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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28화 (629/1,419)

〈 628화 〉 629.자르자.

"..........뭉멍"

처소에 도착한 선우는 축 늘어졌다.

몸에 힘을 쭉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서윤의 잔소리에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시달린 결과였다.

'힘들어.'

선우는 어마어마한 피로감을 느꼈다.

현경에 다다른 이후 웬만해선 피로를 느끼지 않는 몸이 된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정신적인 피로는 그대로 느끼는듯하였다.

털썩

선우는 그대로 드러누웠다.

아무것도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푹 자고 싶은 것이다.

똑 똑 똑 똑

그때 선우의 귓가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누구야?

선우는 문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야."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움찔

선우는 몸을 잘게 떨었다.

반시진이 넘게 구박했던 장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왈..왈.왈왈?"

선우는 곧바로 개소리를 지껄였다.

"사람말 해, 이제 개소리 안해도 되니까. "

"무...무슨..일이야?"

허락이 떨어지자 선우는 이내 떨리는 음성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할말이 있어서 왔어."

그러자 대수롭지 않은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벌떡

선우는 이내 곧바로 자리에 일어났다.

그다음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고치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그리고 긴장 어린 시선으로 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문이 열리더니 이내 선우를 떨게 만든 장본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흑단처럼 고운 머릿결

고양이처럼 살짝 올라간 눈매.

날선듯 오똑한 콧날

매혹적인 붉은 입술

사천제일미라고 불리우는 여자.

독서시毒西施 당서윤이었다.

"어..어서와."

그녀의 모습을 본 선우는 고양이 앞에 선 쥐마냥 몸을 살며시 떨기 시작하였다.

잔소리의 부작용이 아직 가시지 않은듯하였다.

"왜 그렇게 몸을 떨어? 죄 지은 사람처럼..."

당서윤은 선우가 몸을 잘게 떨자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혼났는데......당연한 반응이지 않을까?"

"반시진정도 혼난거 가지고 무슨"

당서윤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혼난 당사자는 극심한 두려움에 떨었다구.."

"거짓말좀 하지마. 혼나는 내내 낑낑 거리기만 했으면서."

당서윤은 어이없다는듯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혼나는 내내 개소리로 낑낑만 거렸던 선우였다.

그런 놈이 무슨 두려워했다는 말인가

장난을 쳤으면 쳤지.

"그거야....개짖는 소리만 내라니까...."

"그렇다고 반시진내내 개소리를 내? 사과도 없이?"

"........그건 또 그렇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수긍하였다.

확실히 개소리하며 그저 잔소리만 들었을 뿐

사과를 딱히 하지 않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선우는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진짜 미안하긴 한거야?"

당서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사과에 진정성을 못 느낀 탓이었다.

"...........충분히 반성은 하고 있어...."

선우는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말해봐."

".........뭘?"

"네가 꼬신 네 명의 여자가 누군인지"

당서윤은 올곧은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민망한데."

선우는 얼굴을 슬쩍 붉혔다.

그가 꼬신 여인들은 모두 이재원의 마누라와 딸이었다.

그걸 또 말하라고 하니까 괜스레 민망함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누군지 알아야 대처를 할 것 아니야? "

"............."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대처를 하기 위해선 여인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혹여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팽가련......"

"팽가련이라면 집법당주? 너 미쳤어? 그 사람은 네게 누명을 씌우고 죽이려고 한 원수잖아! 그런 여자를 꼬셔?"

당서윤은 도끼눈을 뜨고 선우를 노려보았다.

속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자신을 죽이려고 한 여자를 속절이 꼬여낼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리고.....그녀의 딸 이기연...."

"야, 이 미친놈!"

이내 당서윤은 고함을 내질렀다.

듣기만해도 혈압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팽가련은 그렇다쳐도 그녀의 딸은 왜 꼬신다는 말인가

한 남자가 모녀를 동시에 꼬셨다는 말이 아니던가

"너 미쳤어? 정신이 나가버린 거야?"

"여기에는.....깊은 사정이......"

그녀의 격한 반응에 선우는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대체 무슨 깊은 사정이 있으면 모녀를 동시에 따먹는데?"

당서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 그를 타박하였다.

이해가 될 리 만무하였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으면 모녀를 동시에 꼬여낸다는 말인가

".........사실은 말이야....."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천천히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팽가련에 관한 모든 일들을 말이다.

그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뒤를 밟았던 일

뜻하지 않게 그녀의 불륜 장면을 목격했었던 일

그리고 불륜남이었던 천룡검 강명으로 변모하여 작업을 걸었던 일

뜻하지 않게 그녀의 딸인 이기연이 꼬였던 일

딸을 이용해 그녀를 협박하여 천천히 굴복을 시켰던 일

종국에는 딸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범하고 완전한 굴복을 시켰던 일까지

전부말이다

"............."

당서윤은 그런 선우의 이야기를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들었다.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말을 이어갔을까

"......그렇게 된거야."

이내 선우는 팽가련 모녀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을 끝마쳤다.

"후우"

그리고 선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당서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요약하자면 복수를 위해 두 모녀를 동시에 타락시켰다...뭐..이런 말이야?"

그녀는 선우의 장황한 말을 요약하여 말하였다.

"뭐....그렇다고 할 수 있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래저래 살이 붙긴 했지만 요약하자면 그러하였다.

"야, 장선우."

"....응.."

".....너 진짜 쓰레기네."

".........."

"팽가련이야 그렇다쳐도 그 딸은 무슨 죄인데?"

".........."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변명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기연은 잘못이 없었다.

장삼에게도

장선우에게도

피해를 준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복수를 위해 꼭 그 아이를 희생시켰어야했어?"

당서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너조차도 다른 사람의 욕망 때문에 희생된 희생양이었잖아? "

"..............."

"피해자였던 네가 2차 가해자가 되어야했어?"

"............."

선우는 입을 다문 채 그저 침묵을 하였다.

구구절절 틀린 말이 없었다.

자신 또한 이재원과 팽가련 그리고 천무맹 수뇌부들의 욕망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였다.

그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서 희생된 제물이었던 것이다.

그런 자신이 똑같은 짓을 저지른 것이다.

복수심이라는 안대에 눈이 가려진 채 말이다.

".....네 말이 맞아....."

선우는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변명할 여지조차 없는 사실에 수긍하고 만 것이다.

자신은 쓰레기였다.

"이기연 그 아이는 부인으로 받아들여."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

"팽가련과 달리 죄없는 아이잖아. 멀쩡한 애 인생을 망쳐놨으면 책임을 져야할 것 아니야?"

그녀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진짜?"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설마하니 그녀의 입에서 부인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대신 팽가련은 안돼, 네 인생을 꼬이게 만든 실질적인 원흉 중 하나잖아? 그런 여자와 같은 취급 받고 싶지 않아."

당서윤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알았어."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굴복해서 자신을 잘따르고 있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 원흉 중 하나였다.

그런 여자를 자신만을 바라보며 지고지순하게 내조해온 다른 여인들과 동급 취급을 한다면 반발이 일어날게 뻔하였다.

"그럼 이제 남은 두 여인은 누구야?"

"......그...황보유연이라고 알아?"

".........."

선우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어지러운듯 휘청거리기 시작하였다.

이 남자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다는 말인가

"야이 미친놈아! 남의 마누라를 또 꼬신거야!? "

"여기에는 깊은 사정이......"

"지랄하지마. 깊은 사정은 무슨! 내가 니 새끼 당대부인 꼬실 때부터 알아봤어야했어. 이 남의 마누라 취향인 음적같은 새끼야."

당서윤은 뾰죡한 음색으로 고함을 질렀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게 아닌가

당대부인 때는 어쩔 수 없이 넘겼었다.

급박한 상황이기도 하였고 만류귀원신공을 얻기 위해선 백년화가 필요하였으니까 말이다.

주소양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그를 종용하였다.

이재원과 척을 질 수 없었을 뿐더러 완벽한 입막음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팽가련도 뭐 이해한다면 못할 것 도 없었다.

팽가련은 선우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자 원수였으니 능욕을 하여 여자로서 수치심을 주는 것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황보유연은 선을 넘었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여자를 뭣하러 끌어들인단 말인가

"그..그게....황보유연도....내 목숨을 노렸고.....그 복수를 위해서.."

선우는 나름의 변명을 이어갔다.

사실 명분이 있긴 하였다.

바로 자신의 암살 의뢰에 동조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돈이 없는 그녀는 황보세가에서 마지막 남아있는 벽력탄들을 혈해의 살수에게 건네어주었다.

복수할 명분은 충분한 것이다.

"하아...그 복수를 꼭 능욕으로 해야했어?"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한심한듯한 눈초리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복수라는 명분이 있다면 이해 못해줄 것도 없었다.

목숨을 노렸는데 가만히 있는 상호구보단 복수에 미친 놈이 나았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능욕을 해서 복수를 해야하는 가라는 의문이었다

그냥 죽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어찌 복수를 할 때마다 좆을 놀린다는 말인가

"솔직히 말해, 너 복수는 핑계고 니 욕심 채웠던 거지?

당서윤은 의심스럽다는듯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우의 개인적인 욕망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아니야.."

선우는 더듬거리며 부정을 하였다.

".....정말?"

그녀의 의혹이 한층 더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그..조금 정도?"

선우는 검지와 엄지를 살짝 띄운 채 말을 이었다.

사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우....."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대한 부아가 슬쩍 올라오긴 하였지만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이 귀여워 화가 슬며시 가라앉혀진 탓이었다.

"그래......너도 남자니까....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당서윤은 애써 이해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선우는 남자였다.

그것도 신체 건강한 이십대의 남자말이다.

그런 남자가 여자에게 끌린다는게 죄는 아니었다.

복수라는 명분도 있었겠다.

죄책감 따윈 저 멀리 던져버리고 마음껏 능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한 명의 여자는 누구야? 설마 또 다른 부인이야?"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남은 한 사람이 누구냐고 말이다.

"........그.........황보유연의...딸.....이소란."

선우는 무척이나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할 말을 잃었다.

범한 모녀만 세 쌍이었다.

이정도면 노리고 있다해도 무방한 숫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당서윤은 그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심산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이내 그녀는 결론을 내었다.

"자르자."

무척이나 확고한 결론을 말이다.

".......어딜?"

선우는 떨리는 음성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어디겠어?"

당서윤은 날카롭게 눈빛으로 특정 부위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

선우는 다급히 특정 부위를 양손으로 가렸다.

왠지 모를 한기가 스며든 까닭이었다.

"선우야.....사랑하는 선우야...."

당서윤은 다정한 목소리로 선우를 불렀다.

"....응.."

"아무리 생각해도 자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너도 이해할 수 있지?"

"그걸 어떻게 이해해?!"

"나는 너를 셀수도 없이 이해했잖아? 너도 한 번만 이해해줘."

"아니...서윤아..일단 진정해봐.....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

선우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흥분하다니? 난 어느 때보다 멀쩡한데? 오히려 큰 깨달음을 얻고 진리를 깨우친 상태야."

당서윤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진리?"

"발정난 개는 부랄을 따버려야한다는 진리를!"

쇄애애애액

당서윤은 그대로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히이익!"

선우는 재빨리 몸을 피하였다.

그리고는 그녀와 최대한 거리를 벌리기 시작하였다.

"일로와! 안와!"

선우가 거리를 벌리자 당서윤은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가면 자를 거잖아!"

"마취해서 안아프게 잘라줄게!"

"가겠냐!"

선우는 말도 안된다면 항변을 하였다.

지금 중요한 명제는 아픈게 아니었다.

잘리는 것 자체 였다.

그런데 어찌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선우는 최대한 그녀에게 거리를 벌린 채 요리조리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잡히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두 사람의 술래잡기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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