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8화 〉 579. 죽이는 검을 세우다.
'아파..'
선우는 생각하였다.
뒤질라게 아프다고 말이다.
과다출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많은 양의 출혈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온몸을 난도질당한 자상이 끔찍한 고통을 선사해주었다
'저 시발새끼가 진짜....'
갑자기 미친듯한 분노가 치솟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끔찍한 고통에 고통에 반발심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올려 이재원을 바라보았다.
그는 히죽거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다시 보이지 않는 검으로 자신을 베어버릴 심산인듯 싶었다.
'......위험한데..'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생각하였다.
다시금 심검心劍에 맞게 된다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미 출혈과 자상이 가득하였다.
더이상 검을 받아내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죽을 것이다.
저 손이 내려진다면 꼼짝없이 죽고 말것이다.
'내가 죽어?'
선우는 들어올려진 이재원의 손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그리고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자신이 죽어야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잘못은 저새끼가 다했는데 내가 왜 죽어?'
이내 선우는 분노의 감정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불합리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재원의 감정 변화에 따라 파리처럼 죽어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말이다.
'항복했잖아 시발, 그런데 날 죽이려고해?'
선우의 눈에 핏발이 서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더불어 그의 몸 주위에 어마어마한 자연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그의 주위에 떠돌고 있던 자연기들이 분노의 감정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 죽어! 내가 왜죽어! 너나 죽어!'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분노는 살의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살의는 선우 주변에 일렁이고 있던 자연기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였다.
순수하고 청명했던 자연기가 농밀하고 숨막히는 살기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액
이내 선우의 주위에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선우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이재원을 노려보며 몇 번이고 되뇌이기 시작하였다.
죽이고 싶었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던 이재원을
자신을 죽이려고 하였던 이재원을
옥령을 강간하려고 하였던 이재원을
자신을 피투성이로 만든 이재원을 말이다
하지만 죽일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에게는 그를 죽일만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요하였다.
그를 죽일 수단이 말이다.
마음의 검.
심검心劍이 필요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어마어마한 살기가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살기는 연무장 전체를 전부 뒤덮기 시작하였다.
"으으으윽!"
"이게 대체...무슨.."
"아으으으윽...괴로워...괴로워."
"흐으윽....후으윽"
살기에 노출된 이들은 저마다 고통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고강한 무공을 갖춘 이들은 저릿저릿 떨리는 온몸을 진정시키느라 고생을 하였다.
그리고 무공이 약한 이들은 울음을 터트리거나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온몸을 스며드는 거대한 살의에 압도된 까닭이었다.
'시발......저새끼 심상치 않은데?'
한 편 손을 들어올렸던 이재원은 그대로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경이라고 불리우는 자신조차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살의가 뿜어져나왔기 때문이었다.
꿀꺽
이재원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커다란 연무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하면서도 농밀하기 그지없는 어마어마한 살기 앞에 압도된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긴장을 유지했을까
'시발, 잠깐. 지금 내가 쫀거야?'
이내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살기에 압도되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이십 여년 전 중원을 침공하였던 천마를 죽인 정마대전의 영웅이자
천하에서 적수가 없다고 칭해지는 천하제일인이면서
무림 최고의 무력 단체인 천무맹의 맹주
무적무신無敵武神 이재원이 아니던가
그런 자신이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한낱 벌레나 다름없는 인간한테 말이다.
어찌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좆같네. 시발 진짜.'
이재원은 마음속에서 어마어마한 분노가 치솟기 시작하였다.
휘익
이재원은 재빨리 손을 아래로 휘둘러버렸다.
무형검無形劍을 선우를 향해 휘두른 것이다.
그러자 이내 형체가 없는 의지의 검이 선우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뒈져라!'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의지의 검이 머지 않아 선우의 목을 베어버릴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그의 무형검이 그대로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선우의 주위에 피어오르던 살기에 의해서 말이다.
'뭐..뭐야!?'
그 모습을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한낱 살기로 의지가 담긴 검을 막아버리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심검心劍은 오로지 심검心劍으로만 막아설 수 있었다.
살기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설마!?'
그때 이재원의 머릿속에 한가지 불길한 가정이 번뜩이기 시작하였다.
장선우가 심검을 완성한게 아닐까라는 불길한 가정이 말이다.
'그럴 리 없어! 그는 이립도 안된 애송이다!'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립도 안된 나이에 마음의 검을 세우다니 말이다.
이재원은 떠오른 가정을 애써 부정을 하였다.
'..........시발.'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솟아난 불안감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마음의 검을 세운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무형검無形劍을 막아낸 것이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맹주."
그때 선우가 살기가 뚝 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재원을 불렀다.
"무...무엇이냐!"
그 목소리에 당황한 이재원은 되려 큰소리를 쳤다.
"보고 싶다고 하셨지요?"
"그게 무슨 말이더냐!"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제 전력을 말입니다."
"........그렇다."
이재원은 이내 수긍을 하였다.
확실히 그런 말을 하긴 하였다.
그의 전심전력을 모두 보고 싶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보여드리지요."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 전력을 말입니다!"
휘이이이이이이잉
선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독한 살기들이 용미연검에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용미연검 주위에 커다란 형상의 검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길이로만 따지면 십장은 족히 넘어보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검이었다.
부웅
선우는 그 거대하기 짝이 없는 검을 이재원을 향해 휘둘렀다.
너무나 빠르고 거대한 검격이었다.
이재원은 다급히 무형검無形劍을 발현시켰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살의가 담긴 거검을 그대로 막아내었다.
콰콰콰콰쾅
그러자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의지와 의지가 부딪히며 폭음이 터진 것이다.
주르르르륵
주르르르륵
그리고 이내 이재원과 선우 두 사람 모두 뒤편으로 사정없이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의지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뒤편으로 밀려난 것이다.
'시발.'
이재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제 막 심검을 깨우 친 장선우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였기 때문이다.
부웅
그때 다시금 십장의 거검이 이재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재원은 재빨리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무형검이 거검을 향해 날아들더니 거검의 진로를 막아버렸다.
'뒈져!'
거검의 진로를 막아버린 이재원은 반대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또다른 무형검이 선우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그때 선우가 갑자기 손을 휘저었다.
파스스스
그러자 이재원의 무형검이 그대로 흩어져버리기 시작하였다.
의지의 집약체가 단번에 파해가 된 것이다.
'저게 대체 뭐야!?'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저게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어찌 무형검을 맨손으로 파해시킨다는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파스스스
그때 였다.
거검의 진로를 막고 있던 무형검이 그대로 흩어지면서 소멸하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말이다.
부우웅
그러자 이내 거검이 이재원을 향해 휘둘러지기 시작하였다.
'위험하다!'
거검이 날아드는 것을 느낀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재원은 재빨리 땅을 굴렀다.
살기위해 나려타곤懶驢打滾의 수법을 발휘한 것이다.
부우우웅
그러자 이내 이재원의 위쪽으로 살기 어린 거검이 훑고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오싹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만약 나려타곤懶驢打滾의 수법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허리가 잘려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하하.."
그때 맞은 편에 서있던 선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무척이나 유쾌하게 말이다.
"뭐가 웃기지?"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불쾌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천하의 천무맹주께서 자존심이나 체면따위는 생각치 않고 땅을 구르는데 말입니다."
선우는 조롱기가 가득 담긴 어투로 말을 이었다.
"노오오옴! 경거망동하구나!"
이재원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고함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려타곤懶驢打滾으로 선우의 공격을 피하였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두지 않겠다!"
이재원은 다시금 의지를 집약시켰다.
스르르르르륵
그러자 이내 세 자루의 무형검이 생겨났다.
'뒈져라!'
이재원은 세 자루의 무형검을 일제히 쏟아보냈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말이다.
부웅
선우는 쇄도하고 있는 무형검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그대로 검검을 들어올려 빠르게 휘둘러버렸다.
무척이나 쾌속하게 말이다.
파스스스
그러자 그의 검에 닿은 무형검들이 일제히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던 것처럼 말이다.
부웅
그리고 거검은 다시금 이재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젠장할!'
쾌속하게 다가오는 거검의 움직임에 이재원은 다시금 나려타곤懶驢打滾의 수법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몸을 지켜줄 무형검들이 일제히 사라져버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이내 이재원은 그대로 바닥에 굴러버렸고 그가 서있던 곳에 거검이 지나가버렸다.
"하하하하하하....맹주께서는 나려타곤懶驢打滾의 달인인가 봅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혈광을 빛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시금 나려타곤으로 추한 꼴을 내보인 이재원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저...저...저 개자식이!'
벌떡
이재원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한거지?"
그리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떻게 내 무형검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냐는 말이다!"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검이 닿는 것만으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찌 이런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심검이란 의지와 의지 간의 격돌이었다.
그 격돌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진 것이다.
어찌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있다는 말인가
"죽였을 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혈광 어린 눈빛을 빛내며 말하였다.
"죽인다고!?"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죽인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제 검은 살검殺劍입니다. 그 어떤 것이든 죽일 수 있는 살의의 집약체지요."
선우는 농밀한 살기를 흩뿌리며 말을 이었다.
"살의를 품은 대상이라면 뭐든 죽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실체가 없는 검이라도 하여도 말입니다."
선우는 흉흉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이재원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에는 명백한 살의가 담겨있었다.
"심검心劍을 세운 것이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재원은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도와주신 덕분이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녀석이 기어이 미쳤구나. 정파의 협의지사라는 자가 이리도 살의가 짙은 검을 세우다니 말이다."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검이란 무릇 누군가를 해하고 죽이는 도구가 아니겠습니까? 그 마음을 그대로 표출한 것 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끔찍한 사상을 가지고 있구나. 사파나 마도의 무리라해도 믿을 것 같은 끔찍한 사상을 말이다!"
이재원은 훈계하듯 그에게 호통을 쳤다.
말로서 주도권을 잡아 그의 정신을 흔들 심산이었다.
"맹주."
선우는 그런 그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뭐라!?"
그 건방진 말을 들은 이재원은 발끈하며 되물었다.
"저는 훈계나 들으려고 전력을 내보인게 아닙니다."
선우는 그의 호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 검이나 들어올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만방자한 놈이로구나!"
그의 말은 이재원의 이성의 끈을 놓게 만드는데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재원은 의지를 발현하였다.
지금까지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의지를 말이다.
그러자 그의 주위를 수십 수백 개의 무형검들이 떠다니기 시작하였다.
"오만한 네놈에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마!"
이재원은 핏발 선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 따윈 전혀없는 티없이 맑은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