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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77화 (578/1,419)

〈 577화 〉 578.무형검無形劍

뚝 뚝

어깨죽지에서 난 자상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팔을 타고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대체 언제..?'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을 바라보았다.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언제

어떻게

자신의 어깨죽지를 베어버렸는지 말이다.

선우는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을 바라보았다.

"왜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느냐?"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겁이라도 먹은게냐?"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어떻게 하신겁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 네놈이 알아서 알아보도록 하거라."

이재원은 익살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휘익

그리고 다시금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푸슉

"아아악!"

그러자 이내 반대 어깨죽지에서 핏물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베여버린 것이다.

'젠장.....대체...대체..어떻게 된거야..'

선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찌 가볍게 휘둘러진 손짓이 어깨죽지를 베어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바람의 칼날을 날려버리는 검풍劍風이 아니었다.

강기를 쏘아보내는 검탄劍彈또한 아니었다.

그저 가벼운 손짓만으로 베어지게 만든 것 뿐이었다.

마치 만물이 의지에 반응하듯이 말이다.

'잠깐...의지!?'

순간 선우는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이는 것을 느꼈다.

'심검心劍!'

그리고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말도 안되는 공격의 정체가 심검心劍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음의 검이 자신의 양어깨죽지를 베어내버린 것이다.

'젠장할 새끼.'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거력이 담긴 검으로 내려칠 때부터 알고 있긴 하였다.

그가 자신을 죽일 생각이 가득하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이재원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핏덩이 같은 후기지수에 의해 꼴사나운 모습을 세인들에게 내보이게 되었다.

땅에 처박혔고 벽에 처박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게 되었다.

천하제일인으로서

존경 받는 천무맹의 맹주로서

자부심과 자존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된 것이다.

어찌 살심이 치솟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그대로 심검心劍은 선을 넘은 짓이었다.

사고를 위장하여 죽이려는 계획도 아니고 그저 마음가는대로 죽이겠다는 의지를 발현한 것이 아닌가

어찌 욕지거리를 내뱉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항복하자.'

이내 선우는 빠르게 결심하였다.

이대로 항복을 하자고 말이다.

이미 이득을 볼 것은 다 본 상태였다.

이재원과의 격차를 충분히 확인하는 것은 물론 그에게 한방 먹이기까지 하였다.

뿐만 아니라 세인들에게 장선우라는 이름 석자를 각인시킬 만큼의 무공까지 선보이게 되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이득은 전부 본 것이다.

어차피 마음의 검을 세우지 못한 시점에서 이재원과 대립하는 일은 목숨을 내놓는 일과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더 반항하는 건 악수惡手였다.

오히려 여기선 빠른 항복으로 안전을 도모하는 편이 더욱더 나은 선택이리라

"항복하겠습니다."

이내 선우는 슬며시 손을 들어올리더니 천천히 입을 떼었다.

"항복을.....하겠다라...."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본 맹주를 땅에 처박고 벽에 처박아놓고 항복을 하겠다라......."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전 공격으로 넘을 수 없는 격차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어깨죽지가 어떻게 베어져는지 눈치 채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비무를 이어가겠습니까?"

선우는 나름 논리적으로 이유를 풀어말하였다.

거짓은 아니었다.

마음의 검이 없는 이상 이재원을 뛰어넘을 수 없을 뿐더러 아직도 어깨죽지가 어떻게 베어졌는지 알 수 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무를 이어간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리라

"겸손하군. 자네라면 좀더 싸울 수 있을텐데?"

"높이 평가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는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이재원은 그런 선우의 모습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 씨발 새끼가아아아아!'

이재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선우의 대한 분노가 미친듯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 굴욕들을 전부 만회하고자 온갖 폼을 잡으며 심검을 꺼내든 자신이었다.

그런데 위협용으로 어깨죽지 몇 번을 베었다고 항복을 하겠다니?

온갖 쪽팔린 꼴을 내보이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항복을 하겠다니?

이게 무슨 개같은 경우라는 말인가

얄미웠다.

얄미워도 너무 얄미웠다.

자신을 발판 삼아 명성을 날리고 뒤로 쏙 빠지는 저 개자식이 너무나 얄미웠다.

'좆까! 항복하게 놔둘 것 같아?'

이재원는 살심이 가득 찬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생각하였다.

절대 그가 항복을 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이다.

"아쉽게도 내가 만족 못하였다."

이재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본 맹주는 네녀석의 전력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이에 대한 호승심이 드는구나."

이재원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내보인 모든 것들이 전부 제 전력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겸손이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지."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는 네녀석이 말이 기만처럼 들리는구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인지...."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끝을 흐렸다.

"네녀석은 아직 내게 전력을 내보인 적이 없지 않느냐? 그런데 어찌 거짓으로 본 맹주를 기만하는 것이더냐?"

이재원은 화가난듯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혹스럽군요. 맹주, 어찌 저도 모르는 제 전력을 맹주께서 알고 계신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최선을 다했지만 맹주를 쓰러뜨리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양어깨죽지를 베이고도 눈치조차 채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거짓으로 전력을 숨긴다는 말씀입니까?"

선우는 짐짓 억울하다는듯한 어투로 이재원에게 항의를 하였다.

'존나 억지부리네. 시발 새끼가 '

선우는 속으로 짜증을 쏟아내었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는 이재원의 모습에 짜증이 치밀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괜한 꼬투리를 잡으며 항복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복수였다.

천하제일인으로써

천무맹의 맹주로써

무림의 영웅으로써

가지고 있던 자부심에 흠집을 내어버린 자신에 대한 처절한 복수말이다.

"흥, 거짓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지."

이내 이재원은 선우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시발.'

선우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러자 전처럼 어딘가 베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성공적으로 피해버린듯 하였다.

"감이 좋구나."

그 모습을 보던 이재원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다시금 손을 들어올려 그대로 휘둘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용천혈에 내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일시에 터트려버렸다.

콰쾅

그러자 선우는 그 폭발력으로 땅을 박찬 뒤 그대로 몸에 가속을 붙이기 시작하였다.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검이라지만 빠르게 움직인다면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꽤나 빠르구나."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재밌다는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반대손을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가벼이 휘둘렀다.

푸슛

"끄아아아악!"

그러자 빠르게 몸을 움직이던 선우의 가슴팍에서 핏물이 터져나왔다.

'양손?!'

선우는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설마하니 양손으로 보이지 않는 검을 쓸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다.

털썩

".....항복...항복하겠습니다."

이내 가슴을 얇게 베인 선우는 무릎을 꿇은 채 말을 이었다.

항복을 하겠다고 말이다.

"아니, 받아들일 수 없다... 아직도 전력을 드러내지 않지 않았느냐!"

이재원은 화가난듯 호통을 치며 손을 휘저었다.

피슉

"으으윽!"

그러자 이내 선우의 오른 팔뚝에 핏물이 터져나왔다.

베여버린 것이다.

"어서! 어서! 본 실력을 드러내거라!"

이재원은 광기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어서 본 실력을 드러내라며 말이다.

'시발새끼가....'

그 광기 어린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재원은 자신을 죽일 심산이라는 것을

제대로 된 실력을 보겠다는 것을 명분삼아서 말이다.

그는 자신을 죽일 것이다.

그리고 변명을 할 것이다.

자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버텨낼 줄 알았다고

그리고 사과를 할 것이다.

장선우를 너무 높게 평가하였다고

실수였다고 말이다.

피슉

"으으으윽!"

그때 왼쪽 팔뚝이 베어지면 핏물이 터져나왔다.

피슉

"아아아악!"

이번에는 오른쪽 허벅지였다.

푸슉

"으으윽!

그다음은 왼쪽 허벅지였다.

이재원의 무형검無形劍이 쉴새없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온몸 곳곳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선우의 온몸은 시뻘건 핏물로 뒤덮이게 되었다.

"하아...하아..하아..하아.."

선우는 거칠게 숨결을 내뱉었다.

핏물을 너무 흘린 탓에 머리가 어지러웠고 호흡마저 가빠왔다.

"어찌 된 것이냐? 천룡이여....어째서.....본 맹주에게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냐? 슬프도다."

이재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물론 기만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선우가 무형검에 대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즐겼다.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저 건방진 자식의 처형식을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개새끼야! 존나 아프지?'

이재원은 속으로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장선우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한테 개기면 그렇게 되는거야? 알았냐? 씹새끼야?'

이재원은 옅은 미소를 흘렸다.

핏물에 뒤덮힌 선우를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웃음벨이 따로 없는 것이다.

"맹주! 이제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그때 뒤편에 있던 허삼관이 다급히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너무나 위태롭게 보이는 선우의 모습에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지마시오!"

그러자 이재원이 고함을 내질러 그를 멈추게 하였다.

"지금은 신성한 비무중이오. 어찌 끼어든다는 말이오!"

"이건 비무가 아닙니다! 일방적인 폭력입니다! 어서 멈추셔야합니다!"

허삼관은 지지않고 고함을 내질렀다.

이딴 건 비무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폭력인 것이다.

어찌 이런 꼴을 내버려둔다는 말인가

천하의 모든 협의지사들이 모인 천무맹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자로서 말이다.

"말 조심하시오! 일방적인 폭력이라니!? 나는 지금 무인대 무인으로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 뿐이오! 신성한 결투를 그런 식으로 폄하하지 말라는 말이오!"

이재원은 발끈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심히 찔리는 말이었기에 되려 성을 낸 것이다.

"장 소협은 분명 항복을 하였습니다.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피투성이로 만든 것은 맹주가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그런 것이 신성한 결투라고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허삼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재원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딴 건 신성한 결투가 아니었다.

맹주의 억지로 이루어진 처형식에 불과한 것이다.

"내 말하지 않았소? 장선우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어찌 전력을 내보이지 않는 상대와 비무를 끝마칠 수 있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개같은 논리로 반박을 하였다.

핑계조차 되지 않는 개같은 논리였다.

"그건 맹주만의 생각이 아닙니까! 지금 장 소협의 전력은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겠습니까? 설령 전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맹주께서 이렇게 그를 피투성이로 만들 명분 따윈 없습니다!"

"그는 본 맹주를 기만하였소! 더 나아가 이곳에 천무맹에 있는 수많은 무인들을 기만한 것이오!"

"누누히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맹주는 천무맹 그 자체가 아닙니다! 어찌 본인의 명예와 천무맹의 명예를 동일시 한다는 말씀입니까!"

허삼관은 고함을 내지르며 말을 이었다.

"뭐라!"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발끈하였다.

더불어 저 건방지기 짝이 없는 허삼관에 대한 살심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천무맹은 곧 자신이었다.

자신은 곧 천무맹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천무맹의 본질을 저렇게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말인가

'저...저...저시발새끼가!'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구자엽을 죽일 때 허삼관도 같이 죽였다면 이런 개같은 꼴을 안당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당장 멈추시오!"

허삼관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더이상 지체 했다간 선우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절하겠소!"

하지만 이재원은 그런 허삼관의 말을 거절하였다.

이미 좆같이 흐를대로 흐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존심 굽혀봤자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었다.

'끝날 땐 끝나더라도 장선우 저새끼는 죽이고 끝낸다.'

이재원은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쿠쿠쿠쿠쿵

그러자 허삼관 코앞에 있던 땅에 커다란 검흔이 새겨졌다.

"그 선을 넘는다면 그대 또한 베겠소."

"맹주!"

"그대 뿐 아니오! 누가되었든 이 신성한 대결에 끼어든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베어버리겠소!"

이재원은 선언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여론이 병신처럼 변하고 이미지가 씹창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하였다.

자신에게 한방을 먹인 선우가 그만큼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나야!'

허삼관을 바라보던 이재원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피투성이가 된 채 서있는 선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 새끼는 언제 일어섰대?'

그 모습을 보던 이재원은 이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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