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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70화 (571/1,419)

〈 570화 〉 571. 경합에 대해 제안을 하다.

"후계 선발에 관해 제안할 것이 있소."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경합을 미룬지 벌써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소. 더 이상 지체되었다간 후보세력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 자명할 것이오. 그렇기에 본 맹주는 후계 경합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을 제안하는 바이오. 그들들의 생각은 어떻소?"

이재원은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

".........."

이재원의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제안을 선뜻 수락하기 찝찝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뇌부 중 하나이자 가장 큰 영향력을 갖추고 있던 구자엽의 가문이 멸문을 당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경합을 재개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는 찬성입니다. 더 이상 미뤘다간 반발이 거세질 것입니다."

그때 한쪽 구석에 있던 활빈당의 당주 이대곤이 입을 떼었다.

"저도 찬성합니다. 언제고 미룰수는 없는 일이지요."

"저도 찬성합니다...."

"저도....."

"저도.."

이대곤을 필두로 너도 나도 이재원의 의견에 동조를 하기 시작하였다.

'저자식들이....'

목기당주 두곽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조를 시작한 수뇌부들을 면면살펴보았다.

하나같이 친맹주파와 각 후보들에게 줄을 대고 있는 위정자들 뿐이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

두곽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권력을 위해선 동료의 죽음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에 화가났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다들 제 의견에 찬성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듯 하군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원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다수결에 따라 후계 경합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재원은 선언하듯 말을 이었다.

'허어.'

그 모습을 본 두곽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반대를 하고 있는 소수의 의견따윈 전혀 중요치 않다는 듯 넘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회의에선 의제에 관하여 무조건적으로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았다.

서로 논의를 통해 좀더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회의의 본질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짜고짜 다수결로 몰고 가서 제 주장을 관철시키다니

어찌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똑같구나.'

그는 생각하였다.

천무맹이라는 집단이 자신의 상상이상으로 천박한 집단이라고 말이다.

"어쨌든 그리 되었으니 경합을 어떤식으로 진행하며 좋을지 의견을 내주었으면 하네. 이런건 내 독단이 아닌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게 옳은 일이테니 말일세."

이재원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났음에도 누구하나 말을 내뱉는 이가 없었다.

대자보 사건이나 구씨세가 멸문 사건 등 워낙 큰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난 탓에 후계 경합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려난 까닭이었다.

"아무런 의견이 없는 것이오?"

그들이 말이 없자 이재원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생각해둔 사람은 본 맹주 밖에 없는듯하군."

이재원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맹주, 그렇다면 경합에 대해 따로 생각해둔 바가 있으십니까?"

활빈당 이대곤은 궁금하다는듯 맹주에게 물었다.

무척이나 의도적으로 보이는 물음이었다.

"생각해둔게 없지는 않다네.......자랑스러운 천무맹의 후계를 정하는 일인데 어찌 아무런 생각도 없을 수 있겠는가? 요즘 맹내가 워낙 어수선하여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구상해뒀던 것이 있다네."

"

이재원은 쑥쓰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역시 맹주께서는 깊은 혜안을 가지고 계시군요. 감탄하였습니다."

이대곤은 감탄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별일 아닐세. 맹주로서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재원은 겸양을 떨며 말을 받았다.

"별일이 아니라뇨, 여기 있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 아닙니까? "

"하하하하...이 당주께서 본 맹주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구려."

이대곤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칭찬이 싫지는 않은 것인지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넌 이번 후계 경합이 끝나면 승진이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꿀처럼 달콤한 입놀림을 가지고 있는 이대곤을 경합이 끝난 후 꼭 승진시켜주겠다고 말이다.

"금칠이 아니라 진심입니다.허허허허 그나저나 맹주께서는 어떤 방식의 경합을 구상해두셨는지 심히 궁금하군요."

이대곤은 궁금함이 담겨있는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하니 그럼 내 구성안부터 말하도록 하겠네. 다른 의견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일세."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머리 싸매고 있는 것보단 맹주의 고견을 듣는 편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이대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재원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간신이라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내 이번 경합에 대해 무척이나 심사숙고를 하였다네. 어떤 인재가 차기 천무맹주로서 어울리는 자질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말일세. 처음에는 높은 무력을 겨루는 편이 나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네. 강건한 무력이야 말로 천무맹주로서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지."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고 말고요. 무력이야말로 맹주가 갖춰야할 기본 소양이지요."

이대곤은 맞장구를 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력이 전부인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어찌 보면 천무맹주라는 직책은 조직을 운영하는 관리자가 아니던가? 조직의 운영과 관리 또한 천무맹주의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틀린 말이 아닙니다. 천무맹이라는 거대한 집단을 이끌기 위해선 무력 뿐 아니라 운영과 관리 능력 또한 빼놓을 수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다보니 무력과 운영과 관리 능력 외에도 중요한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네."

이재원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협의俠義일세."

"협의俠義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우리 천무맹의 창립이념이 무엇인가? 협俠이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행하지도 않는 협의지사들의 모임이 아니던가? 본 맹주는 그 협의俠義 또한 무력과 운영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본 맹주는 그대들에게 이 세가지를 주제에 관한 각기 다른 경합을 제안을 하고 싶다네."

"각기 다른 경합이라뇨?"

이대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에게 되물었다.

"간단하네. 무력에 관한 경합, 운영능력에 관한 경합 그리고 협의에 관한 경합을 각각 다르게 치루는 것일세."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각 경합에서는 점수를 매기는 종합적인 총점이 가장 높은 후보가 최종적인 후계로 선발되는 걸세."

"하지만 맹주 그런식의 경합이라면 어중간한 후보가 후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때 잠자코 있던 목기당주 두곽이 손을 번쩍들고는 반박을 하였다.

저런 식의 경합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중간한게 아닐세. 모든 평균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후계를 선출하고 싶을 뿐이지."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시발놈아 만능캐 몰라? 만능캐?'

물론 속으로는 딴지를 걸고 있는 두곽에 대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지만 말이다.

"저는 반대입니다. 그런 어중간한 능력을 갖춘 이보단 특출난 인재가 나을 것입니다."

"쯔쯧....목기당주는 무척이나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구만."

'이재원은 혀를 살짝 차며 말을 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찌 한 가지만 잘한다고 특출난 인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뭐든 할수있는 인재야 말로 이 시대가 그리고 이 천무맹이 원하는 전형적인 인재상이라고 할 수 있다네."

"모든 할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깊이가 얕다는 말이 아닙니까? 얕은 깊이를 가진 자가 어찌 조직을 운영하고 이끌어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두곽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여러 분야에 발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가 얕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찌 깊이가 얕은 자가 제대로된 맹주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맹주라는 자리는 여러 조직을 조율하고 중재하며 관리하고 운영하는 자리일세. 오히려 깊이보다 넓이가 더욱더 중요하다는 말일세."

이재원은 두곽의 말에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반박을 하였다.

계속되는 그의 반발에 살짝 짜증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아, 새끼 말존나 많네.'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눈앞에 있는 빡빡이 새끼 또한 조만간 처리해버리자고 말이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두곽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여러분들도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

"............"

하지만 그의 말에 선뜻 동조하는 이는 몇 몇 소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대다수 후보들에게 줄을 대고 있는 자들은 이재원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후계 경쟁은 이예설에게 무척이나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림 최고의 기재들이라고 불리우는 용봉들을 단번에 제압해버린 장선우를 휘하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맹주가 무력 뿐만 아니라 다른 경합까지 제안을 한 것이다.

어찌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력에 국한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이길 승산이 말이다.

"아무래도 두 당주의 의견에 찬동하는 자들은 소수에 불과한듯 하오."

이재원은 슬그머니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

털썩

그 말을 들은 두곽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더니 그대로 자리에 앉아버렸다.

주도권이 이재원에게 완전히 넘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들어줄리 만무한 것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하오. 두당주."

이재원은 그런 두곽을 바라보더니 이내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무척이나 얄궂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개자식.'

그 얄궂은 미소를 마주한 두곽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저 조롱기 다분한 모습에 짜증이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다른 분들도 수긍한 것 같으니 이제 경합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소."

이재원은 대충 상황을 정리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력에 관한 경합은 본 맹주가 직접 주관하여 그들을 평가하도록 하겠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맹주?"

그의 말을 들은 이대곤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에게 물었다.

"단순히 후보자들 간의 비무로 결정된다면 무력이 아닌 대진운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오. 본 맹주는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후보자들과 직접 비무를 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겠소."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맹주, 이번에 후계 경쟁에 참가한 이들은 스무 곳이 넘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들을 일일히 전부 평가한다는 말입니까?"

이대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번 후계 경쟁은 이재원의 자식 뿐 아니라 구파나 중소문파에서 인원을 꾸려 참가한 이들이 수두룩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일히 비무를 하겠다는 이재원의 말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충분히 감수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오."

그의 물음에 이재원은 무척이나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대곤은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참가한 후보만 스무명이 넘는 상황이었다.

그들을 지지하는 후기지수를 포함한다면 백명이 넘는 인원인 것이다.

그 인원을 맹주 혼자 감당한다고 하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너무 걱정 마시오. 본 맹주는 천하제일인이라는 과분한 명예를 품고 있다오. 늙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이제 막 싹을 틔운 후기지수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오."

이재원은 짐짓 호탕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호방함이 절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이의있습니다."

그때 잠자코 앉아있던 팔복당주 허삼관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해보시오."

이재원은 짐짓 태연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분명 맹주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후보자 세력 간의 비무로 경합을 판가름하게 된다면 분명 능력이 아닌 운으로 결과가 좌지우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맹주께서 독단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삼관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오?"

이재원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만약 맹주께서 독단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면 원하는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본 맹주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이오?"

이재원은 불쾌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럴리가요. 제가 아닌 다른 이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그런 말입니다."

이재원의 불쾌한듯 보이는 물음에 허삼관은 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아, 시발 머리통 존나 터트리고 싶네.'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살인욕구가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 능글거리는 태도가 심히 거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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