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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79화 (580/1,419)

〈 579화 〉 580. 격돌.

'건방진 새끼.'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뭐라도 된 것마냥 한껏 거만함을 떨다니?

고작 무형검 몇 개를 저지하고 말이다.

건방졌다.

건방져도 너무나 건방졌다.

짜증이 미친듯이 치밀어오를만큼 말이다.

'죽인다.. 죽인다..시발놈.'

짜증은 곧 살의로 변하였다.

죽이고 싶었다.

세상의 주인공인 자신 앞에서 모가지를 뻣뻣하게 세우고 있는 저 개자식을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웅

살의가 몸 주위에 발현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발현된 살의는 길죽한 검을 형성하였다.

한 자루.......두 자루......네 자루..........여섯 자루 ....열 자루.

등 뒤쪽으로 검들이 늘어서기 시작하였다.

스무 자루......사십 자루......팔십 자루.....백 자루.....이 백 자루.

감히 셀수도 조차 없는 수많은 무형검들이 그의 등뒤에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의지가 수 백자루의 검으로 형태를 바꿔버린 것이다.

".......장선우."

이재원은 살기가 뚝 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건방지기 짝이 없는 애송이를 불렀다.

"네놈에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마!"

그리고 이재원은 선언하였다.

천외천天外天

하늘 위에 또다른 하늘이 존재하는 것을 체감시켜주겠다고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의 선언과 동시에 등 뒤에 떠올라있던 수백자루의 무형검들이 쉴새없이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의지의 발현이 더욱더 강렬해진 탓이었다.

이재원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휘이이익

그리고 빠르게 휘둘렀다.

마치 검을 휘두르듯이 말이다.

그러자 이재원의 등뒤에서 떠올라있던 수백 자루의 검들이 일제히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오직 장선우

그 만을 노리면서 말이다.

이재원은 핏발 선 눈빛으로 맞은 편에 있는 장선우를 노려보았다.

수백 자루의 검들이 쏟아지고 있건만 그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크크큭...넋이 나갔구나.'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너무나 거대한 의지의 발현에 장선우의 넋이 나가버린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태연한 표정을 지을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이내 수 백 자루의 무형검들이 선우를 향해 쏟아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그가 온몸이 꿰뚫려 죽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아니!?'

하지만 그 때 이변이 일어났다.

이재원의 눈이 경악이 서릴 정도의 이변이 말이다.

**********

한 자루.......두 자루......네 자루..........여섯 자루 ....열 자루.

스무 자루......사십 자루......팔십 자루.....백 자루.....이 백 자루.

선우는 느낄 수 있었다.

셀수도 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마음의 검들이 세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음의 검을 품고 난 뒤 감각이 더욱더 예민해진 것인지

이재원의 발현된 의지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수백 자루라.'

선우는 알 수 있었다.

저 수 백자루에 이르는 마음의 검들이 오직 자신을 향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상해.'

선우는 이상함을 느꼈다.

원래라면 온몸을 덜덜 떨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며 목숨을 구걸하였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압도적이고 위협적인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전혀 두렵지 않았다.

목숨의 위협이 느껴지지도 않았으며 압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이상하였다.

어찌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선우는 감각을 더욱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자신의 향하고 있는 거대한 의지가 더욱더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가?'

그 선명한 의지를 느낀 선우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리고 이내 결론이 나왔다.

'영광이네.'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단 한자루만으로도 이 연무장에 있는 모든 이들을 참살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추고 있는 절대자의 검이다.

그런 절대자의 검이 한 자루도 아니고 수 백자루 씩이나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오직 자신만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어찌 영광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선우는 십장에 다다르는 거대한 살검殺劍을 양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양팔을 옆쪽으로 뻗어 크게 휘두를 자세를 취하였다.

그다음 살의를 더욱더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그러자 살검殺劍에 집약되어있던 살의가 더욱더 농밀해지기 시작하였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지금이라면

지금 이 상태라면

저 원망스러운 이재원을

저 원수같은 이재원을

세계가 정한 자신의 적대자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때 거대한 의지의 발현이 선우를 향해 한꺼번에 쏟아지기시작하였다.

수 백자루의 무형검들이 일제히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선우는 검을 쥔 채 가만히 기다렸다.

모든 검들이 범위 안에 들어 오기를 말이다.

십 장.......오 장.......이 장.........일 장

꽈악

이내 선우는 손바닥에 핏물이 새어나올 정도로 강하게 검자루를 쥐었다.

부우우웅

그리고 십장에 이르는 거대한 살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모든 전력을 다해서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의 살검과 이재원의 무형검이 맞닿았다.

파스스스

그러자 이변이 일어났다.

살검에 닿은 무형검들이 전혀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생명을 다한 것처럼 허무하게 말이다.

이내 범위 안에 들어왔던 모든 무형검들이 사라져버렸다.

부웅

선우는 다시금 살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뒤이어 오는 모든 무형검들이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허무하게 말이다.

이내 수백 자루에 다다랐던 무형검이 반절이나 사라져버렸다.

선우가 전력으로 휘두른 살검에 의해서 말이다.

'아니....시발...저게..대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원의 눈에는 경악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무형검이

스승이었던 선옹에게 전수받았던 최강의 심검이

수백 자루에 다다르는 의지의 집합체가

몇 번의 검격으로 반절이나 사라져버렸다.

어찌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죽을...수도...있다.'

순간 이재원의 직감이 경고하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위험하다고

이대로 가다간 죽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덜 덜 덜 덜

갑자기 온몸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하였다.

이십여년 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이 스멀스멀 차올랐기 때문이다.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말이다.

두려웠다.

너무나 두려웠다.

자신이 이룩한 최강의 기술이 허무하게 흩어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니 자신 또한 무형검과 마찬가지로 허무하게 흩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발...안죽어!....내가...내가....왜 죽어!!!'

이재원은 속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죽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구축한 낙원에서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것이다.

'죽이기 전에 죽인다!'

이재원은 살의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양손을 좌우로 벌리더니 이내 빠르게 휘젓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직선으로 쏟아지기만 했던 모든 무형검들이 그의 손에 맞춰 각각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내질러지고 휘둘러지며 선우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웅

부웅

선우는 십장의 살검을 재빨리 휘둘러 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재원의 무형검들을 접근하기도 전에 모두 없애버렸다.

'죽어!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더욱더 빠르게 손을 휘젓기 시작하였다.

마치 악단의 지휘자가 된 것마냥 말이다.

선우에게 날아드는 무형검의 움직임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피슉

무형검 한 자루가 살검의 범위에서 벗어나 선우의 뺨을 스쳐지나갔다.

주르르륵

그러자 뺨에는 자상이 나더니 이내 붉은 핏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됐어!'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쾌재를 불렀다.

그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생각에 기쁨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비록 작은 자상에 불과했지만 희망이 생겼다.

무형검자체를 무효화시켜버리는 저 개자식을

죽일 수 있다는 희망이 말이다.

'죽어어어어어어어!!!!!'

이재원은 더욱더 빠르게 검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그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발현시키며 말이다.

피슛

이내 이재원의 무형검이 선우의 옆구리를 스쳐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피가 터져나왔다.

'크윽'

선우는 얕은 신음성을 흘렸다.

무형검이 스쳐지나간 옆구리에서 상당한 격통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이대론 안된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이대론 안된다고 말이다.

이재원의 무형검은 위력적이진 않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물량공세로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오니 말이다.

십장에 다다르는 살검은 초월적인 파괴력과 사기적인 범위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섬세함과 정밀함이 떨어졌다.

나무는 벨 수 있지만 잔가지 제거에는 비효율적인 전기톱처럼 말이다.

'좀더.....정밀해져야해....그리고....좀더....섬세해야해....자그마한 틈조차 허용하지 않도록 말이야.'

선우는 생각하였다.

좀더 크기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의지를 발현하였다.

그리고 십장에 이르는 거대한 살검을 응축하기 시작하였다.

좀더 농밀하게

좀더 촘촘하게

좀더 꽉차게

좀더 단단하게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십장에 이르던 검이 차츰차츰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팔장........오장........삼장.........일장...

이내 선우의 검이 칠흑같은 묵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에게 품었던 모든 살의가 용미연검에 가득 응축된 것이다.

부웅

선우는 검을 가볍게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날아드는 무형검들이 일제히 흩어져버렸다.

부웅

이번에는 종으로 휘둘렀다.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던 무형검이 그대로 흩어져버렸다.

부웅 부웅 부웅

그 후는 반복이었다.

날아드는 모든 무형검들을 빠르게 베어내기 시작하였다.

머리를 향해 무형검이 휘둘러졌다.

응축된 살검을 가벼이 들어올려 단번에 파해시켜버렸다.

목을 향해 무형검이 찔러들어왔다.

검끝으로 찔러 그대로 소멸시켰다.

어깨를 향해 무형검이 날아들었다.

그대로 꿰뚫어버릴 심산인듯 하였다.

검날을 세워 무형검을 그대로 갈라버렸다.

뿐만 아니었다.

팔, 가슴, 심장, 복부, 허벅지, 종아리

할 것 없이 온갖 신체에 무형검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선우는 그럴 때마다 빠르게 살검을 휘둘러 모든 공격을 파해시켰다.

한 번에 소멸시키는 무형검의 숫자는 줄었을지 몰라도 그 정밀한 움직임은 조그마한 틈조차 허용치 않았다.

'젠장! 어째서! 어째서!!!!!!!'

이재원은 짜증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모든 공격이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많은 검들을 쏟아내도 소용이 없었다.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무용하게 말이다.

절망감마저 들기 시작하였다.

허무하게 사라지는 자신의 검들이 말이다.

저벅 저벅

그때 이재원의 귓가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재원은 상념에서 깨어난 뒤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날아드는 수백자루의 검을 처내며 다가오고 있는 장선우의 모습을 말이다.

오싹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수백자루의 검을 처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한치도 밀리지 않은 채 말이다.

저 흉흉하기 짝이 없는 검으로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시이이바아아알!!! 오지마! 오지마!

공포를 느낀 이재원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오지말라고

더이상 다가오지말라고 말이다.

이재원은 더욱더 많은 무형검들을 필사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선우의 걸음을 멈춰세우기 위해서 말이다.

저벅 저벅

하지만 그 노력은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검을 쏟아내어도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자신을 향한 선우의 걸음걸이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이재원은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사태가 심각해졌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의지가 형상화된 무형검으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저벅 저벅

그와의 거리가 더욱더 좁혀지기 시작하였다.

쿵 쾅 쿵 쾅 쿵 쾅

그와의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이재원의 심장박동소리가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죽기싫어.....내가...내가...왜 죽어야해! 내가 왜!'

이재원은 억울하였다.

평생을 괴롭힘을 받다 이제야 자신만의 세상에서 행복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앗아간다는 말인가

이십년이었다.

고작 이십년 밖에 즐기지 못한 것이다.

더 즐기고 싶었다.

더욱더 많은 여자들을 따먹고 싶었다.

더욱더 존경 어린 시선을 받고 싶었다.

'안죽어!!!!!!!!'

우우우우웅

이내 이재원의 살고자하는 의지에 무형검들이 반응을 하기 시작하였다.

수백 자루에 이르는 수많은 무형검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데 모인 검은 거대한 검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하였다.

마치 고대 신화속에 나오는 거인이 휘두르는 검처럼 말이다

'너나 죽어어어어어!!!!'

거대한 검을 만들어낸 이재원은 의지를 발현하였다.

그러자 거대하기 그지없는 무형검이 그대로 선우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대륙을 베어버릴 것과도 같은 어마어마한 기세로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이내 칠흑처럼 어두운 묵빛의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휘둘렀다.

모든 살의를 응축시킨 묵빛의 살검殺劍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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