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5화 〉 636. 검이 가진 마력魔力
"바보! 멍청이! 똥개! 개새끼! "
요랑은 연신 선우를 씹어대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금적화에 넘긴 선우에 대한 원한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배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요랑님, 여기 결재서류요."
쿵
그때 재경각원 당감이 서류더미를 요랑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내뱉었다.
".........이렇게 많아?"
요랑은 책상 위에 올라와있는 산더미같은 서류더미들을 질린다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질리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다.
"이틀이나 도망치지 않으셨습니까? 이정도 분량이면 오히려 적은거라고 생각합니다."
당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업무를 피해 이틀동안이나 도망을 다녔던 요랑이었다.
산더미같은 업무는 당연한 일이었다.
"으으..으으.."
요랑은 싫은듯한 신음성을 내기 시작하였다.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나쁜새끼!'
으드득
요랑은 이를 으드득갈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꼰지른 선우에 대한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냥 모른 척만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굳이 지적을 하여 잡히게 만들었다.
어찌 분노가 차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선..우!.....누구보자..'
요랑은 살벌하기 짝이 없는 눈을 반짝였다.
언젠가는 그에게 복수를 할 계획이었다.
쿵
그때 다시금 거대한 충돌음이 그녀의 책상이 울려퍼졌다.
깜짝 놀란 요랑은 눈을 휘둥그레뜨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당감이 가져온 서류뭉치 못지 않은 거대한 서류더미들을 말이다.
"이...이게..무슨..."
요랑은 불신이 가득 담신 시선으로 서류더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것도 추가예요."
서류 더미를 올려놓은 금적화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오늘 안에 끝내주세요."
그리고 요랑을 바라보며 확정지은듯 입을 떼었다.
"후에에엥...싫어어어어!"
이내 요랑은 울음 섞인 고함을 내질렀다.
절망적인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듯 보였다.
금적화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를 더욱더 닥달하여 일을 시켰고
그 결과 요랑은 결국 월말정산을 성공리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영물인 그녀가 한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인 쾌거였다.
**************
연무장
휘리리릭
허리에 메어져있던 용미연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낭창한 용미연검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랜만이네.'
용미연검을 빼든 선우는 천천히 그 자태를 감상하였다.
바닥을 향해 추욱 늘어뜨려져 있는 고운 자태.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
용이 양각되어진 칼면의 신비로움까지
'멋지네.'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다.
선우는 새삼 용미연검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였다.
오랜만에 검을 빼어드니 그 감회가 새로웠기 때문이었다.
'미안하다.'
쓰담 쓰담
선우는 용미연검을 두어번 쓰다듬으며 사과를 하였다.
이재원의 팔을 자른 이후 두문불출한다는 핑계로 검을 제대로 빼낸 적조차 없는 선우였다.
세상에 다시 없을 기보를 너무 푸대접 했던 것 같았다.
'오랜만에 날뛰게해주마.'
선우는 눈을 반짝였다.
지금까지 푸대접을 만회할 만큼 신명나게 검을 휘두를 심산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결심을 마친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스르르르륵
그러자 이내 연무장 주위에 떠돌아다니던 자연가들이 서서히 선우의 온몸에 흡수되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텅 비어있던 단전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단전대비 고작 일할에 불과할정도로 미미한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차오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이내 단전대비 오할에 가까운 내력들이 들어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텅 비어있는 단전이 완전히 채워져버렸다.
온몸에 자연기가 가득 찬 것이다.
'정제한다!'
자연기들이 온옴에 가득 차자 선우는 그 기운들을 서서히 정제하기 시작하였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기운들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운으로 말이다.
자연기들이 음양조화신공의 구결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더니 혈맥과 세맥을 돌며 일주천을 하더니 이내 다시금 단전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일주천을 마칠 때마다 자연기들은 음양조화기로 정제되어지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처음에는 일할
그다음은 삼할
오할.........칠할.......구할
그리고 십할
선우의 거대한 단전 가득히 기운들이 충만해지기 시작하였다.
텅 빈 단전에 정제된 음양조화기들이 전부 채워진 것이다.
씨익
단전을 충만하게 만든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단전을 채우는 충만한 느낌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모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까지 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용미연검을 들어올렸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곧바로 용미연검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팟
그러자 어지러이 흐트러져있던 용미연검이 꼿꼿하게 직선으로 세워졌다.
부웅
선우는 허공을 향해 가벼이 검을 휘둘렀다.
쇄애애애액
그러자 귓가에 공기를 찢어발기는 흉악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더 무거워졌어.'
그 소리를 들은 선우는 의아함이 들었다.
자신의 검이 더욱더 무거워졌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부웅
쇄애애애액
선우는 이내 다시금 가벼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방금전과 마찬가지로 흉악한 소리가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좀 더 흉악해지기까지 했어.'
그 소리를 들은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저 가벼이 휘두른 검에 무거움과 흉악함이 담겨있었다.
분명 강해졌다.
이건 확신할 수 있엇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흉악해졌다.
즉 살기가 짙어진 것이다.
의아함이 들수 밖에 없었다.
살의를 내비친 적이 전혀 없건만 그저 자연스레 살기가 따랐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설마 살검殺劍의 영향 때문인가?'
선우는 한달 전 마음의 검을 세웠다.
이재원을 죽이고 말겠다는 일념하에 죽이는 검을 완성시킨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영향이 남아있는듯하였다.
그저 가벼이 휘둘렀을 뿐인데 살기가 묻어나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살기가 짙네요."
그때 청아한 음성이 선우의 귓가를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응!?'
그 목소리에 놀란 선우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여인을 말이다.
흑요석처럼 고급진 묵빛 머릿결
자애로움이 묻어나있는 유순한 눈망울
오똑하기 그지없는 콧대
마치 연꽃처럼 분홍빛 가득한 입술
새하얀 백색의 무복까지
우아하고 자애로운 분위기가 절로 묻어나오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옥령!?"
그녀를 본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연무장으로 접근한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현경에 다다른 자신이 말이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방해가 되었나요?"
"아니야, 방해라니. 당치도 않아."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방해라니
당치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옥령."
선우는 사랑스러운 옥령을 불렀다.
"네에, 말씀하세요."
"살기가 그렇게 짙었어?"
"네에, 눈에 보일 정도로 짙었어요."
옥령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에게 느껴졌던 살기는 유형화되어 눈에 보일 정도로 짙었다.
마치 흉악하기 그지없는 사파의 거두들이 가지고 있는 살기처럼 말이다.
"........."
몰랐다.
검이 살기가 묻어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유형화되어 눈에 보일 정도로 변했을 줄이야.
"천무맹에서 무슨 일 있으신건가요?"
옥령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여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마음의 검 때문인것 같아."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히 답을 하였다.
"마음의 검이요?"
옥령은 의아한듯 물었다.
"........사실 이재원과 대치했을 당시 마음의 검을 세웠거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는 어떤 검을 세우셨나요?"
옥령은 궁금증이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물었다.
마음을 세운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실현한다는 말고 다를 바가 없었다.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그 형태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궁금증이 일어났다.
과연 사랑스러운 자신의 낭군이 어떤 검을 세우게 되었는지
대체 어떤 검을 세웠기에 가벼이 휘두른 검에 살기가 묻어나는지 말이다.
".....살검殺劍"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음이 가는대로 죽일 수 있는 검을 세웠어."
"........살검殺劍이요?"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응."
"어울리지 않아요."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 검은 선우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옥령은 슬픈 눈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울리지 않았다.
선우는 피에 미친 혈귀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즐기며 쾌락을 즐기는 마귀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고
누군가의 슬픔에 위로하며
평범히 감정을 나누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렇기에 어울리지 않았다.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죽이는 살검殺劍이 말이다.
"의견이 갈린 것 같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난 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 이 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선우는 영롱한 눈빛으로 살기 어린 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살기 어린 검으로 이재원을 베었다.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며 무협지 속의 주인공인 이재원을 말이다.
살검殺劍은 최고의 무기였다.
이 불합리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자신은 물론 소중한 이들까지 지켜낼 수 있는 최고의 무기 말이다.
어찌 보면 자신이 처음 추구했던 지키는 검에 가장 부합되는 검일지도 몰랐다.
위협이 되는 것들을 전부 죽여 모두를 지킬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찌 이런 검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불성설이었다.
언제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옥령이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에게 동의할 수 없었다.
"안돼요. 선우"
옥령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분명 살검殺劍을 추구한다면 강대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어찌보면 검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용도를 순수하게 추구한다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검이 가지고 있는 본연 용도만을 추구하며 죽이기 위한 검을 휘두른다면 선우의 마음을 갉아먹고 말거예요."
검의 본질이 무언가를 베고 죽이기 위한 것이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검을 휘두르는 사람까지 도구가 될 필요는 없었다.
도구가 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감정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것을 뜻하니까 말이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옥령, 내가 정신만 똑바로 차린다면 절대 그럴 일은 없을거야. 장담할 수 있어!"
선우는 자신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주인공 보정이 넘어온 새로운 주인공이 아니던가
그런 자신이 살기에 잡아먹힐 리 만무하지 않은가
정신적인 방어가 탄탄할 것이 분명하였다.
"선우,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어요."
옥령은 고개를 좌우로 서서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에 관련된 일에 절대라는 것은 없었다.
인간이란 본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어떠한 것도 절대적으로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꺾이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어느 순간 마음이 꺾여버려 폐인이 될 수도 있었고
나쁜짓 따윈 절대 저지르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끈적한 유혹에 넘어가 한순간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주의해야하고 경계해야하며 조심해야한다.
함부로 확신을 가져선 안되는 것이다.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상황일테니 말이다.
옥령이 보기엔 지금 선우의 상황이 딱 그러하였다.
살검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보이고 있었다.
위험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선우가 그저 베어버리는 도구로 전락해버릴까봐.
선우가 그저 한 자루 칼로서의 삶을 살까봐 말이다.
"나를 신뢰하지 않는거야?"
선우는 실망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나 자신에게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주던 옥령이었다.
사고를 치던 아니면 여자를 늘리던 항상 웃음지으며 신뢰에 가득한 눈동자를 보이던 옥령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신뢰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이 들었다.
"그럴 리가요. 저는 선우를 믿어요. 이 세상 누구보다 말이에요."
옥령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말하는거야.....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거야?"
"선우는 믿지만 검이 가지고 있는 마력魔力은 믿지 않으니까요."
옥령은 침중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