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4화 〉 635.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쓰담쓰담
선우는 당서윤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자 흑단같이 고운 머릿결의 감촉이 손 안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우웅..."
그 감촉을 느낀 탓일까
당서윤이 인기척을 내며 몸을 뒤척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런 당서윤은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꼬옥
"더 자, 아직 아침이야."
그리고 품안에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안돼.."
당서윤은 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안되었다.
가주 대리인 그녀는 할 일이 태산처럼 많았다.
이대로 더 잠들었다간 분명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말리라
스르르륵
그녀는 천천히 일으켜세웠다.
그러자 아름다운 그녀의 나신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진짜 가게?"
선우는 몸을 일으켜세운 당서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가야돼."
당서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가지마아아~"
덥석
선우는 그녀의 팔목을 붙잡은 채 앵기기 시작하였다
"이거 놔"
당서윤은 그런 팔을 뿌리치며 말을 이었다.
"더 자자~"
선우는 그런 당서윤의 팔을 더욱 집요하게 잡으며 입을 떼었다.
"지금 안가면 쌓인단 말이야."
"나보다 일이 중요해?"
선우는 실망스러운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대신 할거야?"
당서윤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스르륵
당서윤의 말을 들은 선우는 미련없이 그녀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녀와 더 있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렇다고 대신 일하고 싶진 않았다.
"쓰레기 새끼."
당서윤은 그런 선우를 경멸하는듯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완전히 일으켜세웠다.
그다음 바닥에 떨어져있는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주워입기 시작하였다.
속옷에 매끈한 다리를 끼운 뒤 천천히 올려입었다.
꽈악
그다음은 치마를 두른 뒤 매듭을 지었다.
그리고 상의를 걸친 뒤 양팔을 소매 안으로 넣어버린 후 그대로 묶어버렸다.
이내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자고 있어."
그녀는 침상에 누워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잘 갔다와~"
선우는 손을 살짝 흔들며 그녀를 배웅하였다.
끼이이익
당서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돌려 바깥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런 당서윤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녀가 바깥으로 완전히 나갈 때까지 말이다.
*************
데구 데굴
당서윤이 나가고 선우는 빈둥거리며 침상을 이리저리 굴러다니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보금자리에서 늑장을 한껏 부릴 심산이었다.
쾅 쾅 쾅 쾅
그때 누군가 문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선우야아아아!!! 일어나아아!"
그와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요랑이?"
"들어간다? 들어갈게!"
벌컥
이내 요랑은 단박에 문을 열어젖히고 방안으로 들어와버렸다.
"자문자답하냐?"
선우는 어이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허락을 저렇게 구한다는 말인가
"선우야아아!"
요랑은 그런 선우의 말을 무시한 채 침상에 그대로 달려들었다.
부비적 부비적
그다음 선우의 품속에 기어들어가 머리를 부비기 시작하였다.
쓰담 쓰담
"아침 댓바람부터 웬일이야?"
선우는 그런 그녀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
"보고 싶어서 왔어!"
요랑은 해맑게 웃으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는 다시금 가슴에 머리를 부비적대었다.
사랑하는 수컷을 대하는 요랑의 방식이었다.
씨익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요랑의 솔직한 대답이 그리 싫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어?"
"웅! 완전! 많이! 많이!"
요랑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똘망한 눈망울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도"
쪽
선우는 그녀의 반듯한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헤헤헤헤.."
그런 선우의 입맞춤에 기분이 좋아진 탓일까
요랑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근데 요랑아."
"왜에에에?"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되물었다.
"너 지금 여기 있어도 돼?"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문제 있어?"
"너 재경각주잖아?"
"그렇지?"
"오늘 바쁜 날 아니야?"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바지 사장이나 다름없는 입장이지만 당가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선우였다.
월말에 재경각이 바쁘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으로 아래로 내리깔기 시작하였다.
"......아...안..바빠.."
그다음 식은 땀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월말정산 다 끝내놓은 거야?"
선우는 의심스럽다는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물론이지!"
요랑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수상한데?"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더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평소와는 달리 심히 부자연스러운 대답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진짜야!"
요랑은 격하게 부정을 하였다.
"그것보다 선우야 교미하자! 교미!"
요랑은 재빨리 화제를 전환하였다.
재경각 관련된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교미?"
"응! 교미! 선우랑 빨리 하고 싶어!"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침댓바람부터?"
"때는 중요치 않아! "
".흐음.........살짝 쉬고 싶은데."
선우는 입가에 짓궂은 미소를 지은 채 살짝 튕겼다.
장난기가 감돌았기 때문이었다.
"싫어! 벌써 몇 달이나 참았다고! 이러다간 거미줄이 쳐질거야!"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격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선우의 거절에 상처를 받은듯 하였다.
"거미줄 쳐진다는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운거야?"
"소화가 가르쳐줬어!"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말의 출처가 귀를 의심할 정도로 뜻밖에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애한테 뭘 가르친거야!?'
이내 선우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뭘 가르쳐놓은 것이란 말인가
"넌 거미니까..거미줄이 좀 쳐져도 괜찮지 않을까?"
"비유한 거 잖아? 너 바보야?"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어이없다는듯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좀 농담해봤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걸 또 정색하면서 받으니 민망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재미 없는 농담이었어....선우야."
요랑은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너랑 안놀아"
선우는 삐진듯 얼굴을 홱 돌려버렸다.
"화났어?"
요랑은 그런 선우를 재밌다는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화 안났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닌데? 화난 것 같은데?"
콕 콕 콕
요랑은 손가락으로 선우의 볼을 콕 콕 찌르며 말을 이었다.
"아니거든?"
선우는 볼을 찌르는 그녀의 손가락을 옆으로 치우며 입을 떼었다.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콕 콕 콕 콕
요랑은 더욱더 집요하게 선우의 볼을 찌르며 그를 놀려먹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반응이 재밌게 느껴진듯 보였다.
꼬집
선우는 양손을 내려 요랑의 찰떡처럼 부드럽고 새하얀 볼을 꼬집었다.
쭈우우욱
그리고 그대로 좌우로 쭈욱 당겨버렸다.
"흐갸갸갸갸갸!"
그러자 요랑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잡아당겨진 볼에서 상당한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죽을래?"
"아푸와아아(아파아아아)"
요랑은 눈시울을 살짝 붉히며 고통을 토로하였다.
볼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눈물샘을 자극한 까닭이었다.
꼬집
요랑이 손을 올리더니 이내 선우의 양볼을 붙잡아버렸다.
쭈우우욱
그리고 좌우로 쭈욱 잡아당겨버렸다.
질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아!"
이내 선우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요랑의 손가락이 볼에서 강하게 자극한 까닭이었다.
"이허안하?(이거 안놔?)"
선우는 도끼눈으로 요랑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너흐허나!(너부터놔!)"
요랑 또한 지지않겠다는듯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한 사람과 한 영물은 그렇게 기싸움을 벌이며 대치하기 시작하였다.
양볼을 쭈욱 잡아당긴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흐힙이하?(누구십니까?)"
그 소리를 들은 선우는 문쪽으로 눈을 돌린 채 언성을 높였다.
"선우님, 저예요, 금적화."
그때 바깥에서 금적화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히익!"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요랑은 다급히 선우의 볼에서 손을 떼어내었다.
그다음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댄 후 조용히하라는 듯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요것봐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있는 말썽꾸러기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였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요랑의 찰쌀떡처럼 말랑거리는 볼에서 손을 떼어내었다.
그러자 요랑은 후다닥 바닥으로 내려오더니 이내 침상 밑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들어오십시오."
선우는 바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경첩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금적화가 방 안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우님을 뵈어요"
금적화는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금부인, 그나저나 무슨 일이십니까?"
그녀의 인사를 받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요랑님이 여기 있나싶어 와봤어요."
"요랑이가요?"
"네에....또 사라지셨거든요."
금적화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대답을 하였다.
그녀의 눈빛에는 또다시 탈주를 한 요랑에 대한 분노가 서려있었다.
"급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아직 월말정산이 마감되지 않은터라....요랑님이 꼭 필요해요."
금적화는 간절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월말정산을 전부 끝내놨다는 말은 거짓인듯 싶었다.
'요 요망한 녀석, 진짜'
선우는 실소를 내뱉었다.
요랑이 사람보다 사람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상물정 모르던 순진무구한 영물이 영악해져버렸다.
진짜 인간처럼 말이다.
'나쁜 건 진짜 금방 배우는네.'
선우는 생각하였다.
이참에 요랑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둘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이렇게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다닌다면 분명 신뢰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누구하나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말이다.
선우는 요랑을 사랑하는 남자로서 그런 꼴을 도저히 두고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만큼 다른 이들도 그녀를 사랑하고 아꼈으면 하는 것이다.
'이건 옳지 않아.'
그렇기에 선우는 생각하였다.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자고 말이다.
"그런데 어떡하죠? 아쉽게도 요랑은 이곳에 온 적 이 없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안타까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런가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눈에 띄게 실망하는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선우의 방도 허탕인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혹시 짐각가는데라도 없을까요?"
금적화는 선우를 바라보며 다시금 물었다.
"흐으음...글쎄요..."
선우는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검지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다음 방향을 곧바로 아래로 내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무언가를 가리키듯이 말이다.
"응?"
그 모습을 본 금적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우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의문이 든듯 싶었다.
'침상......아래?'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가리킨 침상 아래로 말이다.
"아!"
그리고 이내 그녀는 발견할 수 있었다.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이고 있는 요랑의 모습을 말이다.
"요랑님!"
요랑을 발견한 그녀는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고함 속에는 분노와 짜증이 가득히 담겨져있었다.
"히익!"
그 목소리를 들은 요랑은 놀란듯 경기를 일으켰다.
설마하니 그녀가 자신을 발견할 줄은 상상도 못한듯 싶었다.
"대체 어디 숨어있는 거예요!"
그녀는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재빨리 침상 근처로 다가갔다.
그다음 허리를 숙이고 요랑을 끌어내기 시작하였다.
"안..안갈거야!"
요랑은 나름 반항을 하였다.
선우와 교미를 하고 싶었다.
이대로 가기는 싫은 것이다.
"지금 재경각원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빨리오세요!"
하지만 그런 요랑의 반항도 금적화는 성난 음성에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이틀 연속으로 도망친 그녀 입장에서는 반항은 커녕 변명조차 우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흐아아아앙!! 싫어어어!!"
질질
요랑은 울상을 지으며 질질 끌려가기 시작하였다.
흔들 흔들
선우는 그런 요랑을 웃는 낯짝으로 바라보며 손을 천천히 흔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잘가라는듯이 말이다.
"너어어!너어어! 너어어어어!"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요랑은 분노를 하였다.
저 망할 새끼가 일러바친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너어어어......!"
쾅
하지만 그녀가 분노를 토해내기도 전에 그대로 바깥으로 끌려나가버렸다.
"거짓말 하면 벌 받는거야. 요랑아."
선우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그저 그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