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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75화 (576/1,419)

〈 575화 〉 576. 천하제일인과 마주하다.

".............."

연무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이들은 입을 턱하고 벌린 채 경악을 하였다.

도저히 말도 안되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버렸기 때문이다.

과거 마교로부터 무림을 구한 정마대전의 영웅.

하늘 아래 적수가 없다고 칭해지는 천하제일고수.

무림 최고의 무력집단이라고 불리우는 천무맹의 맹주인 이재원이 꼴사나운 모습으로 땅에 처박혀버린 것이다.

그것도 한참이나 어린 후기지수에 의해서 말이다.

어찌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는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가지고 있는 이였다.

그리고 몇 몇은 그를 정말 신처럼 추앙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이재원이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가지고 있던 이재원이

신으로 추앙까지 받던 이재원이

땅에 처박혀버렸다.

그것도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말이다.

너무 놀라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대체 저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한 편 이재원은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을 휘둘러 돌풍을 장선우를 향해 날려보낸 순간이었다.

장선우를 향해 날아들던 돌풍이 그대로 방향을 바꾸더니 이내 자신에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갑작스러운 돌풍에 휘말린 자신은 저항할 새도 없이 그대로 날아가더니 몇 번이고 허공에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풍차가 돌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내 신형이 그대로 땅에 처박혀버렸다.

무척이나 꼴사나운 모습으로 말이다.

'시발새끼가아아아아!!!!!!'

이내 자신이 장선우로 인해 땅에 처박혔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재원은 속으로 욕설을 내질렀다.

끝을 알 수 없는 수치스러움과 모욕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미친듯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들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으로 땅에 처박혀버렸다.

천하에 적수가 없다고 여겨지며 무림의 지존으로서 군림하던 자신이 말이다.

수치스러웠다.

땅에 처박혀진 자신의 모습이

모욕감이 느껴졌다.

많은 이들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장선우우우우우우!!!!!!!!!'

이재원은 속으로 비명성을 질렀다.

치솟는 분노가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개같은 새끼......죽인다..죽인다...죽인다!'

이내 이재원의 눈빛에 살심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그를 죽이고 말겠다는 의지가 치솟은 것이다.

벌떡

그리고 이내 이재원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괜찮습니까? 맹주."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선우는 걱정스럽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설명이 필요한듯 싶군."

이재원은 흉흉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설명이라뇨?"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어째서.....네 녀석이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를 익히고 있는 것이냐!!"

이재원은 장내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내력을 가득 실어담은 후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연무장 주위가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그 마귀들의 왕이 사용한다는 무공?"

"마교의 무공이 어째서 이곳에?"

"마교도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세인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가 무엇이란 말인가

과거 페르시아에서 전래된 서역 최고의 무공이자 마교의 교주들만이 익힐 수 있는 호교 무공이 아니던가

최악이자 최강의 무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 혼란스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오해가 있으신듯 합니다. 맹주."

이재원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는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를 익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본 맹주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말인가?"

선우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짐짓 화가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맹주께서 착각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선우는 이재원을 애써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착각일 리 없다. 내 분명 돌풍의 방향이 뒤바뀌는 것을 똑똑히 느꼈다. 이는 힘의 방향을 마음대로 뒤바꿀 수 있는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의 효용이 아니던가!"

이재원은 한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는 느꼈다.

자신이 일으킨 돌풍이 순식간에 뒤집혀지는 모습을 말이다.

이게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가 아닙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뭐라?"

"제가 사용한 건 두전성이斗轉星移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

이재원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두전성이斗轉星移는 건곤대나이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무공을 되돌리거나 마음대로 방향을 바꿔버리는 모용세가의 비전절기이자 가전 무공이었다.

오직 선택받은 모용가의 혈족만이 익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독왕의 제자인 장선우가 그것을 익힐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이노오옴! 이곳이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느냐!"

이재원은 잔뜩 화가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거짓이 아닙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두전성이斗轉星移는 오로지 모용가의 혈족만이 익힐 수 있는 비전절기이자 가전무공이다. 그러한 것을 네놈이 어떻게 익혔냐는 말이다!"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두전성이斗轉星移를 견식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 번 보고 그대로 따라할 수 있었습니다."

선우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어찌 무공을 견식한 것만으로 익힐 수 있다는 말이더냐!"

이재원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보는 것만으로 신공에 가까운 두전성이斗轉星移를 따라하는 것은 말이다.

검법이나 보법이라면 그 형形을 따라할 수도 있겠지만 두전성이斗轉星移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용가 특유의 심법과 특수한 내력 운용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네놈이 건곤대나이를 익혔다는 사실을 숨기고자 거짓을 고하는 구나!"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저는 건곤대나이를 익히지 않았습니다. 맹주,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걸 어찌 증명한다는 말이더냐!"

이재원은 눈쌀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건곤대나이는 마공이 아닙니까? 만약 제가 건곤대나이를 익혔다면 제 몸에는 마기가 흐르고 있을 겁니다."

선우는 그런 이재원을 바라보며 설명하듯 말을 이었다.

"그러니 직접 확인해보시지요. 제 몸속에 마기가 흐르는지 안흐르는지 말입니다."

선우는 무척이나 당당한 태도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한 이재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이재원은 의아하였다.

아무리봐도 건곤대나이신공처럼 느껴지는 일수였다.

그런데 이리도 당당히 나오니 괜스레 의아함이 들었다.

당장에라도 연무장을 박차고 도망가도 모자랄 판국에 이렇게 뻗대기 시작하니 말이다.

"좋다! 내 직접 네 녀석의 몸을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만약 마기가 흐른다면 곧바로 네놈의 단전을 부숴주겠다!"

이재원은 선언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음성에는 단호함이 잔뜩 서려 있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재원을 향해 천천히 단전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그의 단전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차악

이내 선우의 단전 위에 이재원의 손바닥이 닿았다.

움찔

그의 손바닥이 닿자 선우는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이재원에게 몸을 맡긴다는 생각에 살짝 긴장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새끼, 의심은 존나 많아서.'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재원의 집요함이 마음에 들지 않은탓이었다.

우우우우웅

그때 갑자기 단전에 내력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마기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비집고 들어온 이재원의 태허일기공의 기운이었다.

'.......태허일기공太虛一氣功.'

선우는 몸속에 들어온 익숙한 기운을 느끼며 안락함을 느꼈다.

본디 태허일기공을 통해 공령지체를 달성하게 된 선우였다.

불쾌감보단 안락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우우웅

이내 태허일기공의 기운들이 세맥과 혈맥에 전부 퍼지기 시작하였다.

혹여나 남아있을 마기의 존재를 찾으려는 심산인듯하였다.

'헛수고하네, 병신.'

선우는 그런 이재원을 바라보며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그의 행동이 무척이나 무의미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신선의 육체라고 불리우는 공령지체를 완성하면서 단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비워버린 상황이었다.

음양조화신공의 기운이 되었든

태어일기공의 기운이 되었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 느낄 리 만무하였다.

그는 무엇하나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선우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시발...뭐야...뭐지...어째서.....어째서..마기魔氣가 안 느껴지는거지!?'

한 편 선우의 단전 안에 기운을 흘려보낸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세맥과 혈맥 곳곳을 샅샅히 뒤졌지만 마기의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왜 없는거야!'

이재원은 속으로 절규를 하였다.

한껏 폼을 잡은 채 그를 꾸짖었던 자신이었다.

마치 마교의 주구를 잡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마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비웃을 것이다.

얻어맞은게 쪽팔려서 후기지수를 모함한 저열하기 짝이 없는 맹주라면서 말이다.

끔찍하였다.

'젠장 젠장 젠장'

이재원은 속으로 몇 번이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찾고 또 찾았다.

티끌이라도 남아있을 지 모를 마기의 존재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스윽

이내 이재원은 선우의 단전에서 천천히 손을 떼어내었다.

"어떻습니까? 마기魔氣가 느껴지던가요?"

선우는 단전에서 손을 떼어낸 이재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느껴지지 않았네."

'이재원은 자존심이 상한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다행이군요. 그럼 드디어 제 말을 믿어주시겠군요."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가 착각을 한 것 같네."

그 미소를 마주한 이재원은 이내 수긍을 하였다.

더이상 반박할만한 거리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웅성 웅성

이내 이재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뭐야, 건곤대나이를 익힌 자가 아니였어?"

"마교의 교도는 아닌듯 싶군."

"맹주가 너무 성급했어. 저렇게 저돌적으로 사람을 몰아부치면 어떻게 하겠는가?"

"맹주가 어리석었어...저런 건 제대로 확인을 했어야지 쯔쯧."

"그리 호언장담하더니......맹주께선 감이 죽은 듯 하군."

세인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으며 장내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하였다.

주요 주제는 맹주에 대한 험담이었다.

'이이이이익! 시발새끼들이!'

이재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마교의 주구를 잡았다며 칭송하던 새끼들이

급격히 태세전환하는 모습을 보이니 열불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다행이군요. 그저 맹주의 착각으로 끝나서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강조하듯 말을 이었다.

맹주가 착각하였다는것을 말이다.

마치 맥이는 것처럼 말이다.

"내.....미안하군."

이재원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마음같아선 되려 큰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리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았다.

여기선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대인배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는 방법이 가장 상책上策이리라

"충분히 착각할 만 합니다. 애초에 다른 가문의 비전절기를 보는 것만으로 익히는데 어찌 착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이내 감사를 표하였다.

실상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겸양과 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오해도 풀린 것 같으니 하던걸 마저 하는게 어떠신지요?"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던거?"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비무를 재개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비무가 하고 싶었다.

그것도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이재원과의 비무를 말이다.

그와 어느정도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무 재개를 요청하였다.

오로지 확인을 위해서 말이다.

'이 새끼봐라.'

한 편 이재원은 그런 선우를 인상을 찌푸린 채 바라보았다.

비무 재개를 요청하는 그의 자신감에 짜증이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겁을 먹지 않았다.

위협을 한다고 상당한 내력을 흩뿌렸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남자는 아무 감흥도 없는 것 마냥 자신을 대하고 있었다.

두려움 따위는 없다는듯이 말이다.

그 사실이 너무나 불쾌하였다.

"맞는 말일세, 비무는 재개 되어야지."

스르르릉

이내 이재원은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대에 손을 올리더니 이내 영롱하기 그지없는 빛을 뿜어대는 보검을 발검하였다.

"아니 어찌!?"

"맹주가 검을!?"

"허허허..저럴 수가.."

그 모습을 본 세인들은 경악을 하였다.

어떤 후기지수가 오든 맨손으로만 상대하던 이재원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재원이 장선우를 상대로 검을 뽑아든 것이다.

어찌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게나."

이내 이재원은 휘황찬란한 보검으로 선우을 겨냥하며 말을 이었다.

"사양치 않고 가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휘리리리릭

그리고는 옆구리에 매여져있던 용미연검을 풀어헤쳤다.

진심을 다할 심산이었다.

이내 무기를 빼어든 이재원과 선우는 진지하기 짝이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마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투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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