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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18화 (619/1,419)

〈 618화 〉 619.하아...이새끼, 머리 쓰네?

뭐라고?"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위에서 퇴출 명령서가 내려왔습니다."

그의 물음에 집법당주 팽가련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말하였다.

"퇴출? 나가라고?"

선우는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선우의 물음에 팽가련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아.."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였다.

시위대에게 독을 뿌렸다는 것자체가 정파의 동량으로서는 말도 안되는 악독한 짓거리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선우는 천무맹과 전쟁마저 벼르고 있었다.

그들이 이 일을 빌미로 잡고 협박이나 강압을 가한다면 그대로 되돌려줄 심산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는 달리 천무맹은 그저 퇴출을 명할 뿐이었다.

'이러면 나가리인데..'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바탕 할 생각이 가득 차 있던 그였다.

그런데 다짜고짜 나가라고 하니 상당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퇴출 명령서에 뭐라고 적혀 있었어?"

선우는 팽가련을 바라보며 궁금하다는듯 물었다.

"......여기요."

팽가련은 품속에 손을 넣더니 이내 서신 하나를 꺼내어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선우는 그 서신을 그대로 받아 천천히 읽기 시작하였다.

[장선우는 들으라. 그대는 분노라는 감정에 입각하여 정마대전을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극독을 풀어 끔찍하기 짝이 없는 정신적인 충격을 주었다. 이는 상해죄로 맹에 정식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야할 정도로 중죄이다.

하지만 본 맹주는 마냥 그대를 탓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이들이 그대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떄문이다.

그들은 그대의 처소 앞에서 진을 치고 사흘밤낮으로 고성방가를 하며 그대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주었다.

이는 무례를 넘어 무도하기 짝이 없는 일이고 그대의 분노 또한 충분히 참작할 수 있는 판단하였다.

또한 맹의 질서와 치안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천무맹은 그런 그들의 행태를 그저 관망만 하며 일을 커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본 맹주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이번 사태에는 그대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기에 본 맹주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모든 정황을 참작하여 한 가지 결론을 내었다.

그건 바로 그대를 천무맹에서 영구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다.

맹에는 맹원들끼리 약조된 규칙이 있는 법이다.

그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천무맹에 머무를 수 없다.

그대는 규칙을 어겼고 이는 퇴출되어 마땅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본 맹주는 그대에게 정식으로 퇴출을 요구하는 바이다.

그대는 다시는 천무맹에 발을 디딜 수 없으며 천무맹에 관한 어떠한 일도 관여할 수 없다.

또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천무맹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으며 천무맹 또한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기던 관여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아...이새끼, 머리 쓰네?"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이재원이 대가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그러세요. 선우님."

선우가 헛웃음을 내뱉자 팽가련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머리 쓰는게 귀여워서."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귀여워요?

"맹의 위신도 세우고 눈엣가시같은 나를 치워버리려는 개수작이 너무 뻔히 보여서 말이야."

선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뻔하게 보였다.

이재원의 개같은 수작질이 말이다.

그는 자신을 퇴출함과 동시에 맹의 위신을 세울 심산이었다.

자신이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 말이다.

"개수작이요?"

팽가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우에게 물었다.

개수작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새끼, 거절 못하게 밑밥을 다 깔아놨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꼼짝없이 나가게 생겼다구."

".......나갈 생각이신건가요?"

팽가련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여기 머물 명분이 없거든."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천무맹의 맹원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객이라고 할 수 있는 신분이었다.

집주인이 나가라는 하는데 객이 된 입장에서 어찌 안가겠다고 뻐팅길 수 있다는 말인가

"....원래부터 말을 잘듣는 편도 아니었잖아요....정마대전에 참전하라는 말도 단번에 거절하기도 하였고..."

팽가련은 의아한듯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우물거렸다.

그간 천무맹의 요구를 뉘집 개가 짖는것 마냥 무시하며 살던 선우였다.

그런 선우가 나간다고 하니 의아함이 절로 들었다.

"그거야 굳이 들어줄 필요가 없으니까 막나간거고 이번에는 경우가 달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가 다른데요?"

그녀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물었다.

"참전을 거절한 건 참전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야. 난 천무맹에 소속된 맹원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라. 맹원이 아닌 객의 신분이기 때문에 잠자코 따를 수밖에 없어."

선우는 팽가련을 바라보며 설명을 하였다.

"....그래도 너무 불합리해요...먼저 시비를 걸은 건 저쪽이잖아요."

팽가련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는 억울하였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선우는 그저 피해자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쫓아내다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불합리해도 어쩔 수 없어. 맹내에 있다면 맹의 법도를 따르는게 맞으니까."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는 시위자들을 앞에서 스스로 개인주의를 표방하였다.

다른 이들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다른 이들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스스로의 자유를 보장받겠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순순히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구역에서 그들이 정한 법도를 따르는 것이 그들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뻐팅기며 나가지 않는다면 스스로 선언한 개인주의에 위배되는 행동이리라

"..........안가시면 안돼요?"

팽가련은 우울함이 가득 담겨있는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이대로 선우를 떠나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운듯 보였다.

"안돼."

선우는 무척이나 단호하게 말하였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

그리고 그 단호한 말을 들은 팽가련은 눈가에서 물기를 살포시 보이기 시작하였다.

꼼짝없이 그와 이별해야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쓰담 쓰담

"....나라고 너희들을 두고 가는게 편한 건 아니야.."

그리고 부드럽게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그럼 안가시면...되잖아요,..."

팽가련은 물기 어린 눈동자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선우는 되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온사방이 적인데다 집주인은 나가라고 고사를 지내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정한 신념을 저버린 채 뻐팅겨봤자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현재 선우에게 천무맹에 남아있을 이유 따윈 없었다.

여인들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명목상 부인인 이상 대놓고 손을 쓰지도 않을 뿐더러 며칠 안가 당가에서 재회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정한 신념마저 꺾으며 남아있을 이유 따윈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행동이 제약되고 위축시켜려고 들거야. 일단은 자리를 피하는게 맞아. 모두를 위해서 말이야."

"저는......선우님이 떠나는걸 원치 않아요."

"팽가련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래도 가야해. 그게 맞으니까."

선우는 진중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흐윽...흐윽.."

선우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떠날 생각인 것이다.

"흐으윽...흐으윽..흑"

그렇기에 슬펐다.

그렇게에 눈물이 났다.

이대로 그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흐으으윽.....흐윽..흑..흐윽.."

이내 팽가련의 울음 소리가 더욱더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하아....반응이 격하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소양이나 황보유연도 아닌 팽가련이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 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이유로 노예가 된 이후에도 언제나 주눅이 들어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니 되려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꼬옥

선우는 울고있는 팽가련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토닥 토닥

그리고 등을 토닥이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진정할 수 있도록 말이다.

"괜찮아...영영 헤어지는게 아니잖아."

선우는 애써 그녀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흐윽..그치만.....그치만..."

하지만 선우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팽가련은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는 지 여전히 슬픔을 토해내었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달래주었다.

그녀가 완전히 진정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팽가련은 선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채 가만히 있었다.

아무래도 어느정도 진정이 된듯하였다.

"진정이 됐어?"

선우는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팽가련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에."

팽가련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선우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펑펑 흘린 게 여간 부끄러웠는듯 하였다.

"아니, 천하의 집법당주가 뭐 이리 울보가 됐어?"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곧바로 선우에게 사과를 하였다.

괜스레 마음을 쓰이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뭘 또 죄송해."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여간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걱정하지마. 천무맹에 나간다고해서 인연이 끊어지는 건 아니니까."

".............네에."

팽가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운이 잔뜩 빠져있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아마 한달 내로 보게 될거야."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요!?"

선우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재빨리 고개를 들어 올린 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선우을 응시하며 물었다.

축 처져있던 때와는 달리 꽤나 화색이 돋은 모습이었다.

"정말이고 말고."

"다시 천무맹으로 돌아오시 건가요?"

그녀는 화색이 띈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하였다.

"오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야."

선우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희요?"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천무맹에서 나가면 당가로 가 있을 생각이거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생각난듯 탄성을 내뱉었다.

당가에 관한 걸 까맣게 잊고 있던 탓이었다.

생각해보면 선우는 당가를 뒤에서 조종하는 비선실세였다.

그런 그가 천무맹에서 쫓겨난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그래서 한달 내에로..."

이내 팽가련은 이해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끝을 흐렸다.

선우가 한 달내에 만날 수 있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은 당가에 주둔하여 군수물품을 보급하기로 예정되어있었다.

그걸 다시 말하자면 당가를 방문해야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였다.

선우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가에서 보자고 말이다.

"맞아."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긍정하였다.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당가로 와야해. 알았지?"

"..........알겠습니다. 선우님."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그리고 다짐하였다.

어떻게든 빨리 당가로 향하고 말겠다고 말ㅇ다.

"착하네."

선우는 그런 그녀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것처럼 말이다.

".............."

팽가련은 그런 선우의 손길을 느끼며 얼굴을 붉혔다.

선우의 부드러운 손길에 중독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머릿결을 쓰다듬었을까

이내 선우는 천천히 손을 떼었다.

"아"

그러자 팽가련은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이대로 손을 떼는게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가련아."

팽가련의 머리에서 손을 뗀 선우가 그녀를 불렀다.

"...말...말씀하세요.."

선우의 물음에 팽가련은 말을 살짝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부탁이 있어."

선우는 올곧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하아...네에...뭐든...뭐든...들어드릴게요.."

그리고 그 눈동자를 마주한 팽가련은 몽롱하게 풀린 눈빛으로 답을 하였다.

혹여 그가 밤을 지새우자고 부탁할까 흥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서 애들 좀 데리고와."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게 되었다.

"............."

그녀는 아쉬운듯한 표정을 있는대로 지었다.

아무래도 오늘 박히긴 그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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