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1화 〉 592. 혈사를 일으키다.
제녕 이가장
"후아아암.."
젊은 수문위사 하나가 크게 하품을 하였다.
"파리가 들어가겠구만."
그러자 옆에 있던 또다른 중년의 수문위사가 타박하듯말하였다.
"하하하하..죄송합니다. 어제 잠을 통 못자서 말입니다."
젊은 수문위사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크흐흐흐흐....신혼이 좋긴 좋구만...마누라가 그리 좋든가?"
"좋아 죽겠습니다.....요즘은 퇴근시간만 기다린다니까요?"
"부럽구만 퇴근시간이 기다려지니 말일세."
"선배님은 안그러십니까?"
젊은 수문 위사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난 퇴근시간이 두렵다네....오죽하면 연장 근무를 하겠나?"
"아니 여우같은 사모님이 계시면서 무슨 그런 말씀을....."
"여우가 아니라 곰일세...아니..이제는 돼지일지도 모르겠구만."
그의 말을 들은 중년의 수문위사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었다.
어째 결혼하고 나서부터 살이 뒤룩뒤룩 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곰이라는 모습이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다.
처녀시절 여우같은 모습이 온데간데 없어진 것이다.
"나는 속았네.....사기 결혼을 했다는 말일세."
중년의 수문위사는 우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런."
젊은 수문위사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중년 수문위사를 바라보았다.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자네도 언젠가 내 꼴이 날테니."
"아니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연매가 그럴 리 없습니다!"
"크흐흐흐흐....여인네란 다 똑같네. 혼인을 하면 방만함과 태만함을 가지게 되는 법이지. 오늘 퇴근하고 마누라의 옆구리를 잘 한 번 만져보게나. 처녀 때와는 다른 이질적인 풍만함이 느껴질걸세."
중년의 수문위사는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말하였다.
"한창 신혼인 사람한테 그리 악담을 하고 싶으십니까?"
"행복해하는 걸 보니 배알이 꼴려서 말일세."
"선배님은 정말 성격이 나쁘시군요."
"곰닮은 마누라랑 살다보니 이렇게 되는구만."
"그래도 좋은 점이 있으실 것 아닙니까?"
"좋은 점이라 자식 보는 맛이 있기는 하지."
그의 말을 들은 중년의 수문위사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누라를 욕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그러고보니 아들이 하나 있다고 하셨지요?"
"맞네. 곰같은 마누라론 하나를 만드는 게 한계였네."
"머리가 그렇게 좋다면서요?"
"좋다마다! 아마 제녕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걸세. 들어보게나 이번에 아들 놈이 청수학관에 들어갔는데..그 알지? 제녕에서 가장 좋은 학관...거기를 말이야...무려 차석으로 들어갔다는 말일세...이녀석이 나를 닮아서 그런지 공부머리...있는 건지..........아 ...그리고......"
중년의 수문위사는 자식에 대한 자랑을 좔좔 읊기 시작하였다.
마누라와는 상당히 다른 취급이었다.
젊은 수문위사는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들바보인 선배에게 빌미를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망할.'
결국 젊은 수문위사는 중년 수문위사의 자식자랑을 끊임없이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미쳤지.'
젊은 수문위사는 고개를 푹 숙였다.
꼼짝없이 자식자랑의 애청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학관주가 직접 표창을..........."
뚝
그때 갑자기 자식자랑에 열중하던 중년의 수문위사가 말이 뚝 끊겨버렸다.
'뭐지?'
젊은 수문위사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이내 볼수 있었다.
머리통이 반으로 갈라져있는 선배의 모습을 말이다.
"아아아아아악!"
그 모습을 본 수문위사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서걱
그때 귓가에 절삭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수문위사의 시야가 바닥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어...어..어!?'
그 모습을 본 수문위사는 당황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듯이 말이다
쿵
이내 그의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어 그대로 바닥에 떨궈져버렸다.
죽어버린 것이다.
너무나 허무하게 말이다.
꽈악
그때 누군가 바닥에 떨궈져있는 수문위사의 머리통을 부여잡았다.
그다음 곧바로 들어올리더니 눈가에 입을 가져다대었다.
쭈우우웁
그대로 흡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수문위사의 눈알이 그대로 뽑히더니 입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콰직 콰직
그리고 입안으로 들어온 눈알을 그대로 씹어먹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맛있다는듯이 말이다.
"별미구만."
눈알을 씹어먹은 남자는 즐겁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반대쪽 눈도 마찬가지로 흡입하여 그대로 씹어먹었다.
목만 남아있돈 이내 젊은 수문위사는 양쪽 눈알 전부를 잃어 비참한 몰골로 변하였다.
휘익
남자는 그대로 수문위사의 머리를 대문에 던져버렸다.
콰쾅
그러자 머리통과 대문이 동시에 터져나갔다.
내력을 가득 실어 던져버린 탓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안쪽으로 걸음을 떼었다.
산보하듯 가볍게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이내 남자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가장에 있는 수많은 무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은 포위되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이내 무사들 중 하나가 고함을 내질렀다.
"대처가 빠르네. 과연 활빈당주 이대곤의 가문답구만."
남자는 재밌다는듯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본인은 이대산이라고 한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어째서 장주님의 존함을 함부로 담는 것이냐!"
"본인은 혼마검溷魔劍이라고 한다."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가장을 멸문시켜버리기 위해 찾아온 마교의 사자다."
"마교!?!"
"마교의 사자라고!?"
"어찌 마교가 이가장을?"
그 말을 들은 이대산은 당혹스럽게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등장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천무맹이 위치한 제남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제녕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마교의 사자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거짓말하지 말거라! 어찌 마교의 사자라는 자가 천무맹이 위치한 산동성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이더냐!"
"거짓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보도록 하거라."
혼마검은 귀찮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검을 치켜들었다.
"쳐라!"
그 모습을 본 이대산은 다른 무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그러자 무사들은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남자는 검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검끝에 불길해보이는 검은 마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달려드는 무사들을 일제히 베어버렸다.
촤아아아악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으으으윽!"
그러자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이럴 수가!?"
그 모습을 본 이대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가장이 자랑하는 전력들이 한순간에 썰려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담한 장원만큼 아담한 실력이네."
혼마검은 비웃듯 말을 이었다.
으득
그 말을 들은 이대산은 입을 으득하고 씹었다.
"쳐라! 적은 어차피 혼자다! 물량으로 밀어부치란 말이다!"
그리고 명을 내렸다.
한번에 덮쳐들어가라고 말이다.
"아아아아악!"
"끄아아악!"
그 때 뒤편에서 무사들의 비명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뭐야?!'
당황한 이대산은 재빨리 고개를 뒤편으로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무사들을 학살하고 있는 복면인들의 모습을 말이다.
이대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가장의 자랑스러운 무사들이 거침없이 썰려나가는 비정상적인 모습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혼자 왔을거라고 생각했어?"
그 때 앞편에 있던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너어어..너어어어!!!!!!!"
그 말을 들은 이대산은 분노를 터트렸다.
그리고 곧바로 검을 치켜들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대로 목을 잘라버릴 심산이었다.
서걱
하지만 목이 잘린 건 남자가 아니었다.
그에게 달려든 이대산의 목이 되려 잘려버린 것이다.
"시시하네."
남자는 감흥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빨리 끝내라. 여기 말고 몇 군데 더 가야되니까."
남자는 무사들을 학살하고 있는 복면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가장에 있는 모든 인간들이 죽어나갈 때까지 말이다.
***********
".............."
"............"
"............"
회의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누구하나 쉽사리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끼이이익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외팔의 남자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천무맹주 이재원이었다.
털썩
안으로 들어온 이재원은 그대로 상석에 착석을 하였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폈다.
하나같이 무겁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그대들을 소집한 이유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제녕의 이가장, 태안의 강가장, 덕주의 정검문, 요성의 심씨세가."
그리고 천천히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모두 하룻밤새 멸문당한 곳들의 명칭이오."
이재원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치 감정을 절제하듯이 말이다.
"공교롭게도 언급된 이들은 천무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들이오. 모두 천무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수뇌부들이 속한 가문과 사문인 것이오. 더불어 천무맹과 동맹으로 맺어진 전우들이오. 그런 이들이 멸문을 당한 것이오. 단 하룻밤만에 말이오."
이재원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을 이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수사결과 범인의 윤곽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소. 특유의 특징이 묻어난 까닭이지."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사건 현장에는 불길한 마기가 가득 차 있었고 시체들은 하나같이 목이 잘렸으며 양쪽 눈알이 그대로 파여져 있었소. 또한 성별의 구분없이 시간屍姦의 흔적이 역력하였소. 본 맹주는 이런 추악한 짓을 저지르는 악귀같은 자를 잘 알고 있소이다."
이재원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범인은 혼마溷魔의 전인이 분명하오."
"혼마?!"
"혼마라니....."
"그 저주받을 마귀가..."
이재원의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저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과거 이상성욕자로서 추악하기 그지없는 참살을 저질렀던 혼마의 이름이 언급된 까닭이었다.
"혼마의 전인이......제 가문을 멸문시켰다는 겁니까?"
그때 이대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소. 눈알을 파먹으며 성취를 높이는 무공은 내가 알기론 혼마의 무공밖에 없소."
"이런 천인공노할!!!!"
이재원의 확신에 찬 말을 들은 이대곤은 고함을 내질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당장...당장...그를 잡아들여야합니다!"
"아쉽게도 그의 흔적은 이미 끊긴지 오래라네.....분명 십만대산으로 돌아간 것일테지.."
이재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십만대산까지 찾아가 멱살을 잡고 끌고 와야지요!"
"당주! 말조심하시오!"
그때 옆에 있던 허삼관이 호통을 내질렀다.
그의 발언이 너무나 위험하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대체 제가 무슨 말을 조심해야한다는 말입니까!"
이대곤은 되려 큰소리를 치며 반박하였다.
"십만대산에 찾아간다니! 자칫 정마대전이 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발언이 아니오!"
허삼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대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게 대체 어쨌다는 겁니까!"
"뭐...뭐라!?
"혼마의 전인이 천무맹이 위치하고 있는 산동성에 나타나 천무맹의 동맹세력들을 괴멸 시켰습니다. 이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대곤은 허삼관을 비롯한 수뇌부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 마교의 선전포고입니다! 천무맹과 전쟁을 치르고 말겠다는 마교의 선전포고말입니다! "
"아직 혼마의 전인이라는 사실이...확실한 것이...."
"사건 현장에는 마기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친지들은 목이 잘리고 전부 눈알이 파여져있었습니다. 대체 마교가 아니라면! 혼마의 전인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다는 말입니까!"
"아직은 정황상 증거에 불과하지 않소! 좀더 이성적으로 생각하시오!"
"하아....그렇죠. 허씨세가는 멀쩡하니 그런 여유로운 말이 나오겠죠."
그 말을 들은 이대곤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뭐라!"
"당신과 달리 난 내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시발, 마교가 분명하다잖아! 마교일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대체 뭘 망설인다는 말이냐고! 시발새끼야!"
이대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함을 내질렀다.
아무리 화가나도 적정선을 지키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있었다.
오직 분노에 가득 찬 남자의 모습만 남아있을 뿐인 것이다.
"전쟁은! 수백 수천이 죽어나가 최악의 비극이오! 그런 전쟁을 어찌 그렇게 쉽사리 입에 담는다는 말이오! 과거 마교와의 충돌에서 입은 피해를 이십여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복구할 수 있었소! 그만큼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일이라는 말이오! 그런데 어찌 그런 전쟁을 그리도 쉽게 입에 담는다는 말이오!"
허삼관은 마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전쟁은 비극이었다.
전쟁은 슬픔이었다.
전쟁은 최악이었다.
그렇기에 감히 언급조차 조심해야하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단어에는 무고한 이들의 수많은 죽음들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쉽게? 지금 쉽게라고 했어? 네 새끼 가문이 아니라고 막말하는거야? 그런거냐고!"
그 말을 들은 이대곤을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자신과 달리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던 허삼관이었다.
그런 그가 저딴 말을 입에 담으니 부아가 더욱더 치밀어올랐다.
"허삼관! 네놈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말할 수 있어! 네놈 가족이 전부 참살당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이대곤은 삿대질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아니...그게.."
이내 두사람의 언쟁이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이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싸워라~싸워라.'
이재원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모든게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