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6화 〉 557. 탄핵을 언급하다.
"후계 경합은 맹주께서 독단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제갈찬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럴수가?!"
"맹의 후계를 맹주 독단으로?"
"아니, 어찌 그런..일이!?"
그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하나둘씩 탄식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제멋대로 구는 맹주에 대한 반발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오!"
그때 황건당의 당주 구자엽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지질렀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인해 잔뜩 상기되어있는 상태였다.
"천무맹은 맹주의 사조직이 아니오! 그렇기에 맹주 또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게 아니란 말이오! 그런데 독단으로 후계 경합을 선정하겠다니? 이 무슨 개같은 소리오!"
구자엽은 분노에 찬 얼굴로 제갈찬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천무맹은 협을 숭상하는 정파 무림의 협사들의 공동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맹주는 자신들의 주인인냥 멋대로 행동을 한다는 말인가
분노가 치솟지 않을 리 없었다.
왕이나 황제도 아닐진대
어찌 독재를 행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맞소! 맹주는 합의하에 그 자리에 오른 자이지 우리들의 주인이 아니오! 그런 독단이 허용할 수 없소!"
"맞소! 허용할 수 없소!"
"당장에라도 항의를 해야하오!"
"옳소!"
다른 수뇌부들도 전부 그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맹주께서 말하더군요. 불만이 있는 자는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그 말을 듣던 제갈찬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잘됐군요! 당장에라도 찾아갑시다!"
"옳소! 내 당장 맹주전으로 향하겠소!"
그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너도나도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맹주전으로 찾아가 따질 기색이었다.
"단 독대만 허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제갈찬은 조건을 덧붙였다.
"............."
"............"
그러자 당장에라도 맹주전으로 향할듯 움직이던 이들이 한순간 움직임을 멈추게 되었다.
맹주와 독대를 하는것에 대한 부담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가시겠습니까?"
제갈찬은 건조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
"..........."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물음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맹주와 독대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집단을 이룸으로서 개인을 초월하는 힘을 얻게 된다.
이는 수뇌부들도 마찬가지였다.
감히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힘을 가진 맹주지만 한꺼번에 들이닥친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함께라는 생각이 두려움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라면 그 양상이 달라진다.
압도되어버리는 것이다.
천하제일인이라는 거대한 힘에 말이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으시군요."
침묵을 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제갈찬은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마치 예상했다는듯이 말이다.
"어째서 독대만 허한다는 것이오!?"
황건당주 구자엽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독대만 허한다는 맹주의 태도가 비겁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건 저도 뭐라 할 말이 없군요. 그저 맹주가 그리 말하였다고 할 수밖에요."
"아니, 모든 일을 멋대로 처리할거면 수뇌부는 왜 구성한다는 말이오?! 내 이해가 안되는구려!"
"..........그동안 그리 해오지 않으셨습니까?"
제갈찬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난 수십년간 오로지 맹주의 독단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찌 이제와서 반발을 한다는 말입니까?"
"그동안은 맹주가 무슨 생각이 있거니 하고 넘어간 것 뿐이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소!?"
구자엽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뭐가 그리 다르다는 말입니까?"
제갈찬은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현 천무맹의 여론은 맹주에게 호의적이지 않소! 그의 경영능력을 의심하고 있다는 말이오!"
구자엽은 제갈찬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친인척들은 맹의 재산을 함부로 탈취하고 횡령하며 제 좋을대로 이용해먹고 있소! 의기로 똘똘 뭉친 협사들의 핏값을 말이오! 그 뿐만 아니라 명예를 지키고자 도망친 제자 장삼을 희생양 삼아 수십년 동안 그 누구도 잡지 못했던 간살 사건에 가해자로 누명마저 씌웠소! 본인의 명예를 지키고자 말이오! 그런데 우리가 어찌 그런 그를 신뢰할 수 있겠소!"
"............연쇄 간살 사건의 범인은.....장삼으로 판결나지 않았습니까?"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시는구려, 처음 간살 사건이 일어난 지 15년이 넘었소! 그 당시 장삼은 고작 열 두살에 불과하다는 말이오! 그런데 어찌 그런 그가 당시 초절정에 이르렀던 여고수를 납치하고 간살할 수 있다는 말이오? 군사께서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구자엽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입매에는 비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
"............."
그의 말을 들은 제갈찬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설마하니 저 이야기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언급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수뇌부들은 알고 있었다.
장삼이 한낱 희생양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맹주의 명예와 권력을 지키기 위한 희생양이 말이다.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최초의 간살 사건은 장삼이 고작 열두살 때 일어났다.
맹주의 주장대로라면 장삼은 열두살 때 초절정의 무인을 살해한 괴물이되는 것이다.
어찌 이딴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당시 수뇌부들은 이 개소리를 그냥 넘겨버렸다.
간살 사건은 비단 맹주 뿐 아니라 천무맹에게 크나큰 악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에 대한 무림인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암묵적인 희생양 세우기에 동의를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구자엽은 그 암묵적인 합의를 깨고 불편한 진실을 입에 담은 것이다.
어찌 이런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어불성설이었다.
"입이 있다면 말해보시오!? 내 말이 틀렸소?"
제갈찬이 말이없자 구자엽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황건당주."
제갈찬은 그런 구자엽을 담담히 불렀다.
"맹주와 척을 질 생각이오?"
"척을 먼저 진 것은 맹주였소! 어찌 천무맹의 후계를 선출하는 경합을 독단으로 결정한다는 말이오! 이는 우리 수뇌부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오!"
구자엽은 제갈찬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해도.....지금의 발언은....너무나 위험한 발언입니다."
제갈찬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구자엽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위험하였다.
너무나 위험한 발언이었다.
맹주와 수뇌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었다는 발언.
협의로 똘똥 뭉친 협의지사들의 집합체
천무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알만하신 분이 어찌 그런 말을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제갈찬은 꾸짖듯이 말을 이었다.
'알만하니까 이리 말하는 걸세! 그딴 저급한 짓거리를 해도 맹주의 뜻이기에 아무 말없이 따랐던 우리일세! 하지만 후계 경쟁에서까지 그런 독단을 벌인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말일세! "
구자엽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눈빛에는 상당한 기백이 담겨져있었다.
"맹주에게 전하게. 후계 경합에 관한 내용은 수뇌부 회의를 통해 전하겠다고 말일세."
그는 제갈찬을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하였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듯이 말이다.
"만약 맹주께서 황건당주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갈찬은 그런 구자엽을 바라보며 물었다.
"탄핵彈劾일세."
구자엽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제갈찬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중 앞에 모든 진실을 밝히고 맹주를 규탄하고 탄핵을 할 걸세."
"황건당주!"
그 말을 들은 제갈찬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탄핵이라니
무림을 구한 정마대전의 영웅이 탄핵이라니
어찌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진실을 밝히게 된다면 당신들 또한 어마어마한 불명예를 지게 될 것입니다."
제갈찬은 경고하듯 그에게 말하였다.
"맹주만 하겠는가?"
그 말을 들은 구자엽은 퉁명스럽게 답을 하였다.
제갈찬의 말은 사실이었다.
분명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수뇌부들은 어마어마한 불명예를 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맹주만큼은 아니었다.
최종 결정권자는 정마대전의 영웅이었던 이재원이었으니 말이다.
".............."
그의 말을 들은 제갈찬을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이 불편한 진실이 밝혀진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는 바로 이재원이었다.
침묵만 일관하던 수뇌부들과 달리 그는 자신의 제자인 장삼을 희생양으로 내세운 당사자였으니 말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지금까지 이뤄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도 있었다.
"이성적으로 잘 생각해보시구려. 군사"
그가 말이 없자 구자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벌떡
그리고는 그대로 자리에 일어난 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니, 어디 가시는 겁니까!?"
그가 걸음을 옮기자 제갈찬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다짜고짜 어디를 향하는 것이란 말인가
"독대하러가오."
"네에?!"
"맹주가 말하지 않았소? 불만이있다면 독대를 하라고."
구자엽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맹주께선 지금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상황입니다. 지금 찾아가봤자 좋은 꼴을 못보게 될 것입니다."
제갈찬은 타이르듯 말을 이었다.
현재 이재원은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하나 마음에 안드는 상황에 짜증이 치밀어오른 상태였다.
그런 맹주에게 완고한 구자엽의 등장은 분명 독이 될 것이다.
그를 자극시키는 치명적인 독이 말이다.
"기다려주십시오! 제가..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갈찬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대로 구자엽을 보낼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서려있었다.
"되었네. 자네 꼴을 보면 될 일도 안될 것 같군."
그 말을 들은 구자엽은 코웃음을 치고는 그대로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재원이 머무르고 있는 맹주전에 향한 것이다.
'큰일이다!'
그 모습을 본 제갈찬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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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으음..........."
이재원은 나름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에 빠져들었다.
경합을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독단하고 싶다는 욕심에 호기롭게 맡기라고 말하긴 했지만 마땅히 생각해놓은 것 따윈 없었다.
'아아...그냥 수뇌부 새끼들에게 맡길껄.'
이재원은 살짝 후회를 하였다.
이런 어려운 안건이라면 회의를 통해 그냥 물 흐르듯 결정하면 되었을텐데
괜스레 억지를 부려 골머리를 아프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후회가 되지 않을 리 없었다.
'천하제일섹스 대회를 열까? 섹스 잘하는 년이 맹주를 하는거야. 물론 심사위원은 내가하고.......'
이재원은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하며 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개같은 망상이었지만 시간을 떼우기엔 나쁘지 않았다.
의외로 유쾌한 기분이 든 탓이었다.
'아니면 천하제일처녀 선발대회를 열어서 조임이 좋은 순서대로 등수를 먹이자. 물론 심사위원은 내가하고........흐헤헤헤헤'
그렇게 이재원이 실없는 망상을 이어가며 실실거리고 있을 때였다.
쾅 쾅 쾅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십니까?"
이재원은 입가에 지어져있던 천박한 미소를 순식간에 지운 뒤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황건당주 구자엽입니다. 맹주님과 독대를 하기 위해왔습니다."
그러자 문밖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깐깐한 새끼가 무슨 일이지?'
그 목소리를 들은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황건당주 구자엽.
깐깐한 성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작자였다.
자신같은 자유로운 영혼과 상극인 탓이었다.
"들어오시오."
이재원은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이내 문이 열리고 완고한 인상의 중년인, 황건당주 구자엽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맹주를 뵙습니다."
집무실로 들어온 구자엽은 슬쩍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건네었다.
'저 시발 싸가지 없는새끼가...허리 안숙여?'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인상을 더욱더 와락 구겼다.
제대로 허리를 숙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맹주였다.
더불어 무림을 구한 영웅이기도하였다.
그런 자신을 독대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영광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절은 물론 그랜절을 해도 모라잘 판국에 고개만 까딱이다.
대체 예의는 어디다 팔아먹은 모습이란 말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뵙는군."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속이 열불로 끓어오르긴 했지만 정색할순 없었다.
맹법상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공사가 다망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간 별일은 없으셨는지요."
"별일이 있고 없고는 그대가 더 잘 알지 않소?"
이재원은 놀리냐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자보 사건으로 빅엿을 처먹은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별일 없었냐고 묻다니 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별일 없으셨나보군요."
구자엽은 아무렇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시발 새끼가.'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속으로 열불을 가라앉혔다.
긁고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화를 내선 안되었다.
여기서 화를 낸다는 것은 스스로 하수임을 증명하는 꼴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쩐 일로 온 것이오?"
"군사의 말을 듣고 온 참입니다."
그의 물음에 구자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불만이 있다면 직접 찾아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