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2화 〉 603. 내기를 하다.
"아니 어찌 대부인마저 그러실 수 있나요!"
당서윤은 배신감에 가득 찬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모범이되도 모자랄 판국에 어찌 이런 무도한 일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저도 선우를 떠나보내는 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참았습니다! 제 차례가 아니였으니까요! 그런데 어찌 모범이 되어야할 두 분께서 이리도 무도한 짓을 저지른다는 말입니까!"
당서윤은 두여인을 바라보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생각하면 할 수록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저...기.."
그때 잠자코 얘기를 듣고있던 강하윤이 손을 슬며시 올렸다.
"뭔가요!"
"사실....저도.."
강하윤은 민망한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이었다.
"네에?!"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어찌 이제 막 당가에 온 그녀마저 이럴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어떻게...하윤님까지.."
당서윤은 충격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마저 순서를 지키지 않고 새치기 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잠깐.'
그때 문뜩 당서윤은 의아함이 들었다.
그리고는 시선을 천천히 돌려 요랑과 능소화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허공에 시선을 돌린 채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 숨기는게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수상해.'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생각하였다.
수상하다고 말이다.
잠자리를 새치기 당하였다.
그런데 저 불같은 두여인들이 너무나 조용하였기 때문이다.
요랑과 능소화는 바로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폭발하는 공통점을 가진 여인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여인들이 너무나 조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딴청까지 피우고 있었다.
어찌 수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요랑님."
이내 당서윤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왜에에에?"
요랑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했죠?"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뭐...뭐가?"
요랑은 말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랑 새치기로 관계 했죠?"
그 반응을 본 당서윤은 확신에 찬듯한 시선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요랑은 그녀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다.
차마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요랑님까지..."
당서윤은 실망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소화도 같이 했어!"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재빨리 손가락으로 옆에 있는 능소화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본녀는 왜 물고 늘어진다는 말인가!"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가만히 있으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어찌 이렇게 멱살을 잡고 끌고간다는 말인가
"너 혼자 모른 척하려고 했어? 양심 어디갔어?"
요랑은 얄밉게 말을 이었다.
"....그..그런게 아니다!...그저...물어보면 답하려고.."
요랑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이었다.
"안물어봤으면 그냥 넘어갔겠네?"
요랑은 괘씸하다는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요랑의 뾰족하기 그지없는 말을 들은 능소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딱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윤아! 얘도 혼내! 얘가 더 잘못했어!"
요랑은 손가락으로 능소화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대도 본녀와 다를바 없지 않은가!"
"나는 자수했거든?"
"그게 어찌 자수인가? 그냥 들킨게 아니던가!?"
능소화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반박을 하였다.
본인도 딴청을 피우며 모른 척 했으면서 어찌 이제와서 안그런척 한다는 말인가
"몰라 몰라 나는 안혼날거야! 너만 혼나!"
"이기적이다! 그대는!"
"예쁘면 이기적이어도 돼!"
요랑은 뻔뻔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본녀 또한 이기적이어도 된다!"
"네가 뭐가 이뻐! 어디 고춧가루 뒤집어 쓴것처럼 생겨서!"
"뭐라! 본녀를 모욕하는 것이냐!"
"했다 왜!"
이내 두 여인들 사이에는 거친 고함이 오고가기 시작하였다.
"그만."
그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당서윤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바윗덩어리마냥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
"............."
당서윤의 말을 들은 두 여인은 입을 일제히 닫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범상치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만....못했다는거네요?"
당서윤은 차가운 눈초리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움찔
그러자 자리에 앉아있던 여인들은 일제히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운가려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화경을 뛰어넘은 경지에 다다른 여인들이었지만 누구하나 몸을 떨지 않은 이가 없었다.
한을 품은 당서윤의 기세에 압도당한 까닭이었다.
".......일주일 동안은 제가 독점하겠어요."
이내 당서윤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견있나요?"
"........일주일은....으읍"
요랑은 반발하려고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은 너무 길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능소화의 손이 그녀의 조막만한 입을 그대로 틀어막아버렸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도록 말이다.
".................."
그러자 이내 방안은 무거운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협조 감사드려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태도는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오늘 회의는 이걸로 끝이에요. 추후 전달사항있다면 인편으로 알려드릴게요."
당서윤은 그녀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먼저 실례할게요."
말을 마친 당서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또각 또각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주위에는 오뉴월의 한기가 가득하였다.
회의실 안에 여인들은 그런 당서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쾅
이내 당서윤을 문을 거칠게 닫고 밖으로 완전히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본 여인들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당서윤이 화가나도 단단히 화가난 것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당서윤의 화를 풀어줄만한 방법을 말이다.
회의실 안에 있는 여인들의 얼굴이 한없이 진중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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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님~ 이거 좀 드셔보아요."
이기연은 복숭아 조각을 하나 집어들더니 그대로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있는 선우의 입쪽에 건네기 시작하였다.
"아아앙"
선우는 서슴없이 입을 벌려 복숭아를 받아먹었다.
우적 우적
씹을 때마다 특유의 단내가 입안 가득 퍼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님, 이것도 좀 드셔보세요."
그때 바로 옆에 있던 이소란이 사과 한 조각을 들어올리더니 이내 선우의 입에 찔러주었다.
"아아아앙."
선우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가 건네준 사과를 받아먹었다.
우적 우적
사과를 씹을 때마다 사과 특유의 달달함이 입안 가득 퍼지기 시작하였다.
품질이 좋은 사과인 것인지 상당한 당도였다.
"좋구만."
선우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한가로운 한 때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기...선우님."
그때 바로 옆에 있던 이예설이 우물거리며 선우를 불렀다.
"왜?"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도 돼요?"
이예설은 걱정스러운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걱정되었다.
현재 이재원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을 지 모를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한가로이 과일이나 받아먹으며 여유롭게 지내니 불안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선우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슨 계획이 있으신 건가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예설은 총명한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건 없는데?"
선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이었다.
계획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뭐가 괜찮다는거예요!"
이예설은 살짝 언성을 높였다.
아무런 계획도 없으면서 한없이 여유로운 선우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움직일 필요는 없어."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저쪽에서 알아서 찾아올거거든."
"저쪽에서요?"
이예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예설아, 정마대전을 개전하겠다고 공포한 지 며칠이나 됐더라?"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대략 일주일 정도 됐어요."
"그럼 이제 슬슬 찾아올 때가 됐겠네."
선우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누가요?"
이예설은 모르겠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별안간 누가 찾아온다는 말인가
"이재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
그리고 그런 선우의 말을 들은 이예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함을 내질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재원이라면 선우에게 팔이 잘린 철천지 원수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어찌 선우를 찾아온다는 말인가
"습...습격인가요?!"
그녀는 쉴새없이 떨리는 눈동자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가 찾아온다는 말에 불안감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아니"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대체 왜?"
그녀는 모르겠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의아함이 들었다.
이재원이 찾아올만한 일은 습격외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과하러 올거야."
"말도 안돼요!"
이예설은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선우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이재원은 자존심이 강하고 권위적이며 허례허식을 중요시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그가 한참이나 어린 후배에게 사과하러 올 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본인의 팔 한짝을 잘라 불구로 만든 원수같은 후배에게 말이다.
"아버지는 자존심이 강하고 권위적인 사람이예요. 사과를 하러 오실만한 분이 아니라구요."
이예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기 할래?"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선우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기해도 좋아요! 절대 그럴 리 없을테니까!"
이예설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질 자신이 말이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만약 이재원이 사과하러 온다면 너는 내 소원을 들어줘야해. 그 어떤 것이든 말이야."
"....어떤 것이든요?"
"그래, 어떤 수치스러운 일도 어떤 힘들 일도 능력 닿는데까진 들어줘야해 . 어때?"
"..............."
선우의 제안을 들은 이예설은 짐짓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제안에 살짝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에는요?"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떼어 조건을 물어보았다.
"반대의 경우에는 내가 네 소원을 들어줄게. 그 어떠한 것이라고 해도 말이야."
"정말요?!"
그의 말을 들은 이예설은 반색하며 되물었다.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난 한입으로 두말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녀에게 확신을 주었다.
거짓 따윈 입에 담지 않는 진실된 사람이라면서 말이다.
"좋아요! 그럼 내기하도록해요!"
이내 이예설은 선우의 내기를 받아들였다.
꽤나 좋은 조건이기도 하였고 질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올 리 없어. 그 사람은 개자식이니까!'
이예설은 확신하였다.
자신의 승리를 말이다.
'소원을 뭘로 빌지? 정식 부인으로 받아달라고 할까? 아니면 하루에 한 번씩 안아달라고 할까? 아니면 임신시켜달라고 할까?'
그녀는 머릿속을 쉴새없이 굴리기 시작하였다.
건방져보이지 않으면서 들어줄만한 적법한 소원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똑 똑 똑 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시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님! 큰일났어요!"
그러자 바깥에서 주소양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데?"
선우는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재원이! 이재원이 찾아왔어요!"
"이제 왔나보네."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은데?
그리고 옆에 있는 이예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아직..용건이 뭔지 모르잖아요.."
"그럼 같이 갈래?"
"같이요?"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관객은 많을 수록 좋으니까."
선우는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연, 소란, 너희는 이곳에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괜스레 같이 있는 걸 들키면 복잡해지니까."
그다음 침상에 앉아있는 두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네에에~""
선우의 말을 들은 두여인은 활기차게 답을 하였다.
피식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재원의 딸 답지 않게 활기차고 귀여운 두 여인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예설아 너는 나랑가자."
"저...따라가도 되나요?"
그녀는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너랑 난 대외적으로 동맹을 맺은 사이야, 너 뿐만 아니라 주소양까지 같이 있다해도 이상하게 여기진 않을거야."
"알겠어요."
그 말을 들은 이예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가보자고."
이내 선우는 천천히 문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천무맹주의 사과를 들으러 말이야."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예설은 그 뒷모습을 졸졸 따라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