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4화 〉 575. 이변이 일어나다.
쇄애애액
이예설이 휘두른 검강이 이재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재원은 오른발을 뒤로 빼더니 그대로 축을 삼아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이내 이재원을 향해 쇄도하던 검강이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아니!?'
그 모습을 본 이예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재원의 빠른 대처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빈틈이군.'
이재원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짜악
그대로 손을 들어올려 그녀의 오른 손목을 후려쳐버렸다.
"으윽!"
챙그랑
손목에 고통을 느낀 이예설은 비명성을 내지르더니 이내 쥐고 있고 있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팍
이재원은 이내 손날을 들어올려 그녀의 목에 가져다대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위협을 가할 심산이었다.
부웅
그때 이예설이 다급히 발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검을 잃은 상태에서도 끝까지 반항할 심산인듯 싶었다.
'이년이?'
이재원은 짜증이 살짝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끝까지 반항하는 이예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완벽한 힘의 차이를 보여주며 천하제일인으로서 위엄을 보여주어야했다.
그런데 힘의 차이를 느꼈음에도 이렇게 몇 번이고 덤벼오다니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같네.'
덥석
이재원은 재빨리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들어올린 뒤 휘둘러버렸다.
부웅
그러자 이예설의 신형이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콰콰쾅
이내 그녀의 신형이 바닥에 처박히며 굉음이 터져나왔다.
'아, 시발, 실수했다.'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짜증이 치솟은 탓에 힘조절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쿨럭....쿨럭.."
이내 이예설이 처박혀있는 땅에서 그녀의 기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자세히 보니 피를 토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땅에 처박히면서 내상을 입은듯 싶었다.
'쯔쯧, 멍청한 딸년아, 그러니까 적당히 나대고 들어갔어야지.'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혀를 차기 시작하였다.
멍청하게 반항하여 상처를 입은 이예설의 행태가 꼴사납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더 해볼테냐?"
이재원은 짐짓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하루종일....할 수도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이예설은 양손을 들어올리며 조막만한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든 비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어리석은 년.'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생각하였다.
어리석고 우매한 년이라고 말이다.
바닥에 패대기쳐지면서 상당한 내상을 입은 상태일 것이다.
게다가 검수로서 검마저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런 꼴로 대체 뭘 어떻게한다는 말인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훌륭하다."
이재원은 속내를 감춘 뒤 감탄한듯 말을 내뱉었다.
"내상을 입고 검을 잃었음에도 무인으로서 기개를 보이는 모습이 귀감이 되는구나."
이재원은 대견스럽다는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좋다, 오라. 내 너의 모든 것을 받아주겠다."
이재원은 호기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맹주님."
이예설은 이재원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그대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내 백옥처럼 물들어 있는 수강이 이재원을 향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천월궁의 비전 절기 중 하나인 천월낙영수天月落影手였다.
'귀엽네.'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흘렸다.
이예설이 내지른 최선의 수가 너무나 하찮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예 기절시켜주마.'
이재원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쇄애애액
그리고 어지러이 난무하고 있는 천월낙영수 사이로 그대로 내질렀다.
퍽
"으윽!"
이내 이재원의 주먹에 가슴을 적중당한 이예설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주먹으로부터 전해진 충격량을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부우웅
이예설은 하염없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충격이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원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사랑하는 딸이 처맞는 꼴을 보는 건 가슴 아팠지만 그녀를 거침없이 패버리면서 맹주의 위신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대중들의 이목을 잡아끌 수도 있고 말이다.
'흐흐흐흐'
이재원은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날아가는 이예설을 바라보았다.
딸의 안위같은 건 일절 관심없는 모습이었다.
쇄애애액
이내 이예설은 상당한 거리를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연무장을 넘어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벽까지 말이다.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그녀의 신형이 그대로 벽에 처박힐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상당한 내상을 입고 말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안타까움에 침음성을 삼키고 있을 때였다
덥석
그때 누군가 날아가는 이예설을 그대로 붙잡아버렸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주르르르
그리고는 뒤편으로 꽤나 빠르게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충격량을 완전히 줄여버리진 못한 듯 싶었다.
주르르륵
그렇게 얼마나 뒤편으로 밀렸을까
뚝
이내 두 사람의 신형이 벽을 코앞에 두고 그대로 멈춰버렸다.
"아니?!"
"저게 무슨?!"
그 모습을 본 세인들은 놀란듯 경악성을 내뱉었다.
맹주가 휘두른 힘을 벽에 부딪히기 전 완전히 해소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세인들은 대번 시선을 돌려 이예설을 안아들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이내 그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예설이 벽에 처박히지 않도록 붙잡아 준 자의 정체가
천하제일의 기재 장선우라는 사실을 말이다.
"괜찮습니까? 이소저?"
선우는 자신의 품안에 안겨있는 이예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저는....괜찮아요오오.."
선우의 물음에 이예설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힌 채 답을 하였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선우는 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구해..줘서...고마워요오오.."
그녀는 선우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별말씀을요."
선우는 상큼하게 웃으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는 안아들고 있는 이예설을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시켜주었다.
그러자 이예설은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하였다.
누가봐도 부끄러움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선남선녀로다."
"....역시 장 소협은...이 소저를."
"어울리는 한쌍이로다."
"저 도도한 이예설이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그 모습을 본 세인들은 저마다 그들에게 이목을 집중시킨 채 말을 이었다.
영웅의 등장과 선남선녀 간의 미묘한 분위기가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탓이었다.
본디 세인들은 영웅과 사랑을 좋아하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저...저...저 시발새끼가!!!!!! 내 스포트라이트를!'
한 편 이재원은 자신에게 쏟아져야할 관심을 모두 채간 선우에 대한 짜증을 속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공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예설에게 더욱더 막대하였다.
공명정대한 맹주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모두에게 칭송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저 새끼가 모든 관심을 가져가버렸다.
그것도 무척이나 멋진 등장을 통해서 말이다.
'..........개새끼가.'
이재원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들거리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할 사람은 자신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할 사람은 자신인 것이다.
그런데 저 좆만한 새끼가 자신에게 쏟아져야할 관심을 빼앗아버렸다.
살심이 치솟았다.
저 새끼를 죽이고 관심을 돌리고 싶었다.
".......하하하하...고맙구려."
하지만 이내 이재원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감사를 표하였다.
살심이 어려있는 속내를 최대한 숨긴 채로 말이다.
"내 힘조절이 실패하여 딸아이를 크게 다칠게 할뻔 했구만."
이재원은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누가봐도 실수를 반성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아닙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하...겸손한 친구로구만."
이재원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칭찬에 감사를 드립니다."
"칭찬이 아닐세. 본맹주는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으니 말일세."
이재원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설아야, 괜찮더냐?"
이재원은 땅을 딛고 서 있는 이예설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저는 괜찮아요.."
"더 해볼 생각이더냐?"
이재원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요...더는 무리일 것같아요."
그의 물음에 이예설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내장이 뒤틀리는듯한 내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잘 생각하였다. 물러나는 때를 아는 것도 무인으로서의 소양인 법이지."
이재원은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훌륭한 성취를 이루었더구나. 고생하였다."
이재원은 만면의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그의 칭찬에 이예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어머니들과 선우를 통해 이재원의 추악한 실체를 알게 된 그녀였다.
추악한 그에게 칭찬을 받았다한들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
그녀의 떨떠름한 반응에 이재원은 뻘쭘함을 느꼈다.
그가 예상한 반응과 정 반대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예상한 반응은 자신의 칭찬에 감격에 겨워 눈물, 콧물을 흘리는 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저 어색하고 떨떠름한 표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시발, 딸년은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더니, 그 말이 딱이네.'
이재원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자신의 거룩한 칭찬에도 불구하고 띠껍게 반응하는 이예설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경심이 부족하였다.
천하제일인에 대한 존경심이
천무맹주에 대한 존경심이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말이다.
"그래, 의각으로 바로 가도록 하거라."
이내 이재원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예설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이동하여 연무장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이내 연무장에는 선우와 이재원만이 남게 되었다.
"내 다음 상대는 자네인듯 싶군."
이재원은 눈앞에 있는 선우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맹주."
"다른 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재원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럴 필요는 없을 듯 싶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호오, 흥미롭구만. 본 맹주를 혼자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재원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의 말이 너무나도 오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무림 최고의 무력 단체, 천무맹의 맹주이자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는 천하제일인이 아니던가
그런 자신에게 저런 광오한 말을 하다니
어찌 오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저 다른 이들은 방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다른 지지자들 따윈 방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만하구나."
이재원은 그를 깎아내렸다.
일단 깎아내리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자신이 있을 뿐입니다."
"궁금하구나. 그 자신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말이다."
이재원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 선우를 향해 무척이나 여유롭게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공격을 가만히 기다리던 때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그는 선우의 코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선우의 올곧은 눈빛을 마주보았다.
'불쾌한 눈빛이네.'
그리고 생각하였다.
티끌하나 없는 맑디 맑은 눈빛이지만 왠지 모르게 불쾌함이 올라오는 눈빛이라고 말이다.
보기가 싫었다.
당장에라도 눈앞에서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휘익
이재원은 가벼이 손을 휘둘렀다.
그간 후기지수들에게 휘둘렀던 공격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그러자 이내 그의 가벼운 손짓에서 어마어마한 돌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돌풍은 선우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당분간 그 눈깔을 온전히 못 뜨게해주지.'
이재원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가 꼼짝없이 당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휘리리리릭
콰쾅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손을 가벼이 휘둘렀던 이재원의 신형이 쉴새없이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땅바닥에 처박혀버렸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순식간에 말이다.
'......어라?'
순간 이재원은 너무나 당황하여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오연하게 서있는 남자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남자의 정체는 바로 장선우였다.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땅을 뒹굴고 있는 이재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재원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그런 선우를 그저 올려다볼 뿐이었다.
사태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