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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09화 (610/1,419)

〈 609화 〉 610. 날조를 하다.

"맹주! 이대로!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당장 그에게 찾아가야합니다! 어찌 그딴 망언을!"

"정마대전은 무림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성전입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성전에 참전하지 않는다는 말을 지껄인다는 말입니까!?"

"협이 없다면 사마외도와 다를바가 어디있겠습니까?"

회의실은 발칵 뒤집혀졌다.

허삼관에 의해 이재원의 주장이 사실임이 증명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분노하였다.

협을 행하지 않는 장선우에게

천하제일인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 장선우에게

큰 힘에는 본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었다.

그런데 어찌 천하제일인이라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힘을 행하지 않을 수있다는 말인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벌떡

그때 이대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장선우에게 가겠소. 그에게 인간으로서 도리가 무엇인지! 정파의 무인으로서 지켜야할 협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오겠소!"

이대곤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나 또한 따라나서겠소! "

"장선우에게 가겠소!"

그러자 몇 몇 수뇌들이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들 또한 장선우의 이기적인 태도에 분노가 차오르는듯 싶었다.

"가봤자 소용없을 것이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그들을 만류하였다.

"그는 이미 마음을 굳힐 대로 굳혔으니 말이오."

이재원은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대곤은 분이 가라앉이 않은 것인지 여전히 씩씩대며 말을 이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할 생각이오?"

이재원은 담담한 시선으로 이대곤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장 찾아가 크게 꾸짖을 생각입니다! 정파의 동량이라는 놈이 그런 말을 한걸로 봐선 필시 어린 놈이 무공이 강하다하여 기고만장해진 게 분명합니다! 무림의 선배로서 무도하기 짝이 없는 그를 크게 꾸짖고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할 심산입니다!"

이대곤은 분노어린 마음을 성토하며 언성을 높였다.

"듣지 않을걸세."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해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이대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에게 물었다.

정마대전을 코앞에서 둔 시점에서 장선우라는 전력은 없어서는 안될 거대한 전력이었다.

인성이 어찌되었든 그가 천하제일인이라는 칭호를 넘겨받은 최강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를 이토록 쉽게 포기한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후우."

이대곤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한숨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묻어나있는 것처럼 보였다.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오."

이재원은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맹주."

그 말을 들은 이대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에게 물었다.

해보지 않은 게 아니라니?'

그렇다면 맹주가 직접 장선우를 설득하러 갔다는 소리가 아닌가

"사실.....본 맹주는 어젯밤 장선우를 찾아갔었소."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였소. 감정이 격해져 살수를 쓴것에 대한 사과를 말이오."

"아니, 맹주 어찌 그에게 사과를?!"

이대곤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이재원이 팔을 자른 장본인인 장선우에게 사과를 하러 갔다는 말이 너무나 당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찌 원수나 다름없는 그에게 사과를 한다는 말인가

"정마대전이 코앞이지 않소? 본 맹주는 개인적인 원한으로 인해 거사를 망치고 싶지 않았소. 그렇기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그와 묵은 원한을 해소하려고 하였소.......하지만.."

이재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끝말을 흐렸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입니까?"

"그자가 본 맹주의 사과를 거부하더군."

"뭐라!?"

그의 말을 들은 이대곤은 발끈하였다.

이재원이 누구란 말인가

비록 팔이 잘리고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내어준 상태라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림에서 존경받는 대영웅이었다.

또한 전대고수인 선옹仙翁의 제자인 그는 배분으로만 따져도 무림에 함부로 대할 이가 없는 높디 높은 존재였다.

게다가 지금 그는 정의구현 단체이자 무림 최고의 무력 단체인 천무맹의 맹주가 아니던가

지위도 배분도 명성도

무엇하나 꿇리는 게 없는 태산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맹주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팔을 잘라버린 것을 묵인하고 내민 손길을 어찌 무시할 수있다는 말인가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사과를해도 소용없었네......그는 내게 그저 분노를 토해낼 뿐이었지."

이재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의를 위해서라도.....과거를 잊자고 간곡히 부탁해봤지만 소용없었네...그가 그러더군. 정마대전이 일어나던 말던 상관 없다고 말일세."

물론 거짓말이었다.

애초에 정마대전에 대한 내용을 일언반구도 내뱉지 않았던 장선우였다.

하지만 이재원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여론은 이쪽으로 기울어져있는 상태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수뇌부들은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말이다.

"어찌 그런!"

이대곤은 분노를 토해내었다.

정파의 협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추악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 정공을 계승한 정파의 무인이 저딴 말을 지껄일 수 있다는 말인가

"그와 대화하고 본 맹주는 깨달았다네. 그는 협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일세......그는 그저 힘만 센 잡배에 불과하다네. 그 강대한 힘 안에 어떠한 신념도 갖춰져있지 않지."

이재원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본 맹주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였네. 그 강대한 힘을 좀더 의미있게 쓸 수 있음에도 오직 본인의 욕망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그가 말일세.....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거늘....그는 그러한 책임감조차 갖지 못한듯 하네."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러니 그에게 당장 달려간다해도 소용없다네.....그는....고쳐지지 않을테니 말일세.."

"하지만 맹주 이대로 장선우를 놔줄 수는 없습니다! 그가 없다면 정마대전은 불리하게 작용하고 말 것입니다!"

"맞습니다! 애초에 그가 있다고 가정하고 정마대전을 상정하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그가 사라진다면 수백 수천의 맹원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우리에게 그를 강제할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다네...."

이재원은 축처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또한 장선우가 참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느끼고 있는듯하였다.

"불합리합니다!"

그때 잠자코 있던 계방당주 차도진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누가봐도 분노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책임을 져야합니다!"

"대체 무슨 책임을 지운다는 말인가?"

이재원은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그는 맹주의 팔을 잘라 천무맹의 전력을 감소시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맞소."

"옳소! 옳소!"

"그에게 책임을 지워야합니다!"

수뇌부들은 궤변을 내뱉으며 그에게 어떻게든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였다.

말도 안되는 궤변임을 모두가 알지만 누구하나 딴지를 거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하였기 때문이었다.

허삼관을 제외한 수뇌부들은 대부분 정마대전을 찬동하였다.

그리고 찬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이가 바로 장선우였다.

이재원의 팔을 잘라버린 그가 참전을 한다면 마교와 싸워도 무난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참전을 하지 않겠다니?

곤란하였다.

그가 참전하지 않는다면 마교와의 전쟁에서 승패마저 불투명해졌다.

최고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원이라는 거대한 전력이 반감되었기 때문이다.

팔이 잘려서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장선우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궤변을 펼치면서까지 말이다.

'병신들 육갑 떤다.'

이재원은 그런 수뇌부들을 재밌다는듯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장선우를 끌고가려고 꼴깝을 떠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오."

이재원은 내심을 숨긴 채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는 책임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어린애에 불과하니 말이오. 그러니 다들 애쓰지 마시오. 무슨 짓을 하든 전부 소용없는 일일테니 말이오."

"그럴순 없습니다!"

이대곤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대로......이대로......냅둘 수는 없습니다! 그가 없다면 수백 수천의 무인들이 죽어나갈 것입니다! 안 죽어도 되는 이들이 전부 죽어나갈 것이란 말입니다!"

이대곤은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장선우라는 존재에게 수많은 이들의 목숨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일기당천一騎當千이라는 말이 있다.

한 명의 기병이 천 명의 적을 당해낸다는 말로

강함의 극에 달한 이를 칭할 때 종종 쓰이는 표현이다.

장선우는 일기당천一騎當千의 무인이었다.

홀로 천 명의 무인들을 대적할 만큼의 거대한 존재감과 강함을 겸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없다면 수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치게 될 것이 자명하였다.

반대로 그가 있다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장선우는 그런 존재였다.

존재만으로 사람을 죽였다 살릴 수 있는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무리였다.

어떻게든 해야 했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서 그를 정마대전으로 끌어들여야했다.

".........활빈당주."

이재원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이대곤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맹주가 만류한다고 해도 저는 그에게 가겠습니다. 가서 정의가 무엇인지! 협이 무엇인지! 직접 말하고 그를 계도하겠습니다!"

이대곤은 이내 회의실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이보게..잠시만..기다리게.."

이재원은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벌떡

"저도 가겠습니다!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계방당주 차도진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이대곤의 뒤를 따르기 시작하였다.

"저도 가겠습니다!"

"저 또한 따라겠습니다!"

그러자 뒤이어 수많은 간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줄줄이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말이다.

이내 회의실 안에 이재원과 팔복당주 허삼관 외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큰일이구만."

이재원은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물론 실상은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뒹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말이다.

"맹주."

그때 잠자코 있던 허삼관이 이재원을 불렀다.

"왜 그러는가?"

이재원은 의아한듯 그에게 물었다.

"그리 적극적으로 만류하시지 않으시는군요."

허삼관은 무척이나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뜨끔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가슴에 뜨끔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말대로 떠나가는 그들을 그리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의례적으로 말렸을 뿐 말이다.

"자네도 보지 않았나? 말릴 새도 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이재원은 슬며시 문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습군요."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뭐가 우습다는 말인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사람을 벽에 처박아버리는 맹주께서 그저 빨리 걸어간다고 만류하지 못한다고 말하니 어찌 우습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허삼관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가 보기엔 그저 의례적으로 말린 것처럼 보이더군요. 가든 말든 상관없다는듯이 말입니다."

"팔복당주는 그렇게 안봤는데 상상력이 무척이나 풍부하군."

"그저 보이는 그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보이는 그대로 라기 보단 자네의 잡설이 좀 길구만"

이재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허삼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잡설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맹주."

허삼관 또한 지지 않으려는듯 뜨거운 눈빛으로 이재원을 응시하였다.

두 사람은 한동안 눈빛으로 기싸움을 벌였다.

그렇게 지났을까

벌떡

이내 허삼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자네도 장선우에게 갈 심산인가?"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집으로 돌아갈 심산입니다."

허삼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의리가 없구만. 다른 이들은 모두 그에게 따지러갔는데 말일세."

이재원은 비웃는듯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따져서 될 일이 있고 안될 일이 있는 법이지요. 저는 안될 일에 매달리는 성격이 아닙니다."

"장선우를 설득하는게 안될 일이라는 말인가?"

"애초에 명분이 없으니까요."

"명분이 없다?"

이재원은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그가 정마대전에 참여해야할 명분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허삼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다른 이들이 들었으면 기겁할 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군."

"그러니 맹주에게만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허삼관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궁금하군. 어째서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지?"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천무맹이 그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싸우겠습니까?"

이재원의 물음에 허삼관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천무맹의 맹원도 아닌 이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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