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4화 〉 585. 주인님을 지키다.
'어째서..그가..'
주소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그가 먼저 눈을 뜰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다.
팔이 잘리고 상당한 출혈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재원이었다.
그런데 어찌 탈진해 쓰러진 선우보다 빠른 회복을 보일 수 있다는 말인가
'너무...빨라.'
빨랐다.
빨라도 너무 빠른 것이다.
아직 선우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원을 마주하게 된다면 꼼짝없이 죽고 말 것이다.
'절대 안돼!'
주소양은 끔찍한 가정을 부정하였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어디에 있느냐?"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이예설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팔복당주와 대치중이예요."
"팔복당주와?"
주소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이예설에게 되물었다.
뜬금없이 그가 갑자기 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선우님의 상태를 보러왔다 아버지와 마주친 듯해요."
이예설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불행중 다행이구나."
주소양은 살짝 안도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뜻하지 않은 우연으로 어느정도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하늘은 아직 선우를 저버리지 않은듯하였다.
벌떡
이내 주소양은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났다.
"너는 선우님의 맥문에 끊임없이 내력을 흘려보내도록 하거라. 선우님의 내부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딸인 이예설을 바라보며 명령을 하였다.
"어머니는 어쩌시게요?"
이예설은 의문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내력을 흘려 원기를 충전시키는 것이라면 자신보다 어미인 주소양이 더욱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지가 높아질수록 품고있는 내력은 더욱더 정순해지기 마련이었다.
이제 막 초절정에 다다른 자신보단 화경 상경의 고수인 어머니쪽이 좀더 정순한 내력을 품고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어찌 그런 일은 자신에게 맡기는지 말이다.
"나는 바깥으로 가서 시간을 끌어야할듯 싶구나."
주소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바깥으로요!?"
"그래, 팔복당주가 시간을 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구나. 지금 네 아비의 마음 속에는 선우님을 죽이려는 복수심이 가득 차 있을테니까 말이다."
주소양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위험할지도 몰라요."
이예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바깥으로 나간다면 위험할지도 몰랐다.
아니 위험할 것이다.
현재 아버지인 이재원은 팔이 잘려 눈이 제대로 돌아간 상태였으니 말이다.
만약 선우를 옹호하며 그 앞을 막아선다면 아무리 대부인인 주소양이라도 멀쩡할 리 만무하였다.
다칠 수 있는 것이다.
"걱정말거라. 설마하니 부인인 내게 위해를 가하겠느냐?"
주소양은 그런 딸을 안심시키며 말을 이었다.
"지금 아버지는 팔이 잘려 제정신이 아닐거예요! 그런 아버지를 막아서는 일은 너무나 위험해요!"
이예설은 다급히 주소양을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어미가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선우님을 다치게할 수는 없지 않느냐?"
주소양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지금 이재원을 막아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이다.
팔이 잘린 이재원은 지금 눈이 돌아갈대로 돌아간 상태일 것이다.
평생을 같이한 왼팔이 그리 허무하게 잘려나갔는데 어찌 맨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런 그를 막아선다는 건 온몸에 폭약을 두르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만약 자신이 여기서 포기한다면 사랑하는 주인님은 목숨을 잃고 말것이다.
그런 꼴은 볼 수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제가...제가..가서..시간을 끌어보도록 할게요....무심한 아버지지만 제게는 언제나 친절하신 아버지예요. 분명 시간을 끌 수 있을 거예요."
이예설은 걱정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니, 어미가 가도록 하마. 팔복당주가 있다면 너보단 어미가 가는 편 좀더 도움이 될 것이다."
주소양은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이예설보단 자신이 가는 편이 더욱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무력으로 그를 막아서기보단 정치적인 입지를 이용하여 압박하는 편이 나을테니까 말이다.
"......어머니."
이예설은 그런 주소양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말거라. 설마 죽이기야 하겠느냐?"
주소양은 애써 옅은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뚝
이내 주소양의 걸음은 이예설의 코앞에서 멈추게 되었다.
"선우님을 잘 부탁하마."
탁 탁
걸음을 멈춘 주소양은 이예설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고는 말을 이었다.
".............네에."
그 말을 들은 이예설은 살며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미의 결연한 의지를 느낀 까닭이었다.
씨익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이 있는 바깥을 향해서 말이다.
**********
"왜 안된다는 것이오!"
이재원은 답답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 장 소협에 대한 판결은 제대로 판가름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맹주의 독단으로 그를 죽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허삼관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거절을 하였다.
"팔복당주는 지금 이게 안보이시오!?"
이재원은 헐렁한 왼쪽 소매를 턱짓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 헐렁하기 짝이 없는 소매가 안보이냐는 말이오!"
이재원은 분노로 가득 찬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하였다.
"......보입니다."
"정말 보이는 것 맞소?"
이재원은 의심스럽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나를 말리는 것이오!"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천무맹의 지존이! 정마대전의 영웅이! 팔이 잘렸소! 팔이! 그런데 어찌 이런 나를 말린다는 말이오!"
"먼저 그를 죽이려고 한 것은 맹주입니다."
허삼관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오! 나는 그저 선배된 도리로서 후배에게 훈계를 할 뿐이었소! 죽이려고한 기억따윈 없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반박을 하였다.
그를 죽이려고 한적이 없다고
그저 훈계를 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이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처음부터 죽이고 싶었다.
무형검無形劍을 꺼내들기 전부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밝힐 수는 없었다.
자신이 철저한 피해자가 되어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선우를 죽여도 될 정당성을 말이다.
"맹주께서는 그를 죽이기 위해 심검心劍을 꺼내들지 않았습니까!"
허삼관을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게 무슨 소리오! 심검心劍이라니!"
허삼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발뻄을 하였다.
고작 초절정에 불과한 그가 심검을 알아볼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심검心劍은 무형검無形劍이다.
형태가 없는 의지의 검말이다.
그렇기에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아니라면 무형검의 유무를 알아채지못한다.
분명 허삼관도 무형검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시발새끼가 찔러보네.'
이재원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맹주는제가 바보인줄 아는 것입니까?"
그때 허삼관의 입에서 퉁명스러운 말이 튀어나왔다.
"뭐...뭐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굉음이 터져나왔으며 장 소협이 상처를 입기까지 하였습니다! 이것이 심검心劍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허삼관은 기분이 나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분명 봤었다.
갑자기 베어지는 선우의 모습을 말이다.
그 당시 이재원은 분명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그저 손을 휘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허삼관은 확신을 하였다.
장선우에게 상처를 입힌 것은 맹주의 무형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이렇게 뻔뻔하게 발뺌을 한다는 말인가
"................"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예상과 전혀 다른 격한 반응에 할 말이 궁해졌기 때문이다.
'시발새끼, 쓸데없이 눈치는 존나 빨라서.....'
이재원은 속으로 허삼관을 씹어대기 시작하였다.
쓸데없이 눈치 빠른 그를 말이다.
쇄애액
이내 이재원은 빠르게 손을 뻗었다.
탁 탁 탁 탁
그리고 허삼관의 온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으으윽!"
'그러자 허삼관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온몸이 굳어지는듯한 더러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점혈!?'
이내 허삼관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점혈을 당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맹주! 뭐하는 짓이오!'
허삼관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여기 얌전히 있도록 하시오."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내 앞길을 막지말란 말이오!"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짜증이 났다.
그를 죽여하는데 죽이지 못하게하는 허삼관이 말이다.
짜증이 났다.
그의 말에 제대로된 반박조차 못하는 스스로가 말이다.
'내 멋대로 할거야 시발놈아!'
이재원은 광기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맹주! 당장 점혈을 풀도록 하십시오! 어찌 이렇게 무도한 짓을 벌인다는 말입니까!"
허삼관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반박할 말이 없자 그대로 무력으로 제압을 하였다.
누구보다 공정해야하고
누구보다 이성적이여야할
천무맹의 맹주라는 작자가 말이다.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대는 말이 통하지 않소."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맹주님입니다! 어찌 딴소리만하다 할 말이 없으니 무력을 사용한다는 말입니까!"
'시발새끼가 존나 뼈때리네.'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안면을 와락 찌푸렸다.
너무나 맞는 말인지라 되려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내 말하지 않았소! 그를 죽이려고 한적이 없다고!"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반박하였다.
"심검心劍을 사용하였으면서 어찌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해명하지 않았소? 심검心劍을 쓴적이 없다고."
이재원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거짓을 내뱉었다.
양심의 가책따윈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억지입니다!"
"거보시오. 내 말이라면 무엇하나 믿지 않건만 내가 그대와 무슨 말을 하겠소?"
이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마치 말이 총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맹주!"
"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대 또한 말이 많은 것 같소."
타탓
이내 이재원은 빠르게 손가락을 내질렀다.
"..............."
그러자 고함을 내지려던 허삼관이 입이 그대로 막혀져버렸다.
아혈啞穴을 짚어버린 것이다.
허삼관을 닥치게 만든 이재원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대곤이 눈치가 없고 말이 많아 짜증을 나게 만들었다면 허삼관은 반대였다.
더럽게 빠른 눈치로 팩폭을 쉴새없이 내리꽂아 짜증나게 만든 것이다.
'시발, 이제 조용하네. 처음부터 이렇게 할껄.'
이재원은 다짐하였다.
앞으로 저 두놈이 말로서 자신을 짜증나게 한다면 그대로 아혈을 짚어버리자고 말이다.
'이제 가볼까?'
저벅 저벅
이내 이재원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잠들어 있을 처소쪽을 향해서 말이다.
저벅 저벅
이내 이재원은 대문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이재원은 대문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재빨리 안쪽으로 들어갈 심산이었다.
그때 갑자기 그의 감각에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뭐지?'
벌컥
그리고 이내 갑자기 안쪽에서 바깥 방향으로 문이 열렸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백의를 입은 한 익숙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흑단처럼 고운 머릿결
영롱하기 그지없는 눈빛
날이 선듯 오똑하기 그지없는 콧대
세월이 비껴간듯한 탱탱한 피부
마치 잘익은 홍시마냥 매혹적인 입술
그리고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기 짝이 없는 가슴
가슴 못지 않게 육덕스러움을 자랑하는 엉덩이
그리고 마치 개미처럼 가늘기 짝이 없는 허리까지
".........주소양."
이재원은 시야에 들어온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뗴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맹주."
주소양은 날카롭기 짝이 없는 시선으로 이재원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 차 있었다.
"장선우를 죽이러왔다."
이재원은 그녀를 바라보며 사실대로 이실직고를 하였다.
숨기는 것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럴 순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아직 그에 대한 처우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예요. 그런 상황에서 맹주의 독단으로 그를 처벌하도록 내버려둘순 없어요."
주소양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주소양."
이재원은 그런 주소양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그녀를 불렀다.
"말씀하시지요."
"네 눈에는 이 헐렁이는 왼쪽 소매가 보이지 않는건가?"
이재원은 턱짓으로 헐렁이는 왼쪽 소매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보여요."
주소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게 보이는 년이!"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나를 가로막아!?"
그의 눈빛에는 배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