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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92화 (593/1,419)

〈 592화 〉 593. 다수가 옳다.

"본인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대곤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활빈당주! 그게 무슨 망발이오!

이대곤의 말을 들은 허삼관은 얼굴을 붉힌 채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말이 너무나도 모욕적으로 들린 탓이었다.

"제가 틀린 말하였습니까? 허 당주의 가문은 멀쩡하니 그딴 여유로운 잡소리를 지껄이는 것 아닙니까!"

"나를 모욕하지마시오! 나 또한 맹우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큰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오!"

"웃기지마십시오! 그런 사람이 어찌 마교를 두둔한다는 말입니까!"

"두둔하다니! 좀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는 말이 아니오! 가슴이 찢어질 듯 비참한 사건이라는 것은 십분이해하지만 사건에 대함에 있어 감정을 내세워선 안되오! 객관성을 해쳐 무고한 용의자를 잡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오!"

"지금 마교가 무고하다고 하였습니까?"

"말꼬투리 잡지 마시오! 그런 말이 아니지 않소!"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당주!"

허삼관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감정만 앞세우며 말 꼬투리를 잡은 이대곤에게 반발심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낄낄낄.....싸워라....더 싸워라~'

한 편 이재원은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고소를 머금기 시작하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진설.....확실히 난년은 난 년이군.'

이재원은 속으로 당진설에 대해 감탄을 하였다,

자신의 지지자인 이대곤의 가문을 멸문시킴으로서 용의선상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내부 분열까지 꾀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이었다면 분명 눈엣가시같은 허삼관의 가문을 멸문시켰을 것이다.

사사건건 방해를 하는 그의 태도가 심히 거슬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대곤의 가문을 멸문시켰고 이대곤이라는 훌륭한 패를 완성하였다

정마대전의 기폭제가 되어줄 훌륭한 패가 말이다.

'더 싸워라~ 더 더~'

이재원은 속으로 종용하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이 분위기가 더욱더 험악해지기를 말이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치고박고 싸우는 거지만.'

이재원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 미약하여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눈치 조차 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미소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관전을 이어갔을까

우우우우웅

이내 분위기가 더욱더 험악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대곤과 허삼관이 내력을 끌어올린 탓이었다.

'지금이구만.'

이재원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지금 뭣들하고 있는 것이오!"

그리고 정면을 바라보더니 이내 내력이 담긴 고함을 내질렀다.

부르르르르

그러자 회의실 내부에 있는 모든 집기들이 일시에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였다.

"크윽.."

"흐윽.."

"으으윽."

더불어 착석해있는 수뇌부들 또한 괴로운듯 신음을 흘렸다.

이재원의 강대하고 웅혼한 내력에 완전히 압도된 까닭이었다.

"본 맹주가 그대들을 소집한 이유는 앞으로의 대처를 논의하기 위해서지 싸움박질을 하는 것을 구경하려고 소집한 게 아니란 말이오!"

이재원은 화가난듯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

".........."

그 말을 들은 이대곤과 허삼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주제를 망각하고 분위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한 번만 더 내력을 끌어올리며 서로를 위협한다면 본 맹주가 직접 처벌하도록 하겠소! 명심하시오!"

이재원은 흉흉한 기세를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두 당주는 깊게 고개를 숙이며 답하였다.

너무나 명백하게 잘못한 상황이었기에 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좋소! 그럼 본제로 돌아가도록 하겠소.! 일단 팔복당주!"

"말씀하시지요"

"그대는 어째서 마교를 두둔하는 것이오?"

"두둔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좀더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지요."

"마기를 느낄 수 있었고 혼마가 익혔던 무공의 흔적까지 발견할 수 있었네. 여기서 어찌 더 확실히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너무 인위적입니다."

"인위적이라?"

"네에....만약 마교 측에서 혼란을 원하였다면 마공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게 일을 처리하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지요. 대놓고 마공을 사용하였고 그 흔적을 명백하게 남겼습니다. 마치 자신들을 알아달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찌 인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활빈당주의 말처럼 선전포고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 또한 확실치 않지 않습니까? 마교의 악귀들이라는 것을 목격한 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황상 증거만으로 정마대전을 일으킨다는 것은 어불성설한 일입니다."

허삼관은 올곧은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주, 이대로 손을 놓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오? 천무맹의 동맹 세력이 네 군데나 멸문을 하였소. 이런 상황에서 어찌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는다는 말이오!"

"정마대전이 일어나는 것보단 손을 놓고 관망하는 편이 낫습니다!"

"뭐라?!"

"지금은 네 군데가 멸문하였지만 정마대전이 일어난다면 손가락으로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곳들이 멸문을 당할 것입니다. 그럴바엔 정황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열 배....아니..백 배는 나은 판단입니다."

허삼관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실질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관망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십 여년 전 일어난 정마대전에서 참전한 무림인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마대전의 참혹함과 비참함을 말이다.

그렇기에 막고 싶었다.

그런 비참한 비극이 발생해서는 안되었으니 말이다.

"......허당주, 내 그럼 그대에게 묻겠소."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말씀하시지요."

허삼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만약 다음에 또다시 동맹세력이 멸문당한다면....... 이번과 마찬가지로 정황상은 마교가 분명한데 실질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그대는 어떻게 하겠소?"

이재원은 차가운 눈동자로 허삼관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기다리겠습니다."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면?"

이재원은 다시금 물었다.

"..............."

그의 물음에 허삼관은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무엇을 꼬집어내고 있는지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또 기다릴 생각이오?"

그가 답이 없자 이재원은 되려 그에게 물었다.

실질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냐고 말이다.

"........그럴 것 입니다."

"그대 말대로 했다간 모든 동맹 세력들이 멸문을 당할 것 같소."

이재원은 한심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맹주..이건 지나친 비약입니다....."

"비약이 아니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오."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이번에 무너져내린 동맹세력들 모두 산동성에 위치해 있는 곳들이 아니오? 천무맹이 위치하고 있는 산동성에 말이오. 그런데도 우리는 누구하나 그들의 움직임을 예측했던 자가 없었소. 이게 뭘 의미 하겠소?"

이재원은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허삼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과 같소."

"좀더 경계를 강화하고 맹에서 지원을 한다면......."

"허 당주께서는 천무맹의 동맹세력이 몇 개나 되는지 아시오?"

"네에?"

"얼마나 많은 동맹세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느냐는 말이오."

"....기백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소. 정확히 말하면 크고 작은 세력들을 전부 합친다면 기백은 넘어가는 숫자일 것이오."

이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다시금 묻겠소. 이 수 많은 세력들을 천무맹이 전부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오?"

"..........그..그건.."

"동맹세력은 산동성에만 위치하고 있는 게 아니오! 사천성에도! 하남성에도! 강서성에도! 하북성에도! 산서성에도! 전부 있다는 말이오! 그대는! 이 모든 이들을 지켜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오!?"

이재원은 뜨겁기 그지없는 시선으로 허삼관을 노려보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전부 지켜줄 자신이 말이다.

동맹세력들이 산동성에 한정되어있다면 모를까

각 성마다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세력들을 전부 지켜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관망하자고?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오?"

이재원은 화가난듯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것은 동맹 세력들의 안전이오! 무림의 평화라는 말이오! 그런데 어찌 마교를 두둔한다는 말이오!"

"두둔한 것이 아닙니다....맹주...그저....실질적인 증거가.."

"실질적인 증거..증거....그놈의 증거떄문에 동맹세력을 모두 잃어버릴 심산이오? "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사실로 정마대전을 일으킬 순 없지 않습니까!"

"검증이 안되긴! 내가 보증한다고 말하지 않았소? 혼마의 전인이 분명하다고 말이오! 설마 본 맹주를 못 믿는 것이오?"

"그런게.....아닙니다."

"그럼 뭐가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오? 혼마가 마교의 소속이라는 것은 지나가던 삼척동자도 알 사실이건만! 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길래! 그리도 마교를 두둔하는 것이오!"

"맹주! 말이 심합니다! 제가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저 신중을 기할 뿐입니다! 정마대전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간 정마대전 말입니다!맹주 또한 잘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말입니다!"

허삼관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변을 토하며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전쟁이 참혹하다는 것은 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소. 이십 여년 전 일선에서 싸웠으니 말이오. 내 알고 있소. 전쟁이라는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말이오. 될 수 있다면 평생토록 경험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소. "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키기 위해선 전쟁도 불사해야할 때가 있는 법이오! 본 맹주는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생각하오! 지금이야 말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마교에 대항해야할 때라고 말이오!"

"맹주!"

이재원의 말을 들은 허삼관은 기겁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너무나 확고한 이재원의 태도에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 맹주는 생각하오! 당장 모든 전력을 정비하고 마교가 도사리고 있는 십만대산으로 쳐들어가야한다고 말이오!"

"어불성설입니다!"

허삼관은 필사적으로 반대를 하였다.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불사하는 게 맞긴하나 지금은 그 때가 아니었다.

그저 정황만 가지고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는 것이다.

"끝까지 반대하는구려."

이재원은 그런 허삼관을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잘못된 일이니까요!"

"좋소. 내 그대의 의견 또한 반영하여 공정한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소."

이재원은 그런 허삼관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공정한 판결 말이십니까?"

이재원의 말을 들은 허삼관은 의아한듯 그에게 물었다.

"그렇소. 의견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말이오."

"........설마."

"이번 안건에 대해서는 다수결로 진행하도록 하겠소."

이재원은 선언하듯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됩니다!"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즉각적으로 반발하였다.

무림의 명운이 달린 중요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수백명 아니 수천명의 목숨이 오갈 수 있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중요한 일을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어째서 말도 안된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다수결은 무척이나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대립하는 의견이 발생하였을 때 손쉽게 해결 할 수 있게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다수결을 이용하여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한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다수라하여 무조건적으론 옳은 것은 아닙니다!"

"참으로 멍청한 소리를 하는구만. 다수가 옳은 것은 당연한게 아니오?"

이재원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다수가 옳지 않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아..시발...누가 미개한 짱개 아니랄까봐...민주주의랑......다수결의 원칙....뭐 이딴 걸 모르나보네....아오....미개한 새끼 진짜.'

이내 이재원은 속으로 허삼관을 수없이 씹어대기 시작하였다.

수준이 너무 낮아 자신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다수결로 뽑는 세상이다.

그런데 어찌 다수의 선택이 틀릴 수 있다는 말인가

무식하였다.

무식해도 너무 무식하였다.

치가 떨릴 만큼 말이다.

'하아....진짜 무식하다....이 짱개새끼....대가리가 장식인가?'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슬쩍 내젓기 시작하였다.

저 무식한 짱개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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