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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06화 (607/1,419)

〈 606화 〉 607.현경에 고수라면 중원에 한 명 더 있잖아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와장창

이재원은 다시금 집기구들을 때려부수기 시작하였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분노가 치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조롱을 당하였다.

큰 마음을 먹고 자존심을 굽히고 사과하러 간 자리에서 조롱을 당한 것이다.

핏덩어리같은 어린 새끼한테 말이다.

미칠듯한 분노가 치솟아올랐다.

"시발! 시발! 시발!"

이재원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집기구를 마구 부쉈지만 도저히 해소가 되지 않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차오른 거대한 분노가 말이다.

당진설은 그런 이재원은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분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집기구들을 부숴댔을까

"당진설!"

이내 이재원은 한쪽 구석퉁이에서 가만히 서 있는 당진설에게 삿대질을 하며 그녀를 불렀다.

"너 때문이야!"

그리고 그녀를 탓하기 시작하였다.

"네가 나한테 사과를 시켜서 이 모양 이 꼴이 된거잖아!"

이재원은 분노에 찬 시선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자신이 이런 수모를 당한 것은 전부 그녀의 잘못이라고 말이다.

그녀가 옆에서 사과를 하라고 종용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책임져! 책임지라고!"

이재원은 당진설을 노려보며 떼를 쓰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책임져드리면 될까요?"

당진설은 그런 이재원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뭐라고!?"

"말씀해주세요. 어떻게 책임져드리면 되는지요. 당장 바닥에 머리라도 박을까요? 아니면 옷이라도 벗고 춤이라도 출까요? "

그녀는 담담한 시선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엇이든 원하는 걸 말씀해주세요. 맹주의 상처입은 자존심이 회복될 수만 있다면 소첩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답니다."

"............."

당진설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당진설의 당당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압도된 까닭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역정에도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달래려고 하였다.

그 태도를 마주하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원래 혼내려고 하는데 겁을 먹지 않으면 할 말이 없는 법이었다.

원하던 반응이 나오지 않으니 뻘쭘해지는 것이다.

"되었소!"

뻘쭘해진 이재원은 그대로 역정을 내지르며 말을 끊어버렸다.

여기서 말꼬리를 더 잡고 늘어져봤자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다시는 내게 사과를 종용하지마시오!"

그리고 무척이나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재원은 더는 사과할 마음이 없었다.

이미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상황이라 더는 굽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못박아두었다.

다시는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맹주."

이재원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수긍하였다.

그녀 또한 더이상의 사과는 무의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장선우는 독이 오를대로 올라있는 상황이었다.

언제든 물어뜯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그에게 더이상의 사과는 무의미하였다.

이미 적이 된 자에게 무슨 사과를 한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강구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당진설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다른 방법이라니?"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장선우는 완전히 적으로 돌아섰습니다. 분명 저희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게 뻔합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할 심산이오?"

"일단 흔들어볼 생각입니다."

이재원의 물음에 당진설은 뱀처럼 요사스러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흔들다니?'

이재원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본론부터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말을 하는 당진설의 태도에 짜증이 치밀었기 때문이다.

"소문을 내야지요."

"어떤 소문을...?"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퍼트릴 심산입니다."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부 말이오?"

"네에, 물론 살을 조금 더 붙여서 말이에요."

당진설은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 소용이 있겠소?"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랍니다. 맹주."

당진설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재원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아무리 강철처럼 단단한 외견을 갖고 있는 자라고 해도 인간이기에 그 속은 여릴 수 밖에 없답니다."

당진설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는 그의 여린 속을 공략해볼 심산이에요."

".......소문을 이용해서 말이오?"

"네에, 소문을 이용해서요."

당진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할 심산이오?"

"소문을 이용해 그를 고립시킬 심산이에요. 그 천무맹 뿐만 아니라 중원무림에서조차 발을 디딜수 없을 만큼 말이에요."

"그게 통하겠소? 그는 현경에 오른 반선이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장선우는 현경에 다다른 절대고수였다.

그런 그가 고립당했다고 한들 어마어마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았다.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현경에 다다른 절대고수이긴 하나 그 또한 반쪽은 사람이에요. 감정을 자극당하면 분명 심경의 변화가 생길거예요."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글쎄.....무덤덤할 것 같은데....."

이재원은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를 고수하였다.

그가 따돌림을 당한다고 엉엉 울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무덤덤한다해도 상관없어요. 결과적으로 그가 고립된다면 저희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니까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현재 천무맹에는 장선우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집단이 존재하고 있어요. 대부분이 맹주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이었죠, 지금은 조용히 있지만 계기만 생긴다면 그들은 언제고 장선우를 이용하여 맹주를 끌어내리려고 할거예요."

그녀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장선우의 발언을 공론화시킨다면 그들은 쉽사리 그런 정치공작을 할 수 없을 거예요. 맹주를 끌어내릴 수 있는 패라고 여겼던 장선우가 천무맹의 적으로 돌아서버렸을테니까요."

"........호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기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멍청한게 아니었구나.'

이재원은 반성을 하였다.

그녀를 멍청하다고 여긴 사실을 말이다.

처음에 그녀가 소문으로 장선우를 고립하자고 했을 때만해도 계집은 계집이라며 그녀를 은근 비웃었던 이재원이었다.

현경에 다다른 장선우가 계집처럼 소문 따위에 흔들릴리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뒷얘기를 들어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소문을 이용하여 반대 세력의 정치적인 공작까지 차단할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요악한 여자야.'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참으로 요악스러운 여자라고 말이다.

"궁금한게 있소."

"말씀해주세요. 맹주"

"만약 장선우가 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처할 심산이오?"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정지척 공작을 차단하고 장선우를 고립하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장선우를 죽일 수 없었다.

그는 스스로 천무맹 전체와 붙어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정도로 강한 천하제일인이었으니 말이다.

"부탁을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누구에게 말이오?"

이재원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그를 죽일만한 고수에게 말이에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체 누가 그를 죽일 수 있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자신조차 팔이 잘린 채 비참한 패배를 맞이하였다.

그런데 대체 어떤 이가 그를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음양마라도 불러올 심산이란 말인가

"현경에 고수라면 중원에 한 명 더 있잖아요?"

당진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중..원에....?"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당진설이 말한 현경의 고수가 누구인지 유추할 심산이었다.

"아!"

그리고 이내 이재원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신을 제외한 또다른 현경의 고수가 누구인지 머릿속에서 번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독왕毒王!"

이재원은 생각난듯 큰소리로 외쳤다.

"맞아요."

그의 대답을 들은 당진설은 고혹한 미소를 흘리며 답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 검증되지 않지 않았소?"

이재원은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독왕毒王 당진철

이십여년 전 마교 최고의 무력부대인 철갑기병대를 홀로 전멸시키고 독왕의 칭호를 얻은 남자.

당가에 쳐들어 온 독마毒魔를 죽이고 천하제일독의 칭호를 얻은 남자.

화경 상경의 고수인 천왕신권天王神拳을 죽이고 황보세가를 봉문시켜버린 남자.

전적만 보자면 현경이라고 칭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었지만 그를 직접 목도하지 않았기에 검증되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그가 정녕 현경에 오른 반선半仙이 맞는지 말이다.

"맹주, 장선우를 키워낸 스승이 누구인가요?"

"..........독왕毒王이오."

이재원은 불쾌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장선우의 이름을 들으니 짜증이 절로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스승인 오라버니가 제자인 장선우보다 약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지 않소?"

이재원은 일말의 불안감이 담겨있는 시선으로 당진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스승이 제자보다 약할거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건 없었다.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는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자신처럼 말이다.

"뭐, 그것도 틀린 말이 아니긴해요. 장선우라면 오라버니를 뛰어넘었을 수도 있을거예요. 그는 천재이니까요."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을 하였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오라버니라면 최소 현경에 다다랐다고 생각해요."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시오?"

이재원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오라버니가 황보세가를 봉문시킨 사건 기억하시나요?"

"..........기억하고 있소. "

그녀의 물음에 이재원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황보유연과 당진설에게 상당히 시달린 경험이 있던 이재원이었다.

싫어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오라버니가 현경에 오르지 않았다면 되려 당하는 건 오라버니가 되었을 거예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오?"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황보세가의 만력천뇌신공과 만류귀원신공은 상극이거든요."

"상극?!"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상극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네에, 뇌기를 다루는 만력천뇌신공은 만류귀원신공으로 만들어낸 독기를 전부 태워버릴 수 있어요. 때문에 동급의 고수라면 당가의 무인이 황보세가의 무인을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에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게 정말 이오!?"

이재원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당진설에게 물었다.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신공이라고 불리우는 두 무공 사이에 우열이 존재할 줄이야

"네에, 사실이에요. 그러니 오라버니는 현경의 고수일 수밖에 없어요. 천왕신권 황보강 뿐 아니라 천왕대까지 전멸시키려면 적어도 화경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녀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군."

그리고 당진설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성 차를 극복하고 황보세가를 봉문시킬 힘이라면 적어도 현경은 되어야할테니까 말이다.

납득이 되었다.

"현경에 다다른 오라버니와 맹주가 합공을 한다면 장선우를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거예요."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끄덕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살며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설득력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현경의 고수 간의 싸움은 의지력의 싸움이었다.

의지의 크기에 따라 그 차이가 극명히 갈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경에 다다른 두 명의 고수가 합공을 한다면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생을 고련했다고는 하나 두 명이나 되는 현경의 고수를 감당할 정도로 의지력이 강대하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그가 우리에게 협조를 해주겠소?"

이내 이재원은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가 현경의 고수라는 것은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협조를 해줄 지 안 해줄 지는 장담이 되지 않았다.

사돈 간이긴 하나 연락이 뜸해진지 오래였고 파문당했다고는 하나 수제자인 장선우를 죽여달라는 말에 동의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이죠."

이재원의 물음에 당진설은 냉큼 답하였다.

일고의 고민조차 없이 말이다.

"오라버니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사람이에요. 파문 당한 제자를 죽임으로서 가문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면 백만 번이고 죽일 거예요.."

그녀는 확신에 찬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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