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01화 (602/1,419)

〈 601화 〉 602. 밝혀지는 진실.

옥령의 눈빛이 더할나위없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으며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준 장본인이었다.

그런 원수같은 인간이 당가에 온다고 하니 살의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선우덕분에 과거의 상처를 대부분 씻어내긴 하였지만 이재원에 대한 원망만큼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재원이 당가에 찾아온다고 한다.

어찌 살의가 피어오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옥령님.....설마...맹주를?"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들었다.

천무맹주 이재원과 얽힌 비사에 대해 전해들었던 그녀였다.

이재원이 무참하게 옥령을 짓밟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혹여 그녀가 분을 참지 못하고 이재원에게 덤벼들까봐말이다.

"걱정 안하셔도 돼요."

옥령은 고개를 살짝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멍청한 행동을 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다른 어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상태에서 그와 겨뤄봤자 무참히 살해당한다는 것을 말이다.

심검을 세운 그와 달리 자신은 아직 심검지도心劍之道에 발을 내딛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그에게 검을 들이밀어봤자 통할 리 만무하였다.

"죄송합니다.......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군요."

당서윤은 옥령을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그녀의 심기를 거스른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예요. 저 같아도 뭔일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예의주시했을거예요."

옥령은 다 이해한다는듯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이 절로 느껴지는 푸근한 미소였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감정을 앞세워 이성적인 판단을 흐릴 정도로 어린 나이는 아니니까요."

그녀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연륜이 묻어나는 말을 내뱉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요?"

당서윤은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옥령이 얼마나 비참하게 이재원에게 버려졌는지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 비참함에 비례하여 그에 대한 원한 또한 무척이나 깊을 것이다.

그렇기에 불안하였다.

이재원을 마주쳤을 때 그 깊고 깊은 원한에 온몸이 지배되는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네에, 괜찮아요. 이젠 제게 선우가 있으니까요."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과거에는 아무런 의욕도 없이 그저 사는김에 살아가기만 하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달랐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연인이 생긴 것이다.

복수에 연연하여 행복한 일상을 망칠 생각 따윈 없다.

"..........."

옥령의 행복한 미소를 당서윤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끔찍한 일을 당한 그녀를 저리 해맑게 웃게만든 선우의 사랑이 새삼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그녀의 미소를 지켜보았을까

"옥령님."

이내 당서윤은 무언가 생각난듯 옥령을 불렀다.

"네에, 말씀하세요."

옥령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천무맹주가 온다면....아무래도 그가 머무는 기간 동안에는 눈에 띄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당서윤은 면목없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재원이 옥령을 알아본다면 상당히 곤란하였다.

대외적으로 옥령은 무림에서 자취를 감춘 은거고수였지만 이재원에게는 찾아죽여야할 장삼의 조력자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죠. 자유가 억압당한다는 건 슬프지만 당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옥령은 살며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자신이 눈에 띄게 된다면 당가 입장에선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감사해요. 옥령님."

당서윤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대신 선우는 제가 갇혀있는 동안 독점해도 되는거 겠죠?"

그녀의 감사를 들은 옥령은 짖궂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 그...그건......"

옥령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우물거리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안돼!"

"안된다!"

그때 잠자코 앉아있던 요랑과 능소화가 언성을 높였다.

"선우를 독점하는건 용납 못해! 선우는 요랑이랑 놀거야!"

요랑은 화가난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이었다.

"본녀도 용납할 수 없도다. 어찌 그를 혼자 독점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저는 방 안에만 갇히게 되는 걸요? 방 안에서 혼자 뭘 할 수 있겠어요."

"요랑이가 놀아줄게!"

"본녀 또한 그대의 심심함을 달래주겠다. 그러니 독점은 상상조차 하지 말도록 하라."

"어떻게 할까나....."

그녀들의 반응을 본 옥령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두 여인의 반응이 꽤나 재밌는듯 하였다.

"장난이예요."

옥령은 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후우우...놀랐잖아.."

"..후우...놀랐도다."

그러자 두 여인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여 그녀가 선우를 독차지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벌써 세 달 째 못 본 선우였다.

그런 그를 다시금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근데 서윤아, 그럼 천무맹의 무사들이 당가로 오는 건 확정된거야?"

"......네에....아마도 그리 될 것 같아요....거절할 명분도 이유도 없으니까요...."

당서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천무맹의 무사들이 머무르는게 어지간히 싫은듯 싶었다.

"나...걔네 싫은뎅......"

요랑은 축 처진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신만의 보금자리가 외부인들로 인해 침범당한다고 생각하니 침울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랑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두어달만...참으면 될거예요."

옆에 있던 운가려가 그런 요랑을 위로하기 시작하였다.

포옥

"그래도 싫어어어."

요랑은 운가려의 풍만하고 말캉한 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으며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심적으로 불안할 땐 가슴의 감촉을 느끼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운가려는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떼를 쓰는 모습을 보니 마치 철부지 딸을 보는듯 하였기 때문이다.

쓰담 쓰담

이내 그녀는 품안에 들어온 요랑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우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리길 바라며 말이다.

"저기....."

그때 잠자코 있던 강하윤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네에, 말씀하세요. 하윤님."

당서윤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당가에.....천무맹의 인원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천무맹의 전력은 족히 삼천이 넘는다.

여기에 중원에 있는 수많은 문파들이 의용군마저 보내온다면 그 수는 더욱더 불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당가가 넓다고는 하지만 그 많은 인원들을 수용할 정도로 넓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분들께 숙소를 제공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대전이나 연무장쪽에 임시로 막사를 친다면 어느정도 수용 가능할거예요."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강하윤의 말대로 삼천이 넘어가는 이들을 전부 수용하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혈사로 인해 상당수 전각이 비어 있긴 하였지만 천무맹의 간부들에게 전부 내어준다면 그마저도 부족해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 또한 아니었다.

전각이 가득 찼다면 넓디 넓은 땅덩어리를 내어주면 될테니 말이다.

연무장이나 대전에 임시로 천막을 짓고 거처를 만든다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이제.....어딜가나 천무맹의 맹원들 투성이겠군요."

강하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아요.....그러니 다들 조심해주셨으면 해요."

당서윤은 주위에 있는 회의실에 있는 여인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짜증나."

요랑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왠 개잡놈들때문에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자유를 억압당하였다.

어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죄송해요. 요랑님."

당서윤은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네가 왜 사과해? 서윤이 잘못은 하나도 없어!"

요랑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당서윤의 잘못은 전혀 없었다.

"이건 전부 선우 잘못이야!"

"네에?"

"응?"

"뭐라고요?"

그 말을 들은 여인들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요랑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뜬금없이 선우가 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팔이 아니라 목을 잘랐다면 이렇게 찾아올 일도 없었잖아."

요랑은 성이 잔뜩 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훗.."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여인들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발상이 상당히 익살스러웠기 때문이다.

"맞아요. 전부 선우 잘못이예요. 오면 벌을 줘야겠어요."

옥령은 푸근한 미소를 지은 채 동조를 하였다.

"벌은 본녀가 주겠도다."

".....저도..벌이라면.."

"싫어 싫어! 내가 줄거야!"

이내 회의실은 시장통마냥 시끌벅적하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여인들이 각자 벌을 주겠다며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들이 한창 떠들고 있을 때였다.

"저기, 가주대리."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던 금적화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씀하세요. 금부인."

"....천무맹원들이 당가에 머문다는 내용을 선우님께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선우가 하는 일은 없긴 하였지만 그는 엄연히 당가를 총괄하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천무맹의 협조 요청에 대해 말을 해야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선우에게 서신 한 통을 부치고 왔어요. 그 또한 이사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할 테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아까 늦으신 이유가?"

"네에, 선우에게 서신을 부치느라 시간이 늦었어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잉써다.

"선우님이 수락 할까요?"

"그라면 분명 수락을 할거예요. 허술해보이긴해도 당가가 천무맹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의 불이익을 모를 정도로 허술한 남자는 아니니까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가 허술해보이고 호구기질이 상당히 강하긴 하지만 흐름을 읽지 못할 정도로 멍청한 남자는 아니었다.

그라면 내켜하진 않겠지만 분명 수락을 할 것이다.

"....그렇군요."

강하윤은 납득한듯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윤님도 천무맹의 전력이 온다면 몸을 사려주세요."

당서윤은 강하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에..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당서윤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 자신은 당가에 벌로 귀양을 온 몸이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꼴을 보인다면 말이 나올 것이 분명하였다.

최대한 있는듯 없는듯 지내는 편이 좋을 것이리라

"배려 감사드려요."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할 일인걸요."

강하윤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딱히 감사받을 만한 일도 아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일에 되려 감사를 표하니 민망함이 들었다.

"그럼 이제 마무리 된건가요?"

그때 잠자코 있던 옥령이 궁금하다는듯 당서윤에게 물었다.

"네에, 일단 전달 사항은 이게 끝이예요. "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저희 이제 다음 안건에 대해 정해보도록 할까요?"

옥령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다음 안건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들에게 전달할 내용은 이게 끝이었다.

그런데 어찌 다른 안건이 더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네에, 바로 선우님이 돌아오며 잠자리를 누가 먼저할지에 대해서요."

그녀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건 당가를 출발하기 전에 끊겼던 순서대로 하면 되지 않나요?"

당서윤은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게.....가기 전에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꼬여버려서요."

옥령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말을 이었다.

"꼬이다뇨? 설마?!"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못본다고 생각하니....몸이 달아올라서 말이에요...참..주책이죠?"

옥령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이었다.

성욕을 참지 못하고 새치기를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이 올라온듯 하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옥령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만 성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여기 있는 다른 여인들 모두 성욕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 성욕을 참지못하고 새치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실망이예요!"

그녀는 실망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저어.."

그때 운가려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떼었다.

"뭔가요? 대부인."

"사실..저도..옥언니와...같이.."

그녀는 우물거리며 다소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뭐라고요!?"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