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96화 (597/1,419)

〈 596화 〉 597. 당신의 사상을 제게 강요하지 마십시오.

"뿐만 아닙니다. 무인의 관점에서도 이번 전쟁은 위명을 날릴 수 있는 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현재까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영웅들은 대다수 정마대전에서 명성을 얻게 된 무인들이었습니다. 전쟁이 영웅을 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것입니다. 보다 쉽게 말입니다."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허삼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권력을 쟁취하길 바라는 자들의 관점에서도 정마대전은 비극이 아닌 호재일 것입니다. 맹의 요직은 숫자 제한이 있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임기 또한 스스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쭉 이어지고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결원이 발생하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권력의 중심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되겠지요. "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또한 협을 중시하는 이들 관점에서 봐도 이번 전쟁은 호재가 될 것입니다. 수백년간 중원에 암약하며 추악하고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던 마귀들을 절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요."

".............."

'이렇듯 전쟁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커디란 사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가치가 옳다 여기고 무조건적으로 전쟁을 막아야한다며 외부인인 제게 정치적인 공작을 요구하는데 어찌 오만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찌 우습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허삼관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무언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반박할만한 말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납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처럼 전쟁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허 당주, 당신은 오만합니다. 너무 오만해 말을 들어줄 가치조차 없는듯 합니다."

선우는 차가운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주셨으면 합니다. "

선우는 축객령을 내렸다.

호구를 잡으려고 드는 허삼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런 선우의 축객령에도 허삼관은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지 않겠다면 제가 먼저 일어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벌떡

그 모습을 보던 선우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무척이나 빠른 걸음으로 말이다.

"잠...잠깐!"

덥석

그때 팔소매를 뒤편으로 잡아당겨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울상이 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고 있는 허삼관의 얼굴이 보였다.

"놓으시지요."

선우는 그런 허삼관을 바라보며 매정하게 말하였다.

".......소협.....부디...자비를 베풀어줄 수 없겠는가?"

허삼관은 처량한 표정을 지은 채 그게에 애원을 하였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말이다.

"제 의사는 충분히 전달되었을텐데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의사는 충분히 전달되었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싶지 않았으며

누군가에게 호구를 잡히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장선우'는 정마대전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다.

"자네에게는 힘이 있지 않은가! 무고한 이들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은가! 어찌 그런 힘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말인가!"

허삼관은 열변을 토해내었다.

"제가 이룩한 무공입니다. 그걸 저를 위해 사용하는 게 어찌 잘못되었다는 말입니까? "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셀수도 없이 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겨우 이룩한 성취였다.

그런 성취를 자신을 위해 쓴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보태준 것 하나 없으면서 말이다.

"강자로써의 책임을 가져달라는 말일세!"

"당신의 사상을 제게 강요하지 마십시오."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강하든 약하든 전 제가 원하는 대로 살겠습니다. 당신만의 잣대로 저를 옭아매려고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즉각적으로 반발을 하였다.

"더이상 말싸움하고 싶지 않군요."

휘익

이내 선우는 그가 잡고있는 소매를 거칠게 휘둘러 빼내었다.

그리고 바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얼마 지나지 않아 접견실 문이 열리고 선우의 신형이 바깥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곧이어 접견실 문이 거칠게 닫히게 되었다.

이내 접견실 안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허삼관만이 남게 되었다.

**********

"누구를 호구 잡으려고."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허삼관의 얄팍한 술수가 눈에 너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일으키고 자신으로 하여금 정권을 잡게 만든 뒤 천무맹을 마음껏 주무를 심산이었을 것이다.

협을 행한다는 명목하에 말이다.

'어째 이 동네는 정상적인 새끼가 없냐.'

선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개중에 낫긴 했지만 허삼관도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너무나 감정적이었다.

이익을 생각하기 보단 신념과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휴머니스트 극혐.'

휴머니스트 존경받아 마땅한 꽤나 올바른 인간이지만 정치에 맞는 인간은 아니었다.

모든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바라만 볼테니까 말이다.

선우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노예 삼인방과 이야기를 나눠야할 듯 싶었기 때문이다.

************

".............."

"............."

"............"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허삼관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달받은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진듯 싶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완전히 결정된 일인 건가요?"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더할 나위없이 심각해보였다.

"아무래도 그렇게 된 것 같아. 허삼관 빼고는 전부 찬성을 했다고 하더라구."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정마대전은 이미 결정 사안이었다.

자신은 허삼관의 제안을 거절하였고 허삼관은 여론을 뒤집을 힘이 없었다.

결국 정마대전을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의 표정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정마대전이라는 말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듯 보였다.

"괜찮아?"

선우는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괜..괜찮아요.."

그녀는 전혀 설득력없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선우님...그렇다면 선우님은 정마대전에 참전하지 않으실 생각인건가요?"

그녀는 이내 의문어린 표정을 지은 채 선우의 의향을 물었다.

"'장선우'로는 참전하지 않을거야."

선우는 자신의 이름을 콕 집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장선우로는 참가하지 않는다니?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영 느낌이 좋지 않아서 말이야."

선우는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재원이 정마대전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말이다.

현재 이재원에 대한 여론은 최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자보로 인해 연쇄 간살범으로 의심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후계 경쟁을 독단적으로 정한 일로 수뇌부들과 대립하고 있었다.

또한 후계 경쟁 당시 무저항이었던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살인미수 사건으로 인해 평판이 나락까지 치닫고 있던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과거 무림맹주와의 인연으로 원로들과 장로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주소양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정치적인 입지마저 한없이 작아져 탄핵마저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때마침 동맹세력의 혈사가 일어나게 되었고 이재원을 탄핵하자는 말이 쏙 들어가게 되었다.

공교로웠다.

상황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공교로웠다.

어찌 그의 위기에 맞춰 마교가 선전포고에 가까운 짓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재원의 주장 또한 의심스러웠다.

이재원이 얼마나 빡대가리인지 잘 알고 있는 선우였다.

그런 그가 이십여년 전 혼마의 흔적을 정확히 기억하여 전인을 운운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의심스러웠다.

마치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건을 조작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발 뒤로 뺀 채 더욱더 신중해질 심산이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일단 공식적으로 발표할거야. 정마대전에 참전할 생각이 없다고 말이야."

"그 후에는요? "

"장선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지."

선우는 눈빛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요?"

"독왕毒王 당진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난 독왕毒王의 모습으로 정마대전에 참전할 생각이야."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독..독왕이요!?"

그녀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탓이었다.

별안간 독왕의 모습을 빌리겠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장선우의 모습으로 정마대전에 참전하는 건 뭔가 그 새끼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 같아서 말이야. "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장선우의 모습보단 독왕의 모습을 취하는 편이 더욱더 나을 것이다.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주소양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혹여 그의 정체가 발각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험해도 어쩔 수 없어. 어차피 정마대전에 참전하는 건 피할 수 없으니까."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까.....분명 말씀하셨잖아요. 굳이 참전할 필요없다고요. 그런데 어째서.모습까지 바꿔가며 참전하려고 하시는 거죠?"

주소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가 구린 것 같다며 공식적으로 참전을 거부한 선우였다.

그런 그가 어찌 모습을 바꾸고 정마대전에 참전한다는 말인가

모습을 바꾸면 그는 어떠한 이득도 얻을 수 없었다.

위명을 날릴 수도 없었고 공훈을 세울 수도 없었다.

어떤 활약을 하든 독왕의 명성만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악조건을 어찌 스스로 자처한다는 말인가

"..........지금 이재원은 자신을 적대한 이들에 대해 칼을 갈고 있을거야. 심할 경우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선봉을 서게 만들어 죽음을 야기할지도 모를 일이지. "

주소양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설마....저희를 위해서?!"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

선우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지 말아요!"

그러자 뒤편에 있던 황보유연이 반발하듯 언성을 높였다.

"저희 때문에 그러실 필요없어요!"

"맞습니다. 선우님, 저희가 비록 맹주에게 반발하긴 하였지만 엄연히 그의 부인이예요. 대놓고 죽이려고 들진 않을거예요."

옆에 있던 팽가련이 황보유연을 거들며 말을 이었다.

"제 생각도 동감이에요. 선우님."

이내 주소양 또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희 때문에 선우님이 원치 않은 일을 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그러니 부디 선택을 거둬주세요."

주소양은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그녀는 원치 않았다.

자신때문에 선우가 발목을 잡히는 것을 말이다.

노예가 된 입장에서 무척이나 불경한 일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어찌 한낱 노예가 위대한 주인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엉덩이가 터질 때까지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일인 것이다.

쓰윽

선우는 살며시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주소양과 황보유연 , 팽가련을 쓰윽 둘러보았다.

그녀들 모두 눈망울에 물기가 잔뜩 고여있는 모습이었다.

자신들을 위해 선우가 희생하려고 한다는 생각에 감격을 한듯 싶었다.

"싫어."

이내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어 거절을 표하였다.

"""선우님!"""

그의 거절을 들은 세 여인은 언성을 높였다.

교성을 터트릴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높인 적 없는 언성을 높인 것이다.

"안돼요.....너무 위험해요...부디 말을 거둬주세요.."

주소양은 그렁거리는 눈빛으로 선우에게 매달리며 말하였다.

그렁거리는 눈빛 안에는 선우에 대한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맞아요......저는 선우님이...다치는 걸...원치 않아요오오.."

황보유연은 슬픈 듯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끝말을 흘렸다.

"저도....그러실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요.."

언제나 고분고분하게 명을 따르던 팽가련 또한 반발을 하였다.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든듯 하였다.

"안돼."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죠!?""

세 여인은 선우에게 동시에 물었다.

"너희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으니까."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