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7화 〉 558. 살의를 품다.
"그 말인즉슨 제 결정에 불만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이재원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무방합니다. 맹주."
황건당주, 구자엽은 그런 이재원의 눈빛을 피하지 않은 채 담담히 말하였다.
"하아."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가 자신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았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직접적으로 적의를 내비출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대체 뭐가 불만이오?"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대체 뭐가 불만이기에 여기까지 그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것이오?"
"불만이 뭔지 모르다니.....이 또한 당황스럽군요. 맹주. 정녕 모르는 것입니까?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시는 겁니까?"
구자엽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내 진짜 모르겠소. 내 결정이 대체 어디가 잘못됐다는 말이오? "
"맹주, 천무맹의 설립 의도가 무엇입니까? 협을 숭상하고 협을 행하는 자유로운 협의지사들의 모임이 아닙니까?"
"그게 어쨌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설립 의도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구자엽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해를 할 수 없구려! 어찌 내가 설립 의도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말이오!"
"우리는 협을 숭상하고 행하는 자유로운 협의지사들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맹주께서는 그런 협의지사들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려고 들지 않으십니까!"
구자엽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한눈에 봐도 화가 잔뜩 나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라!? 내가 언제 그랬다는 말이오!"
"그리하였소! 이번 후계 경합을 맹주께서 독단으로 정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독재와 무엇이 다르다는 말입니까?"
"나는 천무맹의 맹주요! 어찌 맹주가 결정권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답답하다는듯 가슴을 두드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자신은 맹주였다.
세상을 구한 무림의 영웅이자 이 짱개 왕국의 군주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딴 좆만한 일에 대한 결정권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말인가
화가났다.
너무 화가나서 짜증이 미친듯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맹주께서 모든 걸 다 홀로 결정한다면 수뇌부가 어찌 필요하겠습니까? 회의를 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맹주와 수뇌부의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는데 어찌 자유를 부르짖으며 맹원들 앞에 떳떳하게 설수 있겠습니까!?"
구자엽은 화가난듯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언성을 높였다.
"그렇다면 나는 그저 허수아비처럼 서있기나 하라는말이오?"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같이 논의하여 방법을....."
"그게 그 말이 아니오!"
이재원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내가 무슨 의견을 내든 그대들이 반대하면 의견을 접어야한다는 말이 아니오?"
"접어야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더 나은 방안을 조율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일뿐이지요."
"그게 그 말이 아니오? 어쨌든 내 의견을 받아들여주지는 않는다는 말이 아니오?"
"물론 모두가 반대할만한 의견이라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구자엽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보게, 황건당주, 난 맹주요. 천무맹을 지배하는 지존이라는 말이오. 그런데 어찌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가 있소?"
"천무맹이 맹주의 사조직이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지만 천무맹은 사조직이 아니오. 협이라는 명분하에 모인 공동체란 말입니다. 그리고 맹주 또한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선출된 자리에 불과합니다. 그들을 대표하는 자이지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구자엽은 속에 품고 있던 말을 그대로 내뱉으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자꾸만 지배하려고 드는 맹주에 대한 반발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무언가 깊은 고심에 빠진듯이 말이다.
구자엽은 그런 이재원을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렸다.
무언가 말이라도 내뱉어주기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황건당주."
이내 이재원은 생각을 마친듯 천천히 입을 떼어 구자엽을 불렀다.
"하명하시지요."
"그대가 말하지 않았소. 맹주는 맹원들을 대표하는 자리라고 말이오."
"그리 말하였습니다."
"그럼 더더욱 내 독단으로 결정해야하는 것이 아니오?"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 결정이 곧 맹원들의 결정일텐데...어째서 내가 수뇌부의 의견을 수렴해야한다는 말이오?"
"분명 맹주께서는 맹원들을 대표하는 위치에 서있는 것은 맞으나 수뇌부 또한 맹원들을 대표하는 이들입니다. 그런데 어찌 맹주의 독단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말입니까?"
구자엽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말도 안되는 개같은 논리를 들이미는 그에게 한심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보게, 황건당주. 내 다시 묻지."
"하명하십시오."
"맹주가 높은가? 아니면 수뇌부가 높은가?"
".......그...그게...무슨?"
구자엽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둘다 맹원들을 대표하는 자리긴 하지만 계급상 우열은 있을 것 아닌가? 말해보게. 누가 더 높은 계급이지?"
이재원은 서늘한 눈빛으로 구자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맹주께서 더욱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계십니다."
이재원의 말을 들은 구자엽은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그럼 되었구만. 이제 토 달지말게."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까!"
이재원의 개같은 소리에 구자엽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맹원들은 수뇌부들보다 맹주인 나를 신뢰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 대다수 맹원들은 내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것에 찬성을 할걸세. "
이재원은 확신에 찬듯한 눈빛으로 구자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궤변입니다! 어찌 계급으로 모든 것을 따진다는 말입니까! 맹주는 최종 결정권자이지 황제나 왕이 아닙니다! 아니 황제나 왕이라해도 이렇게 독재를 한다면 폭군의 칭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구자엽은 시뻘개진 얼굴로 이재원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지금 내가 폭군이라는 말인가?"
이재원은 기분 나쁜듯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배움이 부족한 이재원이었지만 폭군의 의미정도는 알고 있었다.
연산군같은 놈이라는 말이 아니던가
'시발 새끼가 나를 게이로 봐?'
영화속에 연산군을 상기해낸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역사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에게 폭군은 영화속에서 그려진 연산군의 이미지 였기 때문이었다.
영화속 연산군은 게이였다.
"만약 그런식의 궤변을 펼치며 독재를 하겠다면 폭군이라 칭한다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구자엽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재원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새끼가...'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한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개기는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열불이 터져올라 당장에라도 머리통을 뽑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시발....참자.......참아..'
하지만 이재원은 속에서 차오른 울화를 간신히 가라앉혔다.
수뇌부들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갖춘 구자엽이었다.
그를 여기서 죽였다간 폭동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완고한 성품을 가진 구자엽이었지만 그를 추종하는 이는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보게, 구자엽."
이재원은 화를 최대한 누그러뜨린뒤 그를 불렀다.
"폭군이라 말해도 상관없다네. 나는 내 길을 갈터이니 말일세."
이재원은 똥고집으로 똘똘 뭉친 소신을 밝혔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도 구자엽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뇌부와 함께 논의를 하는 편이 나은 결정이었다.
경합을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공정할까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하찮은 짱개에게 굽히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이재원을 고집부리게 만들었다.
말도 안되는 궤변을 씨부리면서 말이다.
".................."
이재원의 말을 들은 구자엽은 입을 꾹 다물었다.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이재원의 행동거지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탓이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좋은 말로는 이재원의 똥고집을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맹주."
이내 구자엽이 천천히 입을 떼어내어 이재원을 불렀다.
"말씀하시오."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되물었다.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물론이오. 본 맹주는 맹원들을 대표하는 자리에 선 자요. 그런데 어찌 뜻을 함부로 굽힌다는 말이오? 내가 굽힌다는 건 맹원이 굽힌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오!"
이재원은 잘못된 신념으로 가득 찬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되는대로 지껄였는데 생각보다 그럴듯한 말이 나와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알겠소."
그 말을 듣던 구자엽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씨익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개논리가 먹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이재원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맹주, 당신을 탄핵彈劾하겠소."
뒤이어 들려오는 구자엽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미소를 짓고 있던 이재원의 입매가 순식간에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살벌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구자엽을 노려보았다.
솨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살기를 흩뿌리면서 말이다.
이내 집무실은 이재원이 뿜어낸 살기로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
"다시.....한 번......말해보겠소?"
이재원은 살기가 뚝 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크으윽....으윽..."
그 살기에 노출된 구자엽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연신 신음성을 흘렸다.
반선의 경지라고 불리우는 현경에 다다른 이재원이었다.
그런 그가 내뿜는 살기를 초절정에 불과한 구자엽이 견뎌낼리 만무한 것이다.
그는 신음과 식은 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묻지 않았소? 내 말이 우스운 것이오?"
그가 답이 없자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우우우우웅
더불어 집무실을 가득 채웠던 살기가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으으으윽....으으윽....으으윽."
더욱더 커다란 살기에 노출된 구자엽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하였다.
"말하라고 하지 않았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원은 고함을 내지르며 그에게 답을 종용하였다.
"......탄...핵.....을...하..겠...습니다..."
그러자 이내 구자엽은 고통을 참아내며 한 자 한 자 힘있게 내뱉기 시작하였다.
뚝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일순간 살기를 풀어버렸다.
"알겠소. 내 그리 알도록하지."
그리고는 무척이나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아...하아....하아......하아......"
살기에서 벗어난 구자엽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재원을 노려보았다.
그가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려는 심산인듯 보였다.
"이만 나가보도록 하게. 내 생각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이재원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한 태도로 그에게 말하였다.
".......하아...하아..알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구자엽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차분해진 이재원으로부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끼이이이익
쾅
이내 구자엽이 문을 닫고 완전히 밖으로 나가버렸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이재원은 내력을 흘려 기막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집무실 전체를 말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그다음 찢어질듯한 괴성을 내질렀다.
죽일듯한 살기에 노출되었음에도 탄핵을 부르짖는 구자엽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탄핵이라니?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함부로 담는다는 말인가
그것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앞에서 말이다.
'건방진 새끼가!!!!!'
거슬렸다.
거슬려도 너무 거슬렸다.
구자엽의 건방진 태도가 말이다.
자신의 정마대전의 영웅이었다.
천마로부터 무림을 구한 영웅이었다.
또한 무림 최고의 세력 천무맹의 맹주였다.
더불어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얻은 최고의 무인이었다.
무력과 권력 명예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초인인 것이다.
자신은 왕이었다.
모든 무림을 지배하는 왕말이다.
그런 자신을 탄핵彈劾시킨다고 한다.
고작 초절정 밖에 안되는 좆만한새끼가
정마대전 때 죽기 싫어 꽁무니만 쫓아다니던 겁쟁이 새끼가
어찌 거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화가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끄아아아아아아악!"
이재원은 괴성을 지르고 또 질렀다.
분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을 흘렀을까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쉴새없이 괴성을 내지르던 이재원은 지쳤는지 거친 호흡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구자엽......곱게 죽을 생각은 말도록 해라..이 짱개새끼야..'
그리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구자엽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그 뿐만 아니라 그의 가문까지 모두 쓸어버리겠다고 말이다.
이재원의 살기 어린 눈동자가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