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화 〉 601, 곤륜인지! 꼰륜인지 거기로 가라고해!
"나 걔랑 안친한데?"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천무맹주 이재원과는 일면식조차 없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그의 서신에 왜 자신을 호출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같이 들어둬야할 내용인듯 싶어요."
".....우웅...귀찮은데.."
요랑은 노골적으로 귀찮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제 방에 들어가 푹 쉬려고 하였다.
비무로 인해 노곤해진 몸을 침상 위에 그대로 내던지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호출이라니
귀찮지 않을 리 만무하였다.
"가주 대리께서 최대한 빨리 와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말을 덧붙였다.
못 박아두지 않으면 딴데로 샐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잘 갔다오거라. 요랑. 본녀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러 가겠느니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능소화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요랑이 노골적으로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니 장난기가 절로 든 탓이었다.
"가주대리께서 경화군주님도 같이 모시고 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적화는 말을 이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금적화에게 되물었다.
천무맹의 서신에 관련된 일에 자신을 왜 부른다는 말인가
자신은 무인이 아니었다.
엄연히 황실의 사람인 것이다.
무림에 관여 될 만한 일이 건덕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경화군주님께서도 필히 알아야만 한다는 말씀이 있으셨어요."
그녀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따뜻한 욕조에서 몸을 씻는 것은 좀더 뒤로 미뤄야할듯 싶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나? 너도 가게 생겼네?"
그때 옆에서 깐족거리는 요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깐족거림을 들은 능소화는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그녀가 생각보다 더욱더 얄밉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럼 두 분 모두 절 따라오시지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금적화는 재빨리 몸을 돌려 두사람을 안내하였다.
가만히 냅뒀다간 한바탕 말싸움이 오고갈듯 싶었기 때문이다.
요랑과 능소화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이내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무겁기 짝이 없는 걸음걸이로 말이다.
*********
회의실
커다란 탁자를 중심으로 여러명의 여인들이 앉아있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절색의 미모를 자랑하였는데 그 미모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회의실에 꽃이 만개한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우웅......서윤이..언제와."
그때 귀여운 인상의 절세미녀, 요랑이 귀찮음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금방 올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금적화가 그녀를 부드럽게 달래기 시작하였다.
"서신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던 걸까요?"
그때 청순한 인상의 절세미녀, 옥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 많은 인원들을 한 번에 소집하였는지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저도 알 수없어요...그저 모두를 불러달라는 말 외엔.."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자세한 사정에 대해 듣지 못한 까닭이었다.
"분명...천무맹주의 직인이 찍혀있다고 하셨죠?"
옥령 옆에 앉아있던 강하윤이 의문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직접 확인한 사실이예요."
금적화를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천무맹에서 온 서신을 직접 당서윤에게 전한 당사자였다.
그렇기에 볼 수 있었다.
서신 봉투에 찍혀있는 맹주의 직인을 말이다.
"......괜스레 불안한 느낌이드네요."
그때 강하윤은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선우가 팔을 잘라버린 이재원으로부터 온 서신이라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상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죠?"
운가려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여 선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말이다.
"그건 아닐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었다면 전 무림에 소문이 났을테니."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팔을 잘라버린 이후
검신劍神이라는 별호로 세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선우였다.
만약 그런 그에게 변고라도 났다면 서신보단 소문이 먼저 돌았을 것이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말이다.
"그러니 걱정말도록 하라."
능소화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 운가려를 바라보며 그녀를 안심시켜주었다.
"......고마워요...경화군주님."
"소화라고 부르라고 하지 않았느냐...."
능소화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에..소화님.."
이내 회의실내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그때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어젖혀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회의실 안으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고양이처럼 살짝 올라간 눈꼬리
베일듯 날카롭게 날이 선 오똑한 콧대
고집 있어 보이는 매력적인 입술을 갖춘 절세미녀.
독서시 당서윤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회의실에 도착한 당서윤은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괜찮아~ 오래 안기다렸어."
그녀의 사과를 들은 요랑은 고개를 도리질치며 말하였다.
기다렸다고 해봤자 일각 정도였다.
사과를 받을 정도는 아니리라
"그것보다 어서 용건을 말해주었으면 한다. 어찌 본녀까지 이곳에 부르게 된 것인가?"
능소화는 궁금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선우라는 훌륭한 남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당가는 물론 무림과도 일절 관계가 없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궁금하였다.
어째서 자신마저 호출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알아야할만한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모두가 알아야 할?"
능소화는 의문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대체 그런 일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천무맹에서 서신이 한 통 날아왔다는 사실은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서신의 내용이 다소 중대한 터라 여러분들 모두에게 알려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모두를 불러모으게 되었습니다."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내용이 대체 무엇인가요? 서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옥령이 의아한듯 물었다.
"천무맹주에게서 협조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천무맹의 모든 전력들을 당가에 주둔시키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고요?!"
그 말을 들은 옥령은 놀란듯 토끼눈을 뜬 채 되물었다.
대체 저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천무맹의 전력을 모두 주둔시키겠다니?
"여러분들 모두 요근래 천무맹에서 마교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셨을 것 입니다. 그리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말입니다"
"들었도다. 문외한이 본녀조차 아는 사실이로다."
그녀의 물음에 능소화가 냉큼 답을 하였다.
천무맹이 마교에게 선전포고를 하였다는 소문은 무척이나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무래도 무림의 명운이 달린 일이었기에 소문이 퍼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당서윤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문제?"
그녀의 말에 여인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식량을 보급하는데 차질이 빚어져 아무래도 전쟁이 늦춰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무슨 차질?"
요랑은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추수시기가 다가오다 보니 다들 곡식을 아끼고 있는 듯합니다. 곡식을 풀지 않으니 제대로 된 식량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고요."
"아!"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깨달은 듯 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차질이 빚어졌는지 대강 어림짐작 되었기 때문이다.
천무맹의 인원은 수천에 달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먹일 식량은 아마 하루에도 몇 백가마는 거뜬히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 어마어마한 식량을 구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일 것이다.
하루도 아니고 몇 달이나 비축하고 먹을 식량을 말이다.
"근데 그거랑 무슨 당가에 걔네가 주둔하는게 무슨 상관이래?"
이내 요랑은 다시금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들이 주둔해야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천무맹에서는 당가를 전략적인 요충지로 쓸 심산인듯 해요."
"전략적인 요충지?"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저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당가는 현재 곤륜을 제외한다면 마교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 무림세력입니다. 아마 천무맹에서는 당가에 주둔하면서 보급이 완료 될 때까지 기다릴 심산인듯 싶습니다. 그렇게 하는 편이 동선 낭비나 인력 낭비가 덜 해질테니까요."
당서윤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거 미친놈들이네."
그 말을 들은 요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들이 뭔데 주둔하고 말고를 정해? 그것도 남의 집에서.....정신 나간 애들 아니야?"
요랑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천무맹의 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둔을 할거면 어디 빈공터에 가서 주둔하면 될 것을 뭣하러 당가에 찾아와 굳이 주둔을 한다는 말인가
"곤륜인지! 꼰륜인지 거기로 가라고해! 뭐 빌어먹으려고 당가로 온대!?"
요랑은 성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아무래도 곤륜은 삼천명이 넘는 대인원을 수용할 만한 곳이 아니기에....당가를 선택한 것 같아요."
"아니, 지들이 왜 선택하고 말고를 정해. 집주인이 허락안했는데...서윤아 거절해...걔네들 말 들어줄 필요없어. 어디 천막치고 노숙하라고 하자."
요랑은 짜증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후우....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고는 끝말을 흐리기 시작하였다.
"뭐 문제있어?"
"만약 지금 상황에서 천무맹의 공문을 거절했다간 큰 낭패를 볼거예요."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있다.
"현재 무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천무맹입니다. 만약 그들의 협조 요청을 거절한다면 분명 그 지지자들로부터 뭇매를 맡게 될 것입니다."
당서윤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현재 천무맹은 명분을 쥐고 있었다.
마교로부터 무림을 구하고 평화를 지키겠다는 거대한 명분을 말이다.
그런 거대한 명분을 가진 천무맹에게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사게 될 것이다.
심할 경우 당가가 운영하고 있는 모든 사업체들이 휘청할 수 있었다.
비록 훌륭한 무기와 약초학으로 인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당가이긴하였지만 민심을 거스를수는 없었다.
결국 사업체의 고객은 민심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당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미움이 커진다면 아무리 훌륭한 무기라고 하더라도 사지를 않을 것이고 품질 좋은 약초를 유통한다고 하더라도 사기를 꺼려할 것이다.
그렇기에 천무맹의 협조 공문을 쉽사리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저들이 등에 지고 있는 거대한 명분에 따라 민심이 이리저리 움직이게 될테니까말이다.
"나 걔네들 오는 거 싫어!"
요랑은 화가난듯 언성을 내질렀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발을 내딛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보금자리가 그딴 돼먹지 않은 새끼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이 말이다.
".........."
요랑의 화가난듯한 고함에 당서윤은 면목없다는듯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 또한 싫었다.
소중한 이들이 함께하고 있는 당가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이
하지만 도저히 거절을 할수가 없었다.
자신이 싫다하여 남아있는 당가의 혈족들에게 크나큰 짐을 지워둘 수 없기 때문이다.
"서윤."
그때 그녀의 귓가에 무척이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서윤은 숙였던 고개를 재빨리 들어올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말씀하세요. 옥령님."
그녀는 청순하게 생긴 아름다운 여인, 옥령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만약에......만약에..말이예요."
옥령은 당서윤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무맹의 모든 전력들이 당가에 주둔하게 된다면........천무맹주 또한 당가로 오게 되는 건가요?"
그녀는 한없이 떨리는 눈동자로 당서윤을 응시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천무맹주가
이재원이
당가로 찾아오느냐고 말이다.
"네에, 전력의 핵심은 아무래도 천무맹주 이재원일테니.....그 또한 당가에 주둔하게 될거예요."
당서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번 정마대전의 핵심 전력은 천무맹주 이재원이었다.
그런 그가 전력에 빠질 리 만무한 것이다.
".......그...래요?"
그 말을 들은 옥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렇단...말이죠...'
그리고 이내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왠지 모르게 서늘함이 가득 담겨있는 차가운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