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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12화 (613/1,419)

〈 612화 〉 613.당신들이 결정했으니 당신들이 책임지십시오.

"뭐..뭐라!"

선우의 말을 들은 이대곤은 시뻘개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자네는 선배에 대한 예의도 없는가!"

그는 언성을 높이며 꾸짖듯 소리를 내질렀다.

선우의 버릇없는 언행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까닭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틀렸네! 틀렸다는 말일세! 내 이기심을 대의로 포장한 것이 아니란 말일세!"

이대곤은 완강한 태도로 부정을 하였다.

"이상하군요. 제 귀에는 그리 들렸는데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제가 참전을 하지 않는다면 마도천하가 되고 말 것이라고 협박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이기심을 포장한 대의명분 아닙니까?"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대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비약이 심했다는 건 인정하네!...하지만 마냥 거짓말은..아니었네!"

선우의 물음에 이대곤을 여전히 성난듯한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자네는 현 천하제일인이지 않은가? 자네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전쟁의 승패를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네."

"제 영향력이 제가 전쟁에 참전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당주."

선우는 선긋듯 딱딱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자네가 참전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맹원들이 죽고 말 걸세! 그걸 내버려둘 심산인가!"

이대곤은 자극적인 소재를 끌고와 그대로 터트렸다.

맹원들의 목숨을 인질로 잡은 것이다.

"협박하시는 겁니까?"

선우는 차가운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라네! 자네가 없다면 더욱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갈 거야!"

이대곤은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보며 말하였다.

협박이 아니었다.

자신의 말은 사실이었다.

현경에 다다른 장선우의 참전 유무에 따라 희생자의 숫자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선우는 공성병기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마교라는 거대한 성을 공략하기 위해 필요한 위력적인 공성 병기말이다.

그런데 만약 이 공성병기 없었다면 희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공성병기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맹원들이 나서야할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제 한 몸을 희생해 수백 수천의 목숨을 구해줘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선우는 비꼬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희생이라니! 가당치 않네!"

그의 말을 들은 이대곤은 단박에 부정을 하였다.

"그저 약간의 자비를 바라는 것 뿐일세! 자네는 천하제일인이 아닌가? 아무리 마교가 마귀들의 소굴이라고 하지만 자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이가 어디 있겠는가? "

이대곤은 변명하듯 말을 내뱉었다.

"세상엔 절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당주,"

선우는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제게 위협이 될만한 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재원의 팔을 자르고 공식적으로 천하제일인으로 등극한 선우였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공령지체를 이룩하고 현경에 도달하였으며 마음의 검까지 세웠지만

아직도 이길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존재가 세 명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령지체를 이룩하고 현경에 다다르고 마음의 검을 세웠지만 여전히 가늠이 안되었다.

그들을 이길 수 있을 지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교에는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존재가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대체 누가 그대의 위협이 된다는 말인가! "

이대곤은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 천하제일인인 이재원의 팔을 자르고 공식적인 천하제일인으로서 이름을 날리게된 장선우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대체 뭐가 두려워 저딴 겁쟁이 같은 말을 내뱉는다는 말인가

"아주 오래 전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지요."

그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십만대산, 그 거대한 산의 꼭대기에는 마귀들의 왕이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마귀들의 왕은 불가해不可解의 존재니 결코 마주쳐선 안된다고 말입니다."

선우는 음양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내었다.

"........천마天魔를 말하는 것인가?"

그 말을 들은 이대곤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맞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하였다.

현경에 다다르고 공령지체를 이룩하고 마음의 검까지 세웠지만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존재.

십만대산, 꼭대기에 있는 살며

모든 마귀들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존재.

세상의 이치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不可解의 존재.

바로 천마天魔였다

"괜한 걱정일세! 그자는 맹주에게 패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할 정도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네! 그런데 어찌 그런 자가 마교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대곤은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당가에 쳐들어온 독마毒魔가 말해주더군요. 그가 부활했다고 말입니다."

"분명 거짓말일세! 어찌 핏물밖에 남지 않은 이가 부활을 한다는 말인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선우의 말을 들은 이대곤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도저히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재원과 천마가 일전을 벌였을 당시

이대곤은 코앞에서 그들의 전투를 목격하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말이다.

그렇기에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천마가 죽었다고 말이다.

그는 이재원의 손에 의해서 죽었다.

마치 짓눌린 듯 온몸이 찌부라져서 말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가 부활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거짓이든 아니든 그가 부활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상 제게 정마대전을 참전한다는 것은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목숨이 걸린 일을 자비로 참전해달라뇨?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천마는 과거 맹주에게 패했었네! 그런 그가 부활했다한들 맹주의 팔을 잘라버린 자네가 질 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대곤은 선우를 설득하기 위해 열변을 토해내었다.

"그 또한 모를 일이 아닙니까?"

"뭐라?!"

"천마는 불가해不可解의 존재입니다. 만약 천마가 부활하여 더욱더 강해졌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이십여 년 전보다 더욱더 강대한 존재가 되어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럴리..없네..!"

"그 말에 책임 질 수 있으십니까?"

선우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일세!"

이대곤은 자신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십니까?"

"뭐..뭐라?"

"만약 그가 과거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강자라면.......제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강자라면.....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자신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면 이대곤이 뭘 어찌할 수 있는게 있을 리 만무하였다.

싸우기는 커녕 시간을 버는 것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굼금하였다.

과연 그가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질지 말이다.

"그...그건.."

선우의 물음에 이대곤은 선뜻 답할 수가 없었다.

책임질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눈앞에 있는 장선우보다 강한 이를 자신 따위가 감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왜 말이 없으십니까?"

선우는 짖굿은 물음을 다시금 던졌다.

"............"

하지만 선우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이대곤은 말이 없었다.

"당주."

선우는 한심하다는듯한 눈빛으로 이대곤을 바라보며 그를 불렀다.

"당신은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그는 신랄하게 이대곤을 비난하였다.

"그러니 책임진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

선우의 뼈있는 말에도 이대곤은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멋대로 지껄인게 맞았기 때문이다.

"저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생각도 남을 위해 살 생각도 무림의 평화에 이바지 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제 앞가림을 하고 제 소중한 이들만 챙길 심산입니다. 그러니 제게는 신경쓰지 말아주십시오."

"어찌..어찌....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대곤은 천천히 입을 떼어내었다.

"자네의 존재만으로 정마대전의 승패가 바뀌는데 어찌 우리가 신경을 안쓴다는 말인가!"

이대곤은 고함을 내질렀다.

자신도 싫었다.

한참 어린 후배에게 굽신거리고 설득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장선우가 존재하냐 안하냐에 따라 판이한 결과가 나타날테니 말이다.

"그럼 그냥 신경만 쓰십시오, 명분도 없는데 참전을 시키겠다고 되도 않는 논리로 설득하려고 들지말고 말입니다. 불쾌하고 역겹습니다."

선우는 냉혹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의 어투에는 짜증이 서려있었다.

"................"

이대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더이상 구차하게 달라붙어봤자 비참함이 배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네 때문에 맹의 전력이 약해지지 않았나!"

그때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계방당주 차도진이 언성을 높였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전력을 약화시켰다니요?"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맹주의 팔을 자르지 않았던가? 그로인해 맹의 전력이 약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세!"

차도진은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걸 왜 제 탓을 하십니까? 팔이 잘린 건 천무맹주의 본인의 잘못이 아닙니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사적인 원한으로 인해 공적 부분까지 피해를 입게 되지 않았나!"

"말같지도 않은 말로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선우는 차가운 눈초리로 계방당주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전력이 약화되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마대전을 선포하지 않았으면 되지 않습니까? 멋대로 정마대전 선포해놓고 이제와서 책임지라뇨?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입니까?"

선우는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애초에 동의한 적도 없는 정마대전이었다.

자신의 의견 따윈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뇌부들만의 결정을 뭣하러 따라야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정마대전은 성전일세! 무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말일세!"

계방당주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저는 정마대전에 동의한 적 없습니다. 그러니 책임질 의무따윈 없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게다가 전 천무맹의 맹원 또한 아닙니다. 매년 맹회비를 내지도 않고 천무맹에서 월봉 또한 받지 않습니다. 이런 제게 참전을 강요할 명분 따윈 존재치 않다는 말입니다. 무엇하나 해준 것 없는 천무맹이 어찌 제게 의무를 강요한다는 말입니까?"

선우는 생각하였다.

수뇌부들이 찾아와서 참전을 강요하는 상황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다고 말이다.

그들에게 자신을 강제할 권리 따윈 없었기 때문이다.

매달 월봉을 내어 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원수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였다.

그들은 이재원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울 때 동조한 공범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참전을 강요하고 있다.

돼도 않은 협과 자비를 명분으로 말이다.

어찌 우습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른이라면 스스로 내린 결정에 책임질 줄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당신들이 결정했으니 당신들이 책임지십시오. 이제와서 저한테 도와달라고 징징대지 말고 말입니다."

선우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수 천명이 죽는 광경을 그냥 두고 볼 심산인가! 정파의 동량이라는 작자가!"

"수 천명이 죽을지도 모를 결정을 한 건 당신들이지 않습니까? 왜 제 탓을 하십니까?"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듯 말을 이었다.

결정은 저들이 했다.

그 결정에 따르지 않았다고 욕먹을 이유따윈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걱정이 되신다면 정마대전을 물리십시오. 그러면 되지 않습니까?"

"그럴 수는 없네! 이미 엎질러진 물이란 말일세! 그런 짓을 했다간 맹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중원의 모두가 천무맹을 비웃고 조롱하게 될걸세!"

선우의 제안에 계방당주는 말도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은 내질렀다.

이미 전무림에 정마대전을 공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제와서 무른다며 말을 바꾼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만약 그런 식으로 말을 바꾼다면 맹의 신뢰는 물론 명예까지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비웃고 조롱당하는게 무슨 상관입니까? 결과적으로 수 천명이 살 수 있는데."

"뭐라! 지금 맹의 명예를 땅에 떨구라는 말인가!"

"되려 묻겠습니다. 맹의 명예를 위해 수 천명을 죽일 심산입니까?"

"그...그게..무슨!"

"정마대전을 무르기만하면 수 천명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떨어질 명예가 두려워 정마대전을 강행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게 수천명을 죽이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말씀입니까?"

선우는 차가운 눈동자로 계방당주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계방당주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젠장할'

계방당주는 속으로 깊은 후회를 하였다.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선 맹의 명예를 들먹여선 안되었다.

산동혈사를 끌고와 마교에 대한 적대심을 강조했어야 하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인해 그를 끌어들일 유일한 명분이 사라져버렸다.

협이라는 명분이 말이다.

맹조차 명예를 위해 수천명이 죽어나갈 지 모를 정마대전을 무르지 않는데 어찌 그에게 협이라는 명분으로 참전을 강요할 수 있다는 말인가

"수 천명을 살리고 싶다면 당신들이 직접 행동하십시오, 제게 쪼르르 달려와서 감성팔이하지 말고 말입니다."

선우는 북풍한설과같은 차가운 목소리로 수뇌부들을 둘러보며 말을 하였다.

그러자 장내에는 살이 에이는듯한 서늘함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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