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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86화 (587/1,419)

〈 586화 〉 587. 다음은 없습니다.

덜 덜 덜 덜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하였다.

주르륵

더불어 식은 땀이 쉴새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내가...떨고 있다고..? 내가?'

이내 이재원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겁을 집어먹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뭐야...대체...뭐냐고!'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가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신선의 무공이라고 불리우는 태허일기공을 그대로 이어받은 무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자신이 어찌 두려움에 떤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멈춰! 멈추라고!'

이재원은 덜덜 떨고 있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제발 멈춰달라고 애원을 하면서 말이다.

덜 덜 덜 덜

하지만 이재원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떨림은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떨림은 더욱더 격렬해지기 시작하였다.

'젠장! 젠장!'

이재원은 인상을 찌푸린 채 태허일기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떨림이 도무지 멈출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우우우우웅

이내 단전에 쌓여있던 태허일기공이 그의 몸을 일주천하기 시작하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덜 덜 덜 덜 덜

하지만 몸의 떨림은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내력을 운용하여 마음을 가라앉혔음에도 말이다.

'도대체.....왜?'

이재원은 의아함이 들었다.

어째서 이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게 이재원이 떨림을 느끼며 온몸을 덜 덜 떨고 있을 때였다,.

저벅 저벅

그의 귓가로 가벼운 발소리가 찌르듯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러자 덜 덜 떨리던 몸이 더욱더 움찔거리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움찔 움찔

가벼운 발소리에 맞춰서 말이다.

'발소리에...몸이..반응하고 있어?'

이내 이재원은 깨달을 수 있었다.

저 발소리에 몸이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어째서!?'

의문이 더욱더 중첩되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자신이 저딴 시덥지 않은 발소리에 몸을 떠는지

식은 땀을 흘리는지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이상해..'

이상하였다.

이상해도 너무나 이상하였다.

저벅 저벅 저벅

이내 발소리가 점점커지더니 이내 완전히 멈추게되었다.

꿀꺽

이재원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다음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오싹

그리고 이내 이재원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절로 일어나는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굵은 검미

날이 서있는 콧대

날카로운 눈매

다부진 입술을 가진 준수한 인상의 남자.

어찌 저 남자를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왼팔을 잘라낸 장본인을 말이다.

'아아아..아아.'

이내 이재원의 눈동자가 지진이 일어난 것마냥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이재원은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몸의 떨림을 멈출 수 없었는지 말이다.

마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본능의 문제였다.

포식자 앞에서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피식자의 본능이 몸을 쉴새없이 떨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저 남자 앞에서 자신은 피식자였다.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약자인 것이다.

"맹주."

그때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며 그를 불렀다.

움찔

그 말을 이재원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렇게 만든 겁니까?"

이내 선우는 양뺨이 빨갛게 부어올라있는 주소양을 가리켜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어쩔테냐!"

이재원은 되려 반발을 하였다.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저벅

선우는 가벼이 걸음을 옮겼다.

무척이나 가벼운 걸음걸이였다.

그리고 이내 그의 신형이 이재원의 코앞에서 멈추게 되었다.

팔을 뻗으면 충분히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말이다.

"심하군요."

선우는 차가운 눈초리로 이재원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주소양이 자신을 보호하려다 저런 꼴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탓이었다.

"내 마누라를 내가 패겠다는데 네놈이 무슨 상관이더냐!"

이재원은 자신보다 키가 큰 선우를 살짝 올려다보더니 되려 뻔뻔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물론 주소양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아무리 혼인을 한 부부사이라지만 아내는 마음대로 다뤄도 되는 물건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집안 문제였다.

이씨 집안의 문제인 것이다.

외부인인 장선우가 끼어들 명분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외부인에 불과한 그가 어찌 그녀를 옹호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맞습니다. 상관없지요. 제가 끼어들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선우는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집안 문제라면 끼어들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그저 개인적인 일입니다."

선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짜악

우드득

아쉽게도 이재원은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가버린 탓이었다.

그것도 관절이 꺾이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력하게 말이다.

"아....아..."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가버린 이재원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맞았어? 뺨을?'

그렇게 얼마나 멍하게 있었을까

이내 이재원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지기 시작하였다.

그에게 맞았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이 개같은 새..."

이재원은 고개를 원상복구시킨 뒤 고함을 내지르려고 하였다.

짜악

우두둑

하지만 이번에도 이재원은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이 개새끼야!!!!!"

이재원은 분노가 찬 음성을 터트렸다.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 까닭이었다.

무림에 떨어진 이후 단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굴욕이었다.

아직 이립도 안된 애송이에게 뺨을 맞았으니 말이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우우우우우웅

이재원은 의지를 세우기 시작하였다.

무형검을 사출하며 그를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심검心劍을 꺼내든다면 죽이겠습니다."

그때 그의 귓가에 흉흉하기 짝이 없는 장선우의 협박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순간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본능이 경고하였기 때문이다.

저 경고를 무시했다간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시발...좆까! 내가 굴복할 것 같아!?'

이재원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여기서 굴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파스스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의지가 자꾸만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뭐야!? 왜 이래!?'

그 모습에 이재원은 당황하였다.

분명 그에게 대항하리라 다짐을 했건만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파스스스

이내 끌어올렸던 의지가 전부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말이다.

'거짓말!....거짓말이야!'

이재원은 거칠게 부정하였다.

자신의 의지가 전부 사라진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다시금 의지를 제대로 세워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한 번 꺾여버린 의지는 다시 세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원의 눈빛에는 절망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심검이 없다면

무형검이 없다면

그의 상대조차 될 수 없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착하네요."

쓰담 쓰담 쓰담

의지가 전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선우는 손을 들어올려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마치 배변을 잘 가린 개새끼를 칭찬하는 것 마냥말이다.

부들 부들 부들

그 쓰다듬을 느낀 이재원은 수치심과 굴욕감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고 칭해지던 자신이

천마를 비롯한 마교의 침입으로부터 무림을 구한 영웅이

천무맹이라는 거대한 단체의 수장인 자신이

개새끼마냥 칭찬을 받고 있었다.

그것도 한참이나 어린 핏덩이같은 인간에게

팔을 잘라버린 원수같은 인간에게 말이다.

어찌 굴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까

이재원은 남아있는 오른 팔을 들어올려 그의 손을 처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오른 팔은 마치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 마냥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

이내 이재원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다는 것을 말이다.

학창시절 심각한 따돌림을 당했던 이재원이었다.

언제나 학교에 가면 담당 일진들이 상주하였고 그들은 언제나 우정이라는 명목으로 이재원을 때리고 또 때렸다.

학년이 올라가 반이 갈려도 소용없었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뉴페이스 일진이 그를 담당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폭력들이 난무하였던 학창시절을 보낸 이재원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담당 일진 앞에서 섰을 때와 다를 바 없다는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다.

일진들 앞에서면 감히 대적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으며 온몸이 벌벌 떨렸고 굴욕적이든 치욕적이든 그저 감수할 뿐이었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그가 똥오줌 가리는 개새끼를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어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유전자부터 각인된 공포가 반항할 마음조차 잊어버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의지가 발현되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갔다.

마음이 완전히 꺾여버린 상태에서 어찌 검을 세울 수 있겠는가

'으으...으윽..으극'

이재원은 굴욕감과 수치심 그리고 공포감에 몸을 더욱더 잘게 떨기 시작하였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수십년 전 학창시절 때 겪었던 굴욕을 다시금 겪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반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상위 포식자에 대한 공포가 온몸을 지배한 까닭이었다.

"자아, 그럼 마저 할까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뭐..뭘 말이냐.."

"개인적인 일 말입니다."

"개인적인 일이라니?!"

이재원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분풀이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저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에게 팔 한짝은 너무 관대한 처분 같아서 말입니다."

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이재원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남아있는 분 좀 풀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손을 치켜세웠다.

"그...그게 무슨.....!"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뼉다귀 같은 말이라는 소리인가

짜아악

하지만 이재원은 이번에도 말을 제대로 끝마칠 수 없었다.

선우의 손바닥이 그의 왼뺨을 그대로 가격해버렸기 때문이다.

"잠..잠깐!"

뺨을 맞은 이재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멈춰세웠다.

짜아아악

하지만 소용없었다.

짜아아악

그의 말을 들을 생각조차 없는 것인지

그저 뺨을 후려갈기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마치 아무 감정없는 기계처럼 말이다.

짜아아악

짜아아악

선우의 손이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그만!...제발..그만해다오."

이재원은 그에게 부탁하기 시작하였다.

불혹에 다다른 나이에 뺨을 처맞아야한다는 굴욕감과 뺨에서 느껴지는 상당한 고통에 괴로움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짜아악

하지만 그런 이재원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뺨을 후려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짜아악

"아아아악!"

짜자아악

"아아악!"

그저 때릴 뿐이었다.

마치 분풀이하듯이 말이다.

짜아아악

이내 처소 앞에는 찰진 타격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

.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뚝 뚝 뚝

이내 선우의 손바닥에서 핏물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후려친 이재원의 뺨이 터져나가면서 핏물이 묻은 까닭이었다.

"더럽네."

선우는 핏물이 묻은 손을 바라보며 짧게 읊조렸다.

쓰윽 쓰윽

그러더니 이내 손을 뻗어 이재원의 옷에 대충 문지르기 시작하였다.

"..............."

이재원은 그런 선우의 손길을 그저 얌전히 바라볼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반항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맹주."

이내 손을 완전히 닦아낸 선우는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말하거라."

이재원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일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주소양에 대한 복수를 개인적인 일이라며 핑계를 대는 그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았다."

하지만 이재원은 속내와는 달리 그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그의 말에 반박할 용기가 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럼 이제 그만 가보십시오. 더는 보고 싶지 않군요."

이내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손사래를 치며 그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마치 귀찮은 날파리를 쫓아내듯이 말이다.

'저 씨발새끼가!'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의 눈에는 불똥이 튀기 시작하였다.

형용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알겠다."

하지만 이내는 분노를 그대로 삼키며 비굴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수치스럽고 굴욕스러웠지만 살의를 품고 온 살려서 돌려보내준다는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내 이재원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맹주."

그 모습을 보던 선우는 이내 이재원을 불렀다.

"..........뭐냐."

그의 부름을 들은 이재원은 고개를 슬쩍 뒤로 돌렸다.

"이번 한 번은 그냥 봐드린겁니다."

선우는 이재원을 바라보며 경고하듯 말하였다.

"다음은 없습니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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