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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08화 (609/1,419)

〈 608화 〉 609.그는 맹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네.

수뇌부들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을 바라보았다.

전에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설마하니 진짜 처벌을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맹주!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때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팔복당주 허삼관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뭐가 말이오?"

이재원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째서 두 당주에게 권풍을 날린 것입니까!"

"내 전에 분명 말하지 않았소? 또다시 칼을 꺼낸다면 내 직접 처벌한다고 말이오."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습니다!"

허삼관을 벽에 처박힌 채 꿈틀대고 있는 두 당주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권풍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한 것인지 두 사람은 여전히 회복을 못하고 있었다.

"나는 분명 기회를 주었소. 그 기회를 저버린 것은 그대들이오."

이재원은 당당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맹주!"

허삼관은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전혀 납득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협을 숭상하고 협을 행하는 협의지사들이 모인 정의구현 단체, 천무맹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곳에서 어찌 시정잡배들처럼 무식하게 주먹질을 한다는 말인가

잘못이 있다면 집법당에 정식으로 재소하여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려고 만든 기구가 집법당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절차 따위는 무시하고 주먹을 휘두른다는 말인가

마치 저작거리의 왈패처럼 말이다.

"이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아시오. 마음 같아선 팔다리 중 한곳을 부러뜨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큰 전쟁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니 내 특별히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이오."

이재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당당한 태도에 압도된 까닭이었다.

'그래, 시발 이게 기선제압이지!'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다.

성공적인 기선제압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 정도가 지나치긴 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꼬장꼬장한 꼰대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선 이정도 퍼포먼스는 필수인 것이다.

"이제 그만 일어나는게 어떻겠소?'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벽에 처박힌 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끄으윽....으윽.."

"으으윽...윽"

그러자 벽에 처박혔던 계방당주 차도진과 활빈당주 이대곤이 신음성을 내며 벽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상당한 충격을 받긴 했지만 못일어날 정도는 아닌듯하였다.

"활빈당주, 이번이 두 번이오."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대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를 노려보는 이재원의 눈빛이 더욱더 차가워지기 시작하였다.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소."

"여.....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이대곤은 재빨리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계방당주."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 계방당주를 바라보았다.

"네..네엡!"

"그대도 조심하시오. 내 항상 주시하고 있소."

이재원은 그를 바라보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알..알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차도진은 사색이 된 얼굴로 더듬거리며 답하였다.

맹주에 대한 두려움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좋소, 그럼 이제 두 당주들 모두 자리에 앉으시오. 회의를 시작하겠소."

이재원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앉아있던 수뇌부들이 일제히 답을 하였다.

'이거지~'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내심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수뇌부들이 예전로 돌아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반항기 넘치는 반골들이 아닌 자신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였던 광신도들로 말이다.

**********

이재원은 장내가 진정되자 천천히 자리에 일어났다.

"일단 내 그대들에게 사과를 먼저 하도록 하겠소."

그리고는 무척이나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그들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아니..맹주.?!"

"어찌 허리를!?"

"허리를 드십시오! 맹주."

그러자 수뇌부들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재원이 갑자기 허리를 숙이니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재원이 천하제일인이라는 칭호를 얻은 지 벌써 이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그동안 그는 누군가에게 허리를 단 한번도 숙인 적이 없었다.

무림을 구한 대영웅이자 천하제일인이면서 천무맹의 맹주인 이재원이었다.

그런 그가 누구에게 허리를 숙이겠는가

그렇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찌 저 오만무도한 맹주가 허리를 숙인단 말인가

"갑작스러운 소집에 그대들의 심기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소. 그렇기에 사과를 하겠소. 이정도로 분이 풀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본 맹주의 마음만큼은 알아주었으면 하오. 정말 미안하오."

이재원은 무척이나 담담하고 정중하게 말을 이었다.

"............."

"............."

그리고 그 태도를 마주한 수뇌부들은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물었다.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뭐라 말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아닙니다. 맹주!"

그때 이재원에 의해 벽에 처박혔던 이대곤이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분명 급한 사정이 있었던게 아니겠습니까? 개의치 마십시오!"

"급한 사정이라고는 하나 내가 그대들에게 무례를 범한 사실은 변함이 없소. 그대들이 하수인도 아니고 어찌 당일 소집령을 내리는 무례를 범한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씁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이대곤은 다급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일어나시지요. 맹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친맹파의 간부들이 이대곤에게 동조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이재원의 허리는 펴질줄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허리를 숙였을까

".......그만 일어나시지요."

그때 반맹파의 간부인 팔복당주 허삼관이 입을 떼었다.

"...일어나십시오."

"충분히 되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반맹파의 간부들도 동조하며 그에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들 말하니 내 어쩔 수 없구려."

그리고 이내 이재원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사과를 받아줘서 정말로 고맙소."

이재원은 좌중을 한 번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낄낄낄.....당황스러울거다.'

이재원은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뻘쭘하게 있는 수뇌부들의 모습이 어지간히 재밌어보였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울 것이다.

권위적인 모습을 보였던 자신이 정중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이게 나쁜 경찰 착한 경찰 효과다 이새끼들아!'

이재원은 쾌재를 불렀다.

권위적이면서도 정중한 이미지를 챙겼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것이다.

'역시 치밀해.'

이재원은 모든 판을 짜준 당진설에게 감탄을 하였다.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그대로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슬며시 눈을 돌려 수뇌부들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당혹스러움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이제 그대들에게 소집령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 말하도록 하겠소."

이재원은 째질 것 같은 기분을 애써 감추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장선우가 맹에게 등을 돌렸소."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뭣!?"

"뭐라!?"

"지금 뭐라고 하였습니까? 맹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언성을 높였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경악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장선우가 맹에게 등을 돌리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맹주, 설명이 필요할듯 싶습니다."

그때 소룡당주 기면식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가 맹을 배신하고 마교에 붙었다는 말입니까?"

그의 목소리는 더할나위 없이 싸늘하였다.

"그런 말이 아니오."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대체 등을 돌렸다는게 뭘 의미하는 것입니까?!"

소룡당주 기면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에게 되물었다.

"그는 맹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네."

이재원은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그 말을 들은 기면식은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내 그에게 직접 들은 말일세."

이재원은 송구스럽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정마대전이 코앞인데 맹과 함께하지 않겠다니!"

"이런 시국에 어찌 그런 말을 내뱉는다는 말입니까!"

"당장 그를 찾아가야합니다!"

"이런 괘씸한 작자를 봤나!"

이재원의 말일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에서 열화와도 같은 분노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현재 천무맹은 마교와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력이 될만한 고수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저딴 이기적인 말을 지껄인다는 말인가

맹과 함께하지 않는다니?

모두가 다같이 힘을 합쳐 마교를 격퇴해도 모자랄 판국에 저딴 이기적인 말을 내뱉는다니?

어찌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잠깐! 잠깐 진정들 하시오!"

그때 소룡당주 기면식이 고함을 내지르며 그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듯이 말이다.

"아직 정황을 제대로 듣지 못하지 않았소! 진정들 하시오!"

"정황이고 말고 할게 어디있겠소!? 맹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망언을 입에 담았는데!"

"옳소! 당장에라도 그에게 찾아가 항의를 해야합니다!"

"젊은 놈이 무공이 높다고 기고만장해진 것이 분명하오! 당장 가서 예절교육을 시켜야하오!"

하지만 기면식의 말에도 불구하고 성난 수뇌부들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극적이기 그지없는 말에 현혹되어 이성을 잃은 까닭이었다.

"아직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지 않았습니까!"

이내 기면식은 내력을 실어 고함을 내질렀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회의실 안에 그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그리고 난잡하게 떠들던 수뇌부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설마하니 저 얌전한 소룡당주가 언성을 높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진위여부가 판단되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정황조차 모르는 상황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 맹주의 말만 듣고 감정을 세운다는 말씀입니까!"

장내가 조용해지자 소룡당주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아직 제대로 된 정황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맹주의 말이 진짜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흥분하여 날뛰는 것은 멍청하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아마...맹주의 말이 맞을 것이오."

그때 장내에 무척이나 익숙한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소룡당주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오? 허 당주."

소룡당주 기면식은 팔복당주 허삼관을 바라보며 의아한듯 물었다.

반맹파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허삼관이 맹주의 편을 들으니 의아함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나 또한 그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으니 말이오."

허삼관은 달관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기면식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는 내게도 말하였소. 정마대전에 참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이오."

허삼관은 침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뼈아픈 사실에 마음이 좋지 않은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어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소룡당주는 충격받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이재원의 말을 들었을 때만해도 말도 안되는 거짓이라며 내심 장선우를 모함하려는 음모라고 생각하였던 그였다.

팔을 잘라버린 그가 미워 그를 고립시키려는 개수작으로 여긴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천하제일인

검신劍神 장선우는 참전하지 않을 심산인 것이다.

수많은 협사들이 죽어나갈 정마대전에 말이다.

'흐흐흐흐.....저 새끼가 왠 일이래? 내 편도 들어주고.'

한 편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속으로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평생토록 도움 안되던 씹새끼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장선우, 이새끼는 저새끼한테도 지껄였나보네. 경솔한 새끼.'

이재원은 속으로 장선우의 경솔함을 비웃었다.

덕분에 손도 안대고 코를 풀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라오."

이재원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충격을 받은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룡당주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는 맹과 함께하지 않소. "

이재원은 천천히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단독으로 정마대전에 참전하는 것도 아니오."

이재원은 침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저 사리사욕을 채우며 저 혼자만 살겠다고 선언한 것이오."

이재원의 말을 들은 대다수 수뇌부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 어마어마한 분노를 느낀 까닭이었다.

'크크크크크큭'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한껏 웃음을 흘렸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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