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0화 〉 611.이새끼도 기회봐서 죽여야겠다.
"그게 대체 무슨 망발인가! 팔복당주."
이재원은 짐짓 엄한 표정으로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대체 어떤 부분이 망발이란 말씀입니까?"
허삼관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해준 게 없다니! 천무맹이 어찌 그에게 해준 게 없다는 말인가!?"
이재원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럼 뭘 해줬습니까?"
"그가 온전히 무공을 익힐 수 있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무림을 만들어주지 않았나?"
이재원은 궤변을 펼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온 세상에 천무맹의 덕을 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비꼬듯이 말을 이었다.
그의 개같은 논리에 어이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일세."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비단 장선우뿐 아니라 수 많은 무림인들은 천무맹에게 은혜를 입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지!"
"궤변입니다. 맹주."
허삼관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이 평화를 위해 힘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은혜를 입혔다고 표현해선 안된다.
그럴 경우 천무맹의 창립이념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협의라는 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댓가를 바라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거나 생색을 내기 위한것이 아니었다.
그저 가슴이 시키는대로 우러져 나오는 뜨거운 마음을 행하는 것이었다.
이재원의 말은 천무맹의 근본부터 부정해버리는 끔찍하고 이기적인 논리였다.
"생각을 해보게! 천무맹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분명 중원 무림은 마도천하가 되었을 걸세. 그런 상황에서 장선우가 독왕의 무공을 온전히 계승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절대 아닐세. 평화롭고 안정적인 무림이었기에 장선우는 고강한 무공을 손에 넣은 것일세!"
이재원은 궤변에 살을 붙여 그럴듯하게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실상은 온갖 궤변과 추측을 버무린 헛소리였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는 천무맹을 위해 검을 들어야한다네! 받은 은혜를 되갚기 위해서라도 말일세!"
이재원은 확고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맹주."
그리고 말을 들은 허삼관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재원을 응시하며 그를 불렀다.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진심이고 말고! 받은 만큼 베푸는 게 세상에 진리가 아닌가! 장선우는 천무맹에게 은혜를 입었네! 그리고 지금은 그 은혜를 갚을 때라는 말일세."
"맹주의 발언은 천무맹의 창립 이념마저 뒤흔드는 위험한 발언입니다. 어찌 은혜를 입힌다는 생각으로 협을 행한다는 말입니까!"
허삼관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을 반짝이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나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했을 뿐일세."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댓가를 바란다면 그것은 협이 아닙니다. 은혜를 입힌 것은 더더욱 아니지요. "
허삼관은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저 행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가슴이 시키는대로 말입니다. 협에 대한 순수성을 해치지 마십시오. 맹주."
허삼관은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눈초리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쯔쯧....고지식하군."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런 식으로 살다간 굶어죽기 십상일 걸세."
이재원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입을 떼었다.
"이보게 팔복당주, 천무맹은 수많은 협의지사들이 모인 '조직'일세. 그런데 어찌 그렇게 고루한 사고방식을 고수한다는 말인가?"
"협을 행하는데 있어서 조직이면 어떻고 개인이면 어떻다는 말입니까?"
허삼관은 이해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쯔쯔쯧, 팔복당주는 참으로 배움이 부족하군.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도 내 말 뜻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말이야."
이재원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잘듣게나, 조직이란 것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네. 그것도 어마어마한 돈이 말일세. 조직원들에게 월봉을 챙겨줘야하고 복리후생 또한 신경 써야하며 그들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전각을 세워야한다네. 게다가 혹여 사고가 나 다치거나 죽게 된다면 위로금 명목으로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네."
이재원은 올곧은 시선으로 허삼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식비 또한 어마어마하지. 자네는 천무맹 정도 되는 인원들이 한달을 버티려면 식량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삼천이나 되는 대인원을 말일세.........감조차 안잡히지 않나? 모르긴 몰라도 자네 월봉으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을 써야할걸세."
이재원은 과장하듯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빠져나가는 것이 바로 조직의 운영과 관리일세. 그런 조직의 운영을 팔복당주처럼 고루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운영했다간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될 걸세."
이재원은 조롱하듯 말을 이었다.
"팔복당주, 그대가 틀리다는 말이 아닐세. 하지만 천무맹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선 자선사업하는 것처럼 굴 수는 없다네."
"그래서 장선우에게 은혜를 갚으라고 강요할 심산인 것입니까?"
허삼관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강요라기보단 당연한 요구일세."
이재원은 뻔뻔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맹주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삼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미 장선우가 어떤 인간 유형인지 몸소 겪어본 팔복당주였다.
자신이 겪은 장선우라면 이재원의 논리를 개소리로 일축시키고 무시할 것이 뻔하였다.
"상관없네. 다른 이들의 의견은 다를테니까."
이재원은 유들유들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허삼관은 그런 이재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맹주께서는........그를 고립시킬 심산이군요."
이내 상념에서 깬 허삼관이 침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딱히......그럴 생각은 아닐세."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시치미를 뚝 떼었다.
물론 정확하였다.
그를 고립시켜 반맹세력들이 구심점이 되지 않도록 견제할 심산인 것이다.
겸사겸사 장선우를 천하에 나쁜 새끼로 만드는데도 일조를 하고 말이다.
"그를 고립시켜 반맹세력을 견제할 심산이십니까?"
허삼관은 날카로운 눈동자를 반짝이며 이재원에게 물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모른 척을 하였다.
'티났나?'
그리고 속으로 식겁을 하였다.
설마하니 저렇게 낱낱히 파헤쳐버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맹주께서는 참으로 지독한 사람이군요. "
허삼관은 반감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장선우를 고립시키려고 맹주의 팔을 잘라버린 장본인에게 사과까지 하고 오다니 말입니다."
허삼관은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네는 참으로 의심이 많구만."
이재원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의심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맹주. 이제 전부 이해가 되는군요."
허삼관은 올곧은 시선으로 이재원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맹주가 저희를 소집했는지, 어째서 저희를 자극했는지 그리고 장선우에게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허삼관은 차가운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확신의 빛이 가득 담겨있었다.
'예리한 새끼.'
이재원은 속으로 살짝 감탄을 하였다,
머리가 장식인 다른 새끼들과는 달리 유난히 튀는 새끼였다.
이렇게 숨어있는 속내까지 전부 드러낼 정도니 말이다.
"............역시 팔복당주군."
이내 이재원은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인정을 한 것이다.
속내까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면하겠답시고 완강히 부정을 한다면 꼴만 우스워지리라
"상당히 솔직해지셨군요. 맹주."
팔복당주는 살짝 놀란듯 말을 이었다.
뭐든 부정부터하고 보던 이재원이었다.
그런 그가 속시원히 인정을 하니 되려 꺼림칙함이 들었다.
"어차피 전부 꿰뚫어보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상황에서 모면하겠답시고 헛짓거리를 해봤자 우스울 뿐이지."
이재원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가 구심점이 되는게 그렇게 두려우셨습니까?"
허삼관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상당히 도발적인 발언이었다.
"두렵다기보단 귀찮았다네. "
이재원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신이 무서워하는 건 장선우밖에 없었다.
반맹 세력 따윈 땅 위에 기어가는 지렁이만도 못한 존재인 것이다.
"단순히 귀찮아하는 것치곤 꽤나 일을 크게 만드시군요."
"어설픈 것보단 확실한게 좋지 않겠는가?"
이재원은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일이 커질지도 모릅니다."
허삼관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바라던 바네."
"다치는 이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또한 본 맹주가 원하는 바지."
"...........참으로 지독하시군요."
"정치란게 본래 그런게 아니겠나? "
"그렇게까지해서 맹주가 얻는게 무엇입니까!"
허삼관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두 가지일세."
그의 물음에 이재원은 손가락을 두 개 편 채 말을 이었다.
"하 나는 반맹파의 견제일세. 구심점이 흔들린다면 모여들지 못할테니까 말일세."
그리고 손가락을 하나 접은 채 입을 떼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장선우의 고립일세."
이재원은 재밌다는듯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세상 천지에 그 어떤 누구도 그의 편이 되어주지 않을걸세. 그가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한다해도 말일세."
"....설마....그를 죽일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까?"
이재원의 말을 들은 허삼관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하.....그럴리가 있겠는가."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짐짓 유쾌한듯한 웃음을 터트렸다.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일세. 어찌 본 맹주가 그를 죽인다는 말인가."
이재원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부정을 하였다.
"..........."
하지만 허삼관은 의심의 눈초리를 여전히 거두지 않았다.
그가 장선우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씨익
이재원은 허삼관의 의심어린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마치 재밌다는듯이 말이다.
'이새끼도 기회봐서 죽여야겠다.'
물론 실상은 허삼관에 대한 살의를 불태우고 있었지만 말이다.
두 남자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내 회의실 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가득 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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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아."
선우는 침상에 누운 채 옆을 바라보았다.
옆을 보니 행복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차를 마시고 있는 황보유연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모습을 보니 뭔가 장난기가 동하기 시작하였다.
"네에~ 선우님."
선우의 부름에 차를 마시고 있던 황보유연이 그에게 쪼르르 걸어갔다.
"왜 부르셨어요?"
황보유연은 마치 주인님의 명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물었다.
"나도 차 마시고 싶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 잠시만요! 금방 따라드릴게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임에게 극상의 차를 선사할 심산이었다.
"아니, 따르지말고."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네에?"
그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돌아보았다.
잔에 따르지 않고 어찌 차를 대접한다는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입으로 줘."
선우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말을 이었다.
"...........우우.."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부끄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돌려말하지만 입을 맞춰달라는 소리였다.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더...더러울..텐데.."
"괜찮아, 하나도 안더러워."
"........알..알겠어요.."
황보유연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잔을 들어올리더니 천천히 입안에 넣기 시작하였다.
모락 모락
그러자 이내 그녀의 입에서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웁
그녀는 어느정도 입안이 가득 차자 그대로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선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빨리 줘. 빨리."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눈매에는 장난기가 가득 차 있었다.
이내 그녀의 얼굴이 선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선우는 살며시 눈을 감고 입을 살짝 벌렸다.
그녀가 입을 맞추기 쉽게 말이다.
그때였다.
벌컥
"큰일 났어요!"
벌컥
갑자기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다급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푸우우우우우"
그리고 그 소리에 놀란 황보유연은 입안에 있는 차를 전부 앞으로 쏟아내버렸다.
이내 선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 범벅으로 바뀌게 되었다.
"선우님!!"
선우의 얼굴에 차를 뱉어버린 황보유연은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질렀다.
자신이 저지른 참사에 당혹스러움을 느낀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