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27화 (628/1,419)

〈 627화 〉 628. 사람 말을 하면 어떻게 해? 개소리를 해야지?

"훌쩍...훌쩍..훌쩍"

어느새 울음을 멈춘 요랑은 연신 훌쩍거리기 시작하였다.

어느정도 진정이 된듯싶었다.

"괜찮아?"

선우는 훌쩍거리는 요랑을 바라보며 다정히 물었다.

끄덕 끄덕

요랑은 위아래로 살며시 턱짓을 하였다.

"말은 왜 안해?"

선우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아..졌어."

요랑은 울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쓰담 쓰담

"그래..그래..착하다."

선우는 그런 요랑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럼 이제 나쁜 애들 혼내주러가볼까?"

그리고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너무...혼내지는 말아줘."

"왜 아까는 완전 나쁜 애들이라더니?"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설레발쳐서...반나절이나 기다린건..사실이니까..."

요랑은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요랑도 알고 있었다.

그녀들이 어째서 자신을 불신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만 믿고 반나절이나 기다렸던 그녀들이었다.

그런데 그 반나절 동안 선우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으니 충분히 불신할만도 한 것이다.

"사람 다 됐네."

선우는 그런 요랑을 기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그녀가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기보단 입장을 바꿔 배려를 하는 인간의 마음을 말이다.

어찌 기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슨 소리야! 나는 영물이야! 사람같은게 아니라구!"

그 말을 들은 요랑은 발끈하였다.

자신은 인간보다 수백년을 산 영험하기 그지 없는 생물이었다.

셀 수도조차 없을 정도로 넘치는 인간과는 그 희소성이 남다른 것이다.

"그래, 그래."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씨이이잉!"

요랑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선우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안들어줬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어쨌든 네말대로 많이 혼내지 않을테니까. 걱정말고 가자고."

"진짜..진짜 약속해야해.....많이 혼내지 않겠다고."

"알았어..알았어.."

선우는 그녀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요랑은 선우의 확답을 듣고나서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

.

.

.

.

요랑을 품에 안은 채 얼마나 걸어갔을까

이내 선우의 시야에 사천당문이라고 쓰여져있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현판 옆에 한 무리의 여인들 또한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우!""

"상공!"

선우가 정문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여인들이 일제히 그를 반기기 시작하였다.

몇 몇은 울먹거리고 있었고 몇 몇은 기쁨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두가 선우의 귀환에 벅찬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자신을 반기는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옥령, 운가려, 당서윤, 능소화,강하윤 그리고 품안에 있는 요랑까지

하나같이 절색이라는 말조차 부족한 우월한 여인들이었다.

선우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들이 애타는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반기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선우는 다가오고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

"선우, 돌아와서 기뻐요."

옥령은 청아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도 다시 만나서 기뻐. 옥령, 잘 지냈어?"

선우는 그녀에게 미소로 화답을 해주었다.

"잘 지냈을리가요. 하루하루 외롭고 긴긴 밤을 보냈답니다."

옥령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간드러지게 말을 이었다.

"오늘부턴 뜨겁고 긴긴 밤을 보낼 줄 알아."

선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머...야해라."

옥령은 얼굴을 살며시 붉히며 말을 이었다.

"상공......매일 매일 상공을 그리워했답니다."

운가려는 물기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항상 그리워했어. 가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입을 떼었다.

"정말요?"

운가려은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선우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었어?"

".........."

선우의 물음에 운가려는 입을 닫았다.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못 지킨 약속이 너무 많은 탓이었다.

"크흠"

운가려가 입을 답자 선우는 민망한지 헛기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신뢰가 밑바닥에 가까운듯 하였다.

"소문은 들었도다. 천무맹주의 팔을 잘랐다지?"

능소화는 올곧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아, 단 번에 잘라버렸지. 슥삭하고 말이야."

선우는 수도手刀 모양으로 손날을 펴고 과장되게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더냐?"

능소화는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보다시피 멀쩡해."

"그건 참 다행이로다."

"걱정 많이했어?"

선우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한 것이 아니더냐? 그대는 본녀의 지아비이다. 지아비가 천하제일고수와 맞붙었다는데 어찌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능소화는 당연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고마워, 걱정해줘서."

선우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 고귀한 아가씨가 몸소 걱정해줬다고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 탓이었다.

"선우님.....보고싶었어요.."

강하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선우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쉽사리 믿기지 않은듯하였다.

"내 마음이랑 같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보고싶었어. 하윤..."

그리고 그녀의 부드러운 볼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힘든 일은 없었어?"

"....없었어요."

"누가 텃세부리거나 그러진 않았어?"

"그런 일 없었어요..다들..너무..잘해주셔서...저는..행복하게 지냈답니다."

강하윤은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선우의 부인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이들이 텃세를 부릴리 만무하였다.

"다행이네."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렸다.

친해질 기회도 없이 혼자 뚝 던져놓고 간 것 같아 미안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여인들이 잘대해준듯 싶었다.

이렇게 혈색이 밝으니 말이다.

"왜 이렇게 늦으셨을까?"

그때 옆에 있던 당서윤이 딱딱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여러모로 신경쓸 게 있어서 말이야."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말을 살짝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상하다.....후계 경쟁은 이재원의 팔을 자르고 진작 끝난 걸로 알고있는데.....왜 그렇게 오랫동안 남아있었을까?"

당서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그러게...왜 그렇게...오래..남아있었을까?"

선우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여자때문 아니야?"

"그럴 리가! 여자 때문이 아니야!"

선우는 당서윤의 말을 완강히 부정을 하였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란 말 들어봤어?"

당서윤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처..처음..들어보는데?"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반응이 너무 수상해."

당서윤의 의심 어린 눈초리가 더욱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니....대체 무슨 반응이 수상하다는 거야?!"

선우는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수상하긴 뭐가 수상하다는 말인가

"말을 너무 더듬잖아. 선우야."

당서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거기다 식은 땀까지 줄줄 흘리네? 현경의 고수라는 사람이 말이야."

"............"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서윤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쓰윽 쓰윽

그리고 부드럽게 선우의 가슴팍을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심장까지 이렇게 빨리 뛰네?"

그녀는 선우의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그리고 선우는 그녀의 말에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하였다.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

당서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몇 명이야?"

그녀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선우에게 물었다.

"............"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뭐라 말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개만도 못한 개선우라고 불리게 될 것이 뻔하였다.

그렇다고 거짓을 내뱉을 수도 없었다.

며칠 뒤면 모두 들통날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심을 하였다.

어떤 선택지가 가장 최선의 선택지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찌릿

찌릿

그때 선우는 무언가 온몸을 찌르는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뭐지?'

의아함을 느낀 선우는 슬쩍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집중되어있는 부인들의 시선들을 말이다.

그녀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입이 떼어지기를

눈길로 압박을 가하면서 말이다.

이내 선우는 말없이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한 개......두 개......세 개.......네 개.

이내 네 개의 손가락이 완벽하게 펴졌다.

".................."

그러자 장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예상보다 휠씬 많은 숫자에 다들 할 말을 잃은듯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야."

이내 당서윤이 침묵을 깨고 선우를 불렀다.

"응?"

"사람 말을 하면 어떻게 해? 개소리를 해야지?"

"........뭐라고?"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너 개잖아. 개. 그런데 어떻게 사람 말을 해? 어서 짖어봐. 어서."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극심한 수치심이 들었다.

어찌 하나뿐인 지아비한테 개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다는 말인가

선우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당서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당서윤 또한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였다.

이내 두사람은 팽팽한 눈싸움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눈싸움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으르르르...왈..왈!"

이내 선우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거칠게 짖기 시작하였다.

"컹! 컹! 컹!....으르르..왈왈!"

마치 생사대적을 앞둔 똥개마냥말이다.

당서윤은 그런 선우를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쉽게 개소리를 할거면 뭣하러 눈싸움을 벌였단 말인가

"야, 개선우."

"왕! 왕!"

"너 진짜 쓰레기인거 알아?"

"왈 왈 왈 왈"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네 명이나 늘려!?"

당서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끼잉...끼이이잉...끼이잉.."

선우는 축처진듯한 표정을 지은 채 똥마려운 개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불쌍한 척하지마! 하나도 안불쌍하니까!"

당서윤은 고함을 내질렀다.

이건 신뢰의 문제였다.

안늘리겠다고 약속을 했으면 안늘려야하는게 맞지 않은가?

그게 최소 사람 간의 지켜야할 예의인 것이다.

그런데 선우는 예의가 없었다.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화가 치밀만큼 말이다.

"쓰레기 자식!"

그녀는 사정없이 선우를 매도하기 시작하였다.

평소라면 적당히 넘어갔을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쉽사리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끼이이잉...끼이이잉..."

선우는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며 그녀에게 앵기기 시작하였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기에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얻어볼 요량이었다.

"꺼져, 미친놈아!"

하지만 당서윤은 그런 선우를 거칠게 뿌리쳐버렸다.

"네 새끼 현경만 아니었어도 독에 절여 반죽였을거야! 이새끼야!"

당서윤은 거칠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현경이라 다행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스스로가 현경임에 안심을 하였다.

적어도 독에 절여질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너만 바라보는 여자가 일곱이야! 그런데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또 절제없이 여자를 늘리더니? 이 발정난 개새끼야!"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있는 여섯 명의 여인들과 북해에 있는 북궁연까지

도합 일곱이나 되는 여인들을 부인으로 두고 있는 자신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여인들을 수두룩 추가하니 괜스레 미안함이 차올랐다.

'여기서.....소양이를....부인으로 승격시켰다고하면 화낼려나?'

선우는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떠나기 전 자신에게 헌신을 하던 주소양을 노예에서 해방시켜 준 선우였다.

기회를 봐서 그 사실을 말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좋지 않은듯 하였다.

지금 상황에서 말했다간 되려 몰매만 맞을 것 같았다.

'다물자.'

선우는 생각하였다.

다물고 있다 나중에 슬쩍 말을 꺼내자고 말이다.

"애초에 너는 왜 항상 그런 식으로............"

당서윤의 타박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으으...으으으...'

선우는 귀에 피가 날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하였다.

당서윤의 날카롭기 짝이 없는 말이 귓구녕을 쉴새없이 후벼팠기 때문이었다.

'누구...말려줄 사람없나?'

선우는 슬며시 시선을 돌려 다른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른 여인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선우가 혼나는 광경을 바라볼 뿐

누구하나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가 없었다.

'아'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화난 건 당서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업보구나.'

선우는 자신의 업보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끼잉...끼잉...끼잉.."

개소리를 힘껏 하면서 말이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