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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14화 (615/1,419)

〈 614화 〉 615.남의 집 앞에서 염병 떨지말고 꺼져. 새끼들아

[나와라! 나와라!]

[죄인 장선우는 나와라!]

바깥에서 분노한 대중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오, 저새끼들은 낮밤도 없나?"

그 소리를 들은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밤낮으로 내지르는 시위대의 고함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의 소음을 야기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시게요?"

옆에 있던 주소양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시위대가 처소 앞에 자리 잡은 지 벌써 사흘이나 흘렀다.

그들은 처소 앞을 떠날 생각이 없는 것인지

막사까지 치며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진상규명이라는 명분하에 말이다.

"그러게......슬슬 짜증나려고 그러는데...."

선우는 나름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에게 말하였다.

시위대로 인한 짜증이 상당히 차올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하루 저러다 가겠지 싶어 냅두었던 선우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 째가 되었음에도 그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막사까지 치며 온몸으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짜증이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제가 가서 강제로 해산시킬까요?"

"너까지 욕먹으려고?"

주소양의 말을 들은 선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저들은 현재 자신에 대한 어마어마한 적개심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소양이 그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간 그 화살이 그녀에게 돌아가버릴 것이다.

"선우님이 불편한 것보단 제가 욕먹는게 나아요."

주소양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순위도 선우였고 이순위도 선우였다.

그런 선우가 불편해하는 모습을 도저히 보고 싶지 않았다.

"아서라, 욕은 한 명만 먹으면 됐지, 뭣하러 여럿이서 먹어?"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욕먹는 건 자신 하나로 충분하였다.

구태여 주소양까지 욕 먹게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 달리 천월궁과 딸인 이예설까지 등에 지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대외적으로 고립시킬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녀가 괴로워하게 될테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하죠?....이대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하긴 직접 내쫓아야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그랬다간 민심이 더욱더 나빠질 수 있어요."

하지만 주소양은 그런 선우의 자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걱정스러운듯 선우를 바라보았다.

"민심 따윈 두렵지 않아."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답하였다.

"어차피 대외적으로 난 아무런 기반도 없는 인간이야. 모욕당한다고 해서 같이 욕먹을 가족도 연인도 스승도 없다는 말이지. 그런데 뭐가 두렵겠어?"

선우는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외적으로 선우는 당문에서 파문당한 파문제자 신분이었다.

게다가 파문당하면서 당서윤과 파혼을 하였기에 엮여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사문도 가족도 연인도 모두 말이다.

한 마디로 잃을게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 그였기에 더욱더 당당해질 수 있었다.

민심 따위가 두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 이재원은......트집을 잡을 기회를 벼르고 있어요..만약 선우님이 여기서...손을 쓴다면 그걸 빌미로 선우님을 겁박하려고 들지 몰라요."

"겁박한다해도 기껏해야 공식적으로 비난하는 게 전부일거야. 그가 나보다 약한 이상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는 없어."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재원은 지금 장난질을 치고 있었다.

이런저런 소문을 퍼트리며 선우의 명성을 깎아내리기 위해 작업을 하고있는 것이다.

아마 처소 앞에 시위 또한 그가 꾸민 짓일 것이다.

화제거리를 만들고 사람을 불러모아 일을 키우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자신을 매장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아마 여기서 손을 쓴다면 옳다구나하고 좋아할 것이다.

자신에 대한 고립이 더욱더 가속화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한계는 모욕을 주고 명예를 깎아내리는 짓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재원은 자신보다 약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재원 또한 잘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욕하는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 이상으로 거슬리는 짓을 한다면 자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걸 인지하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공명심따윈 눈꼽만큼도 없는 자신에게 명예가 떨어지는 일따윈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저는...선우님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모욕받는게 싫어요...선우님이 어떤 사람인지.....얼마나 다정한지.....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직접 겪어보지도 않은 주제에....비난하는 걸 본다면.....참지 못할 만큼 화가 날 것 같아요."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작은 투정을 하였다.

선우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겪어보지도 이들이 소문에 휘둘려 그를 비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쓰담 쓰담

"괜찮아."

선우는 그런 주소양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보단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더욱더 소중하니까."

선우는 따뜻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주소양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 탓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머리를 쓰다듬었을까

"소양아."

선우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네에"

그의 부름에 주소양은 힘없이 답하였다.

"가볼게."

말을 마친 선우는 그녀의 머릿결을 두어번 더 쓰다듬어준 후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바깥으로 말이다.

그리고 주소양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말이다.

********

처소 앞

"장선우는 나와라! 나와라!"

"산동혈사를 욕되게 만든 죄인 장선우는 나와라!"

"죄인 장선우는 나와라!"

수많은 무림인들이 여전히 분노에 찬 시선으로 처소를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여전히 돌아갈 생각이 없는듯하였다.

"네놈에게는 천하제일인이라는 호칭조차 아깝다!"

"네놈 때문에 마교로 인해 죽은 피해자의 원혼이 승천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럴게 아니라! 쳐들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여러분!"

"옳소! 아무래도 우리 천하제일인께서 겁을 집어먹은듯하오! 우리 직접 찾아가 무섭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줘야겠소!"

"하하하하하하하 그 말이 맞구려!"

전문 시위꾼들은 주거니 받거니하며 대중들을 선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와아아아아! 당장 들어가자!"

"당장 안으로 들어가 장선우를 끌어내리자."

그리고 그들의 선동에 넘어간 이들은 하나둘씩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장선우를 어떻게든 끌어낼 심산으로 보였다.

끼이이이익

그때 였다.

갑자기 대문이 낡은 경첩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열린 대문 사이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질끈 동여맨 머리

준미한 얼굴

꽤나 옹골차게 들어 차 있는 체격

꽤나 위협적인 분위기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느낌이 물신드는 사내였다.

저벅 저벅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한걸음 한걸음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막대한 존재감이 온 사방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

한창 소리를 내지르며 시위를 하던 무림인들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하였다.

사내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완전히 압도된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사내는 걸음을 멈춰 우뚝 섰다.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시위대의 코앞이었다.

"나를 불렀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사내.

선우는 한없이 냉막한 표정으로 시위대를 바라보며 물었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그러자 북풍한설과도 같은 서늘한 기운이 장내를 전부 감싸기 시작하였다.

으슬 으슬

더불어 시위를 일삼던 무인들은 잘게 몸을 떨기 시작하였다.

그 서늘한 기운에 온몸이 절로 떨려왔기 때문이다.

"왜 대답이 없지?"

선우는 되물었다.

담담하기 이를데 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당..당신이..장선우인가?"

그때 시위대 맨 앞에 있던 야비한 인상의 남자가 서늘함을 버텨내며 입을 떼었다.

"맞다."

선우는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는..당...당신한테....해명을...요구하는 바이다!"

"예의가 없네."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위압적인 기운을 흩뿌리기 시작하였다.

"크으윽...으윽.."

"커으윽"

"흐에에엑"

그러자 시위를 하던 이들이 일제히 고통 어린 신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안그래도 존재감에 압도당해 몸을 떨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압적인 분위기마저 흘러나오니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어...어..어째서.."

야비한 인상의 남자는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그저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이런 압박을 받으니 억울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멋대로 남의 집에 왔으면 자기소개라도 해야하는 게 예의가 아닌가? 당신은 예의가 없군."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더욱더 농밀한 기운으로 그를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끄르르르르..으으그"

그러자 야비한 인상의 남자는 괴로운 것인지 개거품을 물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강렬한 기운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죄....죄...죄송...합..니다...부...디...기운...걷어...주십시오.."

남자는 고통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사과를 하였다.

이대로 냅뒀다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사과를 들은 선우는 곧바로 기운을 풀었다.

"허억.....허억..허억...허억.."

"하아...하아..하아..하아.."

"허어...허어...허어..허어.."

그러자 남자를 비롯한 시위대가 거친 숨결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뿜어낸 위압이 숨조차 멋대로 쉴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하아...하아...나는...초풍이라고..하오.. 무림에서는 섬전각이라는 별호로 불리우고 있지요."

선우의 물음에 야비해보이는 남자, 초풍이 다급히 답하였다.

"생전 처음 듣는 별호로군."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조그마한 명성이오......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생각하오."

그 말을 들은 초풍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가 노골적으로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의 위압을 온몸으로 느낀 까닭이었다.

"그래서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그대에게...해명을 요구하고 싶소."

"해명?"

선우는 의아한듯 그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해명을 요구한다는 말이지?"

"그대가 마교를 옹호하는 것은 물론 정마대전에 불참한다는 소식을 들었소. 우리는 그에 관한 진상과 해명을 요구하는 바이오."

"니들이 뭔데?"

"그대의 만행에 분노하고 모인 무림의 협사들이오."

초풍은 나름 신색을 회복한뒤 말을 이었다.

"그대들도 참으로 할 일이 없나보군."

선우는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말하였다.

"별 시덥지 않은 소리를 해명하라고 달려오고 말이야."

"시덥지 않은 소리라니! 그대의 발언이 어떤 파급력을 갖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오!?"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군. 니새끼들처럼 이상한 새끼들이 꼬일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네 ."

선우는 조롱하듯 말을 이었다.

"뭐라! 지금 우리를 모욕하는 것이오!"

"그럼 칭찬해줄까?"

"이보게! 장소협! 예의를 갖추게! 우리는 전부 그대보다 나이가 많은 무림의 선배란 말일세!"

"지랄하고 있네."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예의없이 찾아온 새끼들이 누구한테 예의를 찾아?"

선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시위대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나이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필수조건이 아니야. 이 양반들아. 나이를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야 대우를 받지. 이렇게 똥구멍으로 드시는데 대우를 받겠어?"

선우는 그들을 신랄하게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선배를 대하는 후배의 태도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부들 부들

그리고 그 모습은 시위대 사람들의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어마어마한 수치심과 모욕감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비록 대단한 무공을 소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오랜 세월동안 무림을 주유하며 협행을 쌓았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새파랗게 어린 놈이 그런 그들을 대놓고 모욕을 하고 있었다.

어찌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곧이어 그에게 느꼈던 수치심과 모욕감이 분노로 치환되기 시작하였다.

"지금 말다했는가!"

초풍은 화가난듯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고함을 내질렀다.

"아니, 아직 남았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남의 집 앞에서 염병 떨지말고 꺼져. 새끼들아"

그리고 차가운 눈동자를 그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시위대들은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왈패보다 더욱더 거친 선우의 언행에 경악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 천하제일고수라는 작자가 저리도 천박한 언행을 내뱉는다는 말인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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