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5화 〉 586....비킬 생각 없어요.
'이놈의 여편네가!'
이재원은 주소양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소양이 누구란 말인가
자신의 첫번 째 부인이자
천무맹의 안주인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남편이자 천무맹주인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인 것이다.
"맹주의 팔이 잘렸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잘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그를 독단으로 처분하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주소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독단으로 처벌을 내리겠다니요? 독재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주소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팔이 잘렸다고! 네 년 남편의 팔이 잘렸다고!"
이재원은 핏발 선 눈빛으로 주소양을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이대곤과 허삼관의 논리와 전혀 다를바없는 개소리였다,
들을 가치도 없는 개소리인 것이다.
그런 개소리를 자신의 마누라가 지껄이고 있었다.
어찌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새끼를 옹호해? 제정신이야!?"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옹호하는게 아닙니다.. 그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올바른 판결을 내리고 싶을 뿐이예요."
"올바른 판결이 뭔지 알려줘? 지금 당장 기절해있는 저 자식의 목구녕에 바람 구멍을 내주는 것이다!"
"적법한 절차가 빠지지 않았나요? 맹주의 그런 감정적인 결정은 독재입니다."
"난 천무맹의 지존이다! 내 팔을 자른 새끼를 내 마음대로 죽이겠다는데 왜 이렇게 말리는 것이냐!"
이재원은 답답하다는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자꾸만 태클을 거는 개같은 짱개 새끼들 때문에
스트레스로 암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맹주의 팔을 자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전에 그를 죽이려고한 건 맹주이지 않나요?"
"이번이 몇 번째로 말하는지 모르겠군. 나는 그를 죽이려고 한 적이 없다! 그저 선배된 입장으로서 후배에게 도리라는 걸 알려줄 심산이었을 뿐이다!"
이재원은 억울함이 가득 차 있는 표정을 지은 채 거짓을 내뱉었다.
모두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장선우를 죽여 관심을 재탈환하려는 속내를 숨긴 채 말이다.
"심검心劍을 사용하시지 않으셨나요? 대체 어떤 선배가 후배를 심검心劍으로 훈계한다는 말씀인가요?"
주소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심검까지 써가며 선우를 죽이려고 하였던 이재원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무슨 오리발이라는 말인가
"심검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오! 나는 그런것 따윈 쓴적이 없소!"
이재원은 발작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거짓말이란 본디 기세가 중요한 법이었다.
그 기세를 높이기 위해선 정말 억울하다는듯한 표정과 적반하장식 고함이 효과적이었다.
"거짓을 말씀하시는군요. 맹주."
이재원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차갑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 지금 나를 못 믿겠다는 것이오!"
이재원은 언성을 더욱더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도 안되는 거짓을 말씀하는데 제가 어찌 맹주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주소양은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눈초리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뭐라!"
"맹주께서 심검을 쓴 것은 제가 직접 확인하였거늘 어찌 그런 거짓을 내뱉는다는 말입니까!"
주소양은 분노에 찬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짜증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대가 어찌 심검을 확인한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말도 안된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보이지도 않는 무형검을 어찌 느낄 수 있다는 말인가
아직 반선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그녀가 말이다.
허세일 것이다.
허세가 분명할 것이다.
"제가 비록 현경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의지를 세워 그를 공격했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습니다. 맹주"
주소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내뱉는다는 말씀입니까!"
주소양은 타박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빼도박도 못하게 들켜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좆같네.....진짜.'
이재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저 정황상 심검心劍이라 판단한 허삼관과는 달리 주소양은 의지를 세워 공격했다는 것을 직접 목도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억지를 부리며 발뺌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 말이 맞아, 난 그를 죽이려고 하였다. 무형검을 이용해서 말이야."
이재원은 살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그게 무슨 문제지?"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뭐라구요!?"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이재원에게 되물었다.
항복한 상대를 죽이려고 해놓고 이 무슨 뻔뻔한 태도라는 말인가
"그 새끼는 천무맹의 맹주인 내게 씻을 수 없는 망신을 주었다. 천무맹의 체면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지게 된 것이다! 난 그저 천무맹의 위신을 위해 그를 죽이려고한 것 뿐이다!"
이재원은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주소양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맹주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겠죠."
주소양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은 채 반박을 하였다.
"천무맹주의 체면이 곧 천무맹의 위신이다! 내 체면을 차리는 것이 곧 천무맹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말이다!"
이재원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어떤 집단이든 우두머리가 존경받지 못한다면 우스워보이기 마련이었다.
존경 받지 못하는 자를 우두머리로 삼는다면 그 우두머리 밑에 있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우스워보이겠는가
"틀렸어요."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맹주가 곧 천무맹은 아니에요. 맹주는 맹주일 뿐이지요. 개인적인 명예를 천무맹과 직결시키지 마세요."
주소양은 북풍한설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발끈하였다.
자신의 주장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주소양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천무맹은 맹주를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협을 숭상하고 협을 행하기 위한 정의실현 집단이란 말입니다. 그런 곳을 맹주의 명예를 위해 언급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주소양은 분노가 가득 찬 시선으로 이재원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천무맹은 이재원의 사리사욕을 위한 사조직이 아니었다.
천하의 협객들이 모인 정의실현 단체인 것이다.
그런 천무맹을 사리사욕을 위해 멋대로 남용해서는 안되었다.
짜악
휙
그때 찰진 타격음이 들려오더니 이내 주소양이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가버렸다.
주소양의 날카로운 독설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이재원이 그녀의 고운 뺨을 그대로 후려쳐버렸기 때문이다.
"네년이 기어이 미쳤구나! 주소양!"
이재원은 화가 잔뜩 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지금 진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들이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천무맹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세운 자신만의 낙원이었다.
그런데 그 낙원을 눈앞에 있는 개같은 년이 전면에서 부정한 것이다.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천무맹의 맹주다! 천무맹 그 자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막말을 해!? 그것도 천무맹의 안주인이라는 여자가!?"
짜악
홱
이내 주소양의 고개가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홱 돌아가버렸다.
그녀에 대한 배신감에 화가 더욱더 치밀어오른 이재원이 다시금 뺨을 후려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어마어마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주소양은 자신이 처음으로 맞이한 아내였다.
그리고 옥령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관계를 맺은 여인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했던 그 여자가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전면에서 부정하고 있었다.
어찌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가났다.
열이받았다.
"이 개같은 년!"
짜악
이내 이재원은 다시금 뺨을 후려쳤다.
겨우 두대 때린 정도로는 분이 풀리지 않은 까닭이었다.
더 더 맞아야했다.
'그래 시발, 원래 검은 머리 짐승새끼들은 패라는 말이 있었지! 특히 짱개년이라면 더더욱!'
짜악
홰액
이재원은 다시금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그러자 그녀의 뺨이 다시금 반대쪽으로 홱 돌아가버렸다.
너무나 큰 충격량을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짜악 짜악 짜악 짜악
이재원은 더욱더 빠르게 손을 쓰기 시작하였다.
분노를 담아서 강력하게 말이다.
짜악
'하아아...이거지..'
찰진 타격음이 울려퍼질 때마다 분이 조금이 풀리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이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주소양이었다.
더구나 여자의 몸으로 구파의 장문인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힘없이 맞고 있었다.
저 우월하기 짝이없는 유전자를 타고난 여자가 자신에게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하아아아...최고야아아..'
이재원은 어마어마한 정복감이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현대에 살던 자신이라면 쳐다도 못 볼 정도로 우월한 여자를 자신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었다.
팰 수도 있었고 범할 수 도 있는 것이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더 더 때리고 싶었다.
이 우월감을 더더욱 느끼고 싶은 것이다.
짜아악
그렇게 얼마나 그녀의 뺨을 후려쳤을까
이내 이재원은 핏물이 묻어있는 손을 천천히 거둬들였다.
'이제 살겠네. 시발'
온몸을 휘감고 있던 저열한 분노가 어느정도 해소된 까닭이었다.
이재원은 천천히 시선을 올려 앞을 바라보았다.
앞을 보니 양뺨이 붉게 달아오른 채
피투성이 되어있는 주소양의 모습이 보였다.
거친 손길에 연약한 피부가 상처를 입은듯 하였다.
'좀 심했나?'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생각보다 심한 몰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소양은 무림맹 출신의 원로들에게 독보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여자였다.
협을 숭상하던 무림맹주의 성품에 감복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주소양이 저런 꼴이 되었다는게 알려진다면 정치적으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하였다.
'아니야, 시발, 이정도 본보기는 보여야 다른 새끼들이 설설기지.'
하지만 이내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본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요즘 여기저기서 반발하거나 토를 다는 씹새끼들이 넘쳐나 곤란하던 차였다.
주소양 정도라면 그들에게도 충분히 본보기가 될 것이다.
'상처도 뭐 금방 낫겠지 뭐.'
어차피 경지다에 다다른 고수인 이상 저정도 상처는 별일이 아니었다.
침바르고 며칠지나면 낫게되리라
"주소양, 행동거지 똑바로 해라. 난 네 남편이고 천무맹의 맹주이다."
이재원은 상처투성이가 된 주소양을 바라보며 경고하듯 말하였다.
알아서 받들어 모시라는 경고였다.
그리고는 다시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제 분풀이도 훈육도 모두 마쳤으니 본 목적을 달성하러 갈 심산이었다.
저벅
그때 피투성이가 된 주소양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이재원의 코앞을 다시금 막아섰다.
마치 더이상의 진입은 허락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건 무슨 의미지?"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보이는.....그대로예요."
주소양은 양뺨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말을 이었다.
"하아...시발....어이가 없네.."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렇게 훈육을 하였음에도 다시금 자신을 가로막는 주소양의 태도에 황당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황당함은 분노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또다시 자신을 거역하는 주소양에 대한 분노로 말이다.
"진짜 안비킬거야?"
이재원은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물었다.
"......비킬 생각 없어요."
"하아.....진짜...자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네."
이재원은 짜증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누라에게만은 착하게 살려하였다.
그런데 도무지 도와주지를 않는다.
어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네가 자초한거니까. 달게 받아라. 전부 네 잘못이야."
이재원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아무래도 훈육이 아닌 조련이 필요한듯 싶었기 때문이다.
우우우우웅
이내 그의 손바닥 전체에 태허일기공이 듬뿍 머금어졌다.
그러자 웅혼한 내력이 쉴새없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정도면 존나 아파하겠네.'
이재원은 손에 머금어진 내력의 양에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이정도 내력이라면 화경 상경에 다다른 주소양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웅
이내 이재원은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그녀의 뺨을 향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내 이재원은 손을 그대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오싹
갑자기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릿 저릿
그리고 곧이어 온몸에 저릿한 감각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뭐...뭐야!?'
순간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