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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98화 (599/1,419)

〈 598화 〉 599. 천무맹에 모여드는 이들

천무맹에는 연설장으로 쓰이는 빈 공터가 하나 있었다.

워낙 크기가 넓어 수 천의 이르는 맹원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 공터에 하나둘씩 맹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절도있는 자세로 줄을 맞춰 빠르게 말이다.

이내 비어있던 공터가 맹원들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많아지면 호흡조차 소음이 되기 마련이건만 공터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수 많은 맹원들이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고고하게 서있었기 때문이다.

비장함마저 엿보일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벅 저벅

용이 승천하는 멋들어진 무복을 입은 외팔의 남자가 천천히 단상 위에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표정은 맹원들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엄숙하였고 한없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저벅 저벅

이내 단상 위로 완전히 올라온 남자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장내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맹원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십여년 전 천마라고 불리우는 마귀들의 왕이 중원을 침략하였소. 수백 수천에 이르는 지옥의 악귀들을 데리고 말이오. "

이재원은 침중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 이에 천무맹의 전신이자 정파무림의 연합체였던 무림맹은 그들을 막아서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소. 하지만 그 힘이 역부족이었던 것인지 무림맹은 멸망하게 되었고 중원 곳곳에는 마귀들이 날뛰며 무림인 뿐아니라 민간인들마저 끔찍하게 학살을 하며 마도천하를 이룩할 초석을 다지기 시작하였소 ."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사람을 베고 째고 겁간하고 마치 지옥에서나 볼법한 광경들이 연일 벌어졌고 중원무림을 추악한 마귀 소굴로 변해가기 시작하였소. 그리고 당시 무인들은 점점 그들의 행태에 익숙해지고 받아들이기 시작하였소. 그들을 거스를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오."

"............."

그의 말을 들은 맹원들의 표정이 더욱더 엄숙해지기 시작하였다.

"대다수가 정파무림의 몰락을 예견했었소. 희망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절망을 하였기 때문이었지. 그리고 그 참혹한 광경을 지켜본 본 맹주는 그저 가만히 두고볼 수가 없었소."

이재원은 뜨거운 눈빛으로 맹원들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당시 무림초출에 불과했던 본 맹주는 혈기와 정의를 가슴에 품고 있었소. 어찌보면 무모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말이오. 그렇기에 마도천하로 잠식되어가고 있는 중원을 구하고 말겠다는 장대한 꿈을 꾸었던 것일지도 모르오. 본 맹주는 그 무림탈환이라는 장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중원 곳곳에 남아있을 협사들을 모집하였소. 협의를 가슴에 품고 있는 진정한 협의지사들을 말이오."

이재원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지금은 고인이된 내 오랜 친우 양태산뿐이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하나둘씩 내 곁에 모여들기 시작하더이.......가장 아끼는 부인이자 여중제일인이라고 불리우던 주소양, 검술로만 따진다면 검황이라고 불리웠던 양태산과 비등하다고 전해지던 검제劍帝 윤제겸, 마교 최고의 무력집단인 철갑기병대를 홀로 몰살시켰던 독왕毒王, 소림 방장이자 금강불괴를 연성했다고 알려진 괴승怪僧,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벼락이 솟구쳤던 천왕신권天王神拳,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매화가 만개하였던 화산제일검 검공劍工 등 수많은 협의지사들이 나와 함께해주었고 종국에는 마도천하의 야망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소. 그 추악한 천마와 마귀들을 십만대산으로 쫓아내버리고 무림에 평화와 안녕을 가져오게 된 것이오!"

이재원은 흥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 흥분에 동조된 맹원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차오르는듯한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

천무맹의 영광스러운 역사에 가슴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약속하였소! 다시는! 다시는 마교의 침입을 허용치 않겠다고 소중한 이들을 잊지 않겠다고! 협을! 마음 속 깊이 숭상하며 행하겠다고 말이오! 그리고 우리 정마대전이 끝났지만 한 뜻을 가지고 모인 우리들은 해산하지 않았소! 대신 천무맹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창립하게 되었소! 협을 숭상하고 협을 행하여 무림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 말이오!"

이재원의 목소리가 장내 쩌렁쩌렁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금 무림의 안녕과 평화가 위협을 받고 있소! 과거 정마대전의 전우로서 수많은 마귀들을 섬멸하였던 독왕의 가문, 당가는 반파가 되었고 산동에 존재하는 모든 동맹세력들이 일제히 습격을 받아 멸문을 당하였소! 추악하기 그지없는 마교에 의해서 말이오! 본 맹주는 이를 그냥 좌시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소! 우리 전우들이! 맹우들이! 동료들이! 처참히 죽어버렸소! 그런데 어찌 본 맹주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이재원은 불꽃처럼 뜨겁게 그지없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전쟁이오."

이재원은 단호하기 그지없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마교라는 족속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싸그리 절멸시킬 것이오!"

그리고 선언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우레같은 함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마교를 죽이자!"

"마귀새끼들을 절멸시키자!!!!"

"무림의 평화를 가져오자!!!!"

그리고 여기저기 한 맺힌 분노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맹우가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이재원은 그런 맹원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그저 바라보았다.

만족스러운 속내를 감춘 채 말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환호성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이재원이 단상 아래로 내려오기 전까지 말이다.

**********

[산동 혈사의 주범은 마교이다!]

이 경악스러운 소문은 중원곳곳에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처음 이 소문을 접한 이들은 경악을 하였다.

마교로 인해 당가가 반파된지 고작 일여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마교의 습격이라니?

그것도 천무맹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산동성의 무림문파들을 말이다.

이거 누가봐도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전쟁의 포문을 열어젖힐 중대한 선전포고 말이다.

세인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이어 한가지 소식이 더 들려왔다.

[천무맹주가 전쟁을 선포하였다]

그 말을 들은 세인들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불안감이 적중하였음을 말이다.

천무맹주가 칼을 빼든 것이다.

자신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던 마교를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내 수많은 이들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협을 가슴에 품고있던 젊은 협객들

이미 은거하였으나 정의를 위해 다시금 검을 잡은 전대고수들

입신양명을 꿈꾸는 야망가들

군수물자를 팔아치울 생각에 신난 상인들

이들 모두가 천무맹에 향하기 시작하였다.

각자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신념을 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

회의실

이재원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상석에 앉아있었다.

가만히 앉아있을 뿐인데도 절대자로서의 위엄이 절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보고하시오."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보급이 어느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삼천 명의 인원이 한달은 풍족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쌀과 밀 그리고 육포를 준비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무기 또한 인당 두 자루씩 보급 받을 수 있도록 사천당문에서 만든 질좋은 것들로 넉넉히 준비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공성을 대비하여 활과 화살 또한 구비해두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대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를 하였다.

"한달은 너무 짧소. 적어도 서너 달은 버틸 수 있는 식량이 필요하오."

이재원은 그런 이대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교는 천혜 요새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험준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단순히 세가나 문파를 멸문시킨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험준하기 짝이 없는 산세는 의욕을 꺾이게 만들었고 춥디 추운 날씨와 눈보라는 걸음을 늦추게 만들었다.

게다가 과거 삼만 대군을 상대하던 전력이 있었던 마교는 치고빠지는 유격에 능하였다.

그렇기에 장기전을 위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한달 정도 되는 식량이라면 마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적어도 서너달은 버틸 식량이 필요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보급이라 조달이 여의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더 걸릴듯 싶습니다."

이대곤은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시간이 촉박해도 너무 촉박하였다.

"얼마나 필요할듯 싶소?"

"아무래도 추수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웃돈을 주어도 식량을 구하는 것도 마냥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두어달은 필요할 듯 싶습니다."

"흐음"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쳐들어가 마교에 쳐들어가 그들을 전멸시키고 싶었지만 식량이 발목을 잡았다.

여유롭게 식량을 구비해두지 않는다면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로 되려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어달은 너무 긴 것 같소. 시간을 더 줄일 수는 없소?

"두어달도 무척이나 촉박한 편입니다. 더 이상 줄이는 것은 무리인듯 싶습니다"

이대곤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두어달도 무척이나 촉박한 시간이었다.

더이상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흐음.."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어쩐다.'

이재원은 고민이 되었다.

이대로 두어달을 기다리자니 다시금 출정한다고 준비하느라 넉달은 족히 소요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출발하기엔 마교를 공략하기 전에 굶어서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렇기에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이재원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번쩍

그때 고혹적인 인상의 귀부인, 당진설이 손을 번쩍 들었다.

"맹주, 건의 드릴게 있어요."

그녀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말씀하시오."

상념에 빠져있던 이재원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보급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아 드리는 말입니다. 천무맹원들을 당문에 상주시키는게 어떻겠습니까?"

당진설은 총명한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뭐라?"

"보급이 이뤄지는 기간동안 당문에서 주둔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급이 완료되면 언제든 십만대산으로 향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 편이 좀더 효율적이지 않겠나요?"

그녀는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흐음..확실히....."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리며 수긍을 하였다.

확실히 그녀의 말이 옳았다.

산동은 십만대산과 완전히 동떨어져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보급이 조달될 때까지 기다리고 그 식량을 다시금 들고 십만대산으로 향하게 된다면 상당한 동선 낭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가에서 주둔하고 보급을 기다린다면 말이 달라졌다.

당가는 곤륜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문파보다 십만대산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다면 쓸데없는 인력 낭비도 줄일 수 있고 시간 또한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당가에서 불편해하지 않겠소? 맹에 모인 전력만 삼천에 달하오. 또한 수없이 모여들고 있는 협사들을 포함한다면 그 삼천이라는 숫자는 무색해질 것이오. 그 많은 인원을 수용한다면 당가 측에서 불편해하지 않겠소?"

이재원은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가 측에서 마뜩치 않게 느낄 것 같았다.

남의 집에 몇 달이나 상주하는 일이었다.

그것도 수천에 이르는 무인들이 말이다.

어찌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겠는가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맹주."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고개를 살며시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당가는 타의 귀감이 되는 무림의 명문가입니다. 당가에서 무림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게다가 현 가주가 누구인가요? 과거 마교 최강의 부대라고 일컬어졌던 철갑기병대를 단숨에 몰살시켰던 정마대전의 영웅, 독왕毒王 당진철이 아닌가요? 당 가주라면 분명 흔쾌히 주둔을 허락하실겁니다."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흐음..확실히...당가주라면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진 않겠지. 야망도 있고 협의도 적당히 있는 새끼니까.'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하였다.

확실히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명안이오!"

이재원은 이내 감탄한듯 탄성을 내뱉었다.

모두 앞에서 그녀를 띄워줄 요량이었다.

"확실히 당가주라면 맹의 부탁을 거절하진 않을 것이오! 그또한 협을 숭상하고 협을 행하는 마음가짐만큼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을테니까 말이오."

이재원은 아련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옛 전우를 회상하듯이 말이다.

"좋소! 일단 맹의 전력은 전부 당가에 주둔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보급이 완료되는대로 곧바로 마교를 향해 진격을 할 것이오! "

이재원은 수뇌부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수뇌부들은 일제히 답을 하였다.

그들이 생각해도 명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진철이새끼 보겠네.'

이재원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전우를 볼 생각에 들뜬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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