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0화 〉 591.그 결정, 후회하지 않을거예요.
"내가...만든 낙원이 무너져내린다고!?"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반문을 하였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 정사대전을 일으키지 않는다하여 낙원이 무너져내린다는 말인가
정사대전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현재 맹내에서 맹주의 입지는 무척이나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그녀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입을 떼었다.
" 무저항인 장선우를 상대로 살수를 휘두른 모습과 되려 팔이 잘려버린 모습을 천무맹의 수 많은 이들이 직접 목도했어요. 더구나 장로들과 원로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는 주소양에게 손찌검까지 하였죠. 그리고 기절한 장선우를 죽이려고 찾아갔다 되려 뺨을 맞고 돌아왔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어요. 빈말로도 좋다고 할수 없는 상황인 셈이지요."
당진설은 담담한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간살범으로서 의심마저 받고 있지 않나요? 입지가 좋다면 그또한 웃긴 일이겠지요. "
".............."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맹주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맹주로서의 자질마저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만약 이런 여론이 쭉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탄핵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올게 될거예요."
"탄..탄핵?!"
이재원은 놀란듯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그리고 만약에...그 탄핵이 성사가 된다면 맹주께서는 이십여년 동안 일궈왔던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잃게 될거에요."
당진설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에게 물었다.
"설마 그런 걸 원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딴 걸 원할 리 만무하잖아!"
이재원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니까 더더욱 정마대전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어째서지?"
이재원은 모르겠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낙원을 지키는 일과 정마대전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상관 관계가 말이다.
"이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기 위해선 아예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해요."
"새로운 판을?"
"네에, 음양마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우는 정도에 그치는 작은 판이 아닌 더욱더 커다란 판을 말이에요."
"커다란 판?"
이재원은 의아한듯 되물었다.
" 정마대전의 영웅이라는 명예가 퇴색되었다면 다시금 그 명예를 가지면 되는 것이지요."
당진설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정마대전을 통해 맹주께서 다시금 영웅이 되는 거예요."
"......영웅?"
"네에, 그것만이 지금의 모든 여론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랍니다."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지금 내가 일으킨 전쟁에서 영웅으로 추대받으라는거야?"
"맞아요."
당진설은 가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무척이나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다 들키면! 들키면 어떻게 할건데!"
이재원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기존의 여론을 뒤집기 위해서는 활약을 하여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위험한 발상이었다.
영웅이 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라니
자작극 치곤 그 규모가 너무 크지 않는가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역으로 모든 걸 잃을 수 있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큰 일인 것이다.
"맹주,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답답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몇 번이고 설명해줘도 못 알아먹는 이재원에 대한 짜증이 살짝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대로 가만히 있어봤자. 맹주는 낙원을 잃고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요."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럴바엔 모든 것을 걸고 일생일대의 도박을 해보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은 탄핵감이었다.
부정적인 여론은 물론 정치적인 입지마저 작아진 상황에서 자신을 위해 나설 줄이는 거의 없다시피할테니까 말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모든 걸 잃어버릴 상황이라면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하는 편이 나을테니까 말이다.
".....시간...시간을 줘...아직은...결정 못하겠어.."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판돈이 커도 너무 큰 까닭이었다.
이십여년의 세월과 노력이 판돈이라니
어찌 망설임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맹주, 지금 당장 용단을 내리셔야해요. 꾸물거리다간 될 일도 안됩니다."
"지금...당장?!""
이재원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찌 이리도 촉박하게 군다는 말인가
"모든 일에는 알맞은 시기가 있는 법이지요. 시간을 끌었다간 그 시기를 놓치게 될거예요."
"그 시기가 지금이라는거야?"
"네에, 지금이 아니면 안돼요."
그녀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째서지?"
"마침 장선우에 대한 안건 때문에 모든 수뇌부들이 한데 모여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녀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현재 수뇌부들은 한 자리에 모여있은 상황이었다.
장선우의 처우에 대해 아직까지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정마대전을 일으키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해요. 첫 번째 정마대전의 명분이 되어줄 희생자, 두 번째 정마대전을 공식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복수자."
당진설은 손가락 두 개를 쭉 펴며 말을 이었다.
'시발 뭐라는거야.'
이재원은 그녀의 뜬구름 잡는 소리에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높이에 맞춰 말해주면 어디가 덧난다는 말인가
무슨 말을 저리 꼬아 말한다는 말인가
"........자세히 설명해봐."
이내 이재원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못 알아먹어 분노하던 속내를 감춘 채 말이다.
"수뇌부들의 가문을 멸문시킬 심산이에요."
"뭐라고!?"
그녀의 말에 이재원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멸문당한 가문들은 정마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명분이 되어줄거예요.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천무맹의 간부는 정마대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복수자가 될 거 랍니다."
당진설은 뭐가 즐거운지 환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끔찍한 말과는 달리 무척이나 해맑은 모습이었다.
'...........사이코패스년.'
그 미소를 마주한 이재원은 소름돋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간 독한 년이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끔찍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런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이내 이재원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안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가문을 멸문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마공의 흔적을 남기면서! 그런 짓이 쉬울 리 없지 않은가!"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아이들이 있답니다."
당진설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준비해둔....아이들..?"
"네에, 이런 상황에 무척이나 적합한 아이들이지요."
"......대체..그게 무슨 말이야? 제대로 속시원하게 말해봐! 뜸들이지 말고!"
이재원은 답답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스무고개하듯 단편적인 정보만 전달하는 그녀의 태도에 짜증과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시간도 없다고 한 년이 말이다.
'시발년 진짜 존나 좆같이 말하네.'
이재원의 안면이 사정없이 구겨지기 시작하였다.
"혼마비록溷魔秘錄이라고 기억하시나요?"
"혼마비록溷魔秘錄?"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십여년 전 같이 마교의 장로였던 혼마溷魔 라는 늙은이와 생사결을 벌였던 것 기억하시나요?"
"아!"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그제서야 생각난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확실히 그런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십 여년 전 이재원이 막 화경의 경지에 다다랐을 당시
그는 혼마溷魔라고 불리우는 마교의 장로와 생사결을 나눈 적이 있었다.
당진설을 데리고 무림맹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치 않게 마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혼마에게 속절없이 밀렸었다.
이제 막 화경에 다다른 그의 힘으로는 화경 중경의 고수인 혼마의 힘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이재원은 더욱더 불리해졌고 혼마는 승기를 잡아가기 시작하였다.
무림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때 뒤편에서 그 둘의 싸움을 관망하고 있던 당진설이 기지를 발휘하였다.
당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 암기인 혈비접을 그의 어깨어림에 꽂아버린 것이다.
그 결과 혼마는 순간적으로 틈을 보였고 이재원은 그 틈을 파고들어 혼마의 머리통을 부술 수 있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혼마비록溷魔秘錄은 혼마溷魔의 무공이 담긴 비급이에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고!?"
이재원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걸 어째서 네가 가지고 있지?"
"혼마가 죽었을 당시 그의 품에 고이 간직되어있더군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게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잖아!"
"거짓말을 했어요. 죄송해요."
당진설은 미안함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사과를 하였다.
'이 시발년이!'
그런 그녀의 태도를 마주한 이재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설마하니 탈진하고 기절한 틈에 그딴 요망한 짓을 벌였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마 그딴 짓을 했을 줄이야.'
어째 들으면 들을 수록 당진설의 용의주도함과 독기가 절로 느껴졌다.
이내 이재원의 눈빛이 침중하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방심할 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혼마비록溷魔秘錄을 빼돌린 거지?"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힘이 필요했으니까요."
"힘?"
"네에, 후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다른 여인들을 압도할만한 힘이 필요했으니까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때부터 후계 경쟁을 염두해두고 있었다고?"
이재원은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당시 당진설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찌 그때부터 후계 경쟁을 염두해두고 준비를 한다는 말인가
방긋
이재원의 물음에 당진설은 환한 미소를 흘렸다.
오싹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이재원은 오싹함을 느꼈다.
끝을 알 수없는 용의주도함에 소름이 절로 돋아났기 때문이다.
'무서운년.'
무서웠다.
저 검은 속내가 얼마나 어두울 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마공을....익힌 자들을 육성한 건가...?"
이내 이재원은 천천히 입을 떼며 물었다.
"맞아요. 제 명이라면 폭약을 둘러매고 불구덩이에 뛰어들 수도 있는 충성스러운 수하들을 양성했답니다."
그녀는 티없이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비밀 전력을 양성했다는 사실이 못내 자랑스러운듯 하였다.
"미쳤군."
이재원은 한마디 내뱉었다.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미친 여자가 태어나지도 않을 아이를 위해 마공을 빼돌려 세력을 육성한다는 말인가
미친 것이 분명하였다.
"그저 대비를 했을 뿐이에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새끼들로 수뇌부들의 가문을 습격하겠다는 건가?"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에, 스무명 이상이 초절정에 다다른 괴물들이에요. 어지간한 중소문파정도는 한끼 식사처럼 처리할 수 있을거예요."
그녀는 자신에 차있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스무명이나 되는 숫자가 초절정에 다다랐다고?!"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놀란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전력이 상상이상으로 강대하였기 때문이다.
고작 개인이 키운 사병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초절정에 다다른 이들이 스무명이 넘다니?
어지간한 대문파에 버금가는 전력이 아닌가?
"돈이 아주아주 많이 들었답니다."
이재원의 반응에 당진설은 가벼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마공은 기본적으로 인간성을 상실하는 대신 강대한 힘을 얻게 해주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정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그런 마공을 익힌 자들에게 돈을 처발랐다.
수많은 영약을 먹였으며 질좋은 무구와 수련하기 알맞은 환경까지 제공하였다.
약하다면 그게 더욱더 이상한 일이리라
".........네년이 갈수록 무섭구나...당진설."
이재원은 질린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머, 원래 부부는 닮는 법 아니겠어요?
당진설은 이재원의 반응을 보며 재밌다는듯 말을 이었다.
자신이나 이재원이 별반 다를 바 없지 않냐는 말이었다.
"......난 적어도 네년처럼 미치진 않았어."
이재원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그녀의 광기에는 범접할 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후후후, 그 광기 덕분에 맹주께서는 기회를 얻으셨잖아요."
당진설은 광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용단을 내려주세요. 맹주. 어떻게 하실건가요? 모든 준비는 끝내놨답니다."
당진설은 다시금 물었다.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당연한 걸 묻는군."
이재원은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렇게 준비가 완벽한데 어떻게 거절하겠어? 당장 실행해."
그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결정, 후회하지 않을거예요."
이재원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위화감이 드는 이질적인 미소였다.
"당연하지, 일이 잘못된다면 네년부터 죽일테니까 말이야."
이재원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선언하듯 말하였다.
당진설은 그런 이재원을 귀엽다는듯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