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4화 〉 595.검신劍神에게 도움을 청하다.
"정마대전?!"
선우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금 물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에, 정마대전이요오오.."
그녀는 선우의 물음에 확인하듯 재차 말하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십여년 전 종결난 전쟁이 어찌 다시금 일어난다는 말인가
"자세히 말해봐."
"팔복당주가 말했어요...이대로 가다간 정마대전이 일어날거라고요.."
"어째서지?"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당가가 마교에 의해 반파당했을 때도 죽닥치고 관망하던 천무맹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제서야 칼을 빼든다는 말인가
"아무래도....이번에 동맹세력 몇 군데가 멸문당한 일때문인 것 같아요."
"그거 아직 용의자 특정 못했다고 하지 않았어?"
선우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그게....아무래도 마공을 익힌 마인이 저지른 일로 결론 지어진 것 같아요..."
"팽가련."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팽가련을 불렀다.
"어떻게 된거야?"
선우는 타박하듯 말을 이었다.
분명 선우는 그녀에게 명을 내려놨었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범인이 특정된다면 알려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마인이 저지른 일로 결론이 지어졌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저는....처음 듣는 일이예요."
선우가 타박을 하자 팽가련은 겁먹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 집법당주잖아? 집법당주가 모르는게 말이 돼?"
"정말이예요. 사건에 대해선 제대로 결론 지어진 적이 없어요. 마기를 발견하긴 했지만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새로운 단서가 나올 때까지 보류하기로 결정했어요..."
팽가련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억울하였다.
아직 제대로 된 결론이 나지도 않았건만 어찌 마인으로 범인이 특정되었다는 말인가
".....그래?"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이 달라.'
두 사람의 말이 다른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명은 범인이 마인이라고 주장하였고
다른 한 명은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이다.
'실상을 확인해봐야겠군.'
선우는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저는...몰랐어요....믿어..주세요오오.."
그때 선우의 귓가에 울먹이는 팽가련의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에 상념이 깬 선우는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흐윽...흐윽...흐윽.."
그녀는 양손으로 조막만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 울렸네.'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너무 날카롭게 반응한듯 싶었기 때문이다.
"가련아, 미안해."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흐윽..괜..괜..찮아요오..저는..흐윽.."
하지만 선우의 사과에도 불과하고 그녀는 울음을 그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선우는 말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와락
그리고 그녀를 와락 껴안아주었다.
토닥 토닥 토닥
그다음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기 시작하였다.
"미안해....많이 놀랐지?"
선우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정말..괜찮아요오.."
"괜찮기는 어린애 처럼 울어놓고.."
".........."
팽가련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나이도 먹을대로 먹은 주제에 가벼이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이 여간 부끄러운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타박할 생각은 없었어. 그러니까 화풀어."
"....네에."
이내 팽가련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선우가 사과를 해준 것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착하다 착해."
선우는 그런 팽가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화악
"..........."
그 쓰다듬이 기분이 좋은 것인지 팽가련은 말없이 얼굴을 붉혔다.
"좀이따 갔다와서 제일 먼저 박아줄게. 기다리고 있어."
".....네에."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기쁜듯 옅은 미소를 흘렸다.
서운했던 감정 따윈 모두 털어버린 듯하였다.
"그럼 갔다올게. 싸우지 말고 얌전히 있어."
이내 선우는 침상에 엎드려있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에~"
"네에~"
그러자 여인들이 일제히 답을 하였다.
'대답은 잘하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그다음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젊고 탱탱한 이예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로 가면 돼?"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일단 접객실에 모셔두었어요."
"잘했어."
선우는 손을 들어올려 그녀의 머릿결을 두어번 쓰다듬어주었다.
"헤헤헤헤헤."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선우의 손길이 싫지 않은 것인지
이예설은 옅은 웃음을 흘렸다.
저벅 저벅
선우는 그런 그녀를 뒤로 한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팔복당주가 있는 접객실로 말이다.
*************
잘근 잘근
팔복당주 허삼관은 긴장된 표정을 지은 채 손톱을 잘근 잘근 씹기 시작하였다.
마음이 급해 죽겠는데 장선우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조바심이 났기 때문이다.
잘근 잘근
잘근 잘근
허삼관은 손톱을 씹고 또 씹었다.
열 개의 손톱이 전부 반듯하게 베어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똑 똑 똑 똑
이내 누군가 접객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시오!"
그 소리를 들은 허삼관은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
장선우가 왔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끼이이익
그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리기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문 밖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현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남자.
검신劍神 장선우였다.
"반갑습니다. 팔복당주."
접객실 안으로 들어온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시오!"
그가 안으로 들어오자 팔복당주는 그를 격하게 반겼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선우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캐물었다.
빙빙 돌려 말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앉는게 어떤가? 얘기가 길어질걸세."
그 말을 들은 팔복당주는 자리를 권하였다.
서서할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털썩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리고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제 말씀해주십시오. 제게 찾아온 용건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그에게 물었다.
"후우.....알겠네..내 말해주도록 하지. "
허삼관은 한숨을 푹 쉬고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마대전이 일어날걸세."
허삼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부디 자네의 힘으로 그 참혹한 전쟁의 시작을 막아주게나."
허삼관은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정마대전이 일어난다뇨?"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 요근래 천무맹의 동맹세력 중 몇 군데가 멸문한 사건이 발생하였다네...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으로 마교가 지목되었지."
허삼관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가 아는 내용과 살짝 다르군요. 분명 아직 범인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맹주가 직접 현장을 보고 범인을 특정했다고 하더군. 마교의 장로였던 혼마溷魔의 후인이라고 말일세."
"혼마溷魔요?"
선우는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혼마溷魔라니
그 자라면 분명 이재원이 화경 초입에 들 때 운좋게 죽인 마교의 장로가 아니던가
그의 후인이 어찌 지금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인가
"그렇다. 사건현장을 직접 둘러보신 후 말하더군. 사건의 범인은 혼마의 전인이 분명하다고 말일세. 그리고 다급히 수뇌부를 소집하여 안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네."
"그 회의에서 결정된거군요. 마교에 쳐들어가자고 말입니다."
선우는 알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맞네."
선우의 말을 들은 허삼관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동맹 세력들은 전부 수뇌부들이 속해있는 가문이거나 사문이었다네.....그들 모두가 복수를 부르짖으며 마교와의 전쟁의사를 밝혔고 맹주 또한 그들의 의견에 찬동하였다네.....무림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검을 빼들 필요가 있다고 말일세."
그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반대 의견은 없었습니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애초에 전쟁이라는 것 자체는 무척이나 꺼려지는 행위였다.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온몸을 휘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마대전을 일으키자는 노골적인 제안에 찬동했다는 말을 들으니 의아함이 들었다.
어찌 저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를 제외하곤 없었네....모두가.....마교에 쳐들어가야한다고 주장하더군."
허삼관은 괴로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끔찍한 전쟁의 발화를 꺼버리지 못했다고 생각을 하니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와주게!"
쿵
이내 팔복당주 허삼관은 탁자에 그대로 머리를 박았다.
쿵
이마의 살갗이 까져 피가 흘러나왔다.
쿵
핏물이 탁자를 적시기 시작하였다.
쿵
상처가 더욱더 벌어져 흘러나오는 핏물 또한 양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허삼관은 쉴새없이 머리를 박기 시작하였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젊은이에게 치욕스러운 애원을 하는 것이다.
부디 도와달라고 말이다.
제발 정마대전을 멈춰달라고 말이다.
"팔복당주, 그만하십시오. 어찌 이렇게 과격하게 군다는 말입니까?"
선우는 그런 허삼관을 바라보며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어찌 이마가 찢어져 핏물이 날만큼 머리를 박는다는 말인가
"내 부탁을 들어주는 것인가!?"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눈을 빛내며 그에게 물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를 담은 채 말이다.
"......뭘 어떻게 도와주길 원하시는 겁니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결론까지 난 마당에 뭘 어떻게 도와준다는 말인가
이미 여론 또한 등을 돌린듯 한데 말이다.
"정마대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네."
허삼관은 올곧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미 결정이 된 사안이 아닙니까? 그걸 제가 어찌 뒤집는다는 말씀입니까?"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방법은 간단하네. 자네가 현 맹주인 이재원을 몰아내고 새로운 맹주로 등극한다면 된다네."
"허어."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새로운 맹주라니
이건 또 무슨 개떡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게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이내 선우는 정말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진심으로 저딴 말을 지껄이는 것인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멀쩡한 맹주를 어찌 몰아낸다는 말입니까?"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요근래 폭발적인 인지도를 쌓게 된 자신이었다.
이재원의 팔을 자르고 기절마저 시켜 천하제일인이라는 칭호마저 얻게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대로 맹주 위를 도전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무려 이십년이다.
이재원이 맹주로서 집권하며 기반을 다져놓은 기간이 말이다.
그런 이재원을 몰아낼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현재 맹주는 인망을 잃고 있는 상황일세. 이런 상황을 파고든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네."
허삼관은 올곧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거절하겠습니다."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당연히 거절이었다.
자신이 뭣하러 팔자에도 없는 맹주의 자리에 앉는다는 말인가
쓰잘데기 없이 말이다.
"장소협! 좀더 생각해보게!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정마대전이 일어나고 말걸세! 수백 수천의 무고한 이들이 죽어나간다는 말일세!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맹내 수뇌부에서 결정된 사안인데."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것 같군!"
"남의 일이지. 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선우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의 냉소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림에 살아가는 무림인이 어찌 저런 이기적인 말을 한다는 말인가
"그대는 정의감이라는 것도 없소! 그대가 손을 쓰지 않으면 수백 수천이 죽어나갈것이오! 근데 어찌 그저 방관한다는 말이오!"
허삼관은 목울대에 핏대를 세워가며 고함을 내질렀다.
"방치라뇨. 그저 관심이 없을 뿐입니다."
"어떻게 관심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제 인생을 살기도 바쁜 삶입니다. 그런데 수백 수천의 인생까지 위에 얹으라고요? 그런걸 받아드릴 리 만무하지 않습니까?"
선우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장에라도 당가로 돌아가 마누라들 품속에 파묻혀 행복한 삶을 보내고 싶은 선우였다.
그런데 천무맹주를 맡아 정마대전을 막아내라니?
그런 번잡스러운 짓을 왜 한다는 말인가
자신이 무슨 성인군자나 영웅도 아니고 말이다.
자신이 지키는 건 최소한의 양심정도였다.
수백 수천의 목숨을 지키는 영웅이 될 생각은 따윈 전혀 없는 것이다.
"그대는 충분히 능력이 있지않소!"
허삼관은 말하였다.
장선우라면
무적무신의 팔을 잘라버린 장선우라면
충분히 막아낼 능력이 있었다.
정마대전을 말이다.
그런데 어찌 방관을 택한다는 말인가!
어찌 관망만할 심산이란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걸 다른 이들을 위해 써야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경악을 하였다.
협俠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 너무나 경악스러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