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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88화 (589/1,419)

〈 588화 〉 589. 이이제이以夷制夷

처소 안

벌컥 벌컥 벌컥

술병을 들어올려 단번에 들이켰다.

화끈 화끈

그러자 목구녕에는 화끈한 통증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독하디 독한 독주가 목구녕을 태워버리듯 자극한 까닭이었다.

"크으으으윽.."

목구녕의 화끈함을 느낀 이재원은 옅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화끈거리면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나 마싯네시바아아..."

이재원은 꼬부라진 혓바닥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평소에는 쓰다며 입에 대지도 않았던 술이 너무나 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벌컥 벌컥 벌컥

이내 이재원은 다시금 술을 들이키기 시작하였다.

술병에 들어있는 술을 전부 없애버리고 말겠다는 기세로 말이다.

뚝 뚝 뚝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술병에서 조그만 방울이 떨어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전부 비워버린 것이다.

이재원은 비워져버린 술병을 그대로 뒤편에 던져버렸다.

쨍그랑

술병이 깨지는 소리가 뒤편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은 다시금 손을 뻗었다.

새로운 술병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술상 가득 쌓여있던 술병들이 전부 없어진 것이다.

이재원은 천천히 시선을 내려 술상을 바라보았다.

무엇하나 있는게 없었다.

"시발......"

이내 이재원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술마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자신을 우습게 봤으면 이렇게 다도망가버린다는 말인가

와자작

이재원은 주먹을 들어올려 그대로 술상을 내리쳐버렸다.

그러자 술상이 단번에 부숴져버렸다.

이재원은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것인지

다시금 술상을 가격하였다.

쿵 쿵 쿵 쿵

끊임없이

계속해서

부수고 또 부쉈다.

분이 완전히 날아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술상을 내려쳤을까

파스스스

이내 술상은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주먹질만으로 원목으로 만들어진 술상을 가루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럼에도 이재원은 분이 풀리지 않았다.

벌떡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쾅 쾅 쾅 쾅

바닥을 쉴새없이 짓밟기 시작하였다.

쩌저적

쩌저저저적

그러자 바닥에 커다란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쿵 쿵 쿵

그다음 벽을 후려갈기기 시작하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쩌저저적

콰쾅

벽에 금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으아아아아아악!"

이내 이재원은 괴성을 내질렀다.

해소되지 않았다.

좀처럼 해소가 되지 않았다.

가슴 속에 남아있던 울분이

가슴 속에 남아있던 분노가

해소가 되지 않은 것이다.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

우우우우우우우웅

이재원은 가슴 속에 품고있는 분노를 그대로 발산하였다.

그러자 방안이 쉴새없이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차오르는 분노로 인해 의지가 발현 된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재원은 악다구니를 쓰기 시작하였다.

가슴속에 담겨있는 모든 원한을 토해내듯이 말이다.

이내 처소에는 이재원의 비명소리가 가득히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

.

그렇게 얼마나 비명을 질렀을까

"흐윽....흐극...흐으윽..흐으윽.."

이내 이재원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가슴 속에 불타고있던 분노가 설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슬펐다.

평생을 같이했던 왼팔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천하제일인으로서 군림했던 자신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몰골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이

서러웠다.

그에게 대항조차 못할 정도로 마음이 꺾어버렸다는 사실이

비참하였다.

누구 하나 자신을 위로하러 오는 이가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흐으윽...흐으으윽........흐윽"

이재원은 서글프게 울음을 터트렸다.

이 넓은 중원 땅에 자신의 편이 누구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똑 똑 똑

갑자기 문을 두드려지는 소리가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누구냐!"

이재원은 짜증 어린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저에요. 맹주."

그러자 고혹적이고 농염함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당진설!?'

그 목소리를 들은 이재원은 의아함이 들었다.

저 여자가 갑자기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무슨 일이오"

이재원은 눈물을 대충 지우고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할 말이 있어 왔어요. 맹주."

"내 오늘은 누구를 만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구려. 돌아가시오."

이재원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축객령을 내렸다.

방안에 있는 온갖 집기구들은 박살이 나있고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맞이한다는 말인가

끼이이이익

하지만 이재원의 축객령에도 불구하고 당진설은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

사뿐 사뿐

그리고 사뿐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게 무슨 짓이오! 내 분명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소!"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발작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이제는 하다못해 마누라까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처참하네요."

당진설은 그런 이재원의 말을 무시한 채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안은 그녀의 말대로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바닥은 온통 금이 가있었고 벽은 대다수 반파되었으며 침상마저 온전치 못하였다.

분명 사람을 시켜 보수를 한지 얼마 안되었건만 그전보다 상태가 심각해진 것이다.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오!"

이재원은 흉흉한 기세를 피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그녀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죄송해요. 맹주, 제가 방안에 있는 광경에 정신이 팔려서 말이에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사과를 하였다.

물론 그 태도에는 미안함 따윈 전혀 없어보였다.

"..당장....당장! 나가시오!"

그런 그녀의 태도를 본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꼴도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분명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텐데!"

이재원은 싸늘한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하였다.

"중요한 이야기예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겐 그대가 당장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오!"

이재원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이야기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었다.

아직 권위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인 것이다.

"복수하고 싶지 않나요?"

당진설은 뱀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뭐라고!?"

"맹주의 팔을 자르고 뺨을 때려 수모를 안겨준 장선우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냐는 말이에요."

당진설은 요사스러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복수하고 싶소! 할 수만 있다면 온몸에 살과 뼈를 천갈래 만갈래 찢어죽이고 싶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핏발 선 눈빛으로 당진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이재원은 복수를 하고 싶었다.

자신을 게 비참하게 만든 장선우를 더욱더 비참한 꼴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감히 그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유전자에 각인된 엄연한 포식자였으니 말이다.

"그럼 복수하시지 않으실래요?"

당진설은 그런 이재원을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꿀을 잔뜩 바른듯 달콤하고 끈적한 목소리였다.

".......그자는 나보다 강하오......그런데 내가 어찌 복수를 한다는 말이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자신없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는 선우에 의해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상태였다.

대항할 마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마음이 꺾여버린 것이다.

"맹주."

당진설은 그런 이재원을 부드러운 음성으로 불렀다.

"약하다하여 복수를 못하는건 아니랍니다."

그리고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게..무슨 말이오."

"대항할 마음조차 들지 없는 강자라 하더라도 충분히 복수를 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복수를 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오!?"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반색하며 되물었다.

혹시나 그녀에게 묘책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아요....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그녀는 곤란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소한 문제가 무엇이오!?"

"희생이 필요해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희...희생 말이오!?"

이재원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그것도 수 많은 무고한 이들의 희생이 말이에요."

"얼...얼마나..많은 희생이 필요한 것이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어요.... 수백이 될지 수천이 될지 말이에요."

그녀는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수 백명이상은 죽어나간다는 사실이에요."

당진설은 요사스러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맹주께서는 이들의 희생을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리고 이재원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맹원들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수를 하겠느냐고 말이다.

"................"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그녀의 제안에 고민에 빠져든 까닭이었다.

'무고한 이들의 희생? 대체 무슨 생각이지? 왜 사람들을 희생하여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거지? 모르겠어...모르겠어..'

이재원은 머리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대체 무슨 의도로 저리 말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고심하고 고심하였다.

그녀의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상관없소."

이내 이재원은 천천히 입을 떼어내었다.

"그 개같은 새끼한테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수 백이 되었든 수 천이 도이었든 수 만이 되었든 상관없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핏발이 선 눈빛으로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상관이 없었다.

몇 백명이 죽어나가건

몇 천명이 희생되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건 자신의 복수였다.

자신을 비참하고 처참하게 만든 장선우에 대한 복수말이다.

'시발 바퀴벌레보다 많은 짱개새끼들이 죽건말건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이재원은 의욕을 활활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몇 천이든 몇 만이든 몇 억이든 희생해도 좋소! 그러니 말해주시오! 그 개자식한테 복수 할 수 있는 방법을 말이오!"

이재원은 복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당진설을 바라보며 재촉하였다.

어서 빨리 복수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말이다.

"맹주의 결정이 그리 확고하니 저도 어쩔 수 없군요."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어쩔 수 없다는듯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마치 어쩔 수 없다는듯이 말이다.

"맹주."

이내 당진설이 이재원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를 오랑캐로 제압한다는 뜻을 가진 말로 외부의 적끼리 대립하게 만들어 공멸을 꾀하는 고사성어였다.

"......외부의 적과 장선우를 공멸시키자는 말이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의문스럽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맞아요."

그의 물음에 당진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수긍을 하였다.

다행히 머리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선우를 대체 누구와 공멸시킨다는 것이오!"

이재원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장선우는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자신을 뛰어넘은 절대강자이다.

그런 장선우를 대체 누구와 공멸시킨다는 말인가

"천마天魔."

그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저주받은 마귀들의 왕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당진설은 뱀처럼 요사스러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지금..천마天魔라고 하였소!?"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천마가 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천마는 이미 이십여년 전에 자신에 의해 핏물이 되어 죽어버린 고인이 아닌가

그런 그를 어찌 장선우의 대적자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의 숭배자들이 그랬잖아요. 그가 부활하였다고 말이에요."

"그건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지 않소!"

이재원은 도리질치며 부정을 하였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천마를 숭배하던 마교의 종자들이 주장하긴 하였다.

마귀들의 왕이 부활을 하였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였다.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검증이 되진 않았지요. 천산에 직접 가서 확인한 이는 없을테니까요."

이재원의 반박에 당진설은 수긍을 하였다.

그의 말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참에 검증해보는게 어떻겠어요?"

"뭐라?!"

이재원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장선우를 이용해서 말이에요."

"그가 그런 제안을 수락할리 없소!"

이재원은 얼굴을 붉힌 채 고함을 내질렀다.

누가봐도 함정이 뻔한 일이었다.

그런 제안을 어떤 멍청이가 수락한다는 말인가

"수락할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들면 되지 않겠어요?"

당진설은 뱀처럼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정마대전을 일으키는 거예요."

당진설은 뱀처럼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정마대전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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