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58화 (559/1,419)

〈 558화 〉 559. 구씨세가에 잠입하다.

"끄아아아아아악!"

이재원은 괴성을 내질렀다.

참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쿠콰콰쾅

책상을 부쉈다.

콰콰콰쾅

주먹을 휘둘러 벽을 부숴버렸다.

빠지지직

발을 굴려 바닥를 부쉈으며

우지끈

발로 걷어차 탁자를 부숴부렸다.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순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말이다.

"개같은 새끼가아아아아아!!!!!!"

이재원은 핏발 선 눈빛을 반짝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분노해본 것은 말이다.

일 년 전 백화봉에서 기억폭행 당한 이후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죽어! 죽어! 죽어!"

'이재원은 쉴새없이 발을 내리찍으며 목재로 된 바닥을 그대로 부수기 시작하였다.

우지직

우지직

이내 집무실 바닥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되고 말았다.

현경에 다다른 절대고수.

이재원의 발길질을 견디지못하고 전부 부숴져버린 것이다.

"으아아아아악!"

이재원은 집무실에 있는 모든 바닥을 전부 헤집었음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비명성을 내질렀다.

그의 비명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구자엽! 구자엽! 구자여어어어업!!!!!!"

그는 화가났다.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며 자신을 탄핵하겠다고 지껄이는 구자엽에게 말이다.

자신은 무림의 영웅이었다.

또한 천무맹이라는 단체를 설립한 지도자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탄핵한단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이다.

어찌 짜증이 치솟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어불성설이었다.

짜증이 치솟았다.

그리고 치솟은 짜증은 이내 분노로 바뀌게 되었다.

분노는 그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시발! 시발! 시발!"

이재원은 연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대로 물러날수는 없었다.

탄핵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천무맹은 자신이 세운 파라다이스였다.

재력도

명예도

권력도

계집질도

얼마든지 충족시킬 수 있는 파라다이스 말이다.

그런데 어찌 자신이 쫓겨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이새끼들이 진짜 단체로 미쳤나?'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동안 뭔 지랄을 해도 어화둥둥하며 자신을 떠받들었던 이들이 바로 수뇌부들이었다.

그 완고하고 깐깐하던 구자엽조차 자신의 말이라면 수긍하고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갑자기 개지랄이라는 말인가

독단을 허용하지 않겠다니

억지를 부리면 탄핵을 하겠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한순간에 바뀌었는데 말이다.

'웃기지마! 내가 이대로 탄핵 당할 줄 알고!?'

이재원은 살기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탄핵을 당할 수 없었다.

쫓겨난다면 자신이 아닌 구자엽이나 수뇌부들이 쫓겨나야되는 것이다.

자신은 무림을 지배하는 왕이다.

더불어 가장 존귀한 존재였다.

그런 자신이 왜 물러나야한다는 말인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무림인 새끼들은 미개하기 그지없는 짱개들이다.

그런 짱개새끼들을 위대한 지도자이자 현대인인 자신이 지도하고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 잘못이된다는 말인가

이것이 어찌 독재라는 말인가

억지였다.

억지가 분명하였다.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한 수뇌부의 억지말이다.

'구자엽'

으득

이재원은 이를 으득하고 갈았다.

아무래도 만악의 근원은 구자엽인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새끼일 것이다.

이런 치촐하고 미성숙한 일을 저지르는 이라면 말이다.

'나를 건들었겠다?'

이재원은 혈광이 서려있는 눈빛을 반짝거렸다.

'착짱죽짱이라더니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구나.'

그는 예전에 봤던 내용을 상기하며 다짐하였다.

저 싸가지 없는 새끼를 착한 짱개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맹주에 대한 맹목적인 추앙을 지양하는 수뇌부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재원의 눈빛이 요사스럽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

천무맹은 제남에서 꽤나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적과 공적에 따라 소유하고 있는 땅을 맹원들에게 제공하여 제남에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기에 연배가 어느정도 찬 맹원들 대다수는 집을 하나씩 소유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직급이 올라갈 수록 제공되는 땅의 크기는 더욱 커지며 수뇌부급 인사라면 거대한 장원을 짓고 사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는 구자엽의 가문인 구씨세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디 절강성에 위치하여 터주대감 역할을 하던 구씨세가는 이십여년 전 제남으로 이주해왔다.

구자엽의 아비, 구강태가 오직 협을 숭상하고 협을 행하자는 이재원의 이념에 이끌리면서 말이다.

이재원은 구강태를 좋아하였다.

그의 명령이라면 기름을 뒤집어쓰고 불길 속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충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충심 덕분일까

천무맹이 설립된지 정확히 십여년이 흐른 뒤 구강태의 아들인 구자엽은 은퇴하는 아비의 뒤를 이어 황건당의 당주로서 권력을 승계받을 수 있었다.

구강태를 좋게 보고 있던 이재원의 배려였다.

처음 권력이 승계되었을 때만해도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내심 기뻤던 구자엽이었다.

무림 최고 세력인 천무맹의 당주가 되어 권력의 중심지에 설 수 있게 되었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는 생각하였다.

아비와 마찬가지로 이재원을 훌륭히 보좌하여 맹을 이끌어가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바램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직접 겪어본 이재원은 상상이상으로 모자라고 멍청한 작자였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 또한 하염없이 부족하였다.

무려 수십년 간 맹을 경영해온 그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 당의 역할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그의 마누라를 비롯한 친인척들은 요직을 차지한 뒤 맹의 예산을 전부 갉아먹고 있었다.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을 리 없었다.

맹주가 병신인데 훌륭히 보좌한다고 무엇이 바뀌겠는가

당주가 된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걸고 넘어진적이 있었다.

너무 이상하다고

이건 제대로 된 조직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제외한 수뇌부들은 그저 맹목적으로 맹주의 의견에 따를 뿐 누구하나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가 없었다.

그 모습에 구자엽은 크게 실망을 하였다.

닳고 닳은 정치인들이 모여있다는 수뇌부의 수준이 하염없이 낮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이대로 냅뒀다간 맹이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말이다.

이내 그는 결심하였다.

어떻게든 맹을 제대로 굴러가게 만들자고 말이다.

그런 결심을 한 이후 구자엽은 이재원에게 항상 반발하였다.

말도 안되는 개짓거리를 정책이랍시고 펼쳐대는 꼴을 보아하니 이대로 냅뒀다간 아버지가 수십 년간 몸을 바쳤던 천무맹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끝없는 반발 덕분인지

맹은 어느정도 조직이라는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당장에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모래성에서 짚으로 만든 볖집 수준으로 상향된 것이다.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그의 친인척들은 비리를 저지르며 재산을 축적하였지만

여전히 이재원은 병신 새끼였지만

구자엽은 만족하였다.

체계라는 것 따윈 전혀없는 병신 집단을 그나마 구실이라도 할 수 있게 바꿔놓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사건이 그런 그의 소소한 만족을 송두리쨰 망가뜨려버렸다.

바로 장삼이 저질렀다던 팽지윤의 간살 사건이었다.

어느날 맹주의 대제자인 장삼이 팽지윤을 간살하였고 현행범으로서 그자리에서 구속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 그 소식을 접한 구자엽은 코웃음을 쳤었다.

너무나 작위적인 상황이 눈에 뻔히 들어온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어찌 그가 팽지윤을 간살한 때에 맞춰 그를 급습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대제자의 신분에 위치한 장삼을 말이다.

그는 생각하였다.

분명 시덥지 않은 음모가 얽혀있다고 말이다.

아니 그 뿐만 아니었다.

대다수 수뇌부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장삼에게 누명이 씌워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침묵을 하였다.

맹주과 돌아온다면 어련히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전혀 들어맞지 않게 되었다.

장삼은 도망쳤고 이재원은 그런 장삼에게 더한 누명을 씌워버렸다.

수십년 간 잡히지 않았던 연쇄 간살 사건의 범인으로 장삼을 지목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구자엽은 이재원이라는 인간자체에 대한 역겨움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그저 자존심만 강한 멍청이라고 여겼던 맹주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판단이 틀렸던 것이다.

자존심만 강한 멍청이일 뿐 아니라 쓰레기 새끼였다.

그것도 상종 못할 쓰레기말이다.

어찌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위해 제자를 희생한다는 말인가

장삼이 불쌍하였다.

더불어 이재원에 대한 역겨움이 치솟아올랐다.

그는 그때부터 생각하였다.

천무맹을 위해선

아버지가 십여년 동안 쌓아올린 천무맹을 위해선

이재원을 탄핵시켜야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천무맹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일단 몸을 낮췄다.

제자마저 비정이 잘라버리는 그에게

자신 따윈 언제든 잘라버릴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장삼을 희생양으로 만든 것에 대해 침묵을 하였고 서서히 반맹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흐르고 후계 경쟁이 재개된 오늘 그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탄핵의 실마리가 완성된 것이다.

맹은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협의지사들의 모임을 표방한 단체였다.

그런데 그런 협객들을 강제로 옭아매려고 한 것이다.

어찌 반발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이재원의 독재를 꼬투리 잡았고 수뇌부의 대다수는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였다.

그들 또한 알게 모르게 쌓였던 것들이 일시에 폭발한 것이다.

"후후후후."

구자엽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아버지가 몸바쳐 초석을 다졌던 천무맹을 드디어 구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기분 좋으신 일이라도 있나봐요?"

그때 그의 앞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딸 구하선이 웃고 있는 아비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은 맹에서 즐거운 일이 있었단다."

구자엽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 무슨 일인데요?"

그러자 옆에 있던 그의 아내, 하씨 부인이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내 확정이 된다면 그 때 말해주리라"

"에엥, 네놈은 어찌 그리도 확실히 말하는 것이 없느냐"

백발이 성성한 노인, 구강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원체 궁금증이 많은 구강태였다.

뜸을 들이는 구자엽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하하하하하, 궁금하셔도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구자엽은 웃음을 살짝 터트리며 어찌어찌 말을 넘겼다.

이재원을 탄핵시키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이재원의 추종자인 구강태가 노발대발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에잉, 마음에 안들어! 네놈이 그러니까 며늘아기가 항상 답답해 하는 것이 아니더냐!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구강태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버님, 이이가 이러는게 어디 한두번인가요? 저는 이제 그러려니 한답니다."

구강태의 말을 들은 하씨 부인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보게 며늘아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런 멍청한 놈과 헤어지고 새신랑을 맞이하거라."

"후훗, 이런 아줌마를 누가 받아준다고요."

하씨부인은 구강태의 익살스러운 말이 재미가 있었는지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받아준다는 사람만 있으면 떠나갈것처럼 말하는구려."

"못 떠날것도 없지 않을까요?"

"허허.....수십년의 정이 덧없구려."

"그러니 좀더 잘하지 그랬어요."

하씨 부인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럼 저는 누구를 따라가면 될까요?"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구하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는 네 어미보다 더하는구나 하하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구자엽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구김없이 농을 내뱉는 딸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내 방안에는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

뚜벅 뚜벅

복면을 쓴 이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뚜벅 뚜벅

복면을 쓴 것치곤 무척이나 당당하고 거만한 걸음걸이였다.

은밀하고는 아득히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이내 복면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면에는 커다란 정문이 보였고 정문 윗쪽에는 구씨세가라고 적혀있는 현판이 달려있었다.

복면을 쓴 이는 눈이 반달처럼 곱게 휘어버렸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운듯한 모습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복면인은 이내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구씨세가의 정문을 향해서 말이다.

무척이나 거만하고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말이다.

"누구냐!"

이내 그가 코앞까지 도달하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위사들이 창을 겨누었다.

복면인의 방문을 그리 반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엑스트라는 꺼져."

그 말을 들은 복면인은 담담히 말을 내뱉었다.

"뭐...뭣"

"그..게..무슨.."

촤아악

순간 수문위사들의 목쪽에 붉은 실선이 생기더니 핏물이 터져나왔다.

데구르르르르

그리고는 머리통이 그대로 땅에 떨궈져버렸다.

마치 목을 베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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