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64화 (565/1,419)

〈 564화 〉 565.사랑하는 부군께서 간살을 한거랍니다.

"뭐..뭐라구요!?"

"그게 무슨!?"

당진설의 말을 들은 이재원의 부인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진설이 도저히 말도 안되는 말을 지껄였기 때문이었다.

구씨세가를 멸문시킨 범인이 남편이자 맹주인 이재원이라니

어찌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일 수 있다는 말인가

".......당진설."

주소양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아는가?"

"그녀의 눈빛에는 북풍한설보다 차가운 한기가 가득 차 있었다.

"글쎄요?"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 발언은 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말이다. 너는 이 말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재원은 천무맹의 창립자이자 맹주이다.

가장 청렴해야하고 올바르어야할 맹주가 차마 말로 담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살인사건의 진범이라니

만약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맹의 근간이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감당 못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근거는?"

"근거라면 팽부인께서 모든 걸 말하지 않으셨나요?"

당진설은 한쪽 구석퉁이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팽가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황건당주 구자엽에게 원한이 있는 현경에 다다른 남자."

당진설은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맹주일 수밖에 없잖아요?"

"억측이다. 정황상 증거만 가지고는 맹주를 범인으로 몰수는 없다."

주소양은 차가운 시선으로 당진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황상 맹주가 유력하기는 하나 이는 정황상일 뿐

실질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었다.

사건의 목격자나 증거나 필요하였다.

맹주가 그런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말이다.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하도록 하라. 당진설."

주소양은 눈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흐음.....실질적인 증거라....."

당진설은 고심하는듯 입을 열었다.

"설마 심증만으로 그가 범인이라 확정지은 건 아니겠지?"

주소양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럴 리가요."

당진설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혹시 맹주의 몸에서 특수한 향이 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향?"

"향이라니?

그녀의 말을 들은 부인들은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몸에서 대체 무슨 향이 난다는 말인가

"향이라고 하니 어려우셨나보네요. 그럼 혹시 맹주의 품에 안기면 왠지 모르게 고양이되고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낀 적 있지 않나요?"

그녀는 부인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끄덕

끄덕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부인들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처음 말했던 향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의 품에 안겼을 때 왠지 모르게 고양되고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의 품에 안겼을 때 그런 기분이 들긴 하였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주소양은 수십 년전 그에게 안겼던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자세히는 기억나진 않았지만 확실히 그랬던 것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당진설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으로 주소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니겠느냐."

주소양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결론을 내려버렸다.

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아니라면 결코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야릇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자신의 주인님이자 특급 조련사인 장선우가 수백 수천배 더 좋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틀렸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내저었다.

"뭐라고!?"

"그건 향때문이에요. 맹주의 몸에서 배출되는 특수한 향 말이에요."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주소양은 의문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맹주께서는 교접을 할 시 몸에서 특수한 체향을 배출시켜요. 그리고 그 특수한 체향을 맡게 되는 여인들은 자극적인 고양감과 흥분감을 얻게 되지요.말하자면 천연 미약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당진설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거짓말!, 그런 체향이 맡아졌다면 내가 몰랐을 리 없다!"

그녀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언성을 높이며 부정을 하였다.

그녀의 주장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절대지경이라고 불리우는 화경

그것도 상경에 위치한 고수였다.

그런 자신이 이재원의 체향을 맡지 못할 리 없었다.

경지가 높아진 만큼 오감이 발달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니요, 몰랐을거예요. 그가 발산하는 체향은 너무 은밀해서 제대로 의식을 하지 않으면 향이라고 인식하기 힘들거든요."

당진설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당진설, 너는 어떻게 그 체향을 맡을 수 있었던 거지? 초절정에 불과한 네가 나보다 오감이 예민하다는 말인가?"

주소양은 의혹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진설은 초절정에 불과하였다.

그런 그녀가 화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신조차 맡지 못한 체향을 맡았다고 생각하니 영 신뢰가 가지 않았다.

"제가 말했잖아요. 중요한건 오감이 아니라 인식이라고요."

"너는 어떻게 향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지?"

"후훗,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시는건가요?"

주소양의 물음에 당진설은 희미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어릴적부터 수백 수천 수만가지의 향을 맡으며 후각을 초월적으로 발달시키는 당가의 직계혈족이예요. 향에 대해선 누구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당진설은 눈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맡을 수 있었습니다. 맹주의 몸에서 발산되는 야릇한 체향을 말입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네 말대로 그런 향이 발산된다고 치자. 그런데 그게 이 맹주가 진범이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거지?"

주소양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수사 당일 집법당주의 부탁으로 시체들을 부검하는 자리에 참석을 한 적이 있었답니다."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혹여 시체에 머무르고 있을지 모를 시독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죠."

"시독을?"

"네에, 사람은 죽으면 독을 발산하게 되거든요. 조심하지 않으면 그 독에 검시관이 중독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답니다. 그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부검 현장에 초청되었지요."

당진설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부검 현장에서 맡을 수 있습니다."

당진설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맹주가 발산하던 지독한 체취를 말이에요. 그리고 그 체취를 맡은 순간 알 수 있었어요. 구씨세가를 멸문시킨 진범의 정체가 천무맹의 지존이자 우리가 사랑하는 남편 이재원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당진설은 확신에 가득 찬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그런.."

"그럴..수가.."

"어찌...그런 일이.."

그녀의 말을 들은 부인들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믿기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꽤나 소원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는 엄연히 자신들의 남편이자 사랑하는 자식들의 아버지였다.

그런 그가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잠깐만요, 분명 당부인께서 부검실에 다녀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맹주께서도 부검실에 다녀가셨어요. 그 때 향이 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때 팽가련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다녀가기 전 부검실을 들렸던 이재원이었다.

그때 체취가 배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요. 맹주의 향은 사건 현장에서 배였습니다. 이는 확신할 수 있어요."

당진설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으며 팽가련의 말을 부정하였다.

"어떻게 그걸 확신할 수 있죠?"

팽가련은 그런 그녀의 부정에 재빨리 반박을 하였다.

어찌 저리도 확신에 찬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맹주의 체취는 성교시에만 발산된다구요. 그런 특수한 향이 단순히 부검실을 다녀갔다고 배여버릴리 만무하지 않은가요?"

당진설은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향이 배인 곳은 구자엽의 딸, 구하린의 시체에서였어요. 아주 진득하게 배여있더군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거짓말!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야!!!!"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제갈주경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인해 잔뜩 상기되어있는 상태였다.

당진설이 거짓을 고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은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였다.

그런 남자가 저런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을 하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에게 이재원은 영웅이었다.

목숨을 걸고 중원 무림을 구제한 영웅 말이다.

그런 영웅을 추악한 살인귀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짓말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당진설이 꾸며낸 거짓이 분명하였다.

"제갈 부인은 맹주에 대한 신뢰가 깊군요."

당진설은 작은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당연한 말이야! 그는 무림을 구한 영웅이자 내 하나뿐인 남편이야 또한 우리 규아와 진아의 하나뿐인 아버지이기도 하지. 그런 사람을 내가 믿어주지않으면 대체 누가 믿어주지?"

제갈주경은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는 눈동자로 당진설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재원에 대한 신뢰가 가득 차 있었다.

"하아아아아......."

그 눈빛을 마주한 당진설은 옅은 신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저 신뢰로 가득 찬 올곧은 눈빛을 마주하니 저열한 욕구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저 신뢰로 가득 찬 눈동자를 절망의 빛으로 채워버리고 싶다는 저열한 욕구가 말이다.

"제갈부인, 그거 아시나요?"

"뭐가 말이죠!"

"여자의 시체에서 맹주의 체취가 묻어나온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랍니다."

당진설은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뭐...뭐라고요!?"

제갈주경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남편의 체취가 묻어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 십오년 전이었나? 천무맹에는 검황劍皇 양태산과 검술로는 우열을 다투기 힘들 정도로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었던 검제劍帝 윤제겸이라는 자가 있었어요. 그리고 윤제겸에게는 꽃같은 손녀딸이 있었는데 어느날 무참하게 간살을 당한 채 매음굴에 버려진 일이 있었답니다."

당진설은 차가운 눈빛으로 제갈주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시에도 저는 부검 현장에 초청받아 시독을 해독하던 일을 하였는데요. 그때도 맡아지더군요. 맹주의 지독하리만큼 진한 체취가 말입니다."

당진설은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제갈주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검제의 손녀 뿐 아니에요. 송검문주의 막내딸도 금접문주의 고명딸도, 철환대협의 약혼녀도 지금껏 천무맹에서 간살당했던 여인들 모두! 이재원의 체취가 묻어있었어요!"

당진설은 광기 어린 눈빛을 빛내며 열변을 토해내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 것 같나요?"

당진설은 제갈주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설..마.....그...여인들..모두..?"

그녀의 물음에 제갈주경은 입을 덜덜 떨며 말을 내뱉었다.

"맞아요. 전부......모두.....사랑하는 부군께서 간살을 한거랍니다."

당진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반성따윈 없이 수십년동안 말이에요."

"아니야!!!!!!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당진설의 말을 들은 제갈주경은 격하게 부정을 하였다.

그럴리가 없었다.

자신이 겪은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이다.

"억측이야! 전부 모함이라고!!!!!!"

그녀는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모함일 것이다.

모두 저 독사같은 년의 모함이 분명하였다.

"제갈부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당진설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제갈주경은 표독스럽게 눈을 치켜뜨며 적대적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무림 최고의 전력들이 모여있는 천무맹에서 수십년간 간살범하나를 잡지 못하는 것을 말이에요. 천무맹에는 화경에 다다른 당주들과 현경에 다다른 맹주가 상주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그건...간살범이...워낙..은밀하게...움직여.."

"인간의 한계점이라고 불리우는 화경의 고수와 신선이 되는 과정이라고 불리우는 현경의 고수들의 이목을 피하면서요?"

제갈주경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똑똑하기로는 자신 못지 않은 아니 오히려 자신보다 뛰어날지 모를 여자가 사랑에 눈이 멀어 애새끼나 다름없는 논리를 펼치는 걸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

그녀의 물음에 제갈주경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반박할만한 논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간살범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어요. 수십 년간 간살을 일삼아왔던 범인의 정체가 천무맹의 최고 고수이자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이재원이었기 때문이죠."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제갈주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주경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더불어 신뢰가 가득 찬 눈빛에는 절망과 실망의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당진설의 말에 설득이 되고 만것이다.

씨익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의 입가에는 진하디 진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