물음에 옥령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선우는 검 자체가 되고 말아요. 선우라는 이름을 잃게 되고 그저 한 자루의 검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될거예요."

옥령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한 자루의 검?"

"네, 그저 베는 것밖에 모르는 도구로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되는 거예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한 자루의 검이라는 말을 들으니

머릿속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하나둘 조각을 맞추듯이 말이다.

한 자루의 검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 말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들은 말인 것이다.

이내 선우의 머릿속에 한 남자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처음 만난 자신에게 아낌없이 깨달음을 전해주며 검무劍舞를 추었던 남자.

절망에 가까운 강함을 가지고 있었던 대장군 이연을

단 일합만에 베어버렸던 남자.

이름 따윈 없다면 한자루의 검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남자.

현경에 다다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었던 남자.

"..........검인."

한 자루의 검.

검인劍人이었다.

'내가 검인처럼 변한다는 건가?'

선우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살검殺劍의 끝에 다다르면 그 종착지에는 검인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또한 의문이 들었다.

검인처럼 되는 것이 정말 나쁜 것일까하고 말이다.

그는 유쾌하고 호방한 사내였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유쾌함을 느낄 수 있는 친화력과 호방함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되는 것이 왜 나쁜 지 이해가 되지 않아싿.

"검인이 누구인가요?"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예전에 한 자루 검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던 사내를 만난 적 있었는데.........."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검인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가기 시작하였다.

그와 어떻게 만났으며 어떠한 깨달음을 전해받았고

그와 어떻게 재회하게 되었고 그가 누구를 쓰러뜨렸는지

전부를 말이다.

"............."

검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들은 옥령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

이내 옥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선우를 불렀다.

"응."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그 검인이라는 사람은 검 그 자체가 되는 걸 추구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검이 가진 본연의 용도에 충실할 수 있게 말이에요."

"........하지만 그는 감정이 있었어....웃을 수 있고 유쾌했고..호방했어."

한 자루 검이라며 스스로를 지칭하긴 했지만 검인은 감정이 있었다.

모든 감정을 잃고 검만 휘두르는 광인이 아닌 것이다.

"감정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가 원하는 최고의 가치는 무언가를 베는 일일 거예요."

"그게 틀리다는거야?"

"누군가의 가치관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를테니까요."

선우의 물음에 옥령은 고개를 천천히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하여 틀리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않다.

그 개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하니까 말이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선우가 그렇게 되는걸 원치 않아요."

옥령은 슬픈듯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저는 선우가 인간이길 바래요. 도구로써 살아가는 걸 원치 않아요."

옥령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원치 않아요......살의에 먹혀 살검을 휘두르는 걸요........원치 않아요.....그저 베는 도구로써의 삶을 추구하는 걸요.......원치 않아요.....인간이길 포기하는 걸요..."

인간은 인간이기에 아름다운 법이었다.

도구를 자처하며 인간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적어도 옥령은 그리 생각하였다.

"........인간이길 포기한다니......그럴 리가 없잖아."

선우는 그녀의 말을 곧바로 부정하였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죽이기 위해서 검을 들려고 하고 계시잖아요? 살기조차 제어하지 못하고 계시잖아요? "

옥령은 눈물을 조금씩 흘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에 대한 걱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건...그냥.....익숙지 않아서 그래. 조금만 더 익숙해진다면 분명 괜찮아질거야......그러니까...걱정하지마...응?"

옥령이 눈물을 보이자 선우는 다급히 그녀를 안심시키기 시작하였다.

익숙지 않은 것 뿐이라며

익숙해진다면 분명 괜찮아질거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옥령은 여전히 눈물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익숙해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아니 익숙해진다면 오히려 더욱더 인간과 멀어지게 될거예요. 살의를 가지는게 당연시 될테니까요."

".........."

"지금 선우는 검인이라는 남자보다 더욱더 위험한 상태에요. 그 남자는 그저 베는 것만을 추구했지만 선우는 죽이는 것을 추구하고 있잖아요? 그 본질이 더욱더 위험하고 난폭해요. 분명 살검殺劍은 선우 스스로를 해하게 만들거예요. 그러니 부디.....제발...살검殺劍을 버려주세요."

옥령은 선우에게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부디 살검殺劍을 버려달라고

인간이길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

그리고 그녀의 애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 떄문이었다.

살검殺劍을 버리라니?

살검은 자신은 물론 소중한 이들까지 전부 지켜줄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아니던가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던 이재원의 팔마저 잘라버린 최고의 무기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살검을 버리라니?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감이 잡힐 리 만무하였다.

무리에 가까운 부탁이었으니 말이다.

".........못해."

이내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거절이었다.

"......선우."

옥령은 그런 선우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물기로 가득 젖어있었다.

"살검殺劍이 없다면......너를....지킬 수 없어......살검이 없다면....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이들을 지킬 수 없어....."

선우는 그런 그녀를 올곧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살검이 필요하였다.

모두를 지키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선 말이다.

그렇기에 버릴 수 없었다.

그게 설령 사랑하는 옥령의 부탁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원치 않아요."

그 말을 들은 옥령은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선우가 인간성을 잃어가면서까지 모두를 지키는 걸 말이에요."

"옥령......괜찮아....난..괜찮을거야...인간성을 잃지 않을거야."

선우는 근거없는 확신으로 그녀를 안심시키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을 것이라는 확신 따위는 없었다.

아무라 주인공 보정이 있다지만 그게 인간성마저 지켜줄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재원 또한 주인공 보정을 받았지만 인성이 썩어 문드러지지 않았던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멀쩡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선우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확신을 연기하였다.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없다는듯이 말이다.

"어떻게 그걸 확신할 수 있죠?"

옥령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확신할만한 근거를 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옥령, 그냥 날 좀 믿어줄 수 없겠어?"

선우는 옥령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선우는 믿어요....하지만 선우의 검은 믿을 수 없어요."

"이 검 또한 네가 믿는 내가 만들어낸 검이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좋아서 만든 게 아니잖아요?"

옥령은 슬픈듯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저 살기 위해서.......그저 지키기 위해서......억지로 만들어낸 검이잖아요...."

그녀는 생각하였다.

선우가 추구하던 검이 살검殺劍이 아닐 것이라고

살殺을 추구하기엔 그는 너무나 여리고 상냥하였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이 검이야 말로 내가 추구하던 그 자체야. 이 검만 있다면 죽이기 전에 죽일 수 있어. 모두를 지킬 수 있어!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고! "

선우는 확신에 찬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자신은 지키는 검을 추구하였다.

소중한 것들을 노리는 수많은 외압들로부터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지키는 검을 추구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살검殺劍은 최고였다.

나를 죽이려는 상대를 죽기 전에 죽일 수 있었다.

죽이려는 상대가 없다면 안전할 수 있었다.

지키는 검을 완성한 것이다.

대체 살검이 아니라면 대체 어떤 검이 지키는 검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틀렸어요."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고!?"

"선우의 말은 틀렸어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틀렸다니?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살검을 추구하는 자신이 틀렸다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모두를 지키겠다고 스스로를 망치고 있잖아요!"

옥령은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런 식으로 지켜진다고 고마워할 것 같나요? 대체 어떤 멍청한 여자가 연인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다고 고마워하나요!?"

"그런 게 아니야! 망치는 게 아니라고!"

"살기에 잠식되어 사람을 죽이는 검 그 자체가 되겠다는데 몸을 망치는 게 아니라고요?"

"잠식 되지 않아!"

"그 근거가 없잖아요!"

옥령은 언성을 높였다.

".........."

"제가 원하는 건 죽이기 위한 검이 아니에요. 장선우라는 인간 그 자체라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를 지킬 수 없어!"

선우는 울분에 찬듯 고함을 내질렀다.

"나도 알아! 안다고! 위험하다는 거! 살기가 짙어서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전부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다시는 너를 눈앞에서 잃고 싶지 않다고!"

"왜 저를 지켜야할 대상으로만 보는 거죠? 어째서 잃을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만 보냐는 말이에요!"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

"어째서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냐는 말이에요! 저는 당신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싶어요. 그런데 어째서 자꾸만 지켜주려고만 하냐는 말이에요!?"

자존심이 상하였다.

옥령은 선우의 여인이기 전에 무인이었다.

그것도 무의 끝을 추구하는 상승 경지의 무인말이다.

그런데 선우는 그런 자신을 자꾸만 연약한 여자로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희생하려고 하면서 지키려고 하였다.

어찌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덥석

이내 그녀는 검손잡이를 붙잡았다.

스르르릉

그리고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빼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날카로운 예기가 반짝이는 검날이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명검 백화白花였다.

"검을 드세요."

옥령을 천천히 검을 치켜든 후 말을 이었다.

"제가 선우의 생각만큼 약하지 않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해드리겠어요."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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